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슬럼프 8회]
바다:(N) 누나에게 있어 연애란 문제 풀 시간을 늦추는 행위였을 뿐이었고, 누나를 반하게 하는건 새로 들어온 신간서적들 뿐이었고, 누나가 두근거리는 건 계단을 올라가느라 숨찼을 때뿐이었을 거다.
그랬는데, 그랬던 누나가 내와 닮아간다.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실실 웃고 있고.. 누나에게도 좋은 곳을 보면 함께 가고 싶은 누군가가 생겼다. 지금 누나는 고민에 빠져 있는 듯하다. 아마도 그 누군가 때문이겠지.
누나에게 행복한 고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하늘: 좋아하는 마음을 확인했음 그게 사귀는 건지, 아님 꼭 말로 '사귀자' 해야 사귀는 건지, 어떻게 하는 건지 해서...
엄마: 아이,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나? 서로 좋아하고 데이트하고 손 잡으면 사귀는 거지.
하늘: 그래, 그 손 잡았으면 사귀는 거야?
엄마: 당연하지!
바다: 방금 그 얘기 옥탑형과의 러브 스토리 맞제?
삼촌: 냄새가 살살 난다 했더만은 손을 잡았디나?
하늘: 아... 아니거든? 진짜 내 친구 얘기거든?
바다: 그래, 너무나도 누나와 옥탑형 얘기같지만 일단 아니라 치고, 암튼 그 정도론 사귄다고 할 수 없어. 썸이란 말이 왜 있겠어?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너. 아무리 손을 잡았더라도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을 했다 해도 사귀자 땅땅 없음 무효지.
하늘:(문자) 여정우, 집에 있어? (문자)정우야,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어?
정우: 응, 할 수 있어.
하늘: 아, 깜짝이야! 왜 남의 핸드폰을 보고 그래?
정우: 본 게 아니라 보이는 걸 어떡해. 내 시력이 좋은걸. 얘기해봐.
하늘: 어?
정우: 잠깐 얘기하자며.
하늘: 아, 그게.. 저... 나 물 한 잔만 줄 수 있어?
정우: 그래, 들어와.
정우: 자, 여기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하늘: 고마워.
정우: 아니, 대체 뭐길래 이렇게 선뜻 말을 못 꺼내?
하늘: 아니, 그게... 그러니까...
하늘: 화장실, 어, 야, 나 화장실에 가 있을게.
정우: 어, 야, 야, 왜. 왜 숨어? 그냥 나랑 얘기하고 있었다고 하면 되지.
하늘: 안 돼. 그렇지 않아도 의심하고 있는데 이 모습까지 보이면 빼박. 아무튼 안돼. 나 화장실에 가 있을 테니까 얼른 보내.
정우: 어, 바다야, 웬일이야?
바다: 왜겠어요, 볼일이 있으니까 왔겠죠.
정우: 어, 야, 왜, 왜? 아, 우리 집엔 무슨 볼 일?
바다: 형, 우리 남자 대 남자로 얘기좀 해요.
정우: 어.
바다: 우리 누나랑 제발 사귀어 주세요.
정우: 이게 무슨...
바다: 저도 우리 누나랑 잘해 보라고 말하기 참 염치없고 미안한데요.
정우: 어?
바다: 근데 이제 와 솔직히 말하면 형이 우리 누나 너무 갖고 놀아서 살짝 짜증나거든요?
정우: 야, 내가 언제 니네 누나 갖고 놀았어?
바다: 그렇잖아요! 막 우리 누나 데리고 속초 가고 화본 찾아가고 그렇게 우리 누나 헷갈리게 만들더니 그래 놓고 친구일 뿐이라고 선 오지게 긋고.
정우: 야, 그게,.
바다: 뭐, 저도 얼핏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형이 지금 연애할 상황이 아니라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근데 이제 다 해결됐잖아요. 그래 놓고 왜 우리 누나 간보냐고요!
정우: 야, 내가 언제 니네 누나 간을 봤어?
바다: 형, 우리 누나랑 손 잡았잖아요!
정우: 아후.. 얘 봐라..
바다: 누나가 지 친구 얘기라면서 상담해 왔는데, 누나 친구 없거든요. 분명 지 얘기거든요.
형, 어젯밤에 우리 누나한테 좋아한다고 말하고 손도 막 잡았다면서요. 그래놓고 여태 사귀자 말자 말이 없으니 우리 누나가 얼마나 얘가 타겠냐고요. 누나 지금 사귀고 싶어 안달 나 가지고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니고 난리도 아니예요! 그러니까 우리 누나 불안하지 않게 이쯤에서 제발 사귀어 줘요.
(하늘: 망했다.)
정우: 아, 난 그런 줄 알았는데?
바다: 에?
