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
대 상 |
내 용 |
BibStarter |
2살부터 |
처음 도서관과 만남을 시작하는 시기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하고 놀면서 도서관을 친구처럼 느끼도록 한다. 보호자와 함께 참여한다. |
LeseMinis |
4살부터 |
주로 동화책을 함께 읽고 그와 관련된 독후활동을 한다. |
BücherBande |
초등 저학년 | |
LeseFreund(in) zu Besuch |
4살부터 초등 저학년 |
자원봉사자가 진행하는 독서 프로그램으로 대상에 따라 시간을 달리하여 진행한다. |
LeseFüchse |
유치원단체 |
도서관 견학과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한다. |
LeseKaiser |
취학 이전 어린이단체 |
2008년 9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프로그램. 한 그룹의 어린이들이 여섯 번에 걸친 도서관 방문을 통해 도서관 전문가가 되면 황제에 즉위시켜주는 프로그램으로 입학을 준비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
WissensWerk- statt |
초등학생 |
매번 새로운 과제를 선정하여 깊이 있는 관련 지식을 쌓도록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
SchülerInfo |
1-10학년생 |
도서관 자료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숙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습도우미 프로그램으로써 주로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진행된다. 도서관에 따라 주 1회 또는 2회, 오후 2시간씩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이 많은 프랑크푸르트에는 독일어가 서툰 학생이 많은데 이 프로그램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
도서관들은 주 이용대상과 도서관의 상황에 맞추어 위의 프로그램 중 적절한 프로그램 몇 개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 도서관은 BibStarter 프로그램을 제외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어느 도서관은 정기적인 프로그램은 BücherBande 하나 뿐인 도서관도 있다. 프로그램 진행 횟수도 매주 진행하는 도서관부터 월1회 진행하는 도서관까지 다양하다. 독서활동은 주로 슬라이드로 동화보기, 만들기, 그리기 등의 전형적인 방식이었으나 사용하는 재료들과 진행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을 몇 번의 프로그램 참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곳의 도서관 개관 일수는 대개 일주일에 2회에서 4회 정도이고 그것도 오후에만 문을 열기 때문에 잦은 도서관 이용이 필요한 사람은 여러 도서관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프로그램 이름을 통일해 놓으면 프로그램 이름만 봐도 어떤 프로그램인지 파악할 수 있어 처음 가는 도서관이라도 낯설지 않게 바로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프랑크푸르트의 도서관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시스템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소개한 프로그램들이 제목은 같지만 각 도서관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면 아래에 소개하는 이벤트나 특별 프로그램들은 모든 도서관이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곳의 도서관시스템 모습을 잘 보여준다.
■ BibQuiz
대상 초등 저학년
시기 매월 1회
내용 매월 “Stadtbücherei Frankfurt am Main”홈페이지에 출제되는 몇 개의 객관식 문제를 풀어 가까운 도서관에 제출하면 상을 받는다. 8월은 ‘산’, 9월은 ‘과일과 야채’에 대한 문제를 출제하였다.
■ WissensFrage
대상 초등 고학년
시기 매월 1회
내용 진행 방식은 BibQuiz와 같으나 문제유형이 단답 서술형인 것이 다르다.
8월은 ‘올림픽’, 9월은 ‘자동차 전시회’를 소재로 문제를 출제하였다.
대상 초등학생
시기 여름방학
내용 방학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책벌레 생쥐 Lenni가 그려진 독서기록장과 함께 한 묶음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린다. 방학동안 이 책을 읽고 기록장에 정리하여 방학이 끝나면 도서관에 제출하고 상을 받는다.
■ Bücher im Park
대상 5살부터
시기 여름방학
내용 도서관 인근의 공원으로 책을 옮겨 미니도서관을 만들고 자연 속에서 함께 책을 읽고 다양한 독후활동과 놀이도 한다. 몇 개의 도서관에서 3일에 걸쳐 진행하며 학생들과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는다.
