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해수욕장 파라솔 세계신기록 세우던 날!

[용하]

 

지난 8월 2일 오후 4시 경 해운대해수욕장 파라솔 기네스북 신기록 세울 때.

[해운대해수욕장 '파라솔 세계신기록' 세우던 날!]

그 얼마 전에 아는 형님이 “카메라 사줄 테니까, 해운대 사진 좀 찍어서 나도 좀 주라”고 해서, 8년 만에 카메라가 생겼다. 그것도 디지털카메라가.

그리고 해운대해수욕장 피크를 기다렸는데.......

7월31일 목요일, 8월1일 금요일, 8월2일 토요일, 8월3일 일요일. 7월말 8월초 땡볕 더위 여름휴가 중에서 올해는 8월2일 금요일이 피크라는 계산이 섰다. 8월3일 월요일은 휴가 마지막 날이라 다음날 일 나가려면 아무래도 토요일만큼은 못 할 것이니까.

다행이 연휴 기간에 땡볕이 내려쬈고, 점심때가 한참 넘어서야 피크에 올라설 것이라고 해운대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뒤적이고 있는데, ‘오늘 오후 4시경 해운대해수욕장 파라솔 해수욕장 신기록수립’이 가능할 것이란 뉴스들이 나온다.

해운대구 배덕광 구청장님이 "국내 최고의 피서지인 해운대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널리 알리기 위해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게 됐다. 해운대 모래복원 사업 등을 통해 세계최고의 해수욕장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는 뉴스와 함께, 기네스북에 공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기네스 세계기록 등록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한국기록원'이 정확한 집계를 위해 계측원 40여명을 투입해서 1시간 단위로 체크를 하고 있고, 예측대로라면 오후 4시경에 세계신기록을 세울 것 같다고. 그러면서 오늘 하루 관광객이 100만평을 돌파할 것 같다고.

더위에 먹는 둥 마는 둥 점심을 해결하고, 2시 조금 안 되서 불볕더위 속에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메고 해운대해수욕장으로 갔다. 푹푹 찌는 가운데서도 설레이면서. 자기 돈 써가면서 모여드는 100만 명의 관광객은 얼마나 어마어마한가? 100만 명이면 울산인구이다. 울산인구가 해운대 백사장에 하루 동안 모여든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100만 명의 다는 아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땡볕의 모래밭에 파라솔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해보라.

자기 돈을 써가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 밝을 것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밝을 것이란 것이다. 상상해보라. 1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밝을 수 있는가? 울산시민 정도의 인구가 거의 모두 밝을 수 있는가?....... 나는 예전부터 해운대백사장에 자주 가는데, 휴가철에 쉬러 온 사람들은 아무리 수가 많아도 모두들 밝다는 것을 알았다. 써야할 때 돈을 써가면서 쉴 수 있으니까 밝을 거야!....... 행복이지!!

‘100만 명이 밝은 모습’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운대가 유일하다. 그것도 7월말 8월초 휴가철 절정기에 하루나 이틀 중에 오후 3시에서 5시경 사이에! 그것도 또 날씨가 맑아야 되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날 하루에 100만 명이 모이면 돈을 얼마나 쓰고 가는 줄 아는가? 한 사람 앞에 1만원씩만 잡아도 100억이다, 100억! 장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두 손 모아 기도를 하고도 남을만 할 것이다. ㅎㅎ

나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의 밝음을 찍으러 가는 것이다.

그날 해운대에 오는 거의 모든 사람들은 밝다.

사람들이 해운대가 가지고 있는 이 위대함을 알란가 몰라?........

2시경 해운대해수욕장 중앙쯤에 있는 해운대관광안내소를 지날 때쯤부터 사람들이 바글거리기 시작하는데....... 그 뙤약볕에도 사람들이 밝다. 사람들을 지나 동편으로 쭉 가서, 조선비치호텔 앞길을 지나 갯바위로 올라갔다. 그곳이 전체를 볼 수 있으니까.

조선비치호텔 건물의 그림자가 이제 막 바다로 떨어지고 있었다. 시간을 딱 맞춰 온 것이다. 짧은 그림자의 명암으로 그늘과 뙤약볕을 비교할 수 있으니까.

