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문화원
맹문재
나는 이곳에서 배움의 기운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을 때마다
봄 같은 기적의 질서를 확인한다
그 질서에 또 다른 약속을 얹고
자박자박 찾아가는 길
출입문이 고서점의 주인처럼 반겨주고
계단이 귤빛으로 빛난다
당첨을 걱정하지 않는 책을 읽는 소리들이
먼 길까지 들려오고
날개를 달기 위해 모여든 나무들이
연둣빛 강의실에서
언덕 너머를 바라본다
광장에 들 듯 문을 열면
단단한 열정으로 배수진을 친 새순들이
햇살을 켜 들고
나의 길을 밝혀준다
맹문재
1991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으로 『먼 길을 움직인다』『물고기에게 배우다』『책이 무거운 이유』『사과를 내밀다』『기룬 어린 양들』 있음. 전태일문학상, 고산문학상, 김만중문학상 수상. 현재 안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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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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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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