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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않는 약속은
타인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도 하지요.
우리들의 일은 약속에서 시작하고, 그 약속의 이행에서 끝이 납니다.
어찌 보면 약속을 만들고 그 약속이 잘 이행되도록 관리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물론 공급자와 수요자에 해당하는 의뢰인을 관리하고
물건의 권리와 가치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기본적인 업무를 포함하지만
이 또한 따지고 보면 약속에서부터 출발하지요.
굳이 청약이나 승낙, 계약과 같은 법률용어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부동산의 사용과 수익, 그 처분과 관련한 일들을 중개하는 우리 업무의 대부분은
넓게 보면 이 약속이라는 범주에서 만들어 지는 일들입니다.
어디 한 곳 답사를 진행하려고 해도 보여 주려는 사람의 시간과
보려는 사람의 시간을 조정하고 약속을 하여야 합니다.
당사자 간의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서도, 성립된 계약에 대하여
일부 또는 전부의 이행을 위한 사항들도 모두가 약속입니다.
약속의 중요한 내용들은 문서로 특약을 만들어 명문화하기도 하고,
관습으로 일상화 된 내용들은 말로 주고받기도 하지요.
임대인과 임차인, 매도인과 매수인이 당사자의 관계로 성립되는 약속이지만
어느 일방이 약속을 위반하게 되면 이들 사이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공인중개사에게는 바로 업무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로 이어지기에
보통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지지난 휴일이었으니 1/21 이었네요.
일요일이 아니면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그것도 일요일 12시에 답사를 하게 해 달라고 합니다.
주말에 출발해서 속초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일요일에 일이 생겼으니 산통이 깨져 버렸지요.
하고많은 날 놓아두고 일요일에 날을 잡고, 그것도 모자라
점심을 먹거나 준비하는 12시에 보여 달라고 하니
"그 여편네 매너 꼴 좀 보소, 일요일도 모자라
점심시간에 남에 집 방문하자는 사람이 어디 있냐?"
하며 입이 댓발은 나왔지만 더 이야기 해 봐야
""영업하는 사람이 그럼, 손님들 편의에 맞춰야지 우리 기분대로 일 하느냐." 며
본전도 못 찾을 것이 뻔해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지요…….ㅎㅎ
그렇게 일요일 오전이 되었습니다.
11시쯤이 다 되었을까?
전화 한 통을 받고 나더니 열이 받아서 씩씩거립니다.
"일이 생겨서 집 보러 못 간다고...." 하더랍니다.
이런 젠장,
이 전화 한통으로 휴일, 외츨도 못하고 집 보여 주려 기다리던 집주인과 중개사는
닭 쫒다 지붕만 쳐다보는 개 꼴이 되었고....
마치 우리가 뭘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인 냥
집주인에게 미안하다며 대신 사과를 하여야 했습니다.
덕분에 종일 소파에 누워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다가
얼마 전에 맛집으로 방송에 소개 된 중국집이 회현동에 있는데
탕수육하고 굴짬봉을 잘 한다니까 오늘 한 번 가 보자고.....
그런데 반응이 영~ 시큰둥합니다.
그냥 집에서 쉬면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배달시키면 되지
겨우 탕수육 먹자고 거기까지 가냐면서 말이지요.
어찌어찌 어르고 구슬러서 전철을 타게 되었답니다.
한 잔 하려면 역시 대중교통이 최고였지요...ㅎㅎ
충무로 역에 내려서 두 정거장 더.....
회현역 바로 옆의 중식당입니다.
얼마 전에 '생활의 달인' 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소개가 되었지요.
화교 형제 둘이서, 동생은 이태원인가 어디서 중식당을 냈고
형은 바로 이곳 회현동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데
50여년 이상을 주방장으로 일했다고 하더군요.
중식 사대문파라고 불리는 사람들하고도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면서
탕수육을 튀기며 튀김 망을 집게로 때려서
튀김 속에 작은 공기층을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뒤에도 바삭바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혹시나 했었는데 휴일임에도 길게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어림잡아도 50여명은 되어 보였고요
"에이그, 오늘은 틀렸구나" 하고 돌아설까 하는데
어쩐 일인지 날름 줄의 꼬리를 잡고 섭니다.
"왜? 기다렸다 먹고 가게?" 했더니
"당신 성격에 언제 와도 한 번은 오자고 할 텐데,
나중에 또 오느니 오늘 아예 기다렸다 먹고 가"
"그래? 나야 땡큐지~"
무얼 하나 하고 싶은게 있으면
주변에서 말려도 언젠가는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이 있거든요.
