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통치 장수약.
몇년 전 스포츠댄스에 다닌 적이 있었다. 아픈 가슴을 다듬으려고 누군가의 주선으로 스포츠댄스학원에 등록했었다. 헌데 그곳은 정식으로 스포츠댄스를 가르치는 곳이라기보다 주로 지루박이나 부르스, 탱고 등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필자도 나이도 있고 하니 부끄러울 것이 없고 또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아픈 가슴을 다독거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언가 절실한 상황이었기에 등록을 했고 리듬짝(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헌데 무대 한구석에서 벽에 손을 대고 혼자서 끙끙거리는 노인을 발견했다. 등이 굽어서 반꼽추 상태의 노인이었는데 허리가 몹시 좋지 않아서 다리상태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소위 말해 기초인 리듬짝을 뛰고 있었는데 몸이 굳어서인지 매우 힘들어보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리듬짝의 기초를 통과한 필자와는 다르게 그 노인은 음악에 아직 박자도 맞추지 못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애써 발짝을 뛰기는 했는데 음악의 리듬을 전혀 맞추지 못했다. 체력도 좋지 않아서 그냥 서서 리듬을 뛰지 못하고 양손을 벽에 댄 채 한발짝, 한발짝 그렇게 뛰고 있었다.
춤선생은 노인이 제대로 뛰지 못한다고 꾸지람을 주기도 했고 때로는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노인은 그런 수모를 감수해가며 리듬짝 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가는 필자와는 다르게 노인의 스텝은 더 꼬이기만 할뿐 크게 발전이 없었다. 그렇게 한달 여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노인은 겨우 리듬을 타며 발짝을 뗄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노인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칠십 대 후반의 나이로 춤에 도전한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었다. 그 후로 필자는 춤에 큰 열정이 없어서 학원을 그만두어야했다. 단체모임의 식사 도중 이상한 할머니?가 구찌가방을 식탁에 올려놓고 노골적으로 필자를 유혹하기에 무서워서 학원을 다니기가 힘들었다. 춤선생은 싱글거리며 웃었지만 필자는 몹시 불쾌했었다.
그리고 몇년의 시간이 흘렀다. 필자는 그때 당시에 배웠던 기초로 혼자서 리듬짝을 연습했고 어느 정도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마침 모도시에 모임이 있어서 저녁식사를 하고 2차로 클럽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필자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그것은 리듬짝도 제대로 뛰지 못했던 노인과의 만남이었다.
노인은 몰라볼 정도로 변해 있었다. 굽어서 반꼽추 같았던 등이 펴져 있었으며 옷차림새도 심플해졌고 무엇보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몇년 전보다 더 젊게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가 칠십 대 후반이었으니 팔십을 넘겼을 것이다. 하얀 백발은 염색도 하지 않았는데 단정하게 깎은 상태였고 단정한 옷매무새에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훨씬 젊은 중년의 여인을 유혹하고 있었다.
노인의 손길을 거절하는 여인들은 없었고 노인과 함께 흥겹게 춤을 추었다. 스텝은 부드럽고 정확했으며 약간의 기교까지 부리며 현란하지는 않지만 품격이 느껴지는 몸동작이었다. 필자와는 비교자체가 되지 않는 수준 높은 움직임이었다. 아름다웠다. 이 노인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으며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춤방에서 간신히 리듬짝을 밟으며 끙끙거리던 노인이 이제는 품격있는 신사가 되어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이룬 성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맘 때의 노인들은 등이 굽고 안짱다리가 되어 구부정하게 걷는다. 헌데 이 노인은 젊은이 못지 않은 걸음걸이와 가슴이 펴진 상태로 멋진 춤을 추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거꾸로 흐른 듯한 느낌이었다.
필자는 움직임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몸을 움직이며 리듬짝을 밟기 시작하니 틀어진 골반이 잡히면서 척추가 바로 세워졌으며 굽은 등이 펴졌을 것이다. 처음이 힘들어서 그렇지 포기만하지 않는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젊은이는 대부분 빠르면 한달 안에 모두 적응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적응시간은 더 필요하다. 우리몸은 순환이 잘 이루어지면 필요한 양분을 적시적소에 공급한다. 또 필요한 열량이 입맛을 당기게 된다. 그동안 생각도 없었고 좋아하지도 않았던 음식들도 당기기 시작한다. 움직임에 대한 열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대사는 움직임으로 통한다. 예전에는 지나친 노동으로 육체를 학대했기에 꼬부랑이 되었지만 요즘은 너무 움직이지 않아서 등굽이 꼽추가 되어가고 있다.
땀샘은 머리에서 먼저 작동한다. 몸속의 열 특히 두뇌의 열을 먼저 식혀야 인간은 온전한 삶을 유지해갈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몸전체의 땀구멍이 열린다. 움직임이 적으면 두한증이 생긴다. 식은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너무 움직임이 지나치거나 너무 적은 사람들이다. 적당한 움직임은 최고의 보약이 된다.
노인에게 춤은 운동이자 인생 말년을 오히려 젊게 만들어준 일생 최고의 보약이 되었던 것이다. 노인은 남성의 기능도 살아났다고 했다. 무릎도 좋아졌다고 했다. 몸을 움직이니 양분이 필요했고 진행되던 퇴행도 멈추게 되었다. 우리몸은 필요한 곳에 적시적소에 양분을 실어나른다. 그곳의 양분도 필요했으니 그곳은 곧 관절이었다.
입맛이 당기는 음식마다 필요한 양분이었고 보약이었던 것이다. 몸을 움직이지 아니하고 약에 의지하며 앓는 소리를 하는 것보다 움직임을 택한 노인의 노력과 결단력이 곧 존중의 마음을 일게 했다. 칠십 후반에 옆지기를 잃고 의지할 곳이 없게 되자 스스로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인생 2막이 열렸던 것이다. 삶은 노력할수록 아름다워 지는 것이다.
약초연구소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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