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꽃에 관한 시모음 13)
코스모스 /김철수
저렇게 슬프게
웃고 있구나.
가는 그대 떠나보내고
아직도 떠나오지 못했는데.
코스모스처럼 /강세화
밤마다 뒤꼍에서
물소리 내는 새댁.
그 나긋한 몸매 차려
길가에 나와서서
살며시 손 펴보이며
보조개를 짓는다.
옥색(玉色) 코고무신
발꿈치 사뿐 들고
차창에 비쳐보는
반회장(半回裝) 저고리가
활짝 핀 코스모스처럼
눈에 가득 차온다.
수줍게 배웅하며
발그레 웃는 모습.
한시(時) 반시(半時)라도
반색하고 다시 맞을
저토록 살가운 정이
새암나게 이뻐라.
코스모스 /김철수
옅은 안개 속에 숲이 물이 강이 수런대고
공기가 숨을 들이쉬며 내시고 , 무언가 체온이 길을따라 온다.
몇백만년중 한번 있을 기적 ㅡ'광합성 "
최초의 내가 스멀스멀 다가간다.
코스모스를 노래함 /고명
-복진에게
연초록 새순 초등학교 시절부터
엄마는 그 애를 코스모스라고 불렀어요
그 때의 엄마만큼 눈이 트인 걸까요
이제는 조금,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코스모스 한 줄기가
가을하늘을
어떻게 그처럼 깊어가게 하는지
코스모스 핀 길을
사람들이 왜 고요히 걷고 싶어하는지
코스모스 피던 언덕 /김수잔
파란 하늘 높아만 가고
하얀 메밀꽃에
꽃잠 자리 사뿐히
바람결에 날갯춤추면
가슴으로 찾아드는
코스모스 피던 고향 언덕길
하늘하늘 순하게
피어나던 길
그리움이 한데 모인
하얀 핑크 어울려 피던 그곳
내 꿈과 사랑 함께 한
잔뼈가 자란 언덕
이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가슴을 저미는 지독한 몸살로
피어나는 추억들
논두렁길 메뚜기 잠자리
쫓든 그곳엔
이제 다 새 문명의 빌딩으로 둘러싸여
꿈을 키운 고향길 다 묻혀버렸고
어깨동무 그리운 친구들
먼 나라 먼 도시로 떠나갔건만
난 아직도
가을이 오면
꿈을 키운 내 고향
그리움의 추억
코스모스 언덕길이
내 마음의 영원한 고향인 것을.
코스모스 /김영길
한 강가 강변
가을 하늘아래
코스모스 집성촌인가
집단으로 피어 있다.
가느다란 몸매에
허리는 한들한들
갈바람에 쓰러질 듯
땅에 입맞춤하고
오뚝이처럼 일어선다.
지나는 사람들을
몸을 흔들어 인사하며
멀리 보이는 시선에서도
손을 흔들며 반긴다.
항상 행복한 얼굴로
가을의 풍성함을 노래하며
미소 짓는 너의 얼굴이
아름답고 신비하고
즐겁고 기쁨이 넘치니
네가 있어 행복하고
나는 너를 무한히 사랑한다
코스모스 /이한명
가을은 몽유병이다
흔들흔들
건망증을 매달고 걸어 다니는
잊혀진 계절이다
허공 높이 바람개비를 치켜던
코스모스는 cosmos*를 그리는가
가을바람은
가출 중이다
돌아갈 수 없는 저 미지의 그리움
가을은 질주하고
나는 머무는가
달빛 내리는 강가
마중 나선 목 긴 코스모스
시름 깊도록 돌아오지 않고
산노루 눈빛 닮은 순수의 눈망울로
기다림을 이어가는
cosmos*
그리움만큼이나 가늘어진
몸짓으로
오늘도 돌아오지 않는 모스 부호를 두드리고 있다
*우주: 질서와 조화,체계가 있는.
