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는 아침까지 가는 장거리 기차였습니다.
화장실에 가서 쪼그리고 앉으니,
발 디딘 대가 옛날의 "통시부틀"같았습니다.
아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 있어봤자 사흘째 뒤가 막혀서
오금쟁이만 잔뜩 저려왔습니다.
에라, 와그닥닥 닥닥 거대한 기차만,
기차 소리만 대륙적으로,
대륙진출적으로 한바탕 누고 나왔습니다.
문인수(1945~)"인도소풍" 기차를 누다 전문
섬진강 함허정(涵虛停)의 통시 생각이 난다.
쪼그리고 앉아 일을 보노라면 눈앞의 창에 감나무 가지가 선선히 흔들리고
어디선가 수수꽃다리 꽃향기가 풀풀 날아오는...
한밤중에 급히 달려가 앉으면 누군가 수레 가득 별들의 자욱한 꽃밭이었다.
그 초롱초롱한 꽃밭 어딘가에 눈맞추고 있노라면 시간 공간 추억 고통....
그 모든것이 사라진 무아지경이 찾아오고...
나는 옛사람들이 뒷간을 분면 통시(通時)라고 적었을 거라며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곽재구 시인.
뒷간이 주는 어감때문에 망설이다가..
옛 뒷간은 어느댁이나 본채와 멀리 떨어져 있었지요
대식구가 득실대며 살았던 저 어렸을적 뒷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닭장옆을 지나 대나무 사잇길로 조금 들어가면
대나무 울타리로 둘러쌓인 가운데 뒷간이 자리잡고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바람이 불때마다 대나무잎 스치는 소리가 꼭 귀신 우는 소리같이 들려서
밤중에 뒷간을 이용하게 되면 누군가를 귀찮게 해야만 했습니다.
볼 일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옛날이야기
"휴지대신 흰손 줄까 빨간손 줄까"가 생각나서
소스라치게 놀라 뛰어나온적도 많았었지요.
한밤중에 잠자다가 뒷간 이용할 일이 생기면, 왜그런지 계속해서 몇날은
밤에만 규칙적으로 배가 아프는 겁니다.
어느날은 귀찮아하던 개구쟁이 삼촌들이 여섯살배기 조카를 닭장앞에 세워놓습니다.
그리고는 닭에게 "다시는 밤에 똥누러 오지 않겠습니다"
고 말하면서 세번 절을 하라고 시키는 바람에 눈물 뚝뚝 떨구면서
그렇게 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너무 어려서
볼 일 다 마쳤을때의 쾌감이라던가.
통시(通時),또는 아름다운 밤하늘을 감상했던 생각은 나지 않습니다.
초등교 입학하기 위해 도시로 나온 후
2학년 여름방학때던가 시골을 찾았을때
울창했던 대나무숲이랑 추억깃든 뒷간이 보이지 않아서 무척 섭섭했습니다.
아직도 산 속 사찰의 쪼그리고 앉는 해우소가 있는가 하면,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농촌에는
진동하는 암모니아 냄새에 질식할것 같은 뒷간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더군요.
옛 기차의 화장실 바닥은 달리는 철로가 그대로 드러나는 바람에
이용하려면 머리가 쭈삣거렸었는데
요즘 기차는 이용해본지 오래되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뒷간에 관한 시를 대하다가
뜬금없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 보았습니다.
점심식사는 하셨는지요.
우리 선생님들께서 이용하셨던 뒷간
어떤 추억을 갖고 계실까 궁금해집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목화.
첫댓글 뒷간의 추억이라. 푸세식에 가야 냄새때문에 코도 막고, 빨리 나가기 위해 집중해서 일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촌스럽고, 불편했던 것들이 그리워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