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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군상)
아침 10분전 7시. 헬스장이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있다.
옆의 여자는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랩을 온몸에 칭칭두르고 있다.
벌써 1년째 30분 이상을 정성껏 몸에 랩으로 동여매고 1시간 이상을 들고 뛰는데도 어찌된 살들인지
그몸에서 빠져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한여름, 그 찌는 더위에도 랩으로 온몸 칭여매고 두꺼운 운동복으로 덧입고 뛰는 그녀건만, 참 지독한
살들에게 걸렸는지 도무지 끄떡않고 철석같이 붙어만 있다. 전사마냥 여전히 제몸의 살과의 전쟁을
벌이는 심각한 여자가 랩으로 완전무장을 하고는 불사의 의지를 태우며 비장하게 전쟁터로 빠져나갔다.
저 사람은 오늘도 부지런히 "들었다 놨다 올렸다 내렸다"역기만 주물럭 거리고 있다.
절대로 뛰는걸 못봤다. 그래서인지 온몸의 살집은 그대로인채로 근육만 울퉁불퉁하다.
바로 그옆에선 나비보다도 날엽하게 팔과 다리를 에스자로 비틀며 춤추는 말라깽이 남자도 있다.
반대로 그는 죽어라 뛰기만 한다. 그렇게 마른 몸으로 뛰고 비틀어대니 갈수록 피골이 상접해 보인다.
그 둘은 서로 운동을 바꿔하고 있다. 매번 그 둘만 보면 혀가 절로 차진다.
"쯔쯔...들지만말고 뛰고, 뛰지만 말고 들면 좋으련만..."
다시 그 뒤에는 검은 타이즈차림의 여인이 허리밸트를 하고 있다. 벌써 30분째다. 운동후 마무리로
근육풀기 위해 줄서있는 사람들이 안보이는지 원...그 많은 살집을 "틀틀틀..."거리는 허리밸트에
의지한채 가만히 서서만 있으면 알아서 살이 빠지는줄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여자는 뒤에 줄서있는 사람들은 눈 하나 까딱않고 오로지 출렁거리는 뱃살 가운데 놓고 전심으로
허리밸트를 움직이고 있다. 매번 저런다. "하이고...아중마..그 뱃살은 뛰어야 빠져요. 좀 힘들어도
몸을 움직거려야 빠지지요...." 뒤에서 눈을 째리며 매번 하고싶은 말을 오늘도 또 못했다.
그러다 어디선가 어눌한 우리말이 들려 고개를 돌려본다. 무지하게 우람한 털북숭이 백인남자가
또 참견이다.
아마도 러닝머신 옆에서 뛰는 남자가 맘에 안들었던 모양이다.
그러케 뛰며는 안돼여. 리뜸 타며 뛰어여..네네...올치 올치"
대사관에 근무한다는 저 백인남자는 매번 코치도 무색하게 이사람 저사람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운동은 제대로 해야해요"하면서 말이다. 어찌나 한국말을 잘하는지 듣고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하...참, 근데 100키로가 넘는 몸을 하고는 매번 씨근덕대며 운동참견하다가 정작 자신은 러닝머신
위에서 아주 쬐끔 걷다만 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1E8444FB1CA6D25)
(스키군상...스키장에서도 헬스장 못지않은 다양한 인간상들이 있습니다 ^^)
그러는 사이 눈앞에선 끔찍한 광경이 벌어진다. 허걱...저여자 또 시작이다. 아주 고질병이다.
이 헬스장에선 반바지와 연두색 반팔티를 운동복으로 제공하는데, 그 복장으로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데, 거꾸로 세상을 보려는지 온몸을 하늘향해 뻗쳐대며 용을 쓰고 있다.
그러자면 여자의 상반신이 그대로 적나라하다. 그러다 보니 여기 남자들까지도 여자의 브래지어
색깔을 매일 알고 있다. 하두 속터져 여자코치에게 닥달하면 "아유...말 마세요-뭐, 어때?"하며
전혀 개의치 않는걸요."한다.
그러는 사이 두달만에 홀쭉해진 일명"샤워"가 들어온다. 그녀는 5년동안 내내 오로지 샤워만 하고
가서 붙은 별명이다.
작은키에 꽤나 퉁퉁한 살집으로 부잣집 며느리 같은 후덕한 인상으로 여기 오는 부인들의 칭찬을
받을때면 신경질적으로 "저 아직 미혼이예욧"한다.