몇 칠을 생각하고 계획했던 대로 갯바위에 삼각대를 세우고 앵글을 잡았다. 아름다워라. 오늘 하루 해운대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100만 명이라고 해도, 저 안에 그래도 수십만 명이 들어 있을 것인데 모두들 행복할 거야....... 아름답지 않은가? 아름다운 거야!  찰칵-  

우글우글 바글바글~행복! 행복!! ~~

카메라를 삼각대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돌렸다.

이곳 해운대 백사장이

대양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실감을 할런지 몰라?.......

대마도가 50km도 채 안 되게 있는데....... 대마도는 일본(큐슈)하고는 150km 정도나 떨어져 있다. 대마도까지도 먼 바다인데 ㅋㅋ, 일본까지는 더 먼 바다이고....... 일본만 지나면 태평양하고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동해로 조금만 올라가서 동쪽으로 틀면 태평양 지나서 미국하고 연결되고. ㅋㅋㅋ 

이번에는 카메라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각을 잡았다. 

이것은 삼각대가 있을 때만이 나올 수 있는 사진이다. 조선비치호텔, 오션타워, 그랜드호텔, 글로리아콘도, 하얏트호텔이었다가 의료/미용 휴양관광개념으로 바뀐 노보텔....... 해운대의 명물들이다.

그 다음, 조선비치호텔 앞으로 와서 다시 삼각대를 세웠다. 나이 드신 프로들 많이 계시는데 틈새를 비집고.......  이 사진을 찍었다. 

이때가 오후 2시 반이나 3시쯤 됐을 때이다. 조선비치호텔 건물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다. 오전에는 저 자리가 땡볕 중에도 땡볕인데, 저 분들은 프로들이신 거다. 사람들 없이 널널하게 여유를 즐기고들 계시지 않은가? 고 옆에 딴 사람들은 돈 내고 파라솔 밑에 들어가서 쪼그려서 햇빛 피하고 있는데, ㅎㅎ .......

조선비치 앞에서 찍을 만큼 찍고, 그림자가 길어지기를 기다리리면서, 뙤약볕이 엄두가 안 나서 머뭇거리고 있다가, '얼마나 기다려온 기회인데?'하고서  좋은 사진을 얻을 것 같으면.......  

나갔다. 으아~! 으-뜨뜨!!~~ 바다는 푸르러도 바로 앞에 노란 투뷰 옆에 껌정 모자 쓰시고 하얀 수건 걸쳐 메신 아저씨를 보시라. 검게 타셨다. (참고로 마대의 쓰레기들은 바닷가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관공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을' 수시로 담아모은 것들이다.)

오늘 진짜 사진을 얻으려면...

저 사이를 들어가야 하는데!.......

다들 옷 벗고 있을 것인데........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면?.......

숨 한번 쉬고!

낯바닥에 기압 넣고, 일하고 있는 사람처럼 들어갔다.......

할 일 없이 싸구려로 보이면 무참해질 수 있으니까!!! ㅎㅎㅎㅎ-

애기가 있어서, 걸쳐서 살짝 ‘세상모르고 퍼져 있는 것을’ 한 방 찍었다. 이동!

파라솔 사이를 숙이고 지나서 고개를 들었더니....... 

수영 못하고 물에 들어가기 싫은 사람들이 ‘얼음물에 들어가기 싫은 남극에 팽귄처럼’ 사람들이 쳐다만 보고 서 있었다. 아! 모지란 놈들! 그 땡볕에 그늘 속에 숨어서 사람 구경을 하고 있는 거야. (얼굴 알만한 사람 없죠? 일부러 웃자고 하는 소리입니다.) ㅎㅎㅎㅎ-

그래도 표시내면 안 되니까, 카메라 가지고 앞으로 이동.

보라! 이것이 해운대의 진짜 가치다!

이것이 여름 휴가철 피서 절정기의 해운대다!!

십년 전에 우리 애들 걸음마 끝내고 한참 말 터질 때 

지 엄마하고 같이 왔더니마는 연년생 두 놈-년 다.......

"와하아~! 물 많다!!~ 와아, 물 많다!.......

목욕탕 물보다... 더-더어 많다........ 아빠! 엄마! 와아!!~~"

감탄사를 연발했었는데.......

