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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의 원인과 비만의 원인이 아닌 것
Scientists Don’t Agree on What Causes Obesity, but They Know What Doesn’t, By Julia Belluz
2022.12.01 07:00 by 뉴욕타임스
줄리아 벨루즈는 헬스 저널리스트다. 영양과 신진대사 등 건강에 관한 글을 쓴다.
비만을 연구하는 세계 정상급 연구자들 가운데서도 엄선된 소수가 최근 런던 왕립학회에 모였다.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의 모교로 한때 중력과 진화에 관한 논쟁이 오갔던 방에서 이 시대의 과학자들은 미국 성인 40%에 영향을 미치며, 매년 의료보험 체계에 1,730억 달러의 부담을 지우는 비만의 원인에 관해 토론을 나눴다. 마지막 세션에서 생물학자 존 스피크먼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제안했다.
“비만을 초래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뭐 하나 합의되는 부분이 없습니다.”
연구자들의 의견이 모든 지점에서 어긋났다는 말은 아니다. 사흘 간의 학회 내내 참석자들은 ‘비만의 원인이 아닌 것’에 대한 암묵적인 이해를 공유했다. 확실하게 비만의 원인이 아니라는 데 모두가 동의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개인의 잘못”이다.
처음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어 세계 전역에서 비만율이 급증하기 시작한 1980년대를 기점으로 인류가 집단적으로 의지력을 잃었다고 주장한 발표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처럼 단시간 내에 인간의 유전자가 변했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없었다. 게으름과 식탐, 나태를 비만의 친구로 언급한 참석자도 없었다. 비만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 즉 사람이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과는 정반대로, 학자들은 비만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성장 저하나 소모성 질환 같은 영양실조의 결과로 고통받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신 연구자들은 비만이 복잡하고 만성적인 질환이라고 이야기하며,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가 집단적으로 더 커진 진짜 이유를 규명해내기 위해 모였다고 했다. 이를 위해 참석자들은 전 세계적 비만율 증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메커니즘을 공유했다. 제시된 이론은 다양했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우리가 비만을 개인적인 책임의 문제로 다룬다면 비만의 유행은 사그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한 영양생물학자는 오늘날 우리가 먹는 식품에 들어있는 다량의 탄수화물과 지방이 우리의 신체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희석하기 때문에 그 차이를 보충하기 위해 우리가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한 내분비학자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과학적 바탕이 되는 이론을 언급하며,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식습관만이 비만의 원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반면 한 진화인류학자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으면서도 호리호리한 체형을 유지하는 수렵채집인 집단이 많다며, 특히 꿀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를 언급했다.
미국인이 섭취하는 열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초가공식품, 조리되어 포장된 식품류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생리학자는 자신이 실시한 무작위 제어 시험 결과를 소개하며, 같은 영양 구성으로 식품을 섭취하더라도 초가공식품을 먹은 사람들이 자연식품을 먹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되고 몸무게가 더 많이 늘었음을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왜 가공식품이 사람들을 더 많이 먹게 만드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초가공식품이 비료나 살충제, 플라스틱과 첨가물의 형태로 수천 가지 독성 물질을 함유한 것이 문제 아니겠냐고 주장한 생화학자도 있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화학물질이 신진대사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는가보다 무엇을 먹지 않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생태학자는 조류에서 나타나는 식량 불안정과 비만 간의 연결고리를 다룬 자신의 연구를 공유했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면 동물들의 열량 섭취는 낮아지지만, 오히려 살은 더 찌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식량 불안정과 비만 사이에 “강력한” 연관관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른바 기아 비만 역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또 비만을 하나의 질환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이들은 단일 유전자 변이나 질환에 기인하는 드문 사례를 제시했다. 비만이 여전히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 작용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더 흔한 통념이기도 하다. 어쩌면 학회의 주제는 단일 질환으로서의 비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종류의 비만이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학회가 끝날 무렵에도 참석자들은 전 세계적인 비만 증가를 설명할 단일 이론에 조금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 비만은 최소한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인류와 함께 했으나 MTV의 탄생 이후에야 더욱 만연해졌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학회에 참석한 이들을 포함한 과학자들이 비만에 대해 많이 알아낸 것은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개인의 비만 위험을 높이는 수천 개의 유전자와 변수를 밝혀냈다. 체지방이 단순한 에너지 저장고가 아니며, 비만한 사람이라고 반드시 암이나 제2형 당뇨, 고혈압, 심장마비, 뇌출혈, 조기사망 같은 관련 합병증에 취약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뇌가 어떻게 식품 섭취를 조종하고 다양한 식습관에 적응하는지에 관한 연구에서도 놀라운 진전이 있었다. 다만, 최근 비만율 급증과 관련해 어떤 요인이 이 복잡한 생물학적 체계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의 의견이 전혀 일치하지 않고 있다.