그러면서 매번 체중계의 향방에 신경이 곤두서는지 "난몰라...또 늘었어..투덜 투덜" 그럴때면
"쯧쯧...그러면 샤워만 하지말고 어차피 온 헬스장에서 뛰면 될 것을..."다들 속으로 한마디씩 하는
소리다.
그렇게 그 오랫동안 여자들의 측은지심을 자아내던 여자가 무슨 맘을 먹었는지 지난여름 두달동안
아침엔 직장앞 헬스장에서, 저녁엔 집앞의 헬스장에서 하루 4시간 달렸다고 한다.
그래서 5년, 말로만 헬스장을 다니며 갈수록 살이 부풀어오르던 그녀가 단 두달만에 몰라보게
야위었다. 이젠 아무도 그녀더러 "이봐요 샤워!"라고 부르진 않는다.
다들 부럽게 그녀의 날씬해진 몸을 아래 위로 훝기만 한다. 단 두달만에 5년동안 엄두도 못내던
살을 정리하고 미끈하게 쭉 뽑아올린 그녀의 결심 이면엔 뭔가가 있을거라는 추측만 난무하다.
"분명 애인이 생겼을거야...아님 충격적인 뭔가가 있었거나..."
우리 헬스장은 같은 직장 사람들끼리도 많이 온다. 척 보면 상하관계가 분명히 드러나는경우도
종종 있는데, 대부분은 아랫사람들이 상사에게 깍뜻하기에 눈치채는 것이지만, 이 경우엔 정 반대다.
도무지 저 여자는 자신이 저 남자의 상사라는걸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몸살이라도 나는지....
꼭 붙어서 하려고 한다. 남자의 난감한 표정은 아랑곳 않는다.
주위 사람들 없을땐 그 둘은 조용하다. 그러다가도 사람들만 많아지면 영락없다.
"이 대리...갈 때 내 책상키를 안잠궜거든...좀 잠궈"라든가..."이대리...내 전화오면...이러 저러
일러줘"등등...듣고보면 별것아니어서...남자의 붉어진 얼굴로 "녜 녜.."소리가 안쓰럽기만 하다.
유독 헬스장에서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고 싶은 그녀의 유치함 때문에 그녀 밑에서 주눅들고
절쩔매며 운동하는 남자부하는 모두의 동정을 절로 받고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5AAE414FB1CB7828)
(ㅋㅋㅋ이런 헬스장도 있군요!!!)
오늘 운동은 여기까지다. 샤워를 끝내고 화장하고 있는데...
"어머...참 젊어보이세요. 이 빨간 가죽치마는 어디서 사셨어요.." "으응...이거 시장에서 5천원짜리야,
어때? 내가 입으니까 비싸보이지?"내 옆 자리가 시끌시끌하다.
또 그녀다. "아..이렇게 입으니까 내 사위도 날 못알아보고 딸 여자친구가 온줄 안다니까...홍홍~"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저 여잔 자신의 젊어보임이 너무 자랑스러운가 보다.
그에 또 그 옆의 부인과 기어이 비교한다. "어때? 나랑 동갑인데, 내가 훨씬 더 동생같지 않아?"
할 때면 그 부인은 빙긋이 웃으면서 "맞아요. 제가 한참 언니 같죠!, 어떻게 이렇게 젊어보이시는지
몰라..."
글쎄...얼굴이 자글거리는 그녀가 어려보인다고 주장하는게 왠지 억지스러워 안쓰러울때가 있다.
생머리로 허리까지 내려뜨리고 파란 아이샤도우에 새빨간 입술을 여자는 젊음의 상징마크인양
늘 고수한다.
50대의 품위를 저런 차림새로 한방에 날려버리면서까지 젊음의 뒤안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성거리고 싶은 것일까...
"얼핏 보면 30대같다"라는 말에 위안을 받으면서...그러니까 그녀는 "얼핏"의 착각과 30대의 환상만
부여잡고는 오늘도 짧은 빨간 가죽치마 걸치며 착각한 "사위"얘기만 쉴새없이 해대는 것이다.
아마도 그 사위는 내내 자기 와이프 친구라고 착각만 해대면 평생 장모사랑을 듬뿍 받지 않을까...
**10년전 제가 다녔던 헬스장 아침 풍경입니다. 10년후 엊그제...건강검진때 내장비만으로 나왔습니다. 크흑...
그렇다고..운동안하는것도 아닌데...대체 왜! 내 살들은 꿈쩍도 안하는지 ㅡ,,ㅡ
허긴!! 뭘 보기만해도 먹는거라면 군침이 절로도니...아, 괴기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