석가탄신일이 음력 4월 8일이라 초파일이라고 하는 것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확인하는 차원에서 얘기를 엮어 가겠습니다. 음력 4월 8일은 불교의 연중 기념일 가운데 가장 큰 명절입니다. 한국과 인도, 중국, 일본에서도 음력 4월 8일을 석가모니 탄생일로 정해 매년 축하를 합니다.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법회를 비롯하여 연등·제등행렬·성불도놀이·탑돌이 등 다양한 행사를 엽니다. 특히 연등축제는 석가 탄생을 축하하여 등공양(燈供養)을 하던 풍습에서 나온 것이며 연등을 통해 지혜를 밝힌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부산 도심에서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부처님께 참배하고 소원 빌기 좋은 곳들이 가까이, 많이 있습니다. 부산 5대 사찰이라고 하면 범어사, 장안사, 해동용궁사, 천태종삼광사 그리고 선암사라고 하겠습니다. 그 외 작은 사찰이나 암자가 시내에 많이 있지만 쳔년고찰들을 기준으로 부처님 오신 날 연등축제 봉축행사에 참여하면 좋을 것 같네요.
부처님 오신 날, 사찰을 찾으면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이 연등들입니다. 일주문에서 본당까지 수많은 연등들이 줄지어 달려있고 등 하나하나에는 축원글자들이 적혀있습니다. 이렇게 음력 4월8일 점등을 하면 3일 낮과 밤 동안 등을 켜놓고 미륵보살회를 행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초파일 연등 시작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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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燃燈)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방법의 하나로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無明) 세계를 부처님의 지혜로 밝게 비추는 것을 상징합니다. 불교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등불을 켜는 것은 어둠과 번뇌를 물리치고 영원한 진리의 광명을 밝힌다는 뜻입니다. 무명으로 가득 찬 어두운 마음이 부처님의 지혜처럼 밝아지고 따뜻한 마음이 불빛처럼 퍼져나가 온 세상이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로 충만토록 하자는 것이죠.
연등에 관한 이야기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이란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생전에 난다라고 하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여인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을 위하여 등불공양을 올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종일토록 구걸을 하러 다녀 얻은 것은 것이라고는 겨우 동전 두 닢 뿐. 이 여인은 동전 두 닢으로 등과 기름을 사고 부처님께서 지나가실 길목에다 작은 등불을 밝히고는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부처님, 저에게는 아무것도 공양할 것이 없습니다. 비록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등불 하나를 밝혀 부처님의 크신 덕을 기리오니 이 등을 켠 공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저도 다음 세상에 태어나 성불하게 해주십시오."
밤이 깊어가고 세찬 바람이 불어 사람들이 밝힌 등은 하나 둘 꺼져 버렸습니다. 왕과 귀족들이 밝힌 호화로운 등도 예외 없이 꺼져 갔습니다. 그러나 이 여인의 등불만은 꺼질 줄 을 몰랐습니다. 밤이 깊어지자 부처님의 제자 아난은 이 등불에 다가가 옷깃을 흔들어 불을 끄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등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밝게 세상을 비추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계시던 부처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부질없이 애쓰지 마라. 그 등은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한 여인이 큰 정성으로 켠 등불이니 결코 꺼지지 않으리라. 그 여인은 이 공덕으로 앞으로 30겁 뒤에 반드시 성불하여 수미등광여래가 되리라."
이런 이야기에서 연등은 연등불부처님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럼 연등제의 유래도 알아봤고 본격적으로 부산 연등축제 현장을 찾아가 볼까요?
#1 부산 제일의 천년고찰 범어사 연등축제
범어사는 전국에서도 유명한 사찰이라 관광객의 발길이 끓이지 않는 곳입니다. 청룡동에 자리하고 있어 1호선 지하철만 타면 쉽게 찾아갈 수 있으니 접근성도 좋다보니 부산시민들이 찾지 않을 수가 없죠. 금정산 품에 안겨 있어 싱그러운 산기운을 느낄 수 있답니다.
범어사엔 국가지정 보물 등이 많은데요. 경내에 있는 성보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야사를 기록한 삼국유사를 볼 수 있어 더욱 즐겁답니다.