학회 이후 나는 내가 학회에서 들은 이야기와 우리 사회가 몸무게에 관해 이야기하는 방식 사이에 어마어마한 격차를 느끼고 충격을 받았다. 다이어트 서적과 관련 용품 가게를 채우고 있는 비만 처방책을 언급하는 과학자는 아무도 없었다. 탄수화물에 대한 논의 정도가 예외였을 것이다. 클렌징이나 다이어트 앱, 간헐적 단식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보조제가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거나, 신진대사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 역시 한 명도 없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비만 관련 임상실험 결과는 대부분 실망스러웠다고 언급한 장내 미생물 전문가가 딱 한 사람 있었을 뿐이었다.
요컨대 런던 왕립학회의 회의실에서는 즉효약이나 마법의 치료법 같은 것이 나오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비만 환자 치료 분야에서 의학이 놀라운 발전을 이룬 데 대한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도 효과적인 치료제나 수술이 비만율 급증이라는 공중 보건 위기를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불확실성을 조건으로 둔 채 비만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연구자들은 환경을 바꾸거나 규제할 수 있는 정책, 즉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크푸드 광고 금지, 학교 내 자판기 금지, 보행자 중심의 도시 계획 등을 언급했다. (연관된 위기이면서 한때 정책적 무기력에 빠졌다가 다시금 국제적인 추진력을 얻게 된) 기후변화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식품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비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정부가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면 여전히 지나치게 개인 생활을 통제하려 드는 정부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비만을 사회적인 과제로 보지 않고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비만을 둘러싼 오해와 비난은 어디에나 만연해있다. 채소를 더 많이 먹고 운동을 하라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이는 대중 개개인이 비행기 이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더 많이 해서 기후변화를 물리치자는 말과 같다. 다이어트 코치와 관련 기업들은 결국에 실패하고 말 다이어트 식품과 운동을 유행시켜 수십억을 벌어들인다.
자신의 몸무게를 통제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을 탓한다. 나는 최근에 뇌종양을 앓으면서 고도 비만이 된 남성을 인터뷰했다. (비만은 뇌종양의 흔한 부작용이다) 뇌종양 진단을 받기 전 몇 달 동안 의사들은 그에게 계속해서 식이조절과 운동을 권했다. 지금도 그는 종양마저 평생 몸무게와 씨름을 벌여온 자신이 내세운 “또 하나의 핑곗거리”처럼 느껴져서 이런 이야기를 누구와도 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수치심을 더한다. “타임스 오브 런던”의 최근 칼럼은 비만을 흉보는 ‘팻 셰이밍(fat shaming)’이야말로 비만에 대한 진짜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코미디언 빌 마허도 신체 긍정 운동(body positivity movement, 마허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식탐에 대한 즐거운 찬양”)이 비만을 너그럽게 봐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가운데 적어도 일부는 낙인과 차별에서 온다고 알려져 있고, 이는 또다시 건강 관리 악화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어떤 나라도 비만율의 오름세를 눈에 띄게 뒤집지 못했다. 어린이 비만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리가 비만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팻 셰이밍과 마술 같은 다이어트 비법, 나쁜 정책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자신과 상대방을 탓하기를 멈추고 환경과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전 세계 비만율이 그리는 상승 곡선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
원문: Scientists Don’t Agree on What Causes Obesity, but They Know What Doesn’t
(c) 2022 The New York Times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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