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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도봉산 둘레길 산행후기
일시: 2020. 5. 17
참석: 103명(25회11명)
산행: 10 Km (5시간)
코로나19 때문에 3달만의 총동산행이 마치 3년만인듯,
도봉산입구에서 광륜사 뒤 집합장소로 가는 길에 만나는 동문들이 반갑기 그지 없었다.
아직 코로나가 종식된 것이 아니어서 모두 다 마스크를 하고 나왔지만
정말 오래간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얼굴표정은 몹시도 밝았다.
제1휴식처 넓은 공터에 모여서 서로 인사 나누고, 단체사진 찍고, 구호 외친 후,
동기별로 뿔뿔이 흩어지는 코로나가 선물한 총동산악회 초유의 자유산행 형태라
선후배들과 정담을 나누며 술 한 잔 마실 기회가 없어 아쉽긴 하였다.
25회 산꾼들은 우이동까지 도봉산둘레길인
도봉옛길(18구간), 방학동길(19구간), 왕실묘역길(20구간)을 걸었다.
5년전 서울둘레길 157 Km를 일주하며 걸어보았던 도봉산둘레길은
홀로 걸어도 좋은 길, 서넛이 걸으면 더없이 좋은 길, 열이 걸으면 조금 번잡스런 길이다.
우리는 그런 길을 11명이 때를 지어 신록의 향기를 맡으며 다른 무리들과 어울려 걸었다.
광륜사, 능원사, 도봉사 절들을 지나 데크가 잘 설치된 도봉옛길 고개를 넘어 내려가
세종대왕 다녀간 무수골 돌아 방학동길 호젓한 산길 걷다가 전망대에 올라서기도 하고,
왕실묘역길에선 훈만정음 창제에 일조한 세종의 딸 정의공주와 폭군 연산군도 만나보고,
우이동 온김에 우이천 산책로 걷다가 덕성여대 앞에서 다리 건너 솔밭공원에도 들렀다.
새벽에 비온 뒤라 공기는 상큼했지만, 흐린 날씨라 시야는 좋지 않았다.
쌍둥이 전망대에서
새벽에 비오고 난 뒤에도 날씨는 흐렸다.
도봉산 산행길은 정말 멀다.
집을 나와 버스와 지하철 두 번 갈아타고 두 시간 걸려서 도봉산역에 도착하였다.
오래간만에 도봉산역사 2층에서 바라본 도봉산 전경,
송곳니 같은 만경봉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고 도봉산 능선줄기도 흐릿하였다.
도봉산역앞 건널목 건너서 골목길 지나, 큰길 따라 도봉탐방지원센타로 올라갔다.
길따라 이어진 음식가게, 등산용품 가게들 문을 열었거나 열 준비를 하였다.
등산객들이 모처럼 많아지니 먹거리 가게들은 등산객들을 불러들이려 목청을 돋웠다.
도봉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북한산국립공원 표지석에서 오른쪽 다락원길로 올라갔다.
광륜사 앞에서 47회 후배들 만나고, 국립공원 도봉분소 앞에서 여러 선후배들을 만났다.
선후배들과 함께 광륜사 뒤 주차장을 지나 제1휴식처로 올라갔다.
일찍 나와 기다리고 있는 김영준 회장과 회장단들도 참 오래간만이었다.
넓은 공터 윗쪽 축대앞 의자에는 일찍 나오신 선배님들이 마스크를 쓰고 앉아 계셨다.
예정시각 9시 30분이 지나서도 올라온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금 더 기다렸다.
운행시간상 조금 늦게 도봉산역에 도착해 제1휴식처까지 올라오는데도 20여분은 걸린다.
먼저온 사람들은 인사 나누고, 공터 가장자리 따라 모여서 수다로 그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20분이 더 흐른 뒤에서야 산악회 공식행사가 시작되었다.
아카시아 꽃향기 맡으며 다 함께 모여 산악회장 인사하고, 단체사진 찍고, 구호 외치고,
각 기수별로 나름대로 정한 코스로 10시 정각에 산행에 나섰다.
25회는 우이동까지 도봉산둘레길을 걷기로 하였다.
도봉산둘레길 도봉옛길(18구간), 방학동길(19구간), 왕실묘역길(20구간)이다.
기웅이는 집합을 10시로 착각하여 늦어서 바로 도봉옛길 쪽으로 뒤따라 올라오기로 하였다.
