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에 누군가가 올린 해부학자료를 가지고 하시는 말씀같군요.
그건 두경부해부학 책의 한 도면입니다.
skull(두개골)의 하부를 아래방향에서 올려다 본 그림인데...
좀 복잡하긴 하죠. ^^;
해부학 시험 A+ 맞을라믄 그 정도 도면 몇개는 외워야 합니다.
저도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매일 동아리방 잡기장에 저런 그림 외워그리곤 했었지요.
제가 소시적엔 한 기억 하는 편이어서... ㅋㅋ..
저런 암기과목엔 무지 강했습니다.
해부학, 생화학 등 외울 거 많은 과목은 잘했지요. ^^;
해부학은 한번 시험 볼라치면...
저런 도면으로 가득한 교과서를 수십 때론 수백 페이지 외워야 했고...
생화학은 시험범위가 영어 원서로 한 600페이지 되었던 거 같습니다.
해부학이랑 생화학이랑 같은 날 시험치면 돌아버리는 거지요. ^^;
근데 그거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양이 좀 많아서 헷갈리기는 하는데...
자꾸 하다보면 일종의 공식같은 게 생겨버리기 때문에...
할 만 합니다.
해부학 용어는 거의 다 라틴어원인데...
라틴어가 논리적 구조로 이루어진 언어라...
그 의미를 생각하면 요령이 생깁니다.
일반 사람들은 그걸 영어로 받아들이려고 하기 때문에...
상당히 생소한 단어고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하지만...
그냥 용어에 불과한 겁니다.
의사라고 그거 다 외우고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구요...
실제 임상의사들은 거의 다 잊고 삽니다.
게다가 저런 단순암기 자료를 늘 머리속에 넣고 살면, 세상 못삽니다.
잊을 건 잊어야죠.
필요하면 그 책 다시 찾아보면 그만인 걸요...
ㅎㅎㅎ...
암튼 의학공부, 특히 치과의학 공부에서는...
무식하게 많은 양을 한꺼번에 빨리 외우고...(초단기메모리)
손재주 좋은 사람이 장땡입니다.
전 다행히도 그 분야에 모두 소질이 있었기에 성적이 좋은 편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엄청 고생합니다.
사람마다 소질있는 분야가 다 다르니까요...
글구, 서울대학교...
뭐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기는 하지만...
어떤 곳이든 기본적으로 경쟁은 존재하고...
남보다 앞서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요.
입학 후 관악캠퍼스의 밤을 항상 기억합니다.
언젠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마감시간이 되서 나오는데...
안개가 자욱히 꼈드라구요...
그 때 자연대나 공대 연구실에 환하게 켜져있는 불빛들을 보며...
저런 노력들이 조국의 미래구나 하고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공부를 더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계절학기 수업 도강도 했었지요.
당시 치의예과는 자연대학 소속이라서...
정해진 수업 말고는 들을 수가 없었거든요.
신청을 하고 싶어도 제한이 걸려서리...
그냥 도강을 하기로 했었습니다.
당시 들었던 수업이 미생물학과 교수님이 진행하는 유전학이었는데...
도강이라 당연히 학점은 안나왔지만...
지금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다음 학기에는 세포생물학 수업을 도강했는데...
그 수업은 신청학생이 4명밖에 안되어서...
제가 도강생이라는 게 들통날 수 밖에 없었지요.
당시 그 수업을 진행하던 교수님이 이제 막 미국 유학하고 돌아온 젊은 여교수님이셨는데...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셨지만...
제가 이 수업을 듣고 싶은데 신청이 안되서 그런다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그럼 그러라고 하시더군요.
날씨 좋으면 교수님하고 5명이 잔디밭에 가서 책펴놓고 강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도 원하면 치루게 해주겠다고 하셨는데, 그렇게까지는 못했습니다.
치대...
연건캠퍼스는 서울대병원에 붙어 있는 곳입니다.
치대, 의대는 학과의 특성상 임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병원과 같이 있습니다.
여기는 문화가 참 독특한데...
흔히 생각하는 대학생활과는 많이 다른 곳입니다.
지금은 제도가 달라졌지만...
당시엔 철저한 선후배관계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써클(동아리) 중심의 문화가 지배하던 곳이었지요.
사실 치과대학은 거의 고등학교 같습니다.
아침부터 우후까지 수업이 거의 꽉 차 있고...
선택과목 수강 같은 건 없어요.
거의 모든 과목이 전공필수로 지정되어 시간표가 나와요. ^^;
수강신청은 과대표가 가서 시간표 받아오면 그대로 복사해서 이름만 써서 내요.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같은 교실 같은 책상에서 수업들어요.
정말 살인적인 수업진행에 수업할 시간이 모자랄 정도죠.
1학년 때 일주일 수업시간수가 44시간이었어요.
법적으로 가능한 시간에 모두 수업이 있는 거죠.
평일 하루 8시간에 토요일오전 4시간 꽉 채우면 44시간이 나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어이가 없지만...
진도 나가야 한다고 정규수업시간 이외에 따로 시간 내서 시험을 쳤어요.
정규수업시간은 9시-1시까지 4시간, 2시-6시까지 4시간의 8시간인데...
아침 7시에 시험보거나...
정규시간 이후인 6시 시험도 다반사였고...
