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뒤 스팸메일 해결" 빌 게이츠 회장 단언
- 중단한 MSN 계획과 흡사, 정보인권 침해.통제 우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1월2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정보기술회의에 참석해 “18개월 뒤에는 스팸메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앞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현재 스팸메일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보내지는 음란 스팸메일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나라별로, 혹은 공조해 갖가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스팸메일은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의 스팸메일 차단서비스 제공업체 메시지랩스는 최근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발송된 전자우편 가운데 66%가 스팸메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게이츠 회장의 18개월 뒤 스팸메일 해결 발언은 이런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과거 어느 발언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모든 컴퓨터마다 자물쇠 단다
정통부의 한 국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를 관람하러 간 길에 시애틀에 있는 엠에스 캠퍼스(본사)를 들렀다가 ‘곤욕’을 치렀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24시간 붙잡혀 엠에스의 홈네트워크와 컴퓨터 보안 전략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엠에스는 정통부 국장에게 개인방화벽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개인용컴퓨터(PC)와 인터넷이 만나는 지점에 설치해, 해킹이나 바이러스 침투를 막고, 스팸메일도 걸러주게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 국장은 “엠에스는 개인방화벽 장치를 처음에는 외장형 혹은 내장형 주변기기 형태로 공급하다 칩 형태로 발전시키겠다고 설명했다”며 “이미 개발을 마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엠에스는 2000년대 들어 주력 소프트웨어 제품의 기능 포화로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자, 컴퓨터 보안과 정보화 역기능 해소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믿을 수 있는 컴퓨팅(트러스트월시 컴퓨팅)’이라는 전략까지 마련했다.
컴퓨터와 인터넷도 전기나 수돗물처럼 믿고 쓸 수 있게 하자는 게 뼈대다.
이후 엠에스는 회장까지 나서서 컴퓨터 보안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컴덱스 전시회에서는 아예 보안을 주제로 삼았다. 컴덱스 때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제품 내지 기술을 내놔 눈길을 끌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컴퓨터 보안 강화 필요성을 강조할 뿐, 사업화 가능성은 경계해 왔다. 지사에도 엠에스가 백신 프로그램과 방화벽 같은 보안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사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오면 부인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엠에스가 정통부 국장에게 설명한 개인방화벽 장치 개발에 대해서도, 엠에스코리아는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 때가 무르익었다(?)
게이츠 회장의 18개월 뒤 스팸메일 해결 발언이, 엠에스가 정통부 국장에게 공개한 개인방화벽 장치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엠에스가 해킹, 바이러스, 웜, 스팸메일 문제 해결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고, 그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엠에스의 ‘믿을 수 있는 컴퓨팅’ 전략의 목표가, 엠에스가 1990년대 초 추진하다 중단한 ‘마이크로소프트 네트워크(MSN)’ 전략과 흡사해 관심을 끈다.
이 점이 해킹, 바이러스, 스팸메일 등을 막아준다는 명분으로 인터넷을 기술적으로 통제 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사용자 컴퓨터에 접근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강력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 시행해도 해킹이나 스팸메일 같은 정보화 역기능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기술적으로 해결해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엠에스쪽에서 보면, 환영을 받으며 컴퓨터 보안 시장에 진출할 ‘호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엠에스가 컴퓨터 보안에 관심을 가지려고 할 때마다, 사용자 컴퓨터 정보를 빼가려고 한다는 지적이 일어왔다.
업계 전문가는 “스팸메일과 해킹 같은 정보화 역기능을 줄여준다면 정보인권의 침해도 양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엠에스가 이런 분위기를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