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짱구 모습이 아닌 형식님의 내면연기가 돋보이던 회차이고, 가장 힐링되면서 제일 많이 울고 많이 웃었습니다.
[닥터슬럼프 14회]
(TV 뉴스)
앵커: 지난봄 세간을 놀라게 한 마카오 상속녀 사망 사건에 한국인 의사도 연류된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정채홍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이자 모제약회사 임원인 A씨는 지분을 약속받고 마카오 B조직을 도와 헤파린 등을 제공해 창 모 씨의 사망에 일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모대학 병원에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까지 밝혀져 충격을 안기고 있는 가운데 A씨는 3주전 교통사고로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A씨는 사망전 교통사고...
정우: 흠...
대영: 야!
정우: 아, 왜 이래?
대영: 야, 점심은 형이 쏜다! 커피도 쏜다!
정우: 참... 형, 미안한데, 나 오늘 오후에 수술없는데 먼저 들어가 봐도 돼?
대영: 어우야, 그럼 당연히 들어가도 되지. 뭐, 무슨 일 생겼어?
정우: 아무래도 직접 들어 봐야 될 거 같아서.
정우: 수사는 종결됐지만 그래도 제가 알아야 할 게 있어서 왔습니다. 민경민이 건넨 메모지에 뭐라고 적혀 있었습니까?
간호사: 의료 사고에 관해서 할 얘기가 있다고 적혀져 있었어요. 사실 저도 해성제약까지 얽혀 있는 건 몰랐을 때라 민 선생님도 알고 있단 사실에 놀라서 약속 장소에 가 봤더니, 헤파린을 줄여서 넣자고 제안하셨어요. 어차피 CCTV는 고장 날 테고 그러면 수술 과정이 찍힐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여정우 병원에서 사망 사고만은 일어나지 않게 하자고...
(전화 통화)
정우: 네.
정우엄마: 왜 전화를 안 받니?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데.
정우: 죄송해요.
정우엄마: 뉴스 봤다. 그런 수준 낮은 인간이 여태 니 옆에 있었다니, 그런 인간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도 시간 낭비야.
정우: 저 근데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정우엄마: 무슨?
정우: 저 수능 앞두고 경민이 형이 아파서 쉰 적이 있는데, 그때 경민이 형 아버지 돌아가셨던 거 알고 계셨어요?
정우엄마: 알았지. 너 신경 쓸까봐 말은 못했지만, 하필 시험 전에 그런 일이 생겨서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너 한국대 갔으니 다행이지, 시험 망쳤으면 나 가만히 안 있었다. 참, 토요일에 시간 되니 ?몇 번을 가 보려고 해도 스케줄이 안 됐었는데, 아버지 학회 때문에 서울 가게 돼서 그때 얼굴 좀 꼭 보자.
정우: 제가 지금 바빠서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하늘 집 근처)
하늘:(N) 고작 3주 병원에 있던 사이, 세상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름의 끝 무렵이었고, 공기는 제법 서늘해졌으며, 이제 세상엔 그 사람은 없었다. 하...
만약 그날 밤 우리가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정우:(N) 그때 만약 내가 용서를 했더라면 지금보다는 나았을까? 그렇게 만약이라는 생각은 우리를 끝도 없이 괴롭혔고,
하늘: 이제 퇴근해?
정우: 응.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었는데, 퇴원하는데 못 가 봐서 미안해.
하늘: 미안하긴, 내가 애야? 가자! 오늘은 어땠어?
정우: 괜찮았어. 너는 별일 없었어?
하늘: 응, 아무일도.
정우:(N) 서로가 너무 힘들 것을 알기에 내 슬픔은 내 선에서 해결하기로, 약속한 적은 없지만 우린 괜찮은 척 서로를 속이고 있었고,
하늘:(N) 이토록 큰 슬픔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직 잘 몰라서 우리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다.
(정우 집)
정우: 자...
하늘: 진짜 같이 간다고?
