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빼 / 송장출16
며칠 전 동문 자녀 결혼식 행사 참석 건으로
모 선배님과 통화한 직후 피곤해 낮에 잠들었다.
비록 꿈이긴 했지만 꿈속에서 TV를 보게 되었는데
거북이 배에 올라탄 토끼가 레슬링을 빨리 끝내자,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불만이 많은 거북이 왈
토끼에게 "야 빼" "할줄도 모르면서 꺼떡대기는 . . . . . ."
그 화면을 보면서 필자는 침대 구석에 머리가 박힌 채
지인과 막가파 식으로 몸싸움을 하다가 잠이 깼다.
비스듬히 각을 눕힌 햇살이 거실 깊숙이 들어온다.
나른하지만 마음이 여유롭다. 아침의 생기발랄한 빛과,
팽팽한 힘이 느껴지는 한낮의 빛과는 또 다른, 오후의 햇살은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아 마냥 편안하다.
밤낮을 반대로 사는 요즘, 내가 걷고 있는
내 인생의 언저리가 하루로 치면 오후쯤 되려나 . . . .
아침 이슬 반짝이던 시절, 꿈은 눈부시고 아름다웠다.
젊음의 열정만으로 앞만 보고 달리던 시절이었다.
하고 싶은 일들이 순서 없이 뒤섞여 하루하루가 치열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을 만큼 그 당시 패기발랄한 꽃길이었다.
인생의 새벽에 가진 것이 시간 밖에 없던 시절
우여곡절의 시간이 흘러 그 빛이 한낮을 지날 때,
내 어깨에 삶의 무게가 실리고 굳은살이 박이기 시작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던 숨 가쁜 나날들,
그때는 그것이 최선인 줄 알았다. 그 결과 더러는 좋은 결실을 맺었고,
또 더러는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아쉬움을 남긴 채 손을 놓기도 했다.
서서히 빛이 기울어 오후가 되니 자연스럽게 열정과 속도가 줄었다.
욕망도 목표도 추진력을 잃고 느슨해졌지만 여전히 빛은 밝고 눈부시다.
그동안 잊힌 일도 많고 놓친 일도 많지만,
그러나 차곡차곡 쌓아 올린 지난날의 시간들이
원동력이 되어 요즘 내 삶의 중심축이 되었다.
아직은 진행 중이어서 시간이 더 기울기 전에
마무리를 해야 할 일도 있지만, 서두르지도 않아도 될 것이다.
볼때마다 톡톡 튀는 아침 햇살도
무게감 있게 내리쬐던 한낮의 햇살도
어차피 오후의 느긋한 햇살로 기울어지게 마련이다.
어제의 햇살이 오늘의 햇살보다 더 가치가 있고,
미래의 햇살이 지금보다 덜 소중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제 각도대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제 양껏 빛난다.
어제는 어제대로, 오늘은 오늘대로, 또 내일은 내일대로
햇살은 변함없이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있을 테니까.
오후의 언저리쯤에 서 있는 지금,
이제 곧 석양으로 기울 나의 빛을 생각한다.
그 빛이 얼마나 찬란할지 가슴이 뛴다.
천방지축 날뛰던 젊은 날의 속도가 아닌,
느리지만 여유 있는 속도로 노년의 숨 고르기를 한다.
때로는 조용히, 차분하게, 부드러운 걸음걸이로
그 날을 기대하며 오후의 길을 사뿐히 걸어간다.
첫댓글 야 빼 "단체 쪽지 스크렙 합니다 감사 합니다 .
좋은실화 감사합니다.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송장출,님/)..안녕하세요??
▶야 빼◀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잘 구독하고 ,갑니다..
넉넉한 마음과 웃음 속에
따뜻한 봄 날처럼 활짝 웃으며
생동감 넘치는 한주 보내세요.//...
남은 시간도 잘 보내세요......
(/미소천사님/)..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고운흔적 감사 드려요
가라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