정우: 난 하늘이랑 어제부터 사귀는 줄 알았다고!
바다: 왜 갑자기 물소리가..
정우: 어, 아니, 어... 야 몇 주 전부터 수도가 터지더라. 음. 나머지 얘기는 내가 하늘이랑 직접할 테니까, 어, 먼저 가.
바다: 그래도 이따가 딴말 할 수도 있으니까 제가 각서라도 받아 놓는게..
정우: 에이.. 그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면 쓰나. 절대 딴말 안 하지.
바다: 정말이죠?
정우: 그럼.
바다: 우리 누나 요즘 우울한 거만 빼면, 아니, 옷 못입는 것만 빼면은... 아니, 성질 지랄 같은 거 빼면은 그래도 사람은 착해요, 예? 잘 부탁해요.
정우: 그래, 가라, 건강하고.
바다: 우짜노. 미안해요.
정우: 아! 하늘아, 바다갔어. 야, 갑자기 물을 틀면 어떡..
야, 괜찮아? 야, 일단 나가자. 일로 와. 이게 다 뭐야.
아휴..그, 근데 내가 이게 지금 무슨 일인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진짜 수도가 터졌어?
하늘: 그런거야?
정우: 어?
하늘: 정말 너랑 나랑 사귀는...
정우: 그럼 .. 아니야? 야, 너 어제 막 손도 잡고 그랬으면서 그럼 그건 사귈 마음도 없이 나한테 그랬던거야? 야, 너 나 갖고 논 거야? 너야말로 나 간보는거야?
하늘: 아니? 난 간 같은 거 안봐.
정우: 나도 안봐. 난 너 좋고 이제 친구하기 싫어.
하늘: 나도 ..싫어. 야, 나 근데 막 사귀고 싶어 안달나고 막 그런 것 까지는 아니다.
정우: 내가 안달났지. 너랑 연애하고 싶어서.
정우: 괜찮아?
하늘: 응.
정우: 아! 잠시만. 지금 보면 안 돼.
하늘: 뭐야, 오다 주웠어?
정우: 아니, 너무 정성스럽게 사 온 건데? 너 주려고.
하늘: 뭐, 이런 예쁜 짓을 다 했대. 맨날 알콜솜 냄새만 맡았는데... 음.. 꽃향기 좋다.
정우: 저녁에 나랑 놀래? 데이트하자.
하늘: 그래, 그러자.
정우: 응.
하늘: 근데 이 옷 되게 크다.
정우: 그치?
하늘: 이거 봐 봐. 손이 안 보여.
정우: 우와, 우와, 어, 어, 우와, 와, 안 보여. 우와, 우와.
하늘: 뭐야, 갑자기.
정우: 아, 그럼 뭐, 예약이라도 걸어야 되냐?
하늘: 아니, 뭐 그런건 아닌데..
정우: 되게 좋다. 여자친구 되니까.
하늘: 나도.
하늘: 오래 기다렸어?
정우: 기다렸어도 안 기다렸어.
하늘: 그게 뭐야. 가자!
정우: 가자!
하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정우: 아이 뭐야, 도착하면 전화한다니까 왜 나와 있어?
하늘: 그냥. 이쯤이면 오겠다 싶어서 나왔지. 조금이라도 빨리 보려고.
정우: 잘했어. 가자 조금이라도 빨리 데이트하게.
정우: 너랑 놀기로 했잖아.
하늘: 그래도.
정우: 나 별로 의리없어. 아, 안 그래도 대영이 형한테 시간 뺏긴 것도 아까워 죽겠는데, 가자!
정우: 아이, 그래서 니가 말한 설레는 데이트는 뭐야?
하늘: 가 보면 알아. 되게 스윗할거야.
정우: 스윗해? 아, 대체 어떤 데이트길래. 아, 왜 이래?
하늘: 가 보면 알아.
정우: 나 벌써 설레.
정우: 근데 니가 말한 데이트가 이거 맞지?
하늘: 응. 왜?
정우: 응? 아니야, 아니야. 그냥 이게 데이트인지 학회인지 잠시 헷갈렸을 뿐인데. 신경쓰지 마. 근데 스윗하다는 말 뜻은 아는 거지?
하늘: 아, 아니, 난 남자 친구랑 같이 논문 읽고 토론하는 게 로망이었어 가지고 이게 되게 스윗한 데이트라고 생각했는데?
정우: 아! 그렇게 들으니까 또 스윗하긴 하다.
정우: 근데 혹시 그럼 다음 코스는..
하늘: 스터디 카페 예약해 뒀어.
하늘: 같이 즐길 수 있는 재미난 게임도 준비해 뒀어.
정우: 게임? 무슨 게임?
하늘: 이게 뭐게?
정우: 뭔데?