정우: 왜? 뜨거워. 안 돼?
하늘: 그건 아닌데, 삼촌 가게 때문에 하루만에 갔다 오는 거라 피곤할 텐데.
정우: 괜찮아. 그때 서울에 있기 싫었는데 잘됐어.
하늘: 응?
정우: 아니야, 아무것도.
(차 안)
엄마: 뭐 좀 무까?
정우: 아, 네.
삼촌: 뭐, 벌써부터 뭐 묵노?
엄마: 아, 그래도 일단 이거 하나씩 받아.
정우: 아, 감사합니다.
엄마: 이거는, 하늘아, 이거 하나는 좀 바다 까 주라.
하늘: 응.
엄마: 기라고 저 이것도 내가 쪘다.
정우: 어우~
엄마: 직접 찐 기다.
정우: 감사합니다.
엄마: 아이고, 그라고 저, 이것도 뜨실 때 무아 맛있는데,
정우: 아, 예...
엄마: 정우야, 내가 저, 머릿고기도 좀 싸 왔다. 아것도 함 무 봐라.
삼촌: 어허, 차에서 누가 머릿고기를 먹노, 아.
엄마: 안주할 겸, 막걸리도 같이 싸 왔거든!
삼촌: 아유, 누가 차에서 막걸리랑 머릿고기를 묵노.
바다: 그니까. 정우형이 우리 가문을 뭐라고 생각하겠어?
엄마: 아이고, 왜? 이런 게 여행이고 사는 재미지. 안글라, 정우야?
정우: 아, 그럼요.
엄마: 자, 이거 한잔해라.자, 자, 자, 자, 자.
하늘: 엄마, 쫌...
엄마: 아이, 왜...? 여행하면서 한 잔하면 즐겁고 좋다 아이가.
정우: 아, 그럼요, 어머니. 아, 한 잔 주십시오.
엄마: 그래, 그래, 그래, 한 잔 마시면 기분도 좋아질끼다. 자!
정우: 감사합니다. (차 덜컹) 악!!!
상촌: 아이!!!
엄마: 우짤꼬!
삼촌: 아...
삼촌: 아, 야, 여 뭐 닦을 거, 닦을 거.
정우: 아니, 괜찮아요.
하늘: 그러니까 왜 차에서 막걸리를 먹어!!
정우: 아,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늘: 여기, 여기, 여기.
엄마: 우잘꼬!
정우: 아이고..
엄마: 아이고야!
바다: 아, 나 트렁크에 내 옷 하나 있는데, 그, 예전에 썸탔던 애가 운동 잘하는 남자가 이상형이라 길래 그때 운동 다니느라 트렁크에 옷 놔뒀었거든. 형, 그거라도 입을래요?
정우: 아이, 그럼 고맙지. 아, 뭐.
삼촌: 아이고 냄새야.
정우: 헬스 했었어? 추리닝?
(휴게소)
삼촌: 아, 니가 우째 도복을 안 팔아먹고 들고 있었네?
바다: 아, 나중에 또 할 수도 있으니까 넣어 놨지.
하늘: 아이, 됐고! 앞으로 차에서 뭐 먹지 마.
엄마: 아이고야~ 정우 죽이네. 역시 인물이 좋고 훤칠해서 뭐든 잘 어울리네.
바다: 아, 내 핏이 좀 더 좋긴 한데, 형도 나쁘진 않네. 형, 검도 한 10년 한 선수 같아요.
정우: 고맙다. 근데 아무래도 내 옷을 입는 게 나을 것 같아.
삼촌: 아유, 이걸 냄새도 안 빠진 걸 우째 입노. 묻은 데만 빨아 줄 테니까 마르면 입어라. 이 볕이 좋아가 금방 마른다. 일단 출발하자, 차 막히겠다.
정우: 아, 저, 아니, 그...
하늘: 미안해서 어떡해.