■ LeseZauber
대상 4-8살
시기 매년 9월 15일 - 10월 25일
내용 매년 테마를 바꿔가면서 전 도서관에서 동시에 테마와 관련된 행사를 진행한다. 올해의 테마는 “곰”이다. 모든 도서관의 LeseMini, BücherBande, LeseFreund zu Besuch등의 프로그램에서 곰과 관련한 책을 다룬다. 그리고 독후활동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낸다. 11월에 작품전시와 함께 시상을 하고 이 행사에 참가한 모든 어린이를 초대하여 극장에서 행사마감 축제를 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란 무엇일까요? 모르겠나요? 여기서 답을 찾아 보세요. 힌트1 : 관련주제의 책 찾기 Thomas Lang의 하이브리드-이미 달리고 있는 미래 Dietrich Naunin의 하이브리드-밧데리, 연료전지, 전기자동차 힌트2 : 참조하기 - 주제관련사전 온라인자료검색시스템을 통하여 책을 찾아 참고하고, 우리 동네 도서관에 책이 없으면 신청해주세요. 힌트3 : 인터넷 http://www.wikipedia.de 읽어보세요 IAA-자동차 전시회가 하노버에서 9월 25일에 시작합니다 정답지를 도서관에 제출해주세요. 정답은 다음 달에 게시합니다 |
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찾게 되고 나아가 도서관의 장서구성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곳의 어린이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진행하는 LeseZauber도 흥미롭다. 각 도서관에서는 매해 선정되는 LeseZauber 테마와 관련하여 다양한 독서활동을 진행한다. ‘곰’을 테마로 한 올해는 다양한 모양의 곰 만들기, 곰집 만들어 주기, 곰이 나오는 동화책을 외국어로 읽어 보기, 곰인형을 가져와 도서관에서 놀기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도서관 아이들의 가장 큰 잔치가 바로 이 행사이다. 우리나라의 ‘독서의 달’ 행사와 비슷한데, 우리나라는 각 도서관이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비해 이곳의 도서관들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모든 도서관이 공동 작업을 하듯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도서관 관장인 Mrs. Thabor와 인터뷰하면서 ‘역시 사서들은 다 똑같은 고민을 하는구나하고 생각한 것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고 도서관에도 자주 오게 만들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도서관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진행해 가면서 도서관들은 한층 긴밀해지고 시스템은 더 튼튼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린이도서관에서 내가 만난 프로그램들
이 세상 어디에 살든 아이들은 닮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나를 소개하니 태권도를 배운 적 있다며 발차기 “얍” 뽐내기 좋아하는 것이 그렇고, 한국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는지 눈동자 반짝 호기심 많은 것도 그렇다. 이 아이들이 말이 낯설어 쭈뼛거리는 나를 편하게 해준다. 그들과 함께 한 프로그램들 중에서 몇 개를 여기에 소개한다.
■ 프로그램 하나. 동화 속 그림 표현하기 (BücherBande 프로그램)
함께 읽은 책 :
Flunkerfisch / Axel scheffler, Julia Donaldson (원제목 : Tiddler)
상상력 많고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작은 물고기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매일 듣는 친구들은 그를 바보 같다며 무시한다. 어느 날 그물에 걸렸다가 먼 바다에 떨어지게 된 주인공은 그 멀리까지 퍼져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가 어느새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매 페이지마다 아름다운 바다 속 풍경이 그려져 있다.
[그림 설명]
3.눈감고 그리기
도화지에 조약돌 몇 개를 올려놓는다. 눈을 감고 바다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크레파스로 조약돌을 감아 도는 파도를 자유롭게 그려 넣는다.
4.바다색 칠하기
도화지에서 조약돌을 내리고 묽은 푸른빛 등으로 바다 속을 표현한다.
5.물고기 찾아 색칠하기
크레파스로 그린 곡선끼리 교차하며 생겨난 모양들 중에서 물고기 모양을 찾아내어 다양한 재료로 예쁘게 꾸민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Linda de Vos는 어린이도서관에서 20년을 근무하고 있는 도서관 프로그램 전문가이다. 이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Linda가 기획하고 진행까지 맡고 있다. 미술과 도서관교육학을 전공한 그녀는 사서는 아니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 자격으로 이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차분하게 진행되는 그녀의 프로그램에는 기발함이 녹아있다. 단순한 그리기 활동에 생각지 못한 모티브와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고 청각까지 합쳐놓는다. 그녀는 자기 일을 아주 만족하고 무엇보다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 프로그램 둘. 동화 속 물건으로 게임하기 (LeseFreundin zu Busuch 프로그램)
함께 읽은 책 :
Robbi regt sich auf / Mireille de Allance (원제목:What a tantrum)
화가 잔뜩 나 있는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화’가 튀어나와 주위의 모든 것을 엉망으로 흩어놓는다. 흩어진 자신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가면서 주인공은 자기 물건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마지막에는 어느새 작아져 있는 ‘화’도 상자 속에 넣으며 마음까지도 말끔하게 정리를 끝낸다.
[그림 설명]
3.게임하기
앞 사람들이 한 말을 기억했다 순서대로 얘기하는 메모리 게임이다. 자기 차례가 되면 앞사람에게서 상자를 넘겨받고 상자 안에 정리해 두고 싶은 물건을 말하며 넣는 시늉을 하고 앞 사람들이 상자에 넣은 물건의 이름을 순서대로 얘기한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Sigrida Dörr는 인도에 얼마간 있을 때 배웠다는 요가동작을 응용하여 아이들과 몸풀기를 하는데, 동물들의 몸동작을 흉내 낸 요가동작을 아이들이 상당히 재미있게 따라한다. Sigrida는 어린이도서관에서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고 있는 열정적인 자원봉사자이다.
■ 프로그램 셋. 같은 동화, 다른 말 (BücherBande 프로그램)
함께 읽은 책 :
Il Gogno di Matteo / Leo Lonni (국내번역제목 : 그리미의 꿈)
지저분한 다락방 모퉁이에 사는 주인공 생쥐. 엄마 아빠는 돈 잘 버는 의사가 되기를 바라지만 주인공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미술관의 그림을 보고 온 어느 날, 여러 가지 색깔이 어울려 춤추는 아름다운 꿈을 꾸게 되는데 이때부터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눈을 갖게 되고 그 때의 꿈을 멋지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화가가 된다.