끈기나 지구력, 뭐 이런 좋은 의미는 아니고요
그냥 못된 성격중에 하나입니다.
그걸 모를리 없는 와이프는
나중에 다시 또 오느니 오늘 아주 끝장을 보고
뒷일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었겠지요...ㅎㅎ
한 시간은 족히 기다렸나 봅니다.
흐린 날이었지만 환한 시간에 줄을 서고
어둑하게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겨우 식당 한편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견딜 만 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귀도 시리고 발도 차가워 옵니다.
어쩐 일인지 잘 버틴다 했는데 한마디 하십니다.
"내가 미쳤지, 추운 날 떨어 가면서 이게 무슨 꼴이야"
"난 오늘은 기다리자는 말 안했다."
"누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대....?"
"여태껏 기다린 거 아깝게 그냥 갈 거야?
오빠가 다 사줄 테니 조금만 참아라..."
결국 이렇게 정리되고 말았네요...ㅎㅎ
그 돈이 그 돈이고,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고요?
아니요, 네 돈, 내 돈, 그리고 우리 돈....ㅋㅋ
좁은 식당 안이 바글바글 손님들로 꽉 찼습니다.
재스민 향인가요?
중국집에 가면 흔히 나오는 차,
따뜻한 엽차 잔을 호~호 불어가며 꼬~옥 잡고 주문한 음식을 기다립니다.
밖에서 기다리며 춥긴 추웠나 봅니다.
주문한 음식은 이 집에서 제일로 잘 한다는 탕수육과 굴짬뽕,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빨강딱지 이슬이와 가지튀김입니다.
기분은 고량주를 먹고 싶었지만 너무 독하다면서
소주 하나 고량주 하나 따로 시키자고 하기에, 소주로 그냥 통일하였지요.
이 집 탕수육은 소스를 따로 담아주지 않고요.
처음부터 주방에서 소스와 튀김을 웍에 담아 아예 볶아서 내어 옵니다.
'찍먹'이냐 '부먹'이냐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뭔 소리냐? 탕수육은 찍어 먹어야지
난 죽어도 찍먹이다 하는 사람들이야 주문하면서 소스를 따로 달라고 하면 가능하겠지요.
주장에서도 하나의 공정은 줄어드는 셈이니까요..ㅎㅎ
굴짬뽕과 가지튀김입니다.
둘이서 다른 음식과 함께 굴잠뽕 하나를 주문하니까
주문을 받으면서 물어 봅니다.
둘이 드시기 편하도록 짬뽕을 나누어 드리냐고....
그렇게 해서 반으로 나누었는데도 제법 양이 많습니다.
다른 음식들도 그렇지만 특히 짬뽕은 눈으로 먼저
맛을 느끼는 음식중에 하나라서 빨갛게 자극적으로 보여야
식욕이 더 당기지만 굴짬봉이기도 하고 여긴 처음 오게 된 식당이니
그냥 주는대로 먹어 봅니다.
일단 테이블에 나온 음식들을
늘~ 하던 대로 요렇게 싹~ 비우는데 소주 두 병이 필요했습니다.
마치 소가 핥아먹고 지나간 것 같은 모습이군요.
메뚜기 떼가 한바탕 훑고 지나간 것이거나....ㅋㅋ
어두워진 시간인데도
밖엔 아직도 이렇게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이제 배도 불렀지만, 뭘 좀 더 먹으려 해도
추운 밖에서 줄을 서며 떨고 있을 사람들 생각에 서둘러 자리를 일어나야 했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음식을 먹었으니 평가는 해야겠지요?
이 집에서 대표음식이라는 탕수육은
다 먹을 때까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느낌 살아 있고요
소스도 너무 시거나 달지 않고 적당하게 중심이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굴짬뽕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국물이 시원합니다.
굴짬뽕에 대한 평은 조금 이따가 와이프가 할거예요..ㅋㅋ
가지튀김은 중식에서 가지를 소재로 하는 요리들이 그렇듯
튀김의 바삭함과 가지의 부드러운 식감이 구미를 당겼습니다.
전체적으로 먹을 만은 했지만, 그렇다고 긴 줄을 서가며 먹을 만큼
그렇게 빼어난 맛은 아니었습니다.
다음에 또 갈 거냐고 묻는다면, 안갑니다....ㅎㅎ
뭐 그냥 근처를 지나갈 기회가 있어서 훌쩍 들어가 굴짬뽕 한 그릇 한다면야 몰라도
일부러 찾아가서, 그것도 길게 줄을 서면서 기다려 먹는 것은 사양하겠습니다.
