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론가들에게 물었다
"당신과 관객이 행복하게 만났던 작품은?"
아저씨·인셉션·의형제… 다양한 빛깔 가진 9편 뽑혀…
'올해의 발견' 배우엔 송새벽
'자신만의 취향'을 주장하는 세상이지만 평론가와 관객이 늘 불화(不和)하는 것은 아니다. 올 한 해, 평론가와 관객이 가장 행복하게 만났던 작품은 무엇일까. 또 평론가 입장에서 대중과의 괴리감이 가장 컸던 영화는 무엇일까. 500편이 넘는 영화가 개봉한 2010년. 10명의 영화평론가에게 연말 결산 설문지를 돌렸다. 설문의 목적은 '올해의 좋은 영화'를 추천하자는 뜻. 또 하나는 소통불가(疏通不可)만 안타까워하지 말고, 타인의 취향에도 한번 귀 기울여보자는 취지다. 다음 주에는 '올해의 라스트신(엔딩)' '올해 최고의 오락영화' '올해의 과대평가'(영화·감독·배우)를 소개한다.
첫째 질문은 '올해 자신과 대중들이 가장 행복하게 만났던 영화'. 조건은 외국영화와 한국영화 불문(不問), 복수 응답 가능. 몰표는 없었고 다양한 빛깔과 무늬의 9편이 추천됐다. 혹시 놓쳤을지 모르는 '올해의 영화'로 추천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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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행 순위와 좋은 영화 순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623만명의 관객을 모아 올해 흥행 1위를 기록한 원빈 주연의‘아저씨’는 평론가와 대중이 행복하게 만난 영화에도, 가장 괴리감을 느낀 영화에도 이름을 올렸다. 아래 사진은‘인셉션’. /CJ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제공
623만 관객으로 올해 흥행순위 1위였던 '아저씨'는 "한국영화의 새로운 체위"(강유정), 587만명으로 2위를 기록한 '인셉션(Inception)'은 "이토록 전위적인 철학과 형식으로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에 진입했다는 것이 경이롭다"(장병원), "끊임없이 뇌를 자극하는 영화가 이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니"(황희연)라는 지지를 받았다.
장훈 감독의 '의형제'는 "분단을 다룬 영화 중 접근도 새로웠고, 관객들 역시 심각함과 코믹함을 즐겁게 오갔다"(이상용),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는 "류승완이 주조하는 파토스(열정)가 세상 밖으로 더 크게 공명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김영진), 강우석 감독의 '이끼'는 "강우석의 최고작이 될 수 있는 이 영화가 평단의 홀대를 받은 것은 불가사의"(장병원)라는 평이었다. 유일하게 애니메이션으로 추천받은 '토이스토리3'는 "장난감 때문에 울 나이는 지났는데, 일곱 살 때보다 더 펑펑 울게 만든 대물(大物). 유치원생부터 중년까지 아우른 기념비적 장난감들"(김혜선)이라는 적극적 동의를 얻었다.
절대수치는 작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에 대한 지지 선언도 이어졌다. 육상효 감독의 '방가?방가!'는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과 사회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잔잔하게 담아낸 영화를 보며 행복했다"(정지욱), 학대받는 아내이자 며느리가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돌변하는 복수극을 그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는 "통쾌함의 이심전심"(김형석), 이창동 감독의 '시'에는 "관객 수는 적었지만 관객들 대부분은 '시'를 앓았다. 나도 그랬다"(이동진) 등의 체험적 지지가 이어졌다. 올해 300만 명 이상 관객을 모은 영화 중에서 이 항목의 추천을 받지 못한 영화는 '아이언맨2' '하모니' '방자전' 세 편이었다.
두 번째 질문은 '자신과 대중과의 괴리감이 가장 컸던 영화'. 8편이 꼽혔는데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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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평론가의 판단보다 대중의 사랑을 더 받았던 경우. 아이돌 그룹 빅뱅 멤버인 탑(최승현)의 스크린 진출작 '포화 속으로'는 "아무리 뜯어봐도 '인공기 휘날리며+한류스타 학도병 구하기'"(김혜선), "단순히 배우 한 명 때문에 이런 흥행이?"(정지욱)라는 차가운 평가를 받았다. 칸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시종일관 부자연스럽고 뒤죽박죽인 이 영화가 거둔 성공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장병원)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관객의 더 많은 사랑이 아쉬웠다는 작품도 있다. 손재곤 감독의 '이층의 악당'은 "많이 웃었다. 모처럼 연출·각본·연기 삼박자가 조화로운 코미디였고 꽤 흥행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의외로 부진"(최광희), 이서군 감독의 '된장'은 "나에게는 마술적 레시피, 남에게는 이런 된장!"(강유정),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는 "김지운 영화 중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잔인하거나 시시한 영화로 보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았다. 아예 심의 당국은 이 영화에서 진짜 악마를 본 모양"(김형석)이라는 옹호를 받았다.
'행복'과 '괴리감' 양쪽에 모두 이름을 올린 영화는 두 편이었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보기를 원했고, 그만한 무게를 지닌 올해의 걸작"(이상용)인 '시'와 "이정범 감독의 영화로는 전작 '열혈남아'가 더 좋았다"(이동진)는 평을 들은 '아저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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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최고의 조연이었던 송새벽.
'올해의 발견' 배우 항목에서 평론가들은 6명의 압도적 지지로 송새벽을 선택했다. 변태적 변학도('방자전'), 연애초보자('시라노;연애조작단') 마누라의 등골을 빼먹는 백수 남편('부당거래') 등으로 새로운 배우의 탄생을 선언했던 그는 올 한 해 최고의 조연이었다. "메인코스 요리보다 훨씬 맛있는 애피타이저"(황희연) "누가 뭐래도 올해는 송새벽이라는 배우의 개벽"(이상용) "올해의 대세"(김형석) 등의 평이었다. '대세'와 더불어 "같은 캐릭터가 너무 반복된다"(최광희)는 건설적 충고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