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깎기
손 원
해 마다 곶감을 깎는다.
올 해도 곶감을 두접 정도는 깎을 생각이었으나 집뜰의 감나무에는 손으로 헤아릴 만큼만 달려있어 아쉬웠다.
평소 우리가 접하는 과일은 수 십 가지는 될 것이다. 요즘은 바나나, 망고 등 수입과일까지 더해 져 종류도 늘어났고 제철 과일이란 말도 무색할 정도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우리 것이 좋음은 말할것도 없다. 그 중에서도 제사상에 올리는 조율이시는 조상들도 으뜸과일로 쳤다. 나는 그 중에서도 가을이면 부풀어 터질것만 같은 탐스러운 감홍시를 좋아한다. 감홍시는 제철과일의 진수다. 냉동으로 오래 보관할 수도 있지만 서리 맞고 잘 익은 홍시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자연 상태의 홍시는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사라진다.
홍시에 못지 않게 곶감에도 애착이 간다. 곶감을 만들어 냉동보관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고 풍미도 그대로 이기 때문이다. 곶감을 만드는데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된다. 그저 인간의 노력과 어느정도 자연의 도움이 있으면 된다. 즉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서 좋은 곶감이 난다. 공기 좋은 산골 마을 툇마루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곶감이 탐스럽다. 이 곶감은 예로부터 누구나 좋아하는 민족의 별식인 것이다. 어린애를 달래는데 호랑이 보다 곶감이 더 효과가 있었다는 옛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 곶감이라는 반증이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여겨진다. 그 만큼 곶감에 대한 인기는 예나 지금이나 최고일 것이다.
고금을 통한 최고의 인기 있는 음식인 곶감을 내 스스로 만들 어 맛볼 수 있어서 좋다.
작년에는 감이 많이 달려 족히 다섯접은 곶감을 깎았다. 올 해는 낙과가 심해 한 접도 어려웠다. 이렇게 감농사가 실농이라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기사 요즘 감농사도 많은 공을 들여야 제대로 수확이 가능하나 관리가 다소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작년에는 세번 병해충 방지를 위해 약을 뿌렸는데 금년은 두번만 뿌렸고 게다가 해걸이로 실농을 했다. 집뜰의 한 두 그루 감나무 이기에 별로 공들이지 않고 매년 그냥 두었으나 몇 년 전부터 조금관리를 하니 수확량이 다소 늘었다. 감나무 관리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에 인터넷을 디져 조금은 습득을 할 수 있었다. 나무에 새순이 돋기 전에 가지치기를 해 주면 좋다. 초봄 나뭇가지에 물오를 즈음 밑거름을 듬뿍 주고 농약을 뿌려 주면 좋지만 그만한 노력을 기울이기는 쉽지 않다. 내가 어릴때만 해도 부모님은 감나무 가꾸기에 별다른 수고를 하지않으셨다. 나무만 심어 놓으면 해마다 감이 달리고 거목이 되어 하늘의 별만큼이나 주렁주렁 감이 달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과 달리 그만한 감이 달리게 하려면 많은 수고를 하여야만 한다. 아마 과거와는 달리 공해가 심하고 병해충도 심해졌기 때문일까?
감 주산지에서는 감나무 가꾸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한다고 했다.
요즘 농사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신기술도 알아야 됨을 실감했다.
지난 봄 시골장에서 고구마 줄기 한 다발을 사와서 밭 뒷골에 한줄 이식을 해 두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고라니가 내려와 순을 뜯어 먹어 생육에 지장을 초래했다. 뒤늦게 그물망을 덮어 더 이상 피해를 막았지만 생육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밤고구마 몇 포대는 기대했었다. 시장에 고구마가 선보일 무렵 고랑을 조금 뒤져보니 고구마가 거의 달리지 않았다. 그래서 늦가을 서리에 고구마 순이 마를 때까지 수확시기를 늦추어 보았으나 수확량은 형편없었다.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어느정도 농사지식이 필요하고 아울러 많은 공이 들어야 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을 담벽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감나무이기에 관리를 다소 소홀히했던 것이 실농을 하게된 것이다.
뿌린대로 거둔다고 했다. 조금 쉽게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생각은 바로 실농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도회지에서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질좋고 풍성한 농산물은 그것을 길러 낸 농부의 땀방울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농부들이 보람을 가질수 있도록 배려해야된다는 생각이 든다.
곶감 말리기는 공기좋고 통풍이 잘되는 시골집 처마밑이 안성맞춤이다.
아파트에서 곶감을 어떴게 말리느냐고 하겠지만 아파트 베란다는 곶감말리기에는 괜찮은 장소임을 알게되었다. 지난 3년간 경험을 했다. 농자재상에 가면 프라스틱 곶감꼬지를 판다. 하나에 깎은 감 10개를 꽂아 세탁물 건조대에 연결해서 매달면 3개를 연결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다섯접 정도는 가능하다.
올해는 실농을 했기에 곶감을 깎을 생각을 안 했지만 한 날 과일가게 앞을 지나다가 큼직한 대봉감이 눈에 띄어 두박스를 사왔다. 갯수를 새어보니 한접이었다. 혼자서 틈내어 깎았는데 이틀만에 다 깎아 베란다에 매달았다.
곶감을 잘 말리려면 날씨가 좋아야 한다. 흐리거나 비라도 며칠 내리면 곶감은 물러빠져 실패하게 된다. 다행히 올해는 날씨도 좋아 한달째 매달아 두고 있는데 잘 마르고 있다. 조금 더 있으면 곶감 표면메 흰 곰방이가 끼머 질 좋은 곶감이 될 것이다. 비록 양은 적지만 잘 된 곶감을 냉장고에 넣어 두고 수시로 꺼내 먹는 것도 기쁨이다. 예년과 같이 우리집 감으로 곶감을 만들어 이웃에게도 나누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올해는 구입한 감으로 수량도 적어 우리 식구만 먹을 정도다.
지금 더 보충하려고 청과에 가보니 홍시만 팔고 땡감철이 지났다고 한다. 이웃에게 줄만큼 양이 되지 않아 아쉽다.
내년을 기약해야겠다.(2020. 12. 5)
첫댓글 노인네 정성이 담긴 붉으스레 신선한 곳감 모습이 떠 오릅니다. 몸소 감을깍고 말리다 보니 날씨 공부도 하게 되고' 자연에 순응하는 자세도 배우고 유유자적한 모습을 느끼게 됩니다. 품질좋은 곷감 많이 생산하기를.
생각만 해도 구미가 당기는 곶감 자급자족 하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모든 농산물은 그 해의 기후에 따라 흉풍이 달라지더군요. 물론 농부의 손과 땀의 량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요. 손수 지어 자급자족 유유자적 하시는 모습에 경하드립니다.
자급용으로 조금 깎았습니다.
거의 다 말렸는데 맛 보여 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과찬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