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그리고 통영
세 번째 날
늦은 아침으로 진주냉면과 비빔밥을 먹기로 하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하연옥은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서 팔도냉면여행기 진주냉면 편에 소개 된
진주냉면집이 상호를 하연옥으로 변경해서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본점과 두 곳의 분점 중에 하대점은 마침 숙소와 가까운 위치여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3대 냉면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그리고 이곳의 진주냉면이라고 합니다.
우리민족은 음식이나 빼어난 절경을 몇 개씩 꼽아서 그 맛과 풍류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나 봅니다.
웬만한 지방에 가면 8경이니 9경이니 하는 경관들이 정하여져 있고 3대, 5대 하는 표현을
즐겨하였던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뒤에 돌아볼 진주성과 촉석루도 임진왜란 3대 대첩과
조선 3대 누각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ㅎ ㅎ
북한에서 출간 된“조선의 민속전통”이란 책에도 북에는 평양냉면 남에는 진주냉면이라고 소개 할 정도로 잘 알려진 이곳 진주냉면의 비결은 육수와 고명에 있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의 냉면들과 달리 각종 해산물을 이용하여 2박3일을 달이고 15일을 숙성시켜 담백한 육수를 만들어 달궈진 쇠막대기를 사용하여 육수의 잡냄새를 없애는 방법이 진주냉면의 숨은 비법이라고 합니다. 고명으로도 쇠고기에 계란을 입혀 부친 육전을 썰어서 올리고 달작지근한 배가 들어가는 것도 특색이 있습니다.
십여년전에 815를 전후해서 노동, 시민, 사회, 종교단체와
정당의 대표들과 4박5일간 평양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대동강의 양각도 호텔에 머물며 주로 고려호텔과 양각도 호텔을 오가며 행사와
만찬을 진행하고 평양단고기식당과 옥류관에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금강산이나 개성관광은 남북관계가 좋을 때면 얼마든지 갈수 있지만 평양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가고 싶다고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어서
지금까지도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점심으로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는다고 하여 전날 저녁에 독한 들쭉술로 속이 많이
상했던 터라 남한의 냉면처럼 살얼음이 동동 떠다니는 시원한 냉면으로 속을 풀 심산으로
내심 기대하고 능수버들이 길게 늘어진 경치 좋은 대동강가의 옥류관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평양냉면은 얼음을 띄운 찬 육수가 아니고 미지근한 육수를 사용하였습니다.
8월의 한여름에 미지근한 육수로 먹는 메밀냉면, 북한의 음식이 대부분 그렇듯이
화학조미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담백한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명맥을 이어오는 정통평양냉면을 평양 현지의 최고식당 옥류관에서
먹어 보는 몇 안 되는 경험도 해 보았고 진주냉면은 진주를 찾을 때마다
빼놓지 않았으니 우리나라 최고의 냉면을 모두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음식은 각자 주관적인 입맛에 따라 그 선호를 달리하는 것이니까 호불호가 극명할 수 있지만
나의 입맛엔 평양냉면도 좋았지만 진주냉면이 더 감칠맛이 있었습니다.
냉면과 함께 잘 알려진 진주의 음식으로 비빔밥과 온면이 있습니다.
비빔밥은 동황색의 놋그릇에 흰밥과 다섯 가지의 나물이 어우러져 일곱 가지 색상의
아름다운 꽃모양을 자랑한다 하여 칠보화반(七寶化飯), 또는 꽃밥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전북 전주와 황해도 해주, 그리고 경남 진주의 비빔밥을 3대 비빔밥이라고 한다는데
진주비빔밥은 사골육수로 밥을 지어 신선한 나물과 소고기 육회로 마무리를 해서
선지와 내장을 넣고 끓인 선짓국을 곁들여서 먹습니다.
전주비빔밥이 콩나물국을 곁들인다면 진주비빔밥은 선짓국을 곁들이고
조금 더 서민적인 것이 다른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진주온면 입니다.
밀국수를 재료로 온갖 고명과 함께 먹는 진주온면과 남강변의
야경을 감상하며 먹는 장어구이도 이 지역 별미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백문이불여일식(百聞而不如一食)이라고 진주 지역에 들르실 일이 있으시면
냉면이나 온면을 시식해 보시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에 하나라 생각됩니다.
진주는 진양호와 남강이 흐르고 진주성과 촉석루, 남강유등축제 등으로 알려진
영남의 고도이며 예로부터 "조정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인재의 반은 진주에 있다."
라고 할 정도로 인재와 충신이 많은 고장이라고 합니다.
최초의 경남도청도 진주에 있었으나 일제에 의해 1925년 부산으로 옮겨졌다가 후에
지금의 창원으로 이전하였으며 진주라는 지명은 교려시대부터 사용하여 왔다고 합니다.
