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청첩장

[술붕어]

안녕하십니까?

술붕어입니다.

전경대를 제대하고 경찰이 되어

부평 경찰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분대장 근무를 하기 위하여

전라북도 격포에 주둔 중인 103전경대를 찾아 가는데

도착한 시간이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든 저녁때였습니다.

부대장에게 신고 후

배치 받은 5소대3분대 (도깨비 초소)를 가기 전

소초(소대장이 있는 초소)에 들렀는데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가라하여 소대장과 식사를 하는데

밥상을 주고 가던 대원이 내 다리를 툭 치고 나갔습니다.

“ ????”

“ 성대야! 나 *현이여.”

식사를 하고 벙커를 나오는데 밥상을 가져 다 주었던 대원이

나를 붙잡는데

알고 보니 고등학교 때 같은 반 동창 이었습니다.

그 부대에는

그 대원 외 본부 작전담당 소*영이 고등학교 동기동창 이었습니다.

내가 계급이 높고 봉급도 많아

그 놈들 술 참 많이 사 줬습니다.

어느 날 야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취침 준비 중,

소대장으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 박 순경 큰일 났다 "

야간 근무를 마치고 수류탄 숫자를 세어 보니

한발이 없어졌는데

새벽에 휴가를 나간 김수현 가져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사고치기 전에 잡아오라는 소대장님의 엄명에

본부에 있는 소*영을 불러내어 지나가는 트럭을 잡아타고

부안 시외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우연히 보니

그 녀석이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가방을 뒤져보니 수류탄 한 발이 나왔습니다.

“ 야! 이 새끼야! 너 미쳤어? ”

" 혜숙(가명)이 죽이고 나 죽을란다."

친구 동생 혜숙이를 좋아 해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대학교도 못 들어간 놈과는 쪽팔려서 만나 줄 수 없다는 말에

격분 같이 죽으려고 했다는 것 이었습니다.

“ 디질려면 혼자 죽지 왜 혜숙이와 같이 죽어?“

“ 일단 혜숙이를 만나 보자. ”

혜숙이가 그랬습니다.

대학이라도 들어가면 만나 줄 수도 있다고.

사랑의 힘은 위대했습니다.

당구장이나 다니며 빌빌거리던 놈이 공부를 시작하더니

군에 있을 때 원광대 행정학과에 합격 한 후

3학년 때 경찰간부후보생 시험까지 합격을 해 버렸습니다.

그 후 혜숙이는 경상도로 교사 발령을 받아 갔고

몸이 멀어지면 정(情)도 멀어지는 법인지 결국은 헤어지고

원광대 메이퀸 출신과 결혼을 했습니다.

치안감 달고 서해해양경찰청장 하다

세월호 사건으로 옷을 벗고 직무유기로 고발당했으나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고

그동안 자숙하느라 미뤄왔던

딸 결혼식을 올린다는 청첩장이 왔습니다.

평소 내가 그 녀석 만나면 이런 말을 했습니다.

“ 노무현 대통령은 이등병에서 대통령까지 올라갔는데

너는 이경에서 치안감까지 올라갔으니

노무현 대통령 다음으로 크게 출세한 놈이다 “

이 친구가 총경을 달고 목포해양경찰서장을 할 때

목포지역 해군사령관이 고교 동기동창 함*용 제독이었으니

서해를 우리 동기동창들이 지킨 셈입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모두 겪는 일이지만

우리들이 군 복무를 했듯 우리 아들들도

김*현 아들은 육사에 입학했으나 자퇴 하사관으로

수원비행장에서 근무했고

소*영 아들은 의정부 2군 군수사령부에서

제 아들은 수도방위사령부 남태령 본부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호텔에서 결혼식을 한다는데

그 자식 군 시절 나에게 뀌어간 돈 5만원 안 갚았는데

까고 축의금을 넣어야 할지 심히 고민 중입니다.

참고로 경찰 계급

이경, 일경, 상경, 수경 (전경대).

순경, 경장, 경사, 경위, 경감(지구대장), 경정(과장), 총경(경찰서장)

경무관(지방청장), 치안감, 치안정감

치안총감(최고 계급으로 치안본부장). (일반 경찰)

[야몽]

올만에 오랜 친구들 만나 회포를 풀게 되시겠습니다.

지나온 삶의 궤적들을 회상하시고 또 그들과 나의 작금의 현황을 되짚어 보시기도 하면서... 🫡

[술붕어]

ㅎㅎ
맞습니다
옛 전우들을 만난다는 게 설레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