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온 식구들이 여행가방을 꾸렸다.
오늘 아침부터 옆지는 청소하고 마저 챙길 것 챙겨서 맨 먼저 집을 나섰다.
수원성지위원들과 성지순례 피정을 가나보다.
막둥이는 교사로서 첫 한학기를 마치고 짧은 여름방학에 들어가더니
두차례 여행 다녀오고서도
다시 제주도로 마실 가 듯 김포공항을 향해 나섰고
나는 5년만에 마지막 스쿠버 다이빙을 하였던 곳으로 6일간의 여정을 잡았다.
우리 집은 이렇게 모두 따로 국밥이다.
여행도 식사도
역시나 오늘 아침도 없다.
오늘도 더워서 육수를 많이 흘리게 되었는데
종종 어지럽고 자꾸 앉고만 싶어지는지라
스스로 가볍게 챙겨먹기로 ...
아주 늦은 오후 6시 50분 비행기지만
언제부터인가 불안하고
조바심 많아지고
생각했던 일들이 금방 머리속에서 사라지니
몇차례나 발권 정보를 들여다 보고
또 처음으로 이용하는 버스타고 앱의 태그리스도 살펴보고
뭐 하나 내게 익숙한 것이 없다.
핸폰으로 하는 작업들이 많이 버겁지만
이젠 일상화되는 추세라서
모바일로 발권받고
공항버스도 예매하고
힘들지만 하나 하나 배우고 따라한다.
탑승까지는 2시간여 남았지만
보홀 팡라오 탑승대기실에 홀로 앉았다.
당초에 출국장 면세점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려던 것이었는데
아직 5년 전의 번창했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별 관심없는 술 담배 면세점만 성업 중이다.
돌아봤자지...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뭐가 문제지?
일단 처음 해보는
모바일로의 공항버스 예매
태그리스 승차
항공권 발권 모바일탑승권
필리핀 입국신고서를 미리 인터넷으로 작성 제출하여 받은 QR 코드
모두 생소하고 잘 알지 못하니 하나 하나 모두 불안하다.
34도까지 성큼 오른 더위
그늘에 앉아있어도 육수가 줄줄 흐르는 나
쉬원한 집에 좀 더 머물다 조금 여유롭게 나서면 되련만은
컨센트 모두 분리하고
방마다 개미퇴치용 모기제거 스프레이를 뿌려놓고
30분 더 일찍 집을 나섰다.
처음으로 이용하는 공항버스 정류장
자세히 살펴보고
그늘의 벤치에 앉아 40여분을 기다리고 말았다.
연착되어 십여분도 넘게 더 기다리고
짜증스러운데
차에서 내린 운전사
전혀 친절하지 못하다.
대부분의 이런 노선의 기사들이
내 또래라고 생각하면
이 더운 날씨에 그러려니...
근데 태그리스라고 했는데
태그하란다....
이거 버스 타는 것도 쉽지를 않다.....
ㅉ ㅉ ㅉ
공항에 도착해서도
모바일 승차권을 발급받았음에도
그 의미를 몰랐다.
주루루 발권기계 앞에서 발권하는 님들 보면서
나도 빈 기계 앞에서서 하라는 대로
근데 여권을 인식하지 못한다.
다시 시도하니
이미 발권되었으니 창구로 가란다.
창구로 가니
이미 모바일 발권이 되었기에 그냥 그걸 제시하고 탑승하면 되는데
그래도 묻는다.
종이발권 해드릴까요?
예~~~
위탁화물 셀프로 안 하니 이것이 더 편리하네...
이래서 모바일에 저장된 표는 그냥 버려두고
종이로 발권된 표를 들고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줄이 움직이질 않는다.
한참 지나 앞에 서 있던 보안원이 내게로 와서 여권을 달란다.
아니 왜???
보고 나서 되돌아 나가서 맞은 편 입구 노약자 입구를 이용하란다.
돌아나가 그 쪽으로 가니 승무원과 노약자를 위한 입구가 따로 마련 되어있었다.
덕분에 20여분 아니 그 이상 시간을 절약하고
서있는 수고를 덜었다.
하지만
이도 생각이 깊다.
물론 자신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이미 사회의 배려 대상에 속하는 인생인 것이다...
사실 이번 여정은 거듭 거듭 생각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우선 지금 내 살아가는 나태하고 엉망이 된 내 모습에서
이 나약의 골짜기를 벗어나야 겠기에
또 취미로 다시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아주 힘든 결정을 하였고
5년만에
지금 팡라오섬으로 가는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다.
인지능력이 받쳐주든 아니든
더 이상 즐길 수 있든 없든
전혀 흔들리지 않고
3일간의 다이빙을 배우고
서둘지 않고 입수할 것이다.
체력이 딸리면 하루 3번 입수할 것을
2번 하면 된다.
내가 앞으로 나가고저 하는
이 길을 도와주는 님들께 먼저 감사드리면서...
비양기에 오르자.
보홀 Panglao, OCEANUS DIVE에서
첫댓글 충분히 오죽님의 글내용을 덜먹은나이지만 공감합니다 .용기에 박수보내드리고 바닷가에서 하고픈거하시며 즐거운시간만들고 오세요
재미나고 배움있는 삶에 박수보냅니다
열대과일과 이국적인풍경도 많이 누리고오세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이름 잊어버린 과일로 즐기고 있습니다...
@오죽 나이가 들면 신나는일도 줄어들고 뭔가 오그라든기분이들고 이런증상은 다 신의 섭리라고 생각해요
또다른 삶의철학이 단단해지라고 외모도 감정도 능력도 다 잘나지못하게하나봐요
겸허하게 행복을 내가 만들려고 소박해지려고 노력 무던히 하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