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역사문화 탐방 ③
서울 도심에는 볼 것과 즐길 곳이 많다.
바쁜 일상에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의외로 고즈넉하고 여유롭게 역사·문화 체험과 함께 이색 명소를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인사동 골목 기행과 별도로 서울의 이색적인 역사·문화, 볼거리를 둘러보는 답사코스를 소개한다.
서소문 역사공원 & 성지 역사박물관
서소문 역사공원
‘서소문 역사공원’은 조선 시대 400여년 동안 ‘서소문 밖 네거리’로 알려진 곳이다.
한양 도성 4대문 중 숭례문과 돈의문 사이의 간문인 서소문 바깥에 위치하고 있다.
옛날에는 강화도를 거쳐 삼남지방의 물류가 집결되어 도성으로 반입되는 통로였으며,
도성 내외를 잇는 육로가 교차하는 번화한 지역이었다.
지금은 수많은 고층빌딩들이 들어선 서울역 부근과 서울역과 문산역을 연결하는 경의선 철로까지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 무심한 듯 놓여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과거 지상에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장, 지하에는 공용 주차장이 있었던 곳이다.
하지만 역사문화의 공간으로 바뀌면서 조선 후기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적 시대상을 오롯이 간직한
생명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지상은 서소문 역사공원, 지하는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이 국사범 참형장 자리다.
동학농민운동 지도자, 구한말 서소문 전투의 군인들 등 사회개혁 세력들이 이곳에서 처형됐다.
사직단 서쪽에 처형장을 두어야 한다는 예기(禮記)의 가르침과 함께 사법부인 의정부와 가깝고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곳에서
일벌백계가 가능한 공간적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성리학적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되었던 천주교도에 대한 처형도 이곳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특히 19세기에는 수많은 천주교인이 순교한 장소다.
처형된 천주교인 중 44명이 성인으로 추앙돼 국내 최대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참배하기도 한 곳이다.
또한 로마 교황청이 승인한 아시아 최초 세계국제순례지 ‘천주교 서울순례길’ 코스 중 가장 핵심적인 장소다.
단일 장소에서 최다 복자를 배출한 한국 최대의 순교성지인 것이다.
서울 순례길 생명의 길(2코스)의 도착지이며, 일치의 길(3코스) 출발지이기도 하다.
역사공원에는 순교자 현양탑을 비롯하여 노숙자 예수, 뚜께 우물 등의 유적을 볼 수 있다.
순교자 현양탑
서소문 역사공원 입구에 있다.
1784년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이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곳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는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그리고 병인박해(1866년1~873년)를 거치며 수많은 천주교인이 처형당했다.
이 탑은 그들의 넋을 기리며 세워졌다.
현재 44명의 성인과 복자 27명을 비롯해 진리를 입증하다가 희생된 수많은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이들 중 성 정하상 바오로를 비롯한 성인들은 한국 천주교 창설 200주년이 되던 1984년 5월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됐다.
길 건너에 있는 약현성당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이곳에서 순교자를 위한 미사를 거행한다.
천주교 신자나 순교의 의미를 기리고 싶은 사람들은 참석해도 좋을 듯하다.
노숙자 예수(Homeless Jesus)
얇은 담요를 얼굴까지 덮어쓰고 의자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 예수의 모습이다.
담요 밖으로 삐져나온 그의 발등에 못이 박혔던 흔적이 보인다.
캐나다 작가 티모시 슈말츠가 2013년에 제작한 작품이다.
슈말츠는 마태복음 25장 40절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에서 영감을 받아 노숙인의 모습으로 예수를 표현했다고 한다.
성경 속의 예수님이든, 생존경쟁에서 낙오되어 노숙인이 된 사람이든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사랑을 실천했던 예수에 대한 상념을 일깨우고 있다.
이 작품은 로마 교황청를 비롯해 마드리드, 더블린, 싱가포르, 노스캐롤라이나 등 세계 각지에 설치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뚜께우물(망나니 우물)
조선시대 국가 공식 처형 장소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우물터다.
우물이 크고 깊으며 물의 양이 많아 늘 흘러내려 평상시에는 우물의 덮개를 덮어 두고 있다가
망나니가 사람을 죽이고 나서 뚜껑을 열고 칼을 씻었다고 전해진다.
사형 집행 당시, 망나니가 막걸리를 한 잔 마시고 칼날에 뿜어 대며 죄인 주위를 돌면 가족이나 친지들이 돈을 던져 주며
‘행하(行下)’라는 팁을 주었다고 한다. 가급적 고통을 주지 말고 단칼로 죽여 달라는 부탁이었다고 한다.
뚜께우물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개정(蓋井)우물이라는 명칭이 되었고, 당시 주변 마을의 이름도 ‘개정동’이라 불리었다.
【역사공원 관람 안내】
*위치 : 서울 중구 칠패로 5
*운영시간 : 일출~일몰
*입장료 : 무료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
서소문 성지 역사박물관은 서소문 역사공원 지하에 있다. 2019년 6월에 개관했다.
박물관은 지상 1층, 지하 4층, 연면적 4만6천여㎡ 규모의 복합공간이다.
상설전시관을 포함해 하늘광장, 콘솔레이션(consolation)홀, 도서관, 세미나실 등이 있다.
‘월락재천수상지진’이라는 글자가 보이는 벽이 보이는 곳이 박물관 입구다.
1801년 순교한 최초의 세례자 이승훈 베드로가 남겼다고 전해지는 말로 ‘달은 떨어져도 하늘에 있고,
물은 솟구쳐도 연못에서 다한다’는 의미다.