하늘: 정맥주사. 그럼, 이건 뭐게?
정우: 뭘까?
하늘: 동맥주사. 이렇게 스피드 퀴즈를 할건데,
정우: 잠깐 나와 봐. 일로 와봐. 일로 와.
하늘: 왜?
하늘: 아, 아, 눈부셔. 갑자기 영화관은 왜?
정우: 상황 정리되면 영화 보고 싶다며. 좋아하는 사람 옆에 앉아서 팝콘 좀 먹어 보자고.
하늘: 그걸 다 기억해?
정우: 아니, 솔직히 내가 뭐 영화보고 카페가고 그런 평범한 데이트는 지양하려고 했거든? 근데 너는 좀 평범해도 될 것 같아. 아니, 사귄 첫날 논문읽고 토론하는 거는 좀 그렇지 않나?
하늘: 알았어. 그럼 그건 1주년때 하자.
정우: 알았어. 아, 근데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언제야?
하늘: 음.. 글쎄,12살 때 초등학교에서 단체 관람한 그, 뭐지? '갈갈이와 흡혈 귀신'인가?
정우: 따라와.
정우: 야, 이거 잘 나왔다. 이거 내가 가진다?
하늘: 나도 그게 제일 좋던데. 그럼 난 이거.
뭘 그렇게 봐? 양보해줘서 감동받았어?
정우: 아니. 난 막 양보해주고 이해해주고 그런 여자 친구 별로 안 좋아해. 야, 너 아까도 대영이 형이 몇마디 말거니까 바로 자리 비켜주더라.
하늘: 아니, 난 너가 늘 혼자였던게 마음 쓰였는데 누구라도 오니까 좋더라고. 얘기 들어 보니 너에 대한 마음도 진심인것 같고. 얘기할 시간을 주고 싶어서.
정우: 그래서 경민이 형도 만나러 가라고 한 거야?
하늘: 그건 너가 거절하기 곤란해하는 거 같아서...
정우: 나는 니가 이제 참고 양보하는 거 그런 거 이제 안했으면 좋겠어. 뭐든 이해하려고 하는 거 보면 마음 좀 그래.
하늘: 뭐가..
정우: 맨날 참고 이해하고 양보하고 그러다가 결국에 그렇게 지친 게 아닐까.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하늘: 어?
정우: 너가 많이 지쳤다는 걸 인지한 그 어떤 순간이 있었을거 아니야. 정신과에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 병원을 그만두게 된 진짜 이유.
뭐, 그런 것들. 병원 생활이 많이 힘들었던 거야? 아니면 무슨 일 있었어?
하늘: ..아무 일 없었어. 병원에서 아무일 없었다구. 그냥 지친거지. 별일 없어.
정우: 그랬다면 다행이고.
정우:(N) 왜 울었을까? 왜 저런 얼굴로 걷고 있는 걸까? 왜 그렇게 무너지는 얼굴을 한 채 걷고 있는지.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
정우: 미안해, 형. 형 이렇게 마음 써 주는거 정말 고마운데 지금은 안 될거 같아.
대영: 왜?
정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 좀 상황이 힘들어. 그래서.. 내가 옆에 있어 줘야 될 거 같아.
대영: 니가 일도 못 할 정도야?
정우: 뭐, 꼭 그렇다기보단 나 혼자 제자리를 찾는게 상실감이 더 클 거 같기도 하고. 뭐, 아무튼 애써 제안해 줬는데 이 정도는 설명을 해 줘야 되지 않을까. 고민 끝에 얘기한 거니까 그냥 흘려들어. 나 가볼게. 미안해, 형.
정우: 하늘아, 너 전화도 안 받고 우산도 없이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늘: 너 왜 나 쪽팔리게 만들어?
정우: 어?
하늘: 왜 너까지 날 더 비참하게...
정우: 하늘아...
하늘: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난 지금 연애같은 거 할 상황이 못 되는 거 같아.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안괜찮아. 기분이 계속 달라져. 내가 지금 쉬고 있는 건지 무너지는 건지 잘 모르겠어.
정우: 하늘아..
하늘: 내가 잠시 잊고 있었는데 난 나 하나로도 감당이 안 되는 사람이야. 미안해.
정우: 그냥 내 옆에서 힘들면 안돼?
그 힘든 일이 뭐가 됐건 같이 힘들자.
하늘: 싫어. 나 때문에 왜 너까지.. 그게 제일 싫어.
하늘: 괜찮아.
정우: 연애 안 해도 되고 나 안 좋아해도 되니까 이건 가져가.
엔딩곡: 'HYNN(박혜원)'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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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차는 다채로운 배우님의 연기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았어요!귀여움부터 멋짐을 지나 짠함으로 끝났던...다시금 배우님의 연기력을 높이 평가하게 된 회차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