도봉옛길로 가시는 여선배님 두분과 함께 도봉산 입구로 내려가며
계란모양 북한산국립공원비, 우암 송시열의 ‘道峯洞門’(도봉동문)이란 암각바위 지나,
국립공원표지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다리 건너 도봉옛길로 향했다.
다리 아래에는 철새이기를 포기한 청둥오리 두 마리가 계곡물 위에서 놀고 있다.
능원사, 도봉사로 이어지는 길은 온통 싱그런 초록이지만 은근한 경사가 있는 길이다.
천천히 걸으면 별 문제 없지만 빠른 걸음에 오르려면 땀방울 맺히기 딱이다.
도봉사 앞에서 잠시 쉬는동안 뒤따라 올라온 기웅이 이마의 땀이 말해주었다.
도봉옛길
다른 도로와 길들이 많이 생겨나며 이젠 사람들의 산책길로 이용되지만
과거엔 도봉동 다락원과 방학동 무수골을 연결했던 옛길이었다.
전국에서 최고로 많은 탐방객이 몰리는 구간이기도 한 곳이다.
옛길을 걸으며 경관을 즐기고, 사색을 할 수 있는 참 좋은 길이다.
옛 대감님들과 유명 정치인의 무덤, 기념비를 보며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덤이랄까.
도봉옛길 끝자락 무수골은 '물 좋고 풍광 좋아 아무런 걱정이 없다'하여 붙여진 이름.
아름다운 숲과 계곡, 바위만이 아니라 도봉산 자락에서 유일하게 논과 밭이 있는 마을이다.
세종도 이곳의 원터약수터를 찾아 왔었고,
그 아홉째 아들은 죽어 이동네에 묻혔으니 이래저래 세종의 그림자가 짙은 곳이다!
방학동길
무수골에서 시작하여 둘레길의 명소인 쌍둥이 전망대를 지나 정의공주묘에 이르는 숲길이다.
학이 품은 평화로운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방학동을 지나는 길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무수골 북쪽에서 내려온 도봉엣길은 세일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돌아서며 방학동길로 바뀐다.
방학동으로 넘어가는 작은 골짜기는 폐목을 활용하여 정원처럼 잘 다듬어 놓았다.
골짜기길의 작은 마루에서 쌍둥이전망대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잠시 길을 벗어나 성일이표 슬러시 맥주, 일승이네 집막걸리를 땅콩 안주삼아 한잔 마셨다.
이것이 25회만이 가질 수 있는 산행의 참맛이다.
방학동길은 오로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호젓한 산속 숲길로
길을 다 가도록 북한산, 도봉산 얼굴은 구경하기 힘들다.
그것이 미안한듯 방학동길 막바지 언덕에 쌍으로 높은 전망대를 세워 북한산, 도봉산을
한눈에 볼 수 있게하고, 덤으로 멀리 수락산, 불암산, 남산을 눈앞에 데려다 보여준다.
전망대에서 보면 숲위로 우뚝솟은 도봉산의 도도하고 웅장하면서도 수려한 모습이 일품이다.
봉우리들이 능선을 따라 뻗어나가 북한산과 만나 서울의 북쪽을 담장처럼 보호하고 있다.
이쪽 저쪽 전망대 곡대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 왔다갔다하는 등산객들로 붐볐다.
날씨가 흐려 전망은 좋지 않아 올라왔었다는 인증사진이나 몇 장 찍고 바로 내려왔다.
아침 일찍 나와서 그런가 배도 출출하여 길 따라 올라가다가 갈림길 사이 아늑한 숲속에
자리 펴고 꼬불쳐둔 일승이네 집막걸리 한잔씩 곁들이며 점심식사를 하였다.
배는 든든해져 더부룩해졌지만
산기슭 아파트가 있는 곳까지는 길게 이어진 내리막길이라 발걸음은 가벼웠다.
쉼터와 마을로 내려가는 길을 지나쳐 포도밭과 아파트 사이를 지나니
둘레길은 다시 산으로 이어졌다.
잠시 쉬며 몸의 콘디션이 안좋아 화장실 찾아서 앞서간 성일이에게 전화를 하니,
마을로 너무 내려와서 돌아가기도 힘들고 해서 그냥 집으로 가겠단다.
그러는 편이 오히려 남아있는 동기들에게는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숲길 따라 조금 앞으로 나아가니 곧 내리막 계단길이 나타났다.
방학동길이 끝나며 왕실묘역길이 시작되었다.