정우: 아, 이것도 다 추억이지, 뭐. 안 그래? 가자, 가자.
정우: 후...
삼촌: 내가 일부러 중간에 앉았다. 누나가 또 니한테 행패 부릴까봐.
정우: 아이, 행패라니요, 아닙니다.
삼촌: 아이, 근데 차가, 응? 와 이리 안 나가노? 내일 도착하겠다. 좀 밟아 봐라.
바다: 아, 밟는데도 잘 안 나가. 갑자기 와 이라지? 이거 정비 함 맡겨야 되나?
엄마: 차는 기어가고... 차 안은 적막하고... 니가 분위기 함 띄워 봐라.
삼촌: 그럼, 우리 가는 길에 노래나 한 곡 들어 볼까?
엄마: 좋지! 아, 여행 가는데 노래가 빠짐 되나?
삼촌: 우리 18번 내 한 번 틀어 볼게.
정우: 후...
엄마, 삼촌: ♪짜라빠빠 그대는 아름다워 ♬짜짜라 짜라빠빠빠 짜라빠빠 ♪당신은 믿음직해 ♬짜짜라 짜라빠빠빠 짜라빠빠 ♪수줍어
정우: 악!!
하늘: 정우야!
삼촌: 괘, 괘, 괘안나? 아유... 미안..
하늘: 아, 진짜 다들 정우한테 왜 그래?
정우: 아, 괜, 괜찮아, 괜찮아. 진짜 괜찮아요.
삼촌: 어...
바다: 어? 경고등 떴다. 진짜 차에 무슨 문제 있나 본데?
(길 가)
수리기사: 자, 다 됐습니다.
삼촌: 아, 욕 봤습니다.
수리기사: 가 보겠습니다.
심촌: 예.
하늘: 우선, 정우 옷부터 사자. 검색해 보니까 근처에 아울렛 있대.
삼촌: 아, 옷 살거면 좀 서둘러야 된다. 해 지기 전에 아부지 보고 가야 될 거 아이가.
정우: 아, 아버지요?
하늘: 아, 사실 이맘때가 아빠가 제일 좋아했던 계절이거든. 그래서 이때쯤이면 가족들이랑 다 같이 부산에 가서 아빠도 보고 같이 산책했던 바닷가도 가고 그래.
엄마: 기일에 막 즐겁게 웃으면서 보낼 순 없어서 그냥 하루 날 잡고 내려와서 실컷 추억하고 그리워하다 간다.
정우: 아...
엄마: 그래도 아직 해가 안 떨어져서 다행이다.
삼촌: 내 말이. 아휴, 빨리 인사하고 가자.
정우: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괜히 방해만 되는 거 같아서.
엄마: 아이고, 방해는. 니만 괜찮으면 같이 가도 되는데.
바다: 아이, 안 괜찮겠지. 그, 결혼할지 말지도 모르는데 얼마나 부담스럽겠어.
정우: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 아, 이게, 제가 와도 되는 자린가 해서...
하늘: 그럼, 잠깐 기다려 줄래? 여기 들른다는 거 미리 말한다는 게 깜빡했네, 미안.
정우: 아이, 미안하긴. 얼른 다녀와. 다녀오세요.
엄마: 어, 그래. 그럼, 좀만 기다리라.
정우: 네.
엄마: 가자, 가자.
정우: 어어, 어머니! 괜찮으세요?
엄마: 아유, 나 괜찮지. 나 하나도 안 취했다.
정우: 아...
엄마: 근데, 정우야,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래?
정우: 어머님, 예전에 아버님이랑도 이렇게 술 드시고 아이스크림 드셨죠?
엄마: 우째 알았노?
정우: 하하하. 왠지 그러셨을 거 같아서요.
엄마: 아, 역시. 우리 정우는 모른는 게 없다. 하하. 오늘 괜히 따라와 갖고 고생만 한다 아이가.
정우: 아이,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낀 거 같아서 죄송해요. 저 이런 자린지 몰랐어요.
