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키우는 게임을 했지
집을 짓고 직장을 구하다가 정말로 사는 모습 같아지면
일시 정지하고 섹스를 했다
이렇게는 살지 말자고
무서운 표정
벌써 다 자라서 부서진 사람의 얼굴
그래서 우린 눈을 감았나 봐
이런 표정은 유전자에 이미 있었던 걸까?
때가 되면 밖으로 나오는 걸까?
네가 뭘 더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게임으로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었지
얌전히 서 있던 사람들에게 다 일을 주고
집을 짓게 했지
너를 상상해, 엘리노어
하얀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둥둥 떠다니겠지
가끔 거기 있는 것 같아
네 눈으로 나를 보는 것 같아
그럴 때면 나는 너무 작은 점이고
그러면 덜 가엾고
따뜻해
정적 속에서는 모든 게 직선으로 이어지겠지
순환선처럼
엘리노어,
너는 미래의 시간에 살고
나는 과거의 빛을 보지
여기 있어
여기 있어
어떤 말들은 이제 알 것 같다
오늘도 전철이 지나가
같은 시간에
너의 아이는 어떤 표정을 짓는 어른이 될까
엘리노어, 아직 보고 있어?
* 2888년 지구에서 발굴된 일기장으로 2500년대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글씨가 매우 비뚤고 군데군데 얼룩이 져 있어 일부 부분은 추측으로 메웠다. 기록자는 지구의 거의 마지막 생존자로 보이며, 때문에 기록은 상상으로밖에 채울 수 없었던 지구의 마지막을 복원하는 일에 매우 귀중한 사료가 되었다. 기록자가 도시 빈민이었기에 적절한 때 우주로 떠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연구가들은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