굴포천에 핀 코스모스 /김경철
하늘이 맑아
더는 오지 않겠지
생각했던 비가
십여 분 동안
대지를 적시고
입은 옷을 적시다
맑아진 하늘에서
후드득후드득 소리 내며
잠깐 내리는 비로
마르지도 않은 옷을
다시 적시지만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리는 자전거는
그러거나 말거나
웃으며
굴포천을 다시 찾는다
겨울이었던 시간은
봄을 지나고
기나긴 장마에 지친
여름 한 철은
막바지를 향하는데
굴포천에 핀 코스모스
설레는 마음을 감추려고
바람이 불어오자
살랑살랑 흔들리며
곧 올 가을을 기다린다
샛노란 코스모스 /은파 오애숙
다 못다 피워낸 꿈노래
가슴에 삭이려 한적한
들녘의 화사한 네 미소
꽃대를 올려낸 그 순정
이가을 풋풋함 채우려
네 속에 피어난 야성미
내맘속 샛노랑 너울 써
화려함 장식한 삶의 향
품어 낸 휘파람 노래로
이 가을
코스모스향
가슴속에 새기누
코스모스 /양해선
다 허물어지고 나서도
선연(鮮姸)한 모습
빈 가슴, 아픈 자리마다
하늘하늘 피어난다
가냘픈 몸짓 흔들릴 때
다시금 설레다가
한없이 무너지는
견딜 수 없는 그리움
행여 다가설 수 있으려나
작은 소리로 부르면
번번이 손사래 크게 치는데
아닌 걸 뻔히 알면서도
공연히 갈바람만 탓하고는
서느렇게 돌아선다
이제 막 번지는 노을 너머
아스라이 멀어져 가는 추억들
아직도 분홍빛으로 만발한
아픈 가슴, 그 자리
어느새 같은 마음이 되어
산도 들도 설핏한 하늘도
온통 벌겋게 타오른다
가을엔 코스모스가 되어 /박원자
가을엔
그대 가슴에
코스모스가 되어
한들거리고 싶다
가을바람에
머리카락 흩날리며
그대 오는 길목 어귀
그 어느 곳이라도
가냘픈 허리
긴 치마 자락
살짝 동여 맨
새악시처럼
그렇게 서서
그대 향한
나의 사랑
하양
분홍
빨강
기도로 피어
가을엔
그대 가슴에
코스모스가 되어
한들거리고 싶다
코스모스 /김경희
아기 때
첫 풍선
놓쳐버리고 울던
손, 손, 손들이다.
더는 영원치
않으리라는
바람, 바람, 바람의
훗날이다.
하늘 따라가다가
배우는
빛나는 핼쓱함이다
미소다, 니르바나이다.
꿈과 동경은 낡아도
날이 날마다 희어지고
슬픔이 오래 되면,
돌도 뜨고 뜨리니
아직도
더, 더, 더
나는 원해요.
황홀한
수소의 정신을!............
가을 산책 /권오범
강둑 코스모스들이 단체로 마음 열어
하늘 우러른 걸 보면
비가 소슬바람 등에 업고
밤을 도와 쏘삭거린 게 분명하다
콧노래 흘리며 앞서 걷는 아가씨
하얀 원피스에서도
코스모스 꽃들이 씰룩거려
휘둥그레진 고추잠자리들
눈이 씀벅씀벅하도록
파랗게 닦여진 하늘에서
비거스렁이 내려와
목덜미 조몰락대는 한낮
지친 제 몸무게에 꽃모가지 꺾일까봐
고추잠자리 하나가
아까부터 앉을까 말까 맴도는
야들야들한 원피스 자락
코스모스 /박유동
길섶이랴 언덕에 코스모스 꽃
봄에 살짝 핀 진달래 언제더냐
화중왕 목단도 보이지 않는데
황이든 들녘에 한들한들
갸름하고 허리 날씬한 몸매
코스모스만이 천하일색일세
수심에 잠긴 서시西施가 더 아름답다고
아내는 저도 턱을 고이고 찡그리고 있더니
칠변조 처럼 꼴값을 떨더냐
이제는 살을 빼려고 배를 굶고
아픈 살도 깎아 성형 수술하는데
왜 그런지 날씬한 코스모스 보고야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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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나무 시모음
코스모스꽃에 관한 시모음 13)
와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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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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