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서태지가 나오길래
나의 어린시절 한획을 그었던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싶었어
바로 서태지.
이 이야기는 서태지가 아직 등장하기 전 80년대 후반의 이야기야.
사회의 주류계층인 40 50대 즉 기성세대는 일본 앵까의 영향을 받은 트로트를 좋아라하고,
조금 신나는 음악을 듣고싶으면, 일본 댄스 음악같은 소방차의 댄스 음악을 좋아했지.
일본은 너무 강력하고 거대한 나라였고,
우리는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모든 면에서 일본에게 종속되어있었어.
그래서 각 분야에서 일본을 배척하는, 혹은 추종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포인트였거든.
일본스럽거나, 전혀 일본스럽지 않거나.
대중문화의 경우 일본 문화를 개방하면 한국 문화가
일본에게 뿌리까지 먹힐 것이라며, 완전 닫아버렸었지.
뭐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대중문화가 대단하긴 했으니까.
아무튼 한국의 기성사회의 대중 가요는 그러했어.
아직은 젊은 대학생들의 경우는 포크송이나 발라드를 좋아라했지.
그 포크송은 노동 운동권과 결합이 되고,
노동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영미권에서 영향을 받아 시를 읊조리는 느낌으로 발라드를 만들어 부르곤 했지.
하지만 이는 기성세대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선이야.
락의 경우 기성세대들이 받아들일 수 없었어.
그것은 단지 소음일 뿐이었거든.
그래서 락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저항이었어.
기성세대가 소음으로 단정지은 음악을 하는거니까.
그리고 90년대가 시작되고 냉전이 종식이 되면서 한국도 해외로 나가기 시작해.
그전까지는 쇄국령으로 해외에 나갈 수 없었는데,
미국 유학 붐이 일어나지.
미국과의 교류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한국에 미국음악들이 넘어오기 시작하고
말로만 듣던 마이클잭슨 건즈앤로지스 마돈나의 음악들이 한국사회에 상당히 풀리게 되었어.
냉전 이후의 10대는 확실히 팝 음악을 알고 좋아했었는데,
그럼에도 그들은 내한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좋아할 수도 없었어.
그럴때 등장한 사람이 서태지야.
중학교때 한국 최고의 락밴드 시나위에서 베이스를 치던 서태지는
처음으로 이태원 클럽을 갔다가, 미국음악의 세계에 빠져서
락밴드를 관두고 양현석에게 춤을 알려달라고 찾아가.
양현석은 서태지에게 1년치 교습료를 받고 군대를 가버리지.
서태지는 그렇게 미국음악에 빠져서 시간을 보내다가,
양현석 제대 후 서태지와 아이들을 만들어서 데뷔를 하게 되는데
그것이 우리나라에 대중음악이 혁명적으로 변한 사건이지.
종교계는 악마의 음악이라고 그거 들으면 안된다고 난리었고,
뉴스에서는 연일 한국음악 이대로는 괜찮은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고,
기성 가수들과 작곡가들은 노래같지도 않은 노래가 나왔다고 욕을 했지.
길에서도 마찬가지야.
당시 엄마들의 기도제목이
우리 아들딸들이 서태지 음악안듣게 해주세요 였을 정도니까.
기성세대가 그러거나 말거나,
10대와 20대는 서태지한테 완전 넘어가버렸어.
전혀 보도 듣도 못한, 하지만 우리가 존나 질려하던 트로트가 아닌
그런 음악이 처음으로 등장했었거든.
열광의 92년도였지.
활동을 조금한 후 서태지는 휴식기를 가져.
그게 우리나라 가수들 최초의 휴식기야.
보통 활동을 접어도 방송국 pd가 나오라면 나오고
그래서 음악 방송에서 노래하라면 노래했거든.
근데 서태지가 방송국의 부름을 최초로 거부했어.
방송국은 존나 빡쳤어.
뉴스 기자들은 서태지 집앞에 갔고,
스타가 되더니 안하무인이라며,
“갑자기 커진 스타가 방송국을 무시한다 이대로 괜찮은가”
이런 뉴스보도가 연일 나왔지.
그것과 상관없이 서태지는 방송을 전면적으로 나가지 않았고,
대중들도 지가 쉰다면 쉬는데 왜 방송국이 지랄하냐며,
서태지의 편을 들어줬어.
방송국이 일개 연예인에게 쳐발린 최초의 일이야.
그리고는 하여가를 들고 돌아오는데,
이때부터 한국 사회에서 기성세대가 좋아하던 트로트는 영영
음악 프로에 나오지 못하게 되어버려
음악을 듣는 파이 전체가 10대에게 편중되기 시작하고
10대를 잡아야 대중음악을 잡는다.
10대를 잡아야 돈이되지
10대를 잡아야 진짜 스타지.
이런 이야기가 하여가때 처음으로 만들어져.
대중음악의 축이 40대에서 20대로 또 20대에서 10대로
완전 넘어와버린 일이니까.
팬덤이 처음으로 생겼어. 지금의 아이돌 팬덤 말이야
과거에 나훈아나 남진 팬덤이 어마어마 했다고는 하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인건 이때가 처음이었지.
서태지가 이동하는 모든곳에 사생 택시가 따라다니고,
거기에 소녀들이 카메라 들고 오빠오빠 외치는 일이
연일 9시 뉴스에 나왔고, 한국사회는 충격에 도가니에 빠져.
기성세대는 서태지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그들이 받아들이건 말건 이미 모두 서태지의 영향력 아래 있었거든.
