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민지가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까지 비난을 받은 걸까. 칼국수를 몰랐다고 혼잣말을 했기 때문도 아니고, 칼국수 논란에 '급발진'하며 화를 내서도 아니다. 민지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대중과 팬들에게 즐거움과 행복만 주는 '무해한 아이돌'의 이미지를 배반했다는 데 있다.
아이돌은 대중에게 노출되며 끊임없이 감정노동을 하지만 진짜 감정은 드러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아이돌이 표출해도 되는 감정에는 긍정적인 감정만 허용된다. 화를 내면 인성 논란이 생기고 힘든 티를 내면 태도 논란이 생긴다. 표정이 없으면 영혼이 없거나 무성의하다고 욕먹는다.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세상에 없다. 슬픔, 우울, 불안, 짜증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아이돌에게 불가능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일까.
문화비평서인 <망설이는 사랑>에서 안희제는 "아이돌 아티스트는 단지 팬과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겪는 부정적 감정을 잘 감내해야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는 "아티스트들에게 특정한 형태의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것이 때로 팬들의 권리처럼, 심지어 아이돌 아티스트의 '바른 성장'을 위한 일로까지 여겨진다"라고 덧붙인다.
"이와 더불어 어떤 이들은 아이돌 아티스트에게 '그만큼 버니까 그 정도 욕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욕이라는 부정적 관심도 돈이 된다고 전제하는 동시에('무플보다 악플이 낫다'), 욕을 감수하는 감정노동을 기꺼이 수행하길 요구한다." - 안희제 <망설이는 사랑> 중에서
장원영에게 보내는 찬사가 씁쓸한 이유
중학생이었던 2018년에 데뷔한 이래로 장원영은 유명세만큼이나 수많은 억지 논란에 휩싸였다. 탈덕수용소의 악의성과 허위성의 강도가 심각했을 뿐, SNS에서 조금만 검색해 봐도 장원영의 찰나의 표정이나 말투, 행동을 편집해 자극적인 썸네일과 함께 조회수를 올리는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이돌의 인성과 태도에 대해 맥락이 제거된 논란을 만들어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관심을 유도해 돈을 버는 관심 경제(attentioneconomy)에서는 윤리도 진실도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칼국수 논란'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 1년간 지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십성 콘텐츠를 무비판적으로 소비한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올라온 아이돌 논란 영상을 가볍게 클릭하면서 '얘 뭐야?', '얘는 그럴 것 같았어'라고 즉각적인 판단을 내렸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나의 논란이 사그라지면 또 다른 논란이 생겼고, 가십을 소비할수록 도파민이 분비됐다. 하지만 영상을 직접 제작하거나 댓글을 달지 않았기에 나는 이 모든 논란과 무관하다고 믿었다. 나는 무해하다고.
데뷔 후 6년간 온갖 논란을 견디다 악성 유튜버와의 소송에서 승소한 장원영에게는 '멘탈갑'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사실 장원영의 승소는 사이버 렉카에 대한 소속사 스타쉽의 집요한 추적과 강경한 대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 소속사가 스타쉽처럼 아티스트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돌이 장원영처럼 자신을 둘러싼 비방을 오랜 기간 참을 수 있는 것도, 참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장원영에게 보내는 '멘탈갑'이라는 찬사가 씁쓸한 이유다. 민지도 장원영도 2004년생으로 지난해 성인이 됐다.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는 '뉴진스 권익 보호 관련 안내문'을 공지하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뉴진스 멤버들과 관련한 악성 댓글, 악의적 비방, 모욕,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행위에 대해 상시적으로 법적 대응 중에 있다"라고 했다. 이어 "비단 이러한 법적 대응 공지로 인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더 이상의 무분별한 억측과 악의적 비방은 삼가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아이돌 논란 뒤에는 사람이 있다. 나처럼, 당신처럼 인격을 가진 사람이. 이 글은 나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첫댓글 저 책 읽어봐야지
여자 아이돌이지 뭐 한남돌은 논란 존나 많은데 1도 화제안됨
애들 좀 가만히 둬라 좀 ㅡㅡ 진짜 지들 인생이나 똑바로 살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