1. 두 가지 말로 동화 읽기 : 이탈리아어와 독일어로 된 같은 동화책을 두 명의 진행자가 번갈아 가며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눈다.
2. 아이들이 고른 그림 : 책을 읽고 나서 아이들도 주인공처럼 화가가 되어 그림그리기를 한다. 여러 유명화가의 그림 포스터 중에서 하나를 골라 그리는 것인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뭉크의 ‘다리 위의 세소녀’를 고른다. 놓여 있는 여러 그림 중에서 가장 어두운 그림인데 아마도 아이들은 선이 단순한 뭉크 그림이 만만해 보이나 보다.
3. 다함께 그림 그리기 : 아이들 손에서 다시 태어난 뭉크 그림은 그들의 표정만큼이나 밝고 경쾌하다. 다음 날 이 그림은 도서관 벽에 걸린다.
이 프로그램은 한 진행자가 먼저 이탈리아어로 책을 읽어주면 다른 진행자는 바로 독일어로 다시 읽어주기를 반복하면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 다른 언어의 어감 차이를 느껴본다. 책읽기를 끝내고 바로 아이들은 붓으로 물감을 찍어 하얀 도화지 위에 바로 뭉크 그림을 그려 나간다. 어느새 손가락까지 붓을 삼아 뭉크 버금가는 작품을 완성해 낸다. 대견스러운 꼬마 화가들이다. 프랑크푸르트 지역이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문화 지역이기 때문에 더욱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 프로그램 넷. 도서관에서 보물찾기 (도서관 견학 프로그램)
이 날 함께한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인 한 반 학생들이다. 이곳의 도서관은 대부분 오전에는 문을 열지 않는데, 이 도서관도 마찬가지여서 아이들이 견학 오는 10시에는 도서관이 온전히 이 아이들의 것이 된다.
둥그렇게 모여앉아 기본적인 도서관 이용 교육을 받고나서 각자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한다. 책 읽는 아이, 음악 듣는 아이, 빈둥거리는 아이... 잠시 후 도서관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도서관 책을 샅샅이 뒤지는 보물찾기 게임이 시작된다. 먼저 봉투 하나씩을 그룹 별로 나눠주는데 그 안에는 책 제목과 저자가 적혀있는 종이가 들어있다. 그 책을 검색하여 서가위치를 확인하고 찾아 가면 거기에 새로운 봉투가 또 있다. 이렇게 봉투를 찾아 자료를 검색하고 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세 번 거쳐야 보물의 위치가 적혀있는 마지막 봉투를 만나게 된다. 보물은 무엇이었을까? 예쁜 빨간 상자 안에 학생 수 만큼 사탕이 들어있고 아이들은 그 사탕을 나눠먹으며 프로그램을 정리한다.
이곳에서는 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수가 거의 10명을 넘지 않는다. 그래서 진행자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렇게 진행자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교감한다.
이곳의 도서관을 경험하면서 우리나라의 도서관을 되돌아보게도 되고 비교도 하게 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의 도서관 수가 무척이나 안타깝고, 질서 속에서도 여유와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이곳 도서관 분위기가 많이 부럽다. 하지만 이들과 우리는 조건과 상황이 같지 않기 때문에 도서관의 모습이 달라야 함도 놓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곳은 기본적으로 이용자 수가 적기 때문에 적은 수의 아이들에게 알맞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한다. 그래서 개인의 표현과 이해를 살리기 위한 섬세하고 아기자기하면서 정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반면에 주로 많은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우리 상황에서는 개개인에 맞추는 섬세함 보다는 여러 명을 아울러 진행할 수 있는 광범위하고 역동적인 프로그램이 요구되는 것이 당연하다.
남을 본보기로 삼을 때는, 이렇게 각자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오히려 다름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취할 것과 버릴 것, 또는 고쳐 쓸 것에 대한 확실한 자기 기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도서관 문을 나서며
들어설 때 철옹성처럼 나를 막고 서있던 그 문을 나선다.
나와서 뒤돌아보니 그저 투명하게 말간 유리문이다. 서가의 책들이 바짝 눈앞에 와 있다. 도서관 아이들도 곧 튀어나와 내 품에 안길 듯하다. 문을 나서는 나에게로 이제는 도서관이 들어온다.
직원들도 보인다. 약 3주간의 잦은 방문과 인터뷰 때마다 반가이 나를 맞이해 준 얼굴들이다. 내가 그들에게서 받은 친절한 안내와 배려는 아름다운 독일의 모습으로 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요즈음, 오랜 된 서고의 책 냄새와 시끌벅적 어린이실 꼬마들의 웃음소리가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내가 있었던 도서관, 그 자리 찾아 다시 도서관 문을 들어설 때가 가까워 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