서태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포지션을 잡아야했지.
그때부터 서태지는 문화 대통령으로 불리게 된거야.
하여가가 끝나고 한국 가요계에 서태지의 영향이 퍼지기 시작하는데
듀스라는 힙합 그룹이 나오고,
곧이어, 룰라라는 댄스그룹도 나오지.
Ref라는 R&B가수도 나와
그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HOT라는 아이돌이 나오고.
(시간차가 있긴함 ㅇㅇ)
서태지가 독점하던 새로운 대중문화의 시장이
분야별로 하나하나 나뉘기 시작해.
서태지는 선구자의 입장으로 추앙 받게 되었고,
절대적인 인기를 쥐고 있었어.
그리고 서태지는 이제 락에 집중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사회를 비판하기 시작해.
본디 서태지는 락을 하던 락커였으니 말이야.
교실이데아는 지금 들어도 그 가사의 비판성은 굉장해
90년대 중반 사회는 부유해지면서,
이제 모든 학생들은 대학을 가게 되는 시대가 와.
과거에는 10~20퍼센트만 대학을 갔다면,
이제는 70퍼센트 이상이 대학에 들어가는 시대가 오기 시작해.
기성세대의 대부분은 경험한적 없지만,
대학을 보내야 사람답게 산다는 경험을 했기에
아이들에게 대입 교육에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입시 강요문화가 생겼고,
그 부작용으로 자살하는 학생들이 연일 보도 되고 있었어.
그때 서태지는 교실이데아를 부르는데,
교실 이데아가 불린 후 10대들은 정말 강력하게 기성세대를 비판했고,
이는 기성세대들도 공감을 얻게 되었지.
이들의 부모는 입시지옥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내새끼는 공부를 하다가 자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랬거든.
국가는 교육정책을 다시 설정해야했고
그 반응으로 뉴스에도 매일 나왔었어.
그때 바뀐정책이 미국식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는 것인데,
바뀐거야 겉보기 뿐이지만, 그래도 정부가 처음으로 입시 문제를
인지하고 인정한 역사적인 일들이지.
이쯤되면 가수가 아니라 혁명가라고 할 수 있지.
4집인 컴백홈을 냈을때는
가출한 청소년들이 집으로 많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을지도 몰라.
우리나라는 그동안 산업발전에 신경만 쓰느라, 자식들은 싸질러두면
당연히 지가 알아서 크는거지 라는 사고 방식으로 살았고,
가출한 청소년들을 기성세대는 얼른 취업해서 부모 집을 덜어주지 않는 철부지로 취급했는데,
컴백홈으로 가출했다가 돌아온 이야기가 연일 뉴스에 나오고 그들을 인터뷰하는 다큐도 제작되었어.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청소년기를 더이상 과거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어린시절 처럼
방목으로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연일 뉴스에서 때렸지.
청소년에게 사랑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러면서 말이야.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재정립하게 되는 기점이야.
그렇게 수많은 변화를 가져오다가
급작스러운 은퇴를 했고,
사라진거야.
서태지의 음악이 레전드가 될 수 있었던건
한곡 한곡에
저런 사회의 흐름을 뒤엎은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아무튼 그 시절 사람들이 그의 팬이었건 팬이 아니었건
서태지를 레전드로 평가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야.
그 자체로 사회의 대변혁을 맞이하는 현상이야.
한줄요약: 서태지는 혁명이었다
첫댓글 ㅇㅈ.. 표절시비도 분명 있지만 저 사람 자체가 가요계, 패션계뿐만 아니고 사회 전반적 문화 형성 및 변화 + 사회문제도 꼬집는 좋은 영향력이었다고 생각함
나도 얼마전에 서태지 노래에 갑자기 꽂혔는데, 배경 모르고 들어도 너무 세련됐음. 배경 알면 정말 혁명가 그 자체였던 것~~~
시대를 잘 탔다 이렇게 생각해 요즘 곡 안내는것도 표절로 곡만들었는데 요즘은 다 아니까 표절못해서 곡 못낸다는 말도 있고 서태지 표절 이라고 유튜브 치면 다 나와서
나 구 서태지팬인데(인증가능) 나도 이렇게 생각함 ㅋㅋㅋ 그냥 시대를 너무 잘읽어버린 개똑똑한 베이시스트라고
훌륭한 연주자, 시대 흐름 잘 읽는 기민함은 대단한데 표절곡은 진짜 너무 표절이라서 훌륭한 아티스트라고는 말 못하겠어. 그런데다 사생활은 경악스러울 정도였으니..
2222 옛날이라 가능했지 센스있는 수입상이지뭐...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한다고 기자회견했을 때 9시 뉴스나오고 자살한 사람도 있었고 정말난리였지... 그리고 활동하고나서 공백기같은거 없고 pd가 부르면 나와야하는 절대갑 시절에도 쌩까서 미움도 많이받아서 트집잡으려고 교실이데아 거꾸로 틀고 악마가 어쩌고 난리나고 진짜 서태지가 뭐만하면 9시 뉴스 나온거 진짜 리얼 본새
4집 진짜 좋아
4집 띵반
우리나라 대중음악사 교양으로 들으면서 ... 진짜 서태지는 대단하긴했음 시대도 잘탔고
사생활은 진짜...... 친한언니가 서태지팬이여서
이야기하는데 자기도 기함했다할정도..
근데 음악사에 큰영향을 준 사람은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