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선교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게 되어 진심으로 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가기 전 여러 차례 모임을 하고 위기 상황 대처 등 준비를 철저히 했어도 한 주 내내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와 선거를 앞둔 정국 불안으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많은 분들의 기도 덕분에 비도 안 왔을 뿐 아니라 바람도 불고 텍사스보다 더 선선해서 매일 새벽에 교회터를 고르는 일 하는데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기 얼마 전까지 총소리가 난무했던 불안한 정국도 한 후보자의 자격 미달로 자동 탈락이 되어 모든 상황이 안정되고 우리가 가 있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답니다.
조금이라도 절약을 하기 위해 가장 싼 비행기 표를 산 우리 팀은 월요일 새벽 6시에 목사님과 만능 집사님 차로 12명이 나누어 타고 이곳 코퍼스시에서 두시간 거리인 센엔톤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침 8시 반 출발인 비행기 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해서 공동 짐을 부치고 비행기 표를 받아 비행기를 타러 이동했지요. 두시간 비행기 타고 국경을 넘어 멕시코 시티에 도착, 국제선이다 보니 거기서 짐을 찾고 입국신고를 마친 후 우리 부부와 여집사님 한분은 네시간 후 먼저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멤버들은 한 시간 더 지체 후 다음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로 출발 켄쿤에 도착하니 민 선교사님이 공항에서 대기하고 계셨고, 다른 비행기로 먼저 도착한 킬린 교회 멤버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저희가 출구를 잘못 찾아서 안에서 많은 시간을 지체했기에 조금만 더 기다린 후 다음 팀이 도착해 함께 선교지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더 늦게 도착하는 팀이 있어서 한 번 더 차량을 운행해야 했지만 두 번 세 번 운행하는 수고는 조금 던 셈이지요.
켄쿤 공항에서도 한 시간 정도 더 미니버스로 이동해서 목적지인 꾸나 마야 아동센터에 도착해 각자 숙소를 지정받고 이미 지어둔 밥과 가지고 간 밑반찬을 꺼내어 밤 열 시쯤 늦은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은 중간에 멕시코 시티에서 대기하는 동안 공항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단체로 먹었구요. 숙소는 아동센터 교실들을 치우고 몇 개의 매트리스와 두꺼운 요를 깔고 지냈는데, 남여 따로 한 방에 대여섯 명씩 나누어 지냈습니다. 제가 지낸 방에는 우리 교회에서 세 명, 그리고 킬린 교회에서 두 명이 함께 지내며 바쁜 와중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음날부터 매일 새벽 여섯 시에 모여서 잠깐 기도하고 아동센터 바로 앞에 터를 닦는 교회 부지에 가서 크고 작은 돌을 들어내어 길옆에 쌓고 풀과 나무뿌리들을 캐어 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막상 지반을 쌓은 일과 중요한 일들은 현지 고용인들이 하지만 우리가 도와주니 그들의 일이 많이 수월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미국에선 장비를 들여 하루면 해결할 일은 전부 사람 손으로 하니 일도 지연되고 수고도 더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 큰돈 들여 공사를 할 수도 없고 또한 참여하는 모두에게 많은 은혜가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손으로 할 수 없는 큰 돌이나 깊은 나무뿌리는 삽과 곡괭이, 대형 해머와 정으로 찍고 쪼개고 파내 결국 다 해결했습니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이른 새벽이라 모기도 많았지만, 모두가 성전을 짓는다는 마음으로 즐거이 참여하고, 아침 식사 준비가 되었다는 소식에는 더 즐거이 돌아와 꿀맛 같은 식사를 나누었지요.
흙과 땀으로 범벅이 된 채 겨우 손과 얼굴만 씻고 먹는 식사 자리에는 웃음꽃이 만발해 소화를 도왔고 다음 일정을 전해 들은 뒤 각자 방으로 돌아가 씻고 잠깐의 휴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삼층으로 된 아동센터 건물에는 각 층마다 화장실과 샤워 시설이 갖춰 있었는데 이 년 전보다는 환경이 많이 나아져서 변기에 물도 잘 내려가고 샤워도 물을 받아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잘 나오더군요, 물론 찬 물 뿐이지만요, 이곳을 다녀간 다른 선교팀이 에어컨도 몇 개 설치해 주어서 방마다 에어컨과 천장 선풍기가 있어 시원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 후 어른든은 한국어로 아이들과 몇몇 영어권 어른들은 영어로 큐티 시간을 갖고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나에게 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교지에 가기 며칠 전부터 함께 시작한 큐티에 힘들어하던 남편도 이제는 익숙한 듯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은혜를 많이 받는다고 하니 정말 감사했습니다. 큐티 후에 수업을 맡은 사람들은 수업 준비와 회의에 참석하고 나머지 분들은 잠시 쉬다가 수업에 도우미로 참석하게 됩니다. 부엌살림을 맡은 두 분 사모님과 두 분 집사님들은 시시때때로 우리의 식사와 많은 아이들의 간식을 만드느라 분주하셨지요.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러 나갈 때마다 부족한 단백질 보충을 위해 닭과 돼지고기 등 멕시칸 바베큐로 식단을 풍성하게 해 주셨습니다.
