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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바빠서 글을 올리지 못했네요.
요즘 많은 부모님들을 만나 상담하며 든 생각 하나를 정리 해 봅니다.
가족과의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방해 받지 않는 가족과의 시간을 확보한다)
완벽한 환경을 만들기 보다, 치유의 시간과 공간을 만든다.
임신, 출산, 육아, 교육 쪽에 종사하는 분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받는 느낌이 있다. 하나같이 자신이 담당하는 부분이 한 개인의 삶이나 가정의 행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태교에 관심 있는 분들은 태교가 잘 안되면 이후 아이의 삶이 힘들어진 다고 한다. 자연출산 전문가들은 출산 시 많은 약물의 사용과 평화롭지 못한 출산 환경, 이후 엄마와 아기의 분리가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된다고 여긴다. 모유 수유 전문가들은 모유수유가 안되면 면역력 및 애착 형성이 어렵다고 말한다. 한번은 가족치유 심리 전문가를 모시고 강연을 들었는데, 그 분 하시는 말씀이 “아무리 자연출산하고 모유 수유하면 뭐해요? 부모가 맨날 대판 싸우면서 아이들의 정서를 파괴하고, 관계를 파괴해 놓는데…” 였다.
정자와 난자부터 시작에서 태교, 출산, 육아, 그리고 교육 어디 한 부분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있을까?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아이에게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주기는 쉽지 않다. 특히 바쁘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 사회의 부모들에게는 너무나 힘든 과업이다. 가정을 잘 지키고, 자녀교육을 잘 하기로 유명한 유대인 부모들은 태교에서 시작해서 위의 모든 과업을 잘 수행하고 있을까?
엄밀히 말하면 유대인들은 태교가 없다. 안식일 식탁에서 부부가 대화하고, 자기 전에 뱃속의 아이에게 토라나 기도문을 읽어주는 것이 태교의 전부이다. 특별히 음악을 듣거나, 아이를 위해 여행을 가지 않는다. 그저, 코셔에 따른 음식을 먹고, 유대인적인 삶을 사는 게 태교이다. 유대 인 커뮤너티의 제왕절개율도 생각보다 높다. 아무래도 3 번 이상을 반복제왕절개를 하면 엄마 몸에 무리가 많기 때문에 자연분만이나 자연출산이 많지만, 제왕절개가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유수유를 많이 하지만,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도 있다.
유대인들을 만나 보니 이들은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기 보다는, 어떤 환경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내성을 기르는데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어떤 상처나 환경적인 결함도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치유의 공간이 바로 안식일 식탁과 안식일 시간이었다.
유대인의 안식일
유대인의 안식일은 금요일 해가 지는 순간 시작된다. 하지만 유대교적인 전통을 잘 지키는 가정의 아빠들은 거의 금요일 3시 전후해서 집에 들어온다. 차가 막히거나 일이 밀리거나 해서 안식일 시간을 어기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경우, 많은 아버지들이 안식일 식탁을 장식할 꽃을 사 들고 집에 온다. 집에서는 엄마가 분주히 안식일 식탁 음식을 만들어 두고 있다. 엄마도 안식일에는 일체의 요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이 이틀 동안 먹을 음식을 만들고, 식지 않게 준비한다.
해가 지면 엄마는 거실에 있는 양초에 불을 부치고, 남편과 자녀를 위한 기도를 하며 안식일을 시작한다. 보통 남자들은 해지기 전 근처 회당에 가서 같이 기도하며 안식일을 맞이 한다. 기도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안식일 식탁을 같이 한다. 맛있는 음식을 제일 귀하고 정결한 음식에 담아낸다. 아빠를 비롯해 모든 가족이 가장 좋은 정장을 입고 식탁에 앉는다.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둘러 모여 안식일을 맞이하는 노래를 하고, 수고한 엄마를 위해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노래를 부른다.
랍비들은 안식일 식탁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고 가르친다.
“생각해 보세요. 대통령 급의 귀빈이 당신의 저녁 식탁에 방문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집안 상태로 귀빈을 맞이하겠습니까?”
대통령이나 왕보다 높으신 하나님이 오시는 자리이니, 집안을 정결하게 청소하고,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식탁에 앉게 되는 것이다.
