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극단적 성향의 인물이나 무력을 해결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개인적 폄하로 그는 언제나 나의 관심밖에 있던 인물이었다..
그러다 첫 모임에서 공짜로 얻은 책.. 별 생각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였다.
그리고 내가 얻은 것은 그가 살아왔던 치열한 삶, 그가 그의 생애 늘 짊어지고 갔던
그 믿음에 대한 강한 열망을 향한 나의 작은 떨림이었다..
왜 난 이런 삶을 살아오지 못했나?
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런 류의 서책에서 얻는 자극이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그런 책들로부터 받는 신선한 충격에도 이제는 어지간히 무감감해져있다.
그런데.. 체는 그런 나에게 작지만 꽤나 내상이 오래가는 펀치하나를 날렸다.
구광렬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동물을 좋아해 목동생활을 동경하다 멕시코로 건나가, 중남미 문학을 공부한 뒤
그 참에 아예 중남미 시인이되었다..-_-
국내에서는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단다.
울산에서 그는 아직도 자연을 벗삼아, 동물과 함께 생활하며 동시에
울산대, 동리목월문예 창작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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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처형시 그의 홀쭉한 베낭에서 발견한 작은 녹색 노트에는 중남미의
유명한 시인들의 시들이 빼곡하게 필사되어있었다.
이 anthology에 등장하는 시인들은
파블로 네루다(칠레), 세사르 바예흐(페루), 니콜라스 기옌(쿠바),
레온 펠리페(스페인)
누구든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름들이다..
그중에 파블로 네루다 정도가 매우 유명한 남미의 시인이라고 하나,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들의 시가 많은 민중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그 시가 다만, 한유(閑遊)한 자연의 정경이나, 사랑의 낭만과 아름다움
만을 노래하고 있지는 않는데 있었던 듯 하다.
그들의 시에는 치열한 시대정신, 불평등한 현실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 인종차별 등 권력을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들간의 갈등이 녹아
있었던 것이다...
후반부에는 체의 짧은 생애와 사후 세상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그의 이미지가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평생을 바치면서 투쟁하였던 거대 자본을
앞세운 국가의 다국적 기업에서 상업적으로 악용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안티 체를 대표하는 친미성향의 인물들과, 체를 아직까지도
흠모하는 인사들의 이야기.. 여기서 프랑스 근대 철학자의 대부, 샤르트르가
체와 환담을 나누고 그를
"이 시대 가장 성숙한 인간"이라고 칭송한 일화는 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체에대해서 얻은 지식이라는 것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의 짧은 생애.. 의학도를 꿈꾸다가 무력 혁명가로 진로를
바꾸는 그의 결정과 총살형을 당하기까지의 행로.. 이 정도로는 도저히 그를
평가할 수는 없는일이라는 생각만 든다.
더더욱 궁금해지는 그의 삶과 보다 중요한 그의 사상과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보기위해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전기작가 장코르미에의 "평전"을 읽어
본후에 따져 볼 일 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