엄마: 아유, 이런 자리라고 할 것도 없다. 아까 말했다 아이가. 지금은 슬픔은 사라지고, 즐거웠던 기억뿐이라고.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가끔 보고 싶은 거만 빼면.
정우: 세월이 얼마나 지나면 그렇게 무뎌질 수 있어요? 저는 마음이 단단하지 못한가 봐요. 아직은 많이 힘들어서.
엄마: 힘들게 뭐 있노. 그런 놈, 그런 상처, 빨리 잊어뿌면 되지.
정우: 잊혀지지가 않아요. 아, 자꾸 바보같이 잘해줬던 기억만 나 가지고, 아무도 오지 않는 제 졸업식에 혼자 와 준 모습이 자꾸 생각나요.
(과거 정우 졸업식)
정우:(N) 나는 늘 부모님의 우선순위가 아니었고, 이런 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휴...
경민: 아, 정우야!!
정우:(N) 그런 내게 그는 처음으로 찾아와 준 사람이었다.
정우: 형!
경민: 미안, 많이 늦었지? 졸업 축하해!
정우: 고마워.
경민: 이거! 받아.
정우: 이거 설마 블랙 슈트야?
경민: 어, 받아.
정우: 이야!!!! 하하하! 아, 고마워!
경민: 아유.
정우: 형, 최고!
경민: 그렇게 좋아?
정우: 어!!
경민: 축하해!
정우: 형,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가자.
경민: 그래, 가자!
정우: 형이 사 주는 거지?
경민: 아, 그럼, 가자.
정우:(N) 그땐 몰랐다. 그날이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얼마 후였다는 걸. 내게 약속한 슈트를 사 주고 나를 보러 오던 마음이 어땠을까?
(포장마차 앞)
정우: 어머니, 저 사실 힘들어요... 어제는 용서해야지 했는데, 오늘은 또 그러기 싫고, 원망도 할 수가 없고, 이해도 할 수가 없어서... 너무 괴로워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엄마: 아이고... 이 착한 놈을 우찌하면 좋노... 마음이 이래 약하고 물러터져가 우째 사노.
근데, 정우야, 누가 그라더라. 누구를 용서하는 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내 자신 때문이라고. 누구를 미워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고. 괴롭고, 고통스럽고, 분하고, 그런 데 쓰이는 감정이 니를 너무 아프게 하잖아. 근데 또 용서하라고 하기에는 니한테 너무 잔인하제. 니가 어떤 시간들을 보내왔는데... 흐흑... 하... 그러니까 우리 일단은 있어 보자. 잊으려 하지 말고, 있어 보자. 그러면 힘든 일도 아픈 일도 점점 무뎌질 거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 보자. 아휴.... 괜찮다... 울어도 된다. 아, 우리 정우 많이 힘들었구나...
하늘: (N) 통증은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이기에 통증이 시작되기 전 강한 진통제를 투여해서 고통을 덜어 주는 그 일이 나는 좋았다.
더러 환자들은 우리가 마취 후 수술실에서 벗어난다고도 알고 있지만, 수혈팩을 갈고, 약을 주고, 혈압을 유지하고, 호흡을 관리하며, 우리는 수술 내내 1초도 놓치지 않고 잠들어 있는 환자를 대신했다. 대동맥이 터지거나 낙상이나 교통사고로 엄청난 출혈이 있는 분들이 오면 가끔은 ‘어렵겠구나’, 생각될 때도 있었지만 그런 분들이 잘 이겨내 주었을 때, 버텨내 준 것에 그저 감사해하며 뒤에서 조용한 박수를 보내는 그 자리가 나는 좋았다.
(불꽃놀이)
정우: 아~~ 오늘 여기 오길 잘한 거 같아.
하늘: 그렇게 수난을 당했어도? 하하.
정우: 하하. 그 정도쯤이야.
하늘: 나, 사실 너한테 말 못 한 거 있어. 너희 부모님 서울 오신 거 알고 있어.