이 시기에는 평소보다 더욱 화려한 범어사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데요. 범어사 매표소부터 연등이 걸려 내방객들을 기분 좋게 합니다. 선찰대본산 금정산범어사 일주문을 들어서 본당까지 내걸린 연등엔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적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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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마당엔 수많은 연등들이 도열해 있습니다. 낮엔 꺼 뒀다가 밤이 되면 불을 밝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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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산의 동쪽 불광산 자락, 기장장안사의 연등축제
기장 장안사하면 원효대사와 얽힌 이야기가 남아있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중국 종남산 운제사 대운전이 무너지는 것을 "해동원효 척판구중"이라 쓴 큰 판자를 날려 보내 운제사 1천대중을 구했다는 설화가 전해져 옵니다. 지난해 8월엔 장안사 대웅전이 부산 최고의 목조건물로 인정,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771호로 지정되는 경사가 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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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장안사는 신라문무왕 1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해 "쌍계사"라 부르다가 장안사로 고쳐 불리게 된 사찰입니다. ‘천년고찰 원효성지 불광산 장안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깊은 역사와 의미를 가진 곳입니다. 이번 초파일에 한번 다녀오시지 않겠습니까? 장안사에는 와불과 석가 진신사리 7과를 모신 3층석탑이 턱 버티고 있으니 가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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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정보
*부산-> 반송 -> 경부고속도로 -> 울산방향 14번국도 -> 31번국도 ->장안사
* 기장시장에서 9번 마을버스이용 장안사 하차(20분소요)
* 운행코스: 장안내↔좌천↔청광↔일광역↔기장시장
* 운행거리: 44km * 배차간격: 60분
* 운행회수: 18 * 운행대수: 2
* 양산~장안사: 직행버스 이용
#3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 해동용궁사 연등축제
해동용궁사를 말할 때 따라붙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진심으로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는 이야긴데요. 이래서인지 언제나 관광객으로 붐비는 사찰입니다. 해동용궁사는 남해보리암, 낙산사 와 함께 3대 관음성지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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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용궁사는 다른 사찰과 조금 다른 것이 12지상이 입구에 도열해 있습니다. 자기 띠의 석상 앞에 서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요. 12지신상 앞에 두 손 모아 축원하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해동용궁사에는 해수관음대불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해동용궁사 역시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1376년 나옹화상이 창건했습니다.
원래 이름은 보문사로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통도사 문창화상이 다시 세웠습니다. 1976년 정암스님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관음보살의 꿈을 꾼 후 절 이름을 행동용궁사로 바꿔 부르고 있습니다.
#4 국내 최고의 화려한 연등측제장 초읍 천태종 삼광사의 봉축행사
대한불교 조계종은 전국에 많은 사찰이 있지만 대한불교 천태종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구인사와 부산의 삼광사 정도만 널리 알려졌을까요? 허나, 종파가 작다고 해서 그 위세도 작다고 할 순 없습니다. 부산 삼광사 연등축제는 전국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죠. 부산 초읍동에 위치한 삼광사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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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초읍동에 위치한 천태종의 제2사찰, 삼광사는 1986년 창건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상월원각대조사를 모신 대웅보전을 비롯 1만여명이 동시에 대법회에 함께할 수 있는 불교회관이 건립되어 있죠. 다보탑은 1997년에 만든 것으로 전체높이가 30m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석탑으로 티베트, 미얀마, 인도에서 온 부처님의 진신사리 10과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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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 삼광사
위치: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산131 (초읍천로33번길 29-7)
전화 : 전화051-808-7111
#5 부산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천년고찰 선암사 연등축제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부산진구 부암동에 자리한 백양산 선암사입니다. 선암사가 위치한 당감동은 본래 제의(祭儀)를 올리는 신성한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름의 유래부터 범상치 않은데요. 당(堂)은 신이 내리는 신성한 나무를 모시는 집이, 감(甘)은 감로수 물을 뜻하는 단어로 이 두 글자를 합쳐 당감동(堂甘洞)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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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암사는 신라 문무왕 15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하는데, 처음 이름은 견강사(見江寺)였습니다. 뒷산 절벽 바위에서 신라의국선 화랑도들이 수련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며 선암사(仙岩寺)로 부르게 되었답니다. 선암사 약수가 유명한 것도 이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네요. 일찍이 이곳은 우리 조상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기도를 드린 신성한 도량이었다고 합니다.
선암사기에 의하면 고려 말 왜구들이 선암사의 불상을 약탈해 자기 나라에 절을 짓고 불공을 드렸더니 재앙이 잦아지면서 비명으로 목숨을 잃은 자가 속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불상을 다시 배에 실어 지금의 진해 웅천 성흥사로 보내 모시다가 현재 선암사 극락전으로 돌아왔다는 일화가 전해져 옵니다.
이렇게 영험한 땅의 사찰이지만 한때는 이곳에 부산의 화장장이 있어 당감동하면 화장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점차 당감동에 고층빌딩과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그런 이미지를 벗었죠.
근세에 헤월선사, 석암스님이 주석하면서 지금의 사찰로 되었습니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극락전, 명부전, 조사전, 칠성각, 산신각, 요사채와 석축위 등이 있습니다. 동백나무가 수려하여 볼 거리가 풍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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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들어서는 입구는 참 아름답습니다. 푸르러 좋기도 하지만 도심속에 이렇게 아늑한 분위기의 사찰이 있어서 좋습니다. 도시심 속이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 공기가 신선해 나들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