왕실묘역길
정의공주묘에서 연산군묘를 지나 우이령입구까지를 말하며 역사자료인 왕실묘역과
600년된 원당샘, 수령 830년 넘은 은행나무, 연산군 재실 등이 있다.
숲을 나오자마자 바로 오른쪽에는 사천목씨재실이 있고, 그 앞으로 세종 둘째 딸로
훈민정음 창제에 일익을 담당하였다는 정의공주와 사위 양효공 안맹담의 묘역이 있다.
쏟아지는 햇살이 따가와 도로 숲속으로 들어가 쉬었다가자고 한참을 옥신각신,
쉬었다 가도 어짜피 햇살을 피할 수 없으니, 빨리 연산군묘역으로 가서 쉬기로 했다.
정의공주묘역에서 차가 다니는 큰길을 건너면 바로 연산군묘역이다.
연산군묘역에는 뒤쪽 연산군과 부인 신씨의 묘, 가운데에 태종의 후궁 의정궁주 조씨,
아래쪽에 연산군의 딸 휘순공주와 사위 구문경의 묘를 포함하여 모두 5개의 묘가 있다.
연산군묘역 앞에는 우람하게 자란 수령 830년 넘은 방학동 은행나무가 서있다.
1968년 서울시 보호수 제1호로 1990년대 이후 마을주민들이 정월보름날 제사를 지내고 있다.
원당샘 의자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가 연산군 재실앞을 지나 산길로 올랐다.
정의공주묘역
연산군묘역 - 제일 뒤쪽 왼쪽이 연산군묘
방학동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원당샘 옆에서
연산군묘 뒷동산 숲길도 왕실묘역길이다.
작은 고개 갈림길에서 근처 동네에 사는 경희가 큰길로 내려가 커피를 사오겠단다.
여동들 함께 내려가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들고 올라오는 동안
남동들은 숲길로 올라서 큰 무덤가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수다 떨며 기다렸다.
산에서 마시는 테이크아웃 커피는 향기도 좋고 정말 맛있었다.
동네 근처 산행이라 오래간만에 동기들 만나려고 성당을 땡땡이 치고 산에 왔더니,
하필 그 커피점에 경희네 성당 신부님과 수녀들이 있었다니 얼마나 놀랬을까?
마스크 쓰고 화장실로 피했다가 얼른 나왔는데 '커피값이라도 계산하고 나올껄!'
마음 착한 경희는 산에 올라와서 뒤늦게 후회를 하였다.
뒷동산 넘어 내려와 왕실묘역길 종착점인 우이령으로 가지 않고, 갑질 주민이 경비원을
구타하여 자살하게 만든 그 요란했던 아파트단지 앞에서 왼쪽으로 우이천 따라 설치된
산책로를 걷다가 덕성여대 앞에서 다리를 건너 명물인 솔밭근린공원에 들렀다.
솔밭공원에는 휴일이라 밖으로 나온 동네주민들이 많았다.
우리들은 인공연못 옆의 빈 데크에 자리를 잡고 신발벗고 앉아 1시간 넘게 쉬었다.
얼마나 좋은가! 산행후 시원한 생맥주 한 잔!
당연히 땡겼지만 아쉽게도 솔밭공원 근처에는 생맥주를 마실만한 가게가 없어
경희가 안내한 마을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고도는 지름길로 4.19묘역 앞으로 걸어갔다.
둘레길인 소나무숲길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면 한참을 우회했을 거다.
치킨, 감자튀김, 야채사라다를 안주삼아 생맥주 두잔 마시고 갈길이 멀어 난 일찍 나왔다.
남은 사람들은 다른 가게에 가서 멍게회에 술 한 잔 더하고 갔다.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간만에 동기들, 선후배들 만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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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먼 코스인데... 대단한 체력들이십니다!
슬러시 맥주에 집에서 담근 막걸리 덕분인가...ㅎㅎ
그 못된 (49세 대중음악 작곡가라는) 인간이 사는 아파트가 그 동네군요...
역시 김주목 산행기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사진도 좋고 잘보고 갑니다. 사진 몇장 가져갑니다.
25회가 우리 총동산악회에서
세를 충분히 과시하며
탄탄한 동기애와 함께
동문사랑의 힘을 실어주니
매월 산행에 기대가 큽니다.
거기에 실력파
김주묵 후배님의 생생한
사진 곁들인 산행후기를 읽는
참 행복한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김주묵 후배 있는
25회 빛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