정우: 어떻게?
하늘: 아침에 통화하는 거 들었어.
정우: 아...
하늘: 그래서 서울에 있기 싫다고 한 거지? 아직 뵙기 힘들어서.
정우: 그냥, 뭐... 우리 부모님이 누군가한테 그런 사무치는 아픔을 줬다는 게, 받아들이기가 힘들더라고.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렇게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부모님을 원망해야 하는 건지, 그렇다고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그 사람을 미워해야 하는 건지, 갈피를 못 잡겠더라고.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 같기도 해. 미우면 미운대로, 이해가 되면 되는대로...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로 했어. 그러다 보면... 나도 너희 가족들처럼 담담해질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아이, 그래서, 말 못 했다는 게 그게 다야?
하늘: 어?
정우: 며칠 전부터 생각 많아 보이던데, 너.
하늘: 아... 나 사실, 조교수 제안 받았어.
정우: 야, 진짜? 아니, 왜 말 안 했어?
하늘: 그냥 너 일만으로도 복잡할텐데, 말할 수가 없었어.
정우: 야, 그걸 왜 그렇게 생각해?
하늘: 어쨌든 넌 그 일로 힘든데, 난 그 일로 이런 자리를 얻는 거 같아서. 이걸 좋아한다는 거 자체가 죄책감 들었어.
정우: 이건, 니가 열심히 살아온 일에 대한 결과일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그 자리에 선 거 꼭 보여줘! 알겠지?
하늘: 응...
정우: 와!! 어떡해!!! 축하해.
하늘: 고마워.
정우: 아유, 기특하다. 하하. 이게 무슨 일이야. 남하늘 최고!!
하늘: 와~ 진짜 예쁘다.
정우: 진짜 예쁘다.
하늘:(N) 그날의 불꽃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 불꽃놀이는 내 기억 속에선 오래도록 끝나지 않았다. 떠올랐고, 빛났고, 흩어졌다 .
하늘: 엄청 반짝반짝 빛나네.
하늘:(N) 그리고 우리는 깨달았다. 어차피 모든 것은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순간의 기억뿐이라는 것을. 그러니 잊고 싶은 일은 잊고, 잊지 않고 싶은 일은 오래도록 간직하면 된다는 것을, 그 밤의 불꽃처럼.
대영: 남선생님을 위하여!!
모두: 위하여!
하늘: 감사합니다.
모두: 축하드려요~~
대영: 남선생님, 만나자 이별이라더니, 이렇게 금방 헤어지게 돼서 너무 좋습니다! 정말 축하드려요. 얼른 가세요. 얼른!
하늘: 근데, 죄송해서 어떡해요. 얼마 있지도 못하고 가게 돼서...
정우: 아, 원래 잠깐 도와주기로 하고 온 거였는데, 뭘.
도간호사: 맞아요. 그런 말씀 말고, 앞으로 승진길만 걸으세요, 교수님!
대영: 예, 교수님! 많이 드세요. 제가 여기 정우랑 와 봤는데, 너무 맛있어 가지고, 제가 특별히 예약해 뒀습니다.
하늘: 잘 먹겠습니다.
정우: 오늘은 손님도 꽉 찼네. 아, 우리 병원도 이거에 반만 됐으면 참, 좋았을걸...
대영: 야, 이씨! 왜 얘기가 글로 튀어!
하늘: 나 잠깐 나갔다 올게. 홍란이가 송별회 하는 거 알고 케이크 사 왔다고 잠깐 나와서 가져가래. 아, 제 친군데, 바로 옆 산부인과에 있거든요.
도간호사: 알아요. 이홍란 선생님. 저희 거기 간호사 쌤들이랑도 친하거든요.
간호사: 아, 맞다. 그, 두 분 베프라고 들었는데, 식사 안 하셨으면 오셔서 같이 드세요.