진주의 소싸움대회는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기고 그 승리를 기념하는 잔치에서
비롯되었다는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소싸움대회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소싸움의 무대가 남강 백사장이었다고 합니다.
소싸움이 벌어지는 며칠 동안은 싸움소가 일으킨 뿌연 모래 먼지가 백사장을 뒤덮었으며
수만 군중의 함성은 하늘을 찔렀고 수백 개의 차일(遮日)이 백사장을 온통 뒤덮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진주 소싸움은 일제 때 민족의 억압된 울분을 소싸움에서 발산했고
일본인들이 진주 땅을 들어설 때 수만 군중이 백사장을 뒤엎고 시가지를 누비니
겁에 질려 남강 나루를 건너지 못하고 며칠씩 머물렀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
진주시에서는 진양호 공원 인근에 전통 소싸움 경기장을 건립하여 소싸움의
옛 명성을 되찾고 진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주를 관통하는 남강과 한쪽 성벽이 맞닿아 있는 진주성은 천혜의 요새입니다.
관리와 보존이 아주 잘 되어있어 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고 있으며
도심 한가운데에 이렇게 멋진 문화유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주시민의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축조하였다는 유서 깊은 진주성은 임진왜란의 격전지로서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대첩,
권율장군의 행주대첩과 더불어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의 진주대첩은 임진왜란 3대대첩이라고 부르며
진주를 통하여 호남지역으로 진격하려는 왜놈들을 크게 괴멸시킨 곳이기도 합니다.
남강을 내려다보며 우뚝 서있는 진주의 상징 촉석루와 그 아래 의암은 2차 진주성전투에서
7만 명의 민관군이 전멸하자 왜장 게야무라 후미스케(毛谷村文助)를 유인하여 껴안고
함께 남강으로 투신한 진주기생 논개의 충절이 서려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촉석루는 평양의 부벽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조선 3대 누각의 하나라고 하며
진주성에서 내려다보는 남강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강 건너 쪽에서 보는 촉석루 주변
사계절의 모습은 절경 중에 절경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도 여수와 순천에서의 이틀간은 매서운 추위와 바람이 얼마나 기승을 부리던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혹독함도 있었지만 진주성의 양탄자처럼 곱게 다듬어진
잔디위로 내리쬐는 한낮의 햇볕은 바람 한 점 없이 봄날의 그것과도 흡사하여 눈이 부신
주변의 경치와 어우러져 마치 봄 소풍이라도 나온 듯 하였답니다.
경호강과 덕천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진양호가 있습니다.
맑고 수려한 풍광을 지닌 서부경남의 유일한 인공호수로 지리산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시원하게 트인 전망과 아침에 피어나는 호반의 물안개와 황홀한 저녁노을, 일주도로와
다양한 볼거리로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기도 합니다.
따뜻한 햇살은 눈부신 물비늘로 넘실대는 진양호로 유혹하였지만
한려해상의 다도해가 내려다보이는 미륵산을 오르기 위하여
냉정하고 사납게 동양의 나폴리라고 부르는 통영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통영은 임진왜란 무렵 고성현에 있었던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3도의 수군을 총괄하는
삼도수군통제사영(三道水軍統制使營)을 줄여서 통제영 또는 통영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 수군을 총 지휘할 목적으로 1593년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고
일본이 남해와 서해로 향하는 길목인 한산도에 통제영을 설치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1955년에 통영읍이 이순신의 호를 따 충무시가 되었다가 1995년 전국행정구역개편으로
역사적인 배경과 생활권이 하나였던 충무시와 통영군이 하나로 통합되어 통영시가 되었습니다.
섬과 바다, 한려해상의 도시로 아름다운 통영은 육로를 통하여 거제도를 출입하는 관문이며
최근엔 거제도와 부산이 육로로 연결되면서 의미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해산물이 풍부하고 굴의 최대 생산지이기도 하며 죽방멸치, 오미사꿀빵, 충무김밥 등이 유명하고
한산도, 장사도, 욕지도, 사량도, 매몰도, 연화도 등 잘 알려진 섬들로 구성된 다도해와
해안관광도로 등 주변의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기도 합니다.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통영대교입니다.
통영에서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미륵도입니다.
미륵도는 충무교와 통영대교, 그리고 해저터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고
해발458m의 미륵산 8부 능선까지 케이블카로 오르면서 한려해상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입니다.
육지와 연결된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은 바다 아래를 걸어서
이동하는 콘크리트터널로 바다 속이 보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도심의 도로를 따라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했는데 분위기가 썰렁합니다.
