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이면 좋겠다
김완기
그 아이
내 짝이면 좋겠다.
초록 크레파스 건네 주며
싱그런 미루나무 우듬지 끝자락
도화지에 담아 보자던 아이
달리기 꼴지, 속상한 날
하얀 송곳니 생글생글
엄지손가락 펴 보이는 아이
봉선화, 접시꽃, 맨드라미
잔풀 송송 교실 꽃밭에
풀뽑기 혼자 해놓고도
모르는 체 땀 닦는 아이
그 아이
내 짝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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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꿈/ 김완기 요
내 마음의 작은꿈 하나
새들이 팔 아플 때 쉬어 가라고
구름이 심심할 때 쉬어 가라고
파란하늘 바람 고운 맑은 하늘에
금빛 햇살 금빛 무늬 예쁘게 엮어
하얀집 짓는 내 마음의 꽃
내 마음의 작은 꿈 하나
물고기 헤엄칠 때 놀다 가라고
돌고래 숨가쁠때 놀다 가라고
푸른하늘 물결고운 넓은 바다에
맑은 물결 맑은 무늬 예쁘게 엮어
파란 집 짓는 내 마음의 꽃
고려청자 푸른빛
김완기
개성으로 가던 청자 실은 배
풍랑에 바다 깊이 가라앉았습니다
청자접시 예쁜 앵무새 한 쌍이
날마다 건져달라고 쫑알댑니다
어느 날, 갯벌동무 주꾸미가
“앵무새 부탁 한 번 들어줄까?”
그러다 이웃 어부에게 알려 뭍에 나왔습니다
흙가마 이후 맘껏 안아보는 푸른하늘
햇살이 깨진 꽃무늬에 청자빛 윤을 냅니다
햇살이 고려 청자 고운 푸른빛 꺼내줍니다.
<<동그란 나이테 하나>>
모자 쓴 도라지꽃
김완기
청군
백군
모자 쓴 도라지꽃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밭두렁 가득한
응원소리
줄다리기 한다.
김완기 동시집 <동그란 나이테 하나>에서
별님이 내린 상
김완기
밤마다 친해진 별님이
벼이삭 논두렁을 찾아갑니다.
"쭉정이, 너네들.
시원한 곳 찾더니 초가을 느낌이 어때?"
딱 함마디 물어보고는
반짝, 들판으로 눈길 돌립니다.
"알알이, 예쁜 친구들아.
뙤약볕 참더니 노릇노릇 알곡꿈 이뤘네."
잘 자랐다고, 잘 견뎌냈다고
주우욱 -
별똥별 긴 금빛메달 상을 내립니다.
세탁소
김완기
곱슬머리 세탁소 아저씨
"세에탁- 세에탁-"
아침미다 동네 한 바퀴
아버지 때묻은 양복
어머니 구겨진 저고리
세탁소 자전거에 실려간다.
때묻고, 구겨진 것
깨끗이, 반듯하게 돌아오듯
욕심 때, 가뭇가뭇한 나
게으름 때, 거뭇거뭇한 나
"세에탁- 세에탁-"
어디, 마음세탁소 하나 없을까?
살짝
김완기
마당가 씀바귀에
파란 손 활짝 펴라고
아침에 살짝
밭도랑 장다리꽃에
까만씨 옹골차게 맺히라고
한낮에 살짝
산모퉁이 패랭이꽃에
분홍옷 예쁘게 갈아입으라고
저녁에 살짝
고운 색깔 물들이고 싶어
바쁜 걸음
꽃비가 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