하늘: 아, 아니에요. 사실 케이크도 민망한데, 생각해서 사 온 거니까 그거만 받아 오면 돼요.
대영: 아, 그래도 뭐, 여기까지 오셨다고 하는데, 뭐, 그냥 가시라고 하는 건 좀.. 그, 그... 비, 비인간적이지 않나? 어?
정우: 그래, 그, 홍란씨 괜찮으시면 들어오시라고 해.
하늘: 어색하다고 안 올걸?
홍란: 안녕하세요? 저, 하늘이 친구예요. 껴도 되나?
하늘: 이미 꼈잖아.
모두: 잘 오셨어요.
정우: 이거 먹어.
하늘: 고마워.
홍란: 여정우 선생님, 되게 다정하시네요? 뭐, 누가 보면 연애한다고 오해하겠어요. 그냥 성향이 워낙 친절한 분이라 가지고, 그냥 아무한테나 다 잘해 주시는 거 같은데, 아, 저도 주세요.
실장: 그러실 거 없어요. 두 분 사귀는 거 저희도 다 알아요.
홍란: 정말요? 뭐야? 비밀 커플이라며?
하늘: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알고 계시더라고.
직원: 전, 사실 우리 병원에 사내 커플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거든요? 저 완전 놀랐잖아요.
직원: 나도.
직원: 잠깐! 혹시 여기 또 커플 있는 거 아니야?
실장: 난 솔직히 B원장님이랑 도쌤도 좀 수상해.
대영: 에이, 무슨 소리야? 아, 나랑 도쌤은 그냥 친한 형제 같은 사인데. 아, 그니까, 저번 병원에 페이닥터로 있을 때, 그 병원에서 같이 있다가,
도간호사: 제가 선생님 따라 나왔죠!
모두: 와~~~ 오~~~
대영: 아이, 그거는 내가 돈을 더 많이 준다고 해서 그런 거잖아. 아이, 솔직히 말해가지고, 어? 무인도에 우리 둘만 있다고 했을 때, 어? 아무런 감정이 안 생기는 그런 사이잖아? 아, 왜 말을 안 해? 맞잖아?
도간호사: 글쎄요... 둘만 있으면 감정이 생길지도 모르죠.
모두: 학!!!
정우: 와우~
대영: 아후... 아이, 오늘따라 도쌤이 좀 많이 짖굿네, 어? 아유, 고기 탄다, 빨리들 먹어요, 예..
하늘: 어? 그거 안 익었어요, 선생님.
정우: 형, 뭐 해?
직원: 어? 당황하시는 거 보니까 진짜 도쌤이랑 뭐 있나 봐요?
직원: 그냥 오픈하세요. 그러고 보니 둘이 잘 어울려요!
하늘: 풉!!!
(정우 집)
정우: 이게 웬 삼각관계야? 아니, 아까 보니까 도쌤도 살짝 진심 같던데, 삼각관계 맞는 거 같지?
하늘: 아마도?
정우: 와~ 이렇게 안 궁금한 러브 라인은 또 처음이네.
하늘: 왜? 난 궁금한데? 홍란이도 마음이 있다, 그랬는데, 과연 누가 대영씨를 쟁취할지.
정우: 아니, 빈대영을 왜...
하늘: 풉.
정우: 아이, 근데, 내일 첫 출근인데, 오늘 회식까지 하고 안 피곤해?
하늘: 괜찮아.
정우: 오랜만에 복귀하시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하늘: 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리고 좀... 기대도 돼.
정우: 그럼, 긴장이랑 두려움은 나 주고, 넌 기대만 가지고 가.
하늘: 응.
정우: 응. 근데 좀 슬프기도 하다.
하늘: 왜?
정우: 아, 이제 손잡고 퇴근해서 이렇게 아이스크림 먹는 소소한 행복은 끝일 거 아니야. 너 이제 완전 바빠질테고, 그럼 전화도 자주 못 할 거고, 얼굴도 자주 못 볼 거고. 그럼 난 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아주 시름시름 앓다가 상사병이나 걸리겠지.