설마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쉬지는 않겠지 하고 예쁘게 주차하고
올라가보니 둘째 넷째 월요일은 정기휴일이라 쓰여 있네요.
통영시의 통영관광개발공사가 운영을 하는 것이다 보니 쉬는 날도 있나 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이었다면 연중무휴로 빡세게 가동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제야 이럴 거면 진양호를 둘러보고 저녁에 넘어올 걸 하는 아쉬움이 격하게
치밀어 오르지만 뭐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게 인생사니까
내 잘못은 아니다 하고 위로하여 봅니다.
구불구불 해안도로를 따라 섬과 바다를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하기로 하고
미륵도 일주도로인 산양관광도로와 통영대교를 건너 평인일주도로를 돌아
중앙시장 앞의 문화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여객선터미널 뒤쪽으로 숙박시설들이 밀집되어 있지만
시장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숙소를 정하고
통영의 전통시장인 중앙시장으로 급히 향했습니다
시장 앞에는 광장이 넓게 조성되어 있는데 한쪽 모서리를 따라
통영 특산물인 꿀빵과 충무김밥집이 한집건너 하나씩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중앙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그 안에 활어중앙시장 간판이 또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는 활어회가 여수보다도 더 쌉니다.
웬만한 바닷가 도시에 수산시장은 다 다녀보다시피 하였는데
통영 중앙시장은 많이 착합니다.
활어회 가격의 기준이 되는 횟감이 사람의 취향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보통 쥐치세고시를 기준으로 판단을 합니다. 1kg을 기준으로 했을 때
속초, 주문진 강릉은 5만원, 포항 3만원, 여수 3만원, 통영 2.5만원 이었고요
2만원에 주겠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엄청 착한 가격이지요?
광어는 작은 건 1만씩 합니다.
모두 합해서 5만원입니다.
때로 하던 일 잊어버리고 낮선 길 따라
낮선 도시 시끌벅적한 시장 바닥에서
소란스럽게 한바탕 흥정도 하고 입에 쩍쩍 붙는 쫀득한 회 한 첨,
오도독~ 고소한 전복 사시미에 찬 소주 몇 잔하고 누우면
세상 부러울 게 뭐 있겠습니까?
더 남은 인생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허허~
숙소로 가는 길에 꿀빵도 하나 사고....
내 입맛엔 암만 먹어봐도 한 줄에 1500원 하는 야채김밥만도 못하지만
‘에라~ 그래 통영가지 왔으니까 충무김밥 한 번 먹어보자’하고
그 양념도 없이 맨밥에 김 한 장 달랑 여시같이 붙여 논
김밥에 오징어무침하고 어구적 먹어봅니다.
젓가락도 없이 이쑤시개 달랑 몇 개 줍니다.
이건 이렇게 찔러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가 봅니다.
고기잡이 남편의 식사로 김밥을 만들어 주었는데
김밥의 내용물이 쉽게 쉬어서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고민 끝에 맨밥에 김을 말고 반찬을 따로 싸서 주었더니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이 얘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통영지방의 어부들이 식사와 간식으로 애용하면서
유래된 향토음식이 충무김밥이라고 합니다.
과거 어렵던 시절 김밥을 머리에 이고 다니면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던 할머니가
빨리 상하지 않도록 하다 보니 그렇게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째든 유통기간을 길게 하고자 고안한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넷째 날 입니다.
9시에 향한 곳은 어제 가려고 했었던 미륵산 케이블카입니다.
혹시 좀 늦으면 줄서서 기다리지 않을까 싶어 올라갔다 내려와서 아점으로
식사를 하기로 하고 꽤 길고 높은 거리를 케이블에 매달려 올라갔습니다.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부터는 나무계단이 만들어져 있고
천천히 올라가도 20분이면 정상에 도착을 합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통영시내의 전경과 파란 바다위에
무수히 떠있는 섬들의 시원한 풍경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습니다.
통영엔 등대로 유명한 소매몰도와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강우안항이 있고
일몰의 명소인 달아공원과 요즘 많이 알려진 벽화마을 동피랑도 있습니다.
미륵산을 내려오면서 길옆으로 중국음식점이 보였습니다.
통영굴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커다란 수족관 여러 개에는 각종 어패류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TV에도 방영되었다는 광고에 현혹되어서 가던 길을 멈추고 차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간판을 보지 않고 식당의 외관만 보면 꼭 횟집 같은 이 집에는 보통의 메뉴 외에
수족관에 있는 조개들을 가득 넣고 요리하는 특별한 짬뽕의 종류들이 십여 가지가 있었습니다.
역시 해산물이 풍부한 바닷가의 도시답게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으로
얼큰하게 속을 풀고 거제도로 향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