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문창살에 비친 관조와 명상의 세계
헤이리 AHN S.K Studio의 서양화가 안상규
이 가을날, 문창살을 통해 지난 기억을 더듬으며 타임캡슐을 타보자. 그곳엔 옛날의 누이의 색동옷이, 돌담 곁의 느티나무가, 뜨락의 꽃이 고즈넉한 자태를 드러내며 추억의 꽃을 피운다.
어릴 적 시골의 밤. 문창살에 은은히 배기던 엉큼한 달빛을 보았던 기억이 있는가. 혹은 대청마루에서 사랑방의 문창살을 통해 늦은 밤 어머니가 호롱불아래 물레 돌리던 모습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있는가. 들일을 마치고 돌아 온 저녁에 할머니가 입에 문 곰방대 터는 모습이 문창살을 통해 마루에 비치던 고즈넉한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있는가.
문창살은 안과 밖의 경계이다. 이 경계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만난다. 창문의 창호지는 안팎을 이어주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어둠을 사르고 여명이 밝아오는 최초의 출구이다. 이렇듯 깊은 밤, 격자무늬의 창호지 틈새로 은은한 달빛이라도 새어 들면 세속의 욕망은 소리 없이 흩어지고, 금방이라도 해탈의 문이 열릴 듯하다. 한국의 전통 문창살을 통해 꽃과 나무와 여인을 표현하는 안상규 화백. 그의 작업은 변함없이 문창살에 어리는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옛 시 구절에도 문창살을 비유한 다음과 같은 시(詩) 한편이 있다.
“여보시게, 화엄이 따로 있겠는가./ 등에 지고 온 맘 문창살 너머 천장에 매달고/ 빈 방 차고 누우면 그게 화엄 아니겠는가./ 허나 혼자 차지하지는 마시게/ 객(客)이 오면 냉큼 일어나 공양을 들이시게./ 문창살 너머로 다 보고 있으니께./ <중략>
그의 주제는 ‘열림’이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것. 즉 ‘자아를 존재하는 확인’이다. 그는 한 때 1970년대 초 신미술운동에 참가하고, 한지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캔버스에 아크릴을 수없이 덧칠하며 묵언의 수행을 하듯 작업을 해온 것이다. 그의 문창살은 한마디로 절제된 선이다. 82년 까뉴(Cagnes)국제회화제에 국내에서 6명의 작가들이 선정되어, 세계적인 대작가들과 합류해 작품을 비교하면서 대세적인 시류에 뒤떨어짐을 확인하고 이후 국내로 돌아와 칩거하며 개인적으로 꾸준히 성찰하며 작업을 해온 것이다.
‘눈으로 보는 그림에서, 마음으로 읽는 그림으로’
안상규화백의 그림의 바탕은 한지와 오방색, 창살무늬와 한글자모의 기호적 이미지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유로운 상상력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관조와 명상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가. 그는 일상적 삶을 통해 체험한 내면의 정서적 감흥을 한지위에 표현해왔다.
파주 헤이리 아트벨리의 첫 입주자로 “정서적 ‘감’을 통해 형과 색은 현상(現象)으로써가 아니라 사유(思惟)로서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사물의 본질을 이지적 감성보다 정서적 관념으로 본다.”라고 말하는 그는, 한가한 날이면 그의 갤러리 작은 뜨락에서 사색을 한다. “하루 종일 자라는 식물과 그 품안에서 노는 곤충들을 바라보노라면 지겹지가 않아, 아마 그것도 내 작업처럼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내 일과일거야.”라며 수줍게 이야기 한다.
‘눈으로 보는 그림에서, 마음으로 읽는 그림으로’ 라는 주제로 그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자신의 오픈갤러리에서 정례모임을 갖는다. 하늘이 곧장 보이는 그의 오픈 갤러리에서 그림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가 버무려진 아름다운 삶을 꿈꾸고 있는 작가 안상규. 그의 작업하는 모습조차도 문창살에 배겨든 수행하는 명상가의 모습을 닮았다.
안상규오픈갤러리) 011-359-5013
<작가 약력>
홍익대학교 회화과 및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졸
앙데팡당전(국제전출품작선정)
카뉴국제회화제(프랑스카뉴현지참가)
휘나르국제미술전(심사위원회상,동경)
현대미술 100인 초대전 외 다수
첫댓글 아~내 옆의 그 작품이군요~
글구...비밀 인데요~조영남 옵빠 닮았네~ㅋㅋㅋ~
증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