하늘: 뭐야, 그게.
정우: 아휴...
하늘: 걱정하지마. 예전처럼 나를 갈아서 일할 생각은 없으니까. 최선을 다하되, 나도 챙기고, 너도 챙길 거야.
정우: 진짜지? 너 약속 지켜라!
하늘: 응.
정우: 알았어. 어, 연락왔다.
엄마:(문자) 하늘아, 내일 첫 출근인데 빨리 와서 쉬야지. 어디고?
하늘: 이게 뭐야?
정우: 어? 어, 대박!!! 나도 이걸로 프사 해야겠다.
하늘: 휴... 하지마!!
정우: 아, 왜? 너무 잘 나왔는데?
하늘: 아, 하지 말라고!
정우: 아, 잠시만! 대.한.대.학.교.병.원.
하늘: 하지 말라고! 나, 진짜, 진짜 싫을 거 같아.
정우: 남.하.늘.교.수.님.을 찾아서.
하늘: 아, 하지마!
정우: 어디.. 하하하하하하.
하늘: 야, 진짜 빨리 핸드폰 내놔!!
정우: 아, 잠깐만, 아, 야!
하늘: 내놔!
정우: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야, 너 더 이상 오면 위험해, 위험해!
(하늘 교수실)
정우:(N) 그렇게 굽이굽이 지나 하늘이는 결국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정우:(N) 힘들게 둘러온 만큼 최선을 다해 빛나기를.
아파했던 만큼 꿈을 꾸고, 잃었던 만큼 높이 올라가기를, 나는 누구보다 간절히 바랐다.
만두를 빚으며...ㅋㅋㅋ
삼촌: 아유, 이제 잘하다이?
바다: 잘하지, 당연히.
정우: 자!
삼촌: 이야, 또 손재주가 좋아서 그런가, 만두도 잘 빚는다이.
바다: 그러니까. 맨날 여자친구 기다리면서 만두 빚다보니까 완전 왕만두의 달인이 돼 뿟어!
정우: 그래도 하늘이 오늘 늦지 않게 들어온대요.
삼촌: 아, 좋겠다.
정우:(전화 통화) 어, 하늘아, 출발했어? ...아... 응급이구나... 아니야, 괜찮아. 응, 힘내...
(퍽! 퍽!! 퍽!!!)
바다: 이게 웬 분노의 만두 빚기노?
삼촌: 그니까 이 말 못 하는 반죽이 뭔 죄가 있다고.
정우: 전, 괜찮아요. 난 괜찮아.
(정우 집)
정우: 흑.... 하.... 아, 기다렸다가 못 모니까 더 서러워. 나 잘 챙긴다면서.... 약속도 안 지키고, 휴.... 아니!! 굳이 기다린다고 생각하지마, 정우야~ 아, 그냥 내 할일 하면서 있는 거야. 그러면 서럽지 않을거야. 응.
정우: 후... 흠... 음... 치... 어후...
하늘:(메모) 같이 모닝커피라도 마시고 싶은데, 아침부터 회의가 있어서, 피곤할 텐데 이거 먹어. 보고 싶어.
정우: 나도!! 아유, 아, 나 3시까지 안 자고 있었는데, 그럼 도대체 몇 시에 왔다 간거야? 아휴... 하늘아... (진동)하늘이?
(하늘 교수실)
하늘: 어휴... 아... 아!
(똑똑똑)
하늘: 네. 들어오세요. 어? 정우야! 여긴 어떻게... 아, 보고 싶었어.
정우: 나도!!! 아, 니가 하도 얼굴 안 보여줘서 내가 이렇게 와 버렸잖아. 아, 근데, 내가 방해한 거 아니야?
하늘: 음, 방해는... 안그래도 짜투리 시간밖에 없어서 보러 갈 수도 없고 속상했는데, 너 보니까 피로가 싹 사라졌어.