글을 읽으며 지하로 내려가면 이경순 작품 ‘순교자의 칼’이 보인다.
조선시대 죄인들의 목에 씌웠던 칼을 형상화하고 고통 속에서 땅을 뚫고 나와 하늘로 치솟는 의로운 사람들의 기개를 표현하며
이 땅에서 목숨을 잃은 의로운 사람들의 희생을 기억하고자 한 작품이다.
지하 1층에는 안내 데스크, 기념품 숍, 도서관 등이 있고 상설전시실은 지하 3층에 있다.
지하 2층에는 성 정하상 바오르 기념 경당이 있어 미사를 볼 수 있다.
경당은 서소문 밖 네거리 참형터에서 순교한 정하상과 그의 가족 순교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여기서는 매일 미사가 열려 그의 넋을 위로하는 동시에 모든 순례자의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상설전시관 제1전시실에서는 ‘조선 후기 사상의 흐름 속에서 발화한 시대정신’이라는 주제의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18세기를 전후로 조선 후기 사회에서는 성리학, 양명학, 실학, 사학으로 지목되었던 천주교 사상을 포함한
서학, 동학, 그리고 각종 다양한 사상이 성행했다.
이 사상들은 오늘날 한국인들의 정신문화 형성에 기여했다.
제 2전시실에서는 ‘서소문 밖 사거리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보다’라는 내용으로 서소문 밖에 관련된
다양한 고문헌와 서소문 밖 지명 유래, 서소문 밖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소개와 이야기
그리고 성지와 관련된 다양한 천주교에 대한 이야기와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 최초의 성당인 약현성당(1892),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1900년)과 경의선(1906년), 최초의 고가도로(1910년)도
이곳에서 생겼다.
이처럼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은데 2018년에는 로마 교황청이 승인한 아시아 최초 세계 국제순례지로 선포되기도 했다.
역사박물관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공간은 ‘콘솔레이션홀’이다.
‘콘솔레이션’은 ‘위로, 위안’을 뜻하는 말이다.
물, 빛 그리고 단순한 사각의 공간은 비어 있음을 통해 그곳에 들어서는 누구에게나 온전히 열린 공간이다.
미사가 봉헌되고, 콘서트를 경험하고, 침묵의 시간도 가지며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에게 위로를 안겨주는 공간으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안과 평화로움, 명상과 힐링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콘솔레이션홀은 지면으로 14m 아래에 마련돼 있다.
두께 1.5m의 두꺼운 벽은 공간에 분명한 경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사방이 지면으로부터 2m가량 떠 있어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철제 패널로 둘러싸인 4면은 멀티 프로젝터를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콘솔레이션홀에서 밖으로 나가면 하늘광장이 펼쳐진다.
이 곳은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위해 희생당한 사람들의 정신을 기리는 추념의 의미를 담아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지하 3층에서 지상의 공원까지 뚫려 있는 구조로, 땅과 하늘이 소통하는 서소문밖 사거리 순교성지의 공간 개념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소다.
나와 다른 타인의 사상, 신앙,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이를 존중하는 평화와 공존을 생각하게 하는 자유의 공간이다.
야외 전시는 물론 무용, 공연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낮에는 밝은 햇살 아래서,
밤에는 쏟아지는 달빛, 별빛 아래서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역사박물관 내부는 동선(動線)이 복잡하다. 이곳 저곳 둘러보다 보면 막힌 길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오르내리는 계단을 적게 배치해 관람객들의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작품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다보면 ‘여기가 미술관인가?’하는 착각도 든다.
서소문 역사공원과 역사박물관은 천주교 순례객들이 찾을 수 있는 성지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으면서도
일반 시민도 찾아볼 만한 곳이다.
종교가 달라도 전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나와 다른 타인의 사상, 신앙, 다름을 인정하며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평화와 공존을 생각하는 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돌아봄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역사박물관 관람 안내】
*위치 : 서울 중구 칠패로 5
*역사박물관 운영시간 : 화~일(09:30~17:30, 매주 월요일 휴무)
*입장료 : 무료
【참고 자료】 서소문 역사공원과 성지 역사박물관과 관련 내용은 홈페이지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자료를 토대로 하여 재구성했음.
(방문일 : 2023년 1월6일, 금)
첫댓글 서소문 역사공원
그리고 역사박물관
들려봐야겠습니다
감사드림니다
시간되시면 길 건너에 있는 약현성당(중림동 성당)도 함께 들려보시기 바랍니다.
@용타기
감사합니다 🙏
서소문 하면 형무소로 유명하는데
신유박해 , 기해박해 그리고 병인박해 를 거치며
수많은 천주교인이 처형당했네요.
조선은 대원군이 통치를 하면서 왜 그토록 죄 없는
종교인 들을 박해를 했는지 ..ㅎㅎ
역사적인 산 증인 되는 박물관 구경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양문물의 진입을 막는 쇄국정책의 결과가 아닐런지요.
@용타기
역사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지방에는 없는 수도 서울의 역사의 현장입니다.
@해양공원 감사합니다.
구한말 역사 알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면 저로서도 보람입니다.
여기 돌아보고 미사 참여도 해봐야겠네요
자세히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로 건너에 있는 약현성당(중림동 성당)도 함께 돌아보시기를 권합니다. ^_^
@용타기
네 그래야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서소문 공원.
덕분에 구경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시면 함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언제인가 서울에 가면 꼭 가보고 싶네요.
자세한 설명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에 오시게되면 꼭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