바다를 처음 본 것이었어. ㅎㅎㅎㅎ-

그런데, 지금 나는 사진이나 찍으러 오고.......

행복해 보이지 않은가? 하루일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여유 속에 행복이 보이지 않은가?

이것이 해운대, 해운대해수욕장의 가치이다.

부러움을 뒤로 하고.......

머리가 뜨거워져서

보기만 해도 청량해질 것 같은 푸르른 그늘 아래로 들어갔더니,

난장판 개판오분전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또 웃자고 하는 소리이고....... ㅎㅎ-

각도를 조금만 맞추니까, 이렇게 질서가 있었다....... 맑은 하늘, 작열하는 태양, 가려주는 그늘, 시원한 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가족들과 함께 또는 벗들과 함께 하는 삶의 여유!

그늘 밑에서 쉬다가, 카메라 가지고 있는 것을  못 마땅해 하는 눈치들이 느껴져서 오래 못 있고, 또 나와서 ‘나는 또 일하는 사람처럼’ 사진을 찍었다.

(참고로, 해운대해수욕장은 1990년도부터 [공영 파라솔 제도]를 도입하였다는데, 위 사진들에서 보는 것처럼 모든 파라솔에 해운대 로고마크가 찍혀있고, 해운대로고마크가 없는 파라솔은 백사장 안으로 들어올 수 없고, 파라솔에는 기업체의 광고협찬을 받는다. 그리고 바로 위 파라솔에는 인제대학교 해운대 백병원이라는 글씨가 찍혀 있는데, 해운대백병원은 해운대신도시에서 송정 넘어가기 전에 송정터널 오른쪽에서 지금 공사 중에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에서도 규모가 작더라도 해운대처럼 [공영 파라솔 제도]를 운영 정착시켜서 여름 휴가철 바닷가를 좀 더 단정하면서도 효율적으로 관리하시는 것이 어떠실런지.)

여름 휴가철 해운대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바다도 아니고, 

역시 바닷가로 몰려나온 사람들이었다. 

모래밖에 없던 이 백사장에 오늘 하루 이 많은 사람들이 파라솔을 의지해서 도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거의 울산만한 광역시를! 그리고 1년 중 최고로 더운 날에 바쁜 일과들을 밀쳐두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 속에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면서 자기도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축제다. 해운대가 주는 축복 속에 즐기는 조용한 축제인 것이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사람들이 춤추고 술 먹고 놀고, 어디는 토마토를 던져 깨서 놀고, 어디는 포도를 으깨고 놀고, 어디는 맥주를 배가 터지게 마시면서 놀고....... 하는데, 해운대해수욕장을 두고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연일 최소 수 만 명에서, 주말에는 쉽게 수십만 명을 넘기고, 7월말과 8월초 사이의 여름 휴가철에는 연일 1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이것은 우리만의 정서로 우리만의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축제인 것이다. 그것도 세계 최대 규모의 축제!

세계 어떤 축제를 봐도 ‘특별히 준비하는 이벤트 없이’ 연일 1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몰려드는 축제를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해운대가 축제라는 인식이 덜 되어 있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점쟎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의식들이 강해서 연일 10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왔다가 가도 큰 사건사고 없이 다음날 또 다시 평온한 하루를 맞이하니까....... 그래서 덜 화려하니까, 이 거대한 축제를 자발적으로 즐기면서도 축제라는 인식이 덜 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위대한 민족문화의 질서의식이 숨어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세계적인 축제에서 해운대만큼 사건사고가 없는 축제를 생각해보라. 연일 수 십만에서 수십만 명의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몰리면서도 큰 사건사고 하나 없다는 것은, 우리의 위대한 힘이라는 가치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해운대의 축제가 더 가치 있는 것은 가족적인 아름다움이 크다는 것이다.

이쁜 아가씨들도 많이 있었는데,

남사스러워서 초점을 맞출 수가 없었고.......

보리떼(밀짚) 모자 쓰고 지나가시는 점잖은 분 한 분이 계셔서 지나가려는 찰나에 앞을 찍는 척 셔터를 눌렀다. 광각렌즈라 옆까지 바로 나온 것이다. 많은 사진 중에 한장일 뿐이다.(바로 저 위에 사진)

뜨거워서 다시 그늘을 찾았는데.......이번에는 빨간 그늘!