물론 식성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니 지극히 개인적인 식성에 기초하였고요.
"TV에 나온 맛집이라고 당신 따라가 성공한 적이 거의 없었어"
머쓱해진 나는 "그래서 성공률은 반반이라고 했잖아"
"그래도 굴짬봉은 맛도 있고 먹을 만하네, 그거 아니었으면 오늘 완전 열 받는 건데
그나마 그것 때문에 추운 몸이 좀 풀린 거야"
그래, 좌우지간 뭐든 하나라도 입에 맞았다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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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약속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 합니다.
평소에도 업무와 관련한 약속을 피하는 날이 있습니다.
처음엔 이것 때문에 종종 언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와이프도 이해하는 편이어서
가급적이면 의뢰인들에게도 그렇게 유도를 합니다.
일요일은 어떻게든 회피하려 노력한다.
토요일은 가급적 피한다.
가능하면 월요일도 다른 요일로 유도한다. 입니다.
일단, 답사와 관련해서도
주휴에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 서로에게 불편하고요.
처분의 이행과 관련한 잔금은 주로 평일에 이루어지지만
임대차의 잔금을 금융기관의 휴무일인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진행하면
미리 잔대금을 인출하여 놓거나 인터넷(폰)뱅킹 여부와 이체한도를 조정해 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여러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지기도 하지요.
계약서를 작성하면서부터 잔금은 평일에 진행하도록 유도하지만
바득바득 주말이나 주휴가 아니면 못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런다고 "그럼 당신들끼리 알아서 하세요." 할 수도 없고 보니
계약 시에도 설명하고 잔금일 2-3일 전부터 노래를 부르며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알려 주어도
빈손으로 덜렁덜렁 사무실에 와서는 은행이 쉬는 날이라 수표를 못 찾았느니,
인터넷뱅킹이나 폰뱅킹으로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체한도를 1일 500으로 제한해 놓은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둥
자다가 남의 허벅지 긁는 소리를 해대는 통에 뒤통수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날도 종종 있지요.
사업을 한다던지 또는 업무상 필요에 의하지 않고서는
인터넷이나 폰을 이용하여 거액을 이체하는 일이 일상에서는 드물다 보니
이체한도를 1000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제한해 놓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전화를 이용한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 피해사례들도 한 몫을 했고요.
그래서 미리부터 수표로 찾아 놓던지 이체한도를 확인하고
잔금지급에 문제가 없도록 한도조정을 해 놓으라고 당부를 하는데도
꼭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소 귀에 경 읽기" 이지요.
그러면서 아주 한 수 더 뜹니다.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지요, 너무 화내지 마세요."
"여보세요, 살다보면 이런 실수는 절대 있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그런 말은
당신의 어이없는 처신으로 피해를 보는 상대 쪽에서 할 수 있는 말이에요.
내가 며칠 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얼마나 이야기를 했어요?"
사실, 휴일에 약속을 잡지 않으려는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휴일은 노는 날이 아니고요, 일주일동안 노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을 쉬게 해서
다음 주부터 다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노동력을 재충전하는 의미를 가진 날이잖아요.
그러니까 가능하면 온전히 쉴 수 있어야 하며, 휴일에 어디라도 여행하면서
마음에 여유를 가지려는 욕심이 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휴일동안 그렇게 여행하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멋진 곳이라도 만나게 되면
하루쯤 더 쉬고, 상경 길 정체도 심하지 않은 월요일에 올라올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일정표 보니 월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잔금이 하나 떡~ 하니 있네요.
500/30...., 어쩌겠어요?
만사 제쳐두고, 휴일 날 늦게라도 올라와야 하니
비록, 1년에 한 두 번이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싫어서
"월요일 보다는 화요일이나 수요일이 좋지 않겠어요?"
이런 말이 튀어 나온답니다.
또 욕먹겠어요....배부른 소리 작작하라고....ㅋㅋ
가능하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이었고요.
여행하는데 시간 빼기 어려울 정도로 업무와 관련한 일정이 많지도 않습니다.
왜, 동가홍상(同價紅裳) 이란 말도 있잖아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했으니
이왕이면, 조정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려는 것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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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직업이 기다리는일이긴 하지만
특히 휴일약속을 어기는것은 문제가 많은것 같습니다
휴일날로 약속을 하는 것도 아름답지(?) 못하지만
정해진 시간 가까워서 아무렇지 않은듯 전화 한 통으로 취소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