아직 방학을 하지 않아 방과 후 오후 세시부터 시작하는 아이들과의 만남. 첫날 일층 대강당에 모두 모여 인사하고 나이별로 조를 나누고 자신의 이름표를 만들고 조장/선교팀 아이들의 인솔을 받아 정해준 방으로 가서 주어진 말씀으로 큐티를 했습니다. 7년여의 선교와 교육으로 아이들은 이미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 있었고 몇몇 개구쟁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적고 발표하는 모습이 참 보기에 좋았습니다. 이어지는 과목별 공부시간, 선교사님이 아이들의 미래는 교육에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예능 과목들과 중요과목에 많은 투자를 하고 계셨습니다. 저와 남편이 맡은 과목은 영어 회화, 학교에서 배워서 알아도 입이 안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며 자신감을 심어주고 입을 열게 하는 일이었지요. 단 며칠 내에 회화를 하게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제법 잘 따라주고 즐겁게 수업을 해서 고마웠습니다. 스페인 어를 할 줄 아는 통역이 반마다 들어왔지만 몇몇 아이들은 눈치껏 알아듣고 통역이 말하기 전에 벌써 대답을 하기도 하더군요. 칠판에 문장을 써 놓고 소품들을 이용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수학반 과학반 미술반 음악반 모두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고 저녁 회의시간에 보고했습니다.
마지막 날은 수업을 안 하고 아이들이 직접 만든 축구장에 모여서 체육대회를 열었습니다. 몇 년 전 우리 팀이 가져다준 축구공 열 개로 노력하고 연습을 거듭한 결과 지역 대표팀이 되어, 올 팔월에 어느 후원 단체의 도움으로 친선경기를 하러 한국에 초청받아 간다고 합니다. 이 축구장도 한국의 K- POP STAR에 출연한 어느 소녀가 상금 받은 것을 기증한 돈으로 산 땅이라고 하더군요. 어린아이들부터 고등학교 아이들까지 조별로 이인삼각 달리기, 공굴리기, 피구와 릴레이 달리기 등 여러 가지 게임을 하고 즐기는 동안 해는 저물어가고 간단하게 수제 핫도그와 수박으로 간식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 같은 선물이지만 이긴 팀부터 먼저 받게 하는 선물 나누기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모여서 전체 사진을 찍고 조별로 기념사진도 찍고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돌려보냈습니다. 각자 반에서 활동할 때는 중구난방 제벗대로였던 아이들도 다 같이 행동할 때는 오히려 차분해지고 말을 잘 듣는 걸 보며 그동안 수고하신 선교사님의 교육의 힘이 얼마나 크다는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분위기가 산만하고 흐트러질 때 앞에서 조장이나 선생님이 손을 들어 브이'자를 만들면 바로 조용해 지더군요.
이렇게 계획된 행사를 모두 마치고 음향기계와 플라스틱 테이블, 의자 등 모든 장비들을 센터로 옮겼습니다. 저녁 식사 후 매일 드리는 저녁 찬양 예배에서 우리는 이렇게 잠시 왔다 떠나지만, 주님께서 이곳에 항상 계셔서 이 아이들을 지켜 주시고 바른길로 인도하실 것을 한목소리로 기도했습니다. 두 분 선교사님의 이곳에 오시게 된 간증도 듣고 그동안 아이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도 보면서 오랜 시간 고생하시며 눈물과 정성으로 이룬 사역에 큰 박수를 보내 드렸습니다.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꿈을 키우며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선교사님들이 필요한 것은 우리의 기도와 또한 얼마간의 물질일 것입니다. 제가 특히 가슴이 아팠던 것은 "어디에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열 한살 아이가 "켄쿤에 가고 싶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차를 타면 한 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이 아이는 한 번도 못 가보고 그곳이 꿈에 그리는 곳이라니요. 우리가 잘먹고 잘살며 피아노를 배우고 컴퓨터를 배울때, 그곳의 아이들은 배고픔을 참는 법을 배우고 험한 세상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고 합니다. 우리가 받은 사랑의 일부분을 필요한 이웃에게 나누어줘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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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교로 더욱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