여기까지 오는 동안 파라솔 밑 환경을 찍은 몇 번의 경험이 생겨서 이번에는 기둥을 봐가면서 처음부터 계산을 해서 삼각대를 세울 수 있었다. 물론, 낮게. 찍고 보니 생각보다 잘 나왔다. 벌건 가운데서도 툭 터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때 아름다웠던 것은 저 꼬마애가 ‘낯 설은 분위기 적응을 못 하셔서’ 어색해하시는 할머니를 야무지게 챙겨드리더라.

다시, 바다가 아름답게 느껴져서 사진을 찍었는데........ 그동안 너무 곧바르게 딱딱한 각도로만 찍었느데, 약간 비틀어봤다. 좋아, 한번 씩 변화를 주는 것도 괜찮은 것이야.

모두들 밝다. 세상에 근심 걱정 없는 것처럼.

한 순간일지언정 이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이렇게 밝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연출인가? 영화감독이라면 이 상황의 위대함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돈 주고 엑스트라 사서는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을 알 테니까.

그런데 저 할머니는 돈 아끼시려고 우산을 들고 나오셨네. 양산도 아니고 우산을. 하기사 우산이 그늘막이 더 잘 지니까, ㅎㅎㅎㅎ-

그리고 계획했던 사진들을 다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해운대해수욕장의 싱싱한 사진들을 많이 찍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해운대관광안내서 운영하는 방송에서

“우리 해운대해수욕장이 관광객 여러분들 덕분에

오늘 오후 4시에 파라솔 7천9백3십7개로 기네스북 세계신기록으로 인정받았다.”

는 뉴스가 나왔는데.......

순간,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뛰고 손뼉을 치면서 들썩들썩....... 술렁거리다 말았는데....... 옷 입고 있는 사람들은 쳐다만 보고 있어서였다. 다 같이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면 될 것을....... 옷 안 벗고 있는 사람들은 옷 벗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을 게 뭐야?  털렁털렁~ 덜렁덜렁~거릴 줄 빤히 알면서.....사람 무안하게시리.......ㅎㅎㅎㅎ-

나는 그때 갑자기....... 상징적인 사진 한 장을 찍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파란 하늘 아래 빨간색이 돋보였고, 수많은 사람들과 백사장과 바다와 달맞이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것을 잡아내야 하는 것인데.......’ 생각이 바로 들었고....... 119 구조대 망루가 비어있었다.

구도를 생각하고 올라가서, 잽싸게 찍었다. 금방 호루가리 부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한 컷을 모드를 돌려가면서 찍고, 각도를 약간 돌려서 찍을 찰나에 아니나 다를까 “호르르륵~” ........ “잠깐만요, 1분만요!” 하고서 한 번을 더 돌렸다. 그 중에 잘 나온 놈이 아래 사진이다.

 

이놈은 내가 찍고 내가 봐도, 2008.8.2.오후 4시경 해운대해수욕장이 ‘관광객들이 필요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파라솔 세계신기록을 세운 상징적인 사진으로 부족함이 없다.

119구조대 망루에서 내려와 액정모니터를 보고서 바로 만족. 혼자서도 흐뭇할 정도로 흡족. 119 구조원이 다가와서 핀잔을 주지만 속으로 ‘1년에 한번 있을까말까하는 기회인데 나보고 으짜라고!’.......그래도 “죄쑝합니다!”.......ㅎㅎ-

이제 더 이상 찍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해운대 백사장 길이가 1.5km 정도 되는데, 눈치 보면서 반 정도 오는 동안 머리에 열도 많이 받았고, 카메라를 들고 있어서 바다물에도 들어갈 없고....... 지친 생각에 더 이상 찍어봐야 달맞이를 배경으로 사람, 바다, 하늘, 모래....... 거기서 거기 같은 이미지가 뻔할 것 같아서.

나오는 길에 빨간 파라솔 끝나고 단풍 파라솔 시작하는 자리에서 그 아래를 한 방 더 찍었다.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져서. 이 파라솔들도 잘 보면 파라솔 중앙기둥들이 오와 열을 맞춰서 잘 정돈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래밭에서 나오니 유독 노란 투뷰가 눈에 들어왔다.

