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서관 - 스위스 장트 갈렌의 수도원도서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수도원 부속 도서관[ Stiftskirchenbibliothek St. Gall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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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12.27. 11:58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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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도서관
스위스 장트 갈렌의 수도원도서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수도원 부속 도서관
[ Stiftskirchenbibliothek St. Gallen ]
후기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장트 갈렌의 수도원도서관 바로크 실 내부. ‘책의 궁전’에 들어온 듯한 감탄을 자아낸다.
수도원, 중세 학문과 지식의 중심지
스위스의 장트 갈렌 시에 위치한 수도원도서관(Stiftskirchenbibliothek)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부속 도서관이며 또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힌다. 아일랜드에서 612년 이 고장으로 건너와 처음으로 은둔자의 움막을 지은 갈루스(Gallus, 550?~612) 성인을 기리어 도시의 이름이 정해졌다. 이때 곰이 도와주었다는 전설 때문에 도시와 수도원 곳곳에서 곰 상징을 볼 수 있다. 갈루스 성인을 기념해서 719년에 오트마 원장이 수도원을 건립하였고, 9세기경에는 이 도시가 종교적ㆍ문화적ㆍ경제적 중심지로 번성하면서 수도원 또한 크게 성장하였다.
중세에는 수도원이 학문과 지식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수도원장이 모으던 장서들은 라틴어 어원 그대로 ‘책의 건물(Bibliothek)’, 곧 도서관으로 커지게 되었다. 이 수도원은 베네딕트(benedict) 파의 수도원이라 하루 일과가 정해져 있고, 매일 일정 시간 책을 읽어야 하는 수도사의 계율 때문에 책을 점점 더 많이 모았고 필사본을 점점 더 많이 만들게 되었다. 중세의 도서관은 한편으로는 책을 모으고 다른 한편으로는 손으로 일일이 필사를 하며 또한 귀족과 왕들을 위해 화려한 장식을 갖춘 책을 만드는 일을 담당하였다.
천년 이상 된 성경과 주석들, “마음의 치유소”
장트 갈렌의 수도원도서관의 장서들. 박물관이 아니라 도서관이기 때문에 1900년 이후의 책은 빌려볼 수 있고, 필사본 도서들도 미리 신청을 하여 지정된 장소에서 열람할 수 있다.
장트 갈렌 도서관의 두 번째 전성기는 17, 18세기 바로크 시대였다. 이때 전체 수도원과 도서관의 바로크 실이 후기 바로크 양식으로 현재와 같이 화려하게 완공되었다. 건축가며 목수, 화가 모두 근처 보덴제 호수의 명장들이 참여했다. 건축가 페터 툼프가 전체를 책임졌고, 천정화는 요제프 반넨마허가 그렸으며, 정교하고 조화로운 나무 세공은 가브리엘 모저가 기획하였다. 도서관의 백미인 바로크 도서실에 들어서면 세계공의회와 성경 모티브를 그린 높다란 천정 벽화와 화려한 나무 기둥과 파도 모양의 나무 조각, 또한 정교하게 짜 맞추어진 나무 바닥 등 내부 인테리어가 책의 궁전에 들어온 듯한 감탄을 자아낸다.
그렇지만 이 도서관의 최대 장식품은 바로 책이다. 도서관에 꽂혀 있는, 천년 이상 된 중세의 성경들과 주석들은 여러 의미에서 도서관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 성경이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도서관 입구에 높다랗게 그리스어로 쓰여진 “마음의 약국(혹은 마음의 치유소)”라는 말이 절로 이해가 간다. 지금도 이 도서실에 들어가면 애초부터 책상으로 만들어진 창가를 볼 수 있어 천년도 훨씬 전에 이 책상에 앉아 창으로 들어오는 빛 아래에서 성경책을 읽고 진리를 구했을 수도사가 머리에 떠오른다.
현재도 이 도서관은 박물관이 아니라 도서관이기 때문에 1900년 이후의 책을 빌려볼 수 있다. 또한 모든 도서관들이 그렇듯 진기하고 값진 필사본 도서들은 미리 신청을 하여 허락을 얻으면 정해진 독서실 내부에서 볼 수 있다.
중세학 연구와 필사본 연구의 중심지
장트 갈렌의 수도원도서관의 최대 특징은 무엇보다도 손으로 쓴 필사본을 가장 많이 소장한 도서관이라는 데 있다. 이 도서관은 진귀한 필사본을 2,100여 권 이상 보유하고 있다. 그 가운데 400여 권은 천 년이 넘었다는 사실은 이 수도원이 중세에 전성기를 맞았음을 보여주며, 현재에도 중세학 연구와 필사본 연구의 중심지가 되게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 수도원의 도서관답게 이 도서관은 전 세계 각국의 성경들과 주해본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또한 성경과 더불어 수도원 건축 계획부터 법률 서적, 음악 서적, 고대와 중세독일어 서적 등이 많이 수집되어 있었고, 이러한 서적들은 중세의 건축유산인 지하실에 전시되어 있었다.
2013년 특별전시회 팸플릿. 2013년 11월 10일까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라는 제목으로 귀한 옛 성경을 전시하고 있다.
이 필사본들은 해마다 소장본들로만 구성한 특별 전시회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는데 마침 2013년에는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Im Anfang war das Wort)”라는 제목으로 귀한 옛 성경들을 전시하고 있다. 4세기경의 라틴어 성경은 아직도 또렷이 글씨를 읽을 수 있고, 당시에 아일랜드 수도승들이 들여온 아름다운 책 장정, 장트 갈렌 지방 특유의 화려한 책 장정, 팔림프세스트라는 말을 뜻을 눈으로 보게 해준 가로로 된 위에 세로로 씌어진 양피지 원고들, 여행용 작은 성경, 루터 이전에 이미 독일어로 번역되고 상당히 널리 읽혔던 여러 종의 독일어 성경들(예를 들어 안톤 콜베르거의 요람본) 등 정말 귀한 성경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또한 히브리어, 라틴어, 중동어, 북아프리카어로 된 옛 성경을 위시하여 근대에 각국어로 번역된 성경 판본들도 있어, 성경도 불경처럼 번역의 문제가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이 방면의 지식이 풍부한 박물과 학예사들이 하루에 두 번 도서관에 대한 가이드를 하고 있어서 그들의 설명을 들으면 잠시 옛날의 도서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니벨룽엔의 노래] 장트 갈렌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