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처럼 익사하지 않는
약을 줄까요, 혹은 날개 달린 겨드랑이를 처방할까요
암울한 목구멍에 항암제를 털어 넣는다
되살아나지 않는 목소리와 입꼬리마다 무뎌지는 이름들
상비약으로 촘촘한 일상이
오와 열을 맞춘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바깥에는 같은 뉴스, 같은 처방만
되풀이될 뿐
김다영 약사가 옥외간판 불을 끈다
새들은 가벼워지는 연습을 한다
-『내외일보/최형심의 시 읽는 아침』2024.05.29. -
아프지 않고 한 생을 살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때로는 대충 “상비약” 한 알 삼키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항암제”로 이 악물고 버텨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이라도 있는 병이면 그나마 희망이라도 있지, 약도 없는 마음의 상처라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이 악물고 버텨야만 합니다.
“물고기처럼” 슬픔 속을 헤엄치다 그 속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면 스스로에게 “처방전”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무뎌지는 이름”이 자꾸 생겨날수록, 덧입은 상처가 겹겹이 쌓여갈수록, 사람들은 몸도 마음도 무거워지고 세상에 대해 방어적이 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겹겹의 상처를 털어내는 “가벼워지는 연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