심지어는 일요일날 시험보는 경우도 있었죠.
방학이라는 게 따로 정해지는 게 아니니까...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시험치고...
다음 해가 되어서 마지막 시험이 끝나기도 해요.
재료학 같은 수업은 오전 4시간이었는데...
시간 없다고 앞뒤로 30분씩 땡겨서, 8시30분 부터 1시30분까지 수업했죠.
약리학 같은 경우는 하루 두시간짜리 강의였지만...
오전 오후 하루종일 수업도 했어요.
미칠 지경이었죠. ^^;
하루에 chapter 두개가 나가는 거에요.
중간에 한두시간 공강이 생기면 좋잖아요...
근데 꼭 그 시간에 수업하겠다고 하시니...
교수님이 수업해주시겠다는 데, 학생이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거고...
요즘도 그렇게 하시는 지 모르겠네요.
학년이 올라가면 병원실습을 도니까, 시간표상으로는 편해지는데...
그 때부터 환자진료하는 부담이 생기는 거에요.
그게 성적이 되는데...
제가 학생시절에는 본인이 알아서 임상 각 과목마다 필요한 환자 수를 채우는 방식었습니다.
요즘은 치대의 인기가 높아져서 커트라인이 무척 높아졌지만...
제가 입학할 당시는 지금처럼 최고점수는 아니었습니다.
당시엔 물리학과나 전자공학과 같은 데가 가장 높았었어요.
그래서 전국의 수재들이 거기 모였죠.
그런 사람들이 이제 40대가 되니...
아마도 우리나라 학문과 과학기술 수준이 바약적으로 발전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친한 친구 중에도 '네이쳐'지에 3번이나 논문이 게재된 학자가 있지요.
최근 후배들 보니까 대단하던데요.
수능시험 만점자거나 아니면 많이 틀려봐야 두세개 틀린 애들이라던데...
그런 친구들이 치대와서 좋은 머리 사장되는게 국가적으로 낭비지요.
사실 그런 면에서 요즘은 슬슬 걱정이 되요.
진짜 똑똑한 수재들이 과학분야로 나가야되는데...
죄다 의치대로 몰리니...
앞으로 20-30년 후가 걱정입니다.
의치대로 가도 기초 생물학분야를 해야 하는데...
이제는 치의학전문대학원이 되는 바람에...
그런 학문적인 업적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있지요.
사실 의학분야는 사고의 건전성이나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필요한 분야지요.
첫댓글정말 공부 많이하셨내요 괜히 서울대라는말이나오는게아니내요...다른대학쌤들도 대단하지만... 사실 의학분야는 사고의 건전성이나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필요한 분야지요 라고그러셨는대...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돈 많이버니깐 진학하는거같아요..... 그리고 의사라는직업이 많이인정받으니깐...
우리만 그런 건 아니구요... ^^ 대부분의 치과대학들은 아마 다 그럴 거에요. 그리고 치대도 다른 데랑 마찬가지로 본인이 놀기로 맘 먹으면 얼마든 지 놀아요... 대신 성적이 안좋을테니 본교 병원에 남기는 어려워지죠. 어느 학교나 자기 대학병원에 남는 게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에요. ^^;
첫댓글 정말 공부 많이하셨내요 괜히 서울대라는말이나오는게아니내요...다른대학쌤들도 대단하지만... 사실 의학분야는 사고의 건전성이나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필요한 분야지요 라고그러셨는대...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돈 많이버니깐 진학하는거같아요..... 그리고 의사라는직업이 많이인정받으니깐...
우리만 그런 건 아니구요... ^^ 대부분의 치과대학들은 아마 다 그럴 거에요. 그리고 치대도 다른 데랑 마찬가지로 본인이 놀기로 맘 먹으면 얼마든 지 놀아요... 대신 성적이 안좋을테니 본교 병원에 남기는 어려워지죠. 어느 학교나 자기 대학병원에 남는 게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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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관악캠퍼스 다닐 때도 매주 금요일은 데모하는 날이었답니다. 항상 교문앞에 전경차 십여대가 진을 치고 있었죠. 교문 출입할 때 학생증 검사도 하고... ㅎㅎ..
원장샘같으신 좋은 분들도 있지만, 공부 많이 한 것하고 인격하고 비례가안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아쉽습니다...
애고... 제가 뭘요... 저도 마찬가지 인간인 걸요... 다만 학생 때하고 지금하고 생활하는 게 많이 다른 친구들이 있긴 있습니다. 당시엔 민주화운동 운운하고 민중의 삶을 이야기하던 학우들이 돈벌이에 더 열심인 걸 보면 씁쓸하기도 해요.
우와... 대단하십니다...^^ 저도 대학생으로서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선배님들 말마따나... 공부는 정말 할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지금은 때려죽인다고 해도 그렇게는 못할 거 같습니다. ㅎㅎㅎ...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살면 되지요 뭐... ^^;
원장아찌님 글을 보니 대학시절 띵까띵까 보냈던 시간들이 또 부끄러워집니다. ^^;
저도 띵까띵까 많이 했어요. 수업시간에 도망쳐 나가서 테니스장에서 운동도 했고... 졸리면 뒤에 가서 자기도 하고... 실습하다 몰래 빠져나와서 매점 가서 김밥도 사먹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