정우: 흠, 역시 피로엔 여정우지? 와, 여기 진짜 좋다! 아, 뭐야, 여기 있으니까 진짜 있어 보여!
하늘: 커피 마실래? 아니면 나가서 밥 먹을까?
정우: 아, 그게... 사실 할 말 있어서 온 건데.
하늘: 할 말이 뭔데?
정우: 아, 나, 요새 너 많이 못 봐서 진짜 많이 힘들거든? 그래서 너랑 같이 있으려고 내가 아주 큰 결심을 했어.
하늘: 뭐... 무슨?... 이게 뭐야?
정우: 7세 소녀고, 오른쪽 마이크로티아야. 아, 내가 예전에 봉사갔던 단체랑 아직도 연락하면서 지내거든? 내가 물어봤어. 도움이 필요한 친구가 있는지. 이 친구, 내가 수술해 주고 싶어. 근데 지금 내가 있는 병원은 이런 수술을 할 여건이 안돼서 여기 계신 선생님 뵙고 오는 길이야. 그래서 여기서 재건 수술하기로 했고, 나도 협진으로 들어가기로 했어.
하늘: 정말?
정우: 응. 아, 원래 처음엔 수술 비용만 부담하고 검사만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너랑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 남하늘 선생님이랑, 남하늘 교수님이랑 같이 의미있는 수술해 보고 싶어서. 같이 해 줄 수 있어?
하늘: 응.
정우: 이쪽 보면은...
(하늘 교수실)
하늘: 여정우!
정우: 응?
하늘: 넌 진짜 멋있는 거 같아.
정우: ㅍㅎ아이, 그럼,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 자세하게 토론 좀 해 볼까?
하늘: 풉.
정우: 어디가 어떻게 멋있는지, 구체적이게 한 번 잘 설명해 봐.
하늘: 아니, 사실, 다들 좋은 일 많이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그렇게 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거치게 되잖아. 근데, 선뜻 그런 마음을 먹은 게 존경스럽기도 해서.
정우: 그냥... 어렵게 되찾은 돈이니까, 더 의미있는 곳에 쓰고 싶어서.
하늘: 음... 근데, 어 니가 대견한 건 알겠는데, 그럼 처음부터 심플하게 말하지, 왜 나랑 같이 있을 수 있는 곳에 쓸 거라고 했어? 나 그 말 듣고 괜히 긴장했잖아.
정우: 긴장? 왜?
하늘: 아니, 뭐... 그, 원래 긴장을 좀 잘하는 성격이라?
정우: 오~~
하늘: 피곤... 피곤하네? 커, 커피 마실래? 나, 그, 커피 마실라 그러는데, 흠..
정우:(진동) 뭐야, 왜 동시에 와?
엄마:(문자) 부산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하늘: 응? 부산 갔을 때다.
정우: 그, 마지막까진 안 봐도 돼.
하늘: 왜?
정우: 그런 게 있어.
하늘: 푸하하하하. 와, 대박! 이거 완전 프사감이다! 아 이거 프사할래.
정우: 안 돼! 뭔 프사야! 안 돼! 그거 하지마!
하늘: 왜? 내 핸드폰이야!
정우: 야, 우리 이럴 분위기가 아니야. 지금 내가 너한테 선물을... 아니, 제발... 제발 그러지마! 아, 이러지마! 좀!! (쪽)
하늘: 일해, 얼른!
엔딩곡: ‘박형식“ <내게 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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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무도 오지 않던 정우의 졸업식에 처음으로 와 주었던 경민의 에피에서 참 많이 먹먹했었습니다. 악역에게 서사 주는건 참 싫어하지만 순도 100% 미움만 가능한 관계는 현실에선 없으니까요. 복합적인 감정에 혼란스러운 정우가 넘 이해되고 안쓰럽고 배우님이 넘 잘 표현해주셔서 함께 아파했던 회차였어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