햇볕은 아직도 순간순간 살을 태울 만큼 쨍쨍한데, ‘오늘이 피크이고, 오늘 지나면 웬지 가을이 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하늘이 진하게 나오게 하려고 그림자하고 뙤약볕하고 겹치게 한 방을 박았다. 그날 여름의 절정에서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은 나만의 정서였을까?

피곤한 상태로

사무실로 돌아와 늘어지게 퍼질러 자고.......

한참 어두워지고 나서 열대야 속에 다시 해운대백사장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여전히 바글바글했다. 낮에처럼. 파라솔은 다 걷어서 투부 옆에 가지런히 단도리들을 해놔서 맨바닥에 주저앉거나 깔판을 깔고서.

나는 저녁이면 수시로 해운대백사장에 나가는데, 그날과 그 다음날은 휴가의 절정이라 직접 밤을 새면서 밤 문화도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고, 어마어마하게 나올 쓰레기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그 기술과 과정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다.

10시경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는데.......

아차, 이것을 모르고 카메라를 안 가져왔네. 15분 정도 하늘로 폭죽을 쏘아 올려서 폭죽들이 터졌는데, 그렇게 가까이서 그렇게 많은 폭죽들이 터지는 불꽃놀이는 처음이었다. 막판으로 갈수록 불꽃폭탄이 터지면서 엄청난 속도로 눈앞에까지 다가올 듯 하다가 사그라지고는 했는데, 한번씩 가슴이 철렁했다. 마지막에는 온 하늘에 폭죽이 터져서 수양버들처럼 서서히 흘러내리면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는데 감동을 먹었고.

저녁 12시가 지나도

사람들이 줄어드는 대신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드넓은 백사장은 수 많은 사람들의 오붓한 술판이 되었고........

장사꾼들은 통닭에 맥주를 팔러 다녔고.......

낮하고는 또 다른 해운대만의 행복한 밤의 축제의 시간이었다.

새벽2시를 넘어서야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이 표시나기 시작했는데, 자기 먹은 자리를 정리해서 쓰레기 모으는 데까지 가지고 가서 놔두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개중에는 대충만 가지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3시를 넘어서는 그냥 놔두고 가는 몰상식한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그때부터 청소하시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새벽4시경 푸르스름한 여명이 돋기 전까지도 열대야를 즐기면서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훤해지자 마지막 남은 사람들도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햇볕나면 뜨거우니까, 햇볕나기 전에 들어가는 것이다....... 수많은 쓰레기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새벽공기 속에

본격적인 청소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조를 이루어 한 줄로 청소를 해오는 것이었다. 중간 중간 구역을 나누어서. 해운대구청 공무원들, 거기서 장사하시는 상인들, 해운대에 있는 시민단체 회원 같은 분들.......

그리고 쓰레기들이 모아지는 데로 밖으로 빼냈고, 차에 실리는 데로 차는 떠났다. 해운대신도시 소각장으로 갈 것이리라. 출근시간 전에 백사장에 큰 쓰레기들이 거의 정리가 되고, 다음에는 세부작업에 들어갔다. 다시 열을 지어 눈에 쉽게 안 보이는 작은 쓰레기들을 찾아내서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아, 이렇게 해서.......

밤에 생겨난 그 많은 쓰레기들이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기 전에 치워지는구나.

그 덕분에 휴가철 내내 사람들은

올 때마다 아름다운 모습만 볼 수 있는 것이고.

감동했다. 감동할 줄 알면 행복할 줄 아는 것이다.

[용하]

해운대 이쁜 박각시 보러 오라고 공사하고 있는데, 이런 공사들을 하고 있습니다. ㅎㅎ

[안전이]

그렇구낭.........

[rocksan]

부산에내려간다간다한게...약속이중요한거말해뭐하나..그래도할말없는입으로한마디하자면..9월중엔꼭가야지..미안 용하씨

[용하]

오시기 전에 미리서 연락주시면 홍어 준비해놓을께요. 홍어집 주인 또 '사람도 안오고 홍어만 준비하라'고 하면 영 이상하게 생각하겄네요.ㅎㅎ... 편할 때 오세요. 절대로 그냥은 가지마시고.

[바이슨]

용하씨 항시 한결같은맘 고맙네요 조만간 형님모시고 내러갈께요.추석명절 잘보네새요. 건강챙기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