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은 평범한 수준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대체로 그 평범한 수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시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어쩌면 힘든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주변 조건이 좋지 않다는 말입니다. 단 한 가지, 남다른 각오가 되어 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른 한편 두려움이 클 수도 있겠지요. 아무튼 ‘다시 시작하다’라는 말은 그래도 희망을 갖게 해줍니다.
<싱어송 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는 남자친구 ‘데이브’(애덤 리바인)가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뉴욕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오랜 연인이자 음악적 파트너로서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좋았던 그레타와 달리 스타가 된 데이브의 마음은 어느새 변해버린다.
스타 음반 프로듀서였지만 이제는 해고된 ‘댄’(마크 러팔로)은 미치기 일보직전 들른 뮤직바에서 그레타의 자작곡을 듣게 되고 아직 녹슬지 않은 촉을 살려 음반제작을 제안한다. 거리 밴드를 결성한 그들은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진짜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만들어 가는데…>
그렇게 해서 해고된 음반 프로듀서와 싱어송 라이터가 만납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음반을 내려고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가 스튜디오를 제공해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한물 간 프로듀서와 이름도 없는 가수의 노래를 후원해줄 사람은 없지요. 전에 일하던 회사까지 찾아가서 가능성을 타진해보았지만 반응은 별로입니다. 그렇게 내쫓긴 두 사람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냅니다. 다행히 초창기 ‘댄’에게 신세를 졌던 유명 가수의 도움으로 일단 밴드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차려진 스튜디오가 아니라 개방된 스튜디오로 나가지요.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하고 경찰에 쫓겨 다니기도 하면서 세상을 스튜디오로 하여 노래를 음반에 담습니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어우러진 골목길이나 건물 옥상, 아니면 사람들 오가는 거리와 지하철 역사 구내, 강물을 벗 삼아 보트를 타고 부르기도 합니다. 넓은 들에 나가서 자연의 소리와 함께 노래를 싣기도 하지요. 보이는 모든 것, 들리는 모든 것들이 음악에 담깁니다. 그 모든 광경이 또한 음악 비디오로 나갑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보다 자연 그대로 담기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여태 짜인 무대만 보아왔습니다. 이렇게 생생한 무대를 본 적이 없지요.
음악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를 부릅니다. 잘 부르고 못 부르는 것은 직업 가수에게 중요한 일이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부르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그 음악이나 노래가 우리 일반 사람의 입에 붙어 있는 것은 그 마음이 전달되어 오기 때문이지요. 가사에서 묻어나는 감흥이 있고 그것을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에서 또는 들리는 멜로디에서도 느껴집니다. 가사 속에는 작사자의 마음이 담깁니다.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곡가에게도 그렇겠지요. 마음과 정신이 담기지 않으면 무의미합니다.
음반 프로듀서 댄은 찬밥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과거 타령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누가 알아 봐주지도 않습니다. 아내에게도 버림 당하고 가끔 보는 딸과는 마음과 달리 다정스럽지 못합니다. 그런가 하면 싱어송 라이터인 그레타는 연인에게 버림당하고 알아주는 사람 없이 노래 부르는 신세입니다. 이제 살 길도 막막하고 고향에나 돌아가야 하겠다, 마음먹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서는 희망을 짜고 있습니다. 댄의 남아있는 열정과 그레타의 아픈 마음의 표현이 노래에 담기는 것입니다. 배경만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지요. 사람들의 간절함과 아픔이 노래를 만듭니다. 그래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지요.
도무지 되지도 않을 것 같은 일을 해냅니다. 그 과정 속에서 흩어졌던 가족의 마음도 돌아옵니다. 고생도 함께 하면 멀어졌던 마음도 오히려 가까워집니다. 우리는 행복해서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즐겁게 놀든 힘들게 일하든 중요한 것은 함께 하기에 가족이라는 사실입니다. 두 사람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밴드 모두가 가족이 되지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열정을 쏟으면 그 모든 과정 속의 어려움이 가족을 단결시켜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성공은 그 결과로 주어지는 보너스일 뿐이지요.
영화 ‘비긴 어게인’을 보았습니다. 아픈 사람들의 <희망찬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기에 희망이 있는 것이고 그 희망은 열정을 담을 때 차츰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슴에 새겨진 아픔은 오히려 그 빛에 색깔까지 입혀줍니다. 사람들이 버린다 해도 우리가 우리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면 희망의 불꽃은 언제든 살아날 수 있지요. 그리고 그 희망이 살아나는 것을 보면 뒤돌아섰던 사람들도 다시 찾아옵니다.
첫댓글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