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이천수(22)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안정환이 달았던 행운의 등번호 '19번'을 달고 스페인 성공 신화를 시작한다.
이천수는 소시에다드 구단이 제시한 12번과 19번 중 망설임없이 19번을 선택했다. 이유는 19번이 2002년 월드컵 때 안정환이 달고 뛰었던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안)정환이형은 월드컵 때와 지난 5월 한-일전 때 골운을 몰고 다녔다. 나도 스페인에서 골운을 몰고 다녀야겠다는 각오로 19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천수의 등번호는 17일 정식계약식에서 발표될 것으로 보이지만 무리가 없는 한 19번을 달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번은 지난시즌까지 러시아 국가대표인 드미트리 코흘로프(27)가 달았던 번호다. 코흘로프는 지난 1999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소시에다드로 이적해 온 뒤 처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지난시즌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코바체비치(20골)와 터키 국가대표 니하트(22골) 투톱라인에 가려 제대로 기량 한번 펼치지 못하고 18경기에서 2골을 넣는 데 그쳤다. 코흘로프는 자신의 모국인 러시아의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로 이적했다. 레알 소시에다드가 아직 젊고 가능성이 큰 코흘로프를 과감히 배제한 것을 보더라도 이천수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 있다.
이천수는 "마음 같아서는 20골 이상을 터트리고 싶다. 하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팀 적응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19번을 달고 뛸 이천수가 코흘로프의 전철을 밟지 않고 안정환의 정기를 받아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2003∼2004시즌 개막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