안식일에는 할라빵이라는 전통 빵이 놓여지게 된다. 아빠는 빵과 음식을 위해 기도하고, 빵을 떼어서 아내와 자녀들에게 나누어 준다. 하나님을 대신해서 가장인 아빠가 일용할 양식을 공급해 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이렇게 식사를 같이 하고, 남는 시간에는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안식일 내내 가족들과 식사하고, 이야기 나누고, 토요일 아침에 걸어서 회당을 갔다 오는 것 이외에는 모든 일이 금지된다. TV나 모든 전자 기기, 전화기 등의 통신기기도 꺼둔다. 시계를 풀어놓는 가정도 많다. 해가지고, 뜨는 자연적인 시간에 의존한다. 무엇을 찢거나 종이에 무언가를 써서도 안 된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두루마리 휴지도 찢으면 되지 않기 때문에, 안식일 전에 안식일에 쓸 휴지를 미리 찍어 놓거나, 이미 찍어져 있는 휴지를 사용한다.
그러면 이렇게 철저히 아무 일도 못하게 하면서 무엇을 하는 것일까? 바로 밥 먹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금요일 저녁에 밥 먹고 이야기 하고, 토요일 아침에 밥 먹고 이야기 하고, 잠시 걸어서 회당 예배에 참석하고 와서, 또 토요일 점심에 밥 먹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에 다시 가족들이 같이 식사를 하고, 몇 가지 의식을 하며 안식일을 보내고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한다.
이렇게 온 가족이 거의 하루 종일 붙어서 같이 밥 먹고 이야기를 나누니, 유대인 부모들은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웠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된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의 확보
올바른 자녀 교육의 핵심은 바로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책이나 교구를 사주고, 좋은 교육 시설에 보내기 전에 바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절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유대인 아빠들은 바로 안식일이라는 시간의 적금을 들어 두고 시작하게 된다. 우리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돈을 모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적금을 들어두는 것이다. 매달 빤한 월급에서 아무리 절약한다고 한들 목돈 모으기가 쉽지 않다. 내가 1년에 1000만원을 모으겠다는 목표가 있으면, 우선 한달 월급에서 100만원은 떼어 놓고, 남은 월급으로 어떻게든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안식일은 이런 의미에서 시간의 적금이다. 다른 모든 것에 앞서, 나와 가족을 위한 안식의 시간을 무조건 떼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두 아이의 아빠에게 유대인식 자녀교육 원리를 설명해 주고 가정 식탁과 탈무드식 독서 토론을 해 보라고 하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심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너무 좋은 방법들인데, 문제는 시간이네요. 시간이 나야 아이들과 그 좋은 실천들을 해 볼 수 있을 텐데요.”
“탈무드 <아버지들의 윤리> 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간이 나야 토라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런 시간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나면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아이들과 자선 활동을 실천하거나 아이들과 가족 식탁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절대 그런 시간은 오지 않습니다. 바로 먼저 그 시간을 떼어내서 적금을 드신 후에, 나머지 일을 조절해야 실천이 가능할 것입니다.”
자꾸 우선순위가 밀린다면, 여행을 떠나라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이렇게 가족과 아이에게 우선적으로 시간을 배분하기가 너무 어렵다.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 필자가 권하고 있는 방법이 가족과 함께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오염된 일상에서 아무리 작은 실천을 하려 해도 쉽지 않다면, 일상을 벗어나 시간과 공간을 바꿔 볼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사 박종관씨는 2001년부터 당시 5살 난 아들과 함께 우리나라 도보 여행 시작했다. 주로 주말 시간이나 휴일을 이용해서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며, 아이의 체력에 맞게 여행을 해서 2011년에 우리나라의 대부분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가 힘들어하고 가기 싫어한 적도 있었지만,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꾸준히 10년을 아이와 여행할 수 있었다. 5살 꼬마였던 아이는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고, 아이는 의젓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가 되었다. 무엇보다 박종관씨가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는 것은 다른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아빠를 어려워하지 않고,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아이가 되어 주었다는 점이다.
유대인 아빠들은 이렇게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여행을 가지는 않는다. 중요 명절인 초막절에 집 마당이나 근처 공터에 초막을 지어놓고 일주 정도 같이 지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캠핑이나 주말 여행이 필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박종관씨와 같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아이나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시간을 갖는 방법이 가족과 아이를 위해 시간을 떼어 놓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아빠와 함께하는 주말 나들이>>의 저자 김홍수 씨도 주말에 여행을 가며 가족을 위한 시간을 떼어 놓은 아빠이다. 어려서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 김홍수 씨는 결혼 후 자녀가 생기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자, 이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국 방방 곳곳을 누비며 캠핑 전문가가 되었다. 책도 내고, 하루에도 수 백 명의 사람이 찾는 인기 블로거가 되었다. 이제 아예 주말에는 캠핑에 관심이 있는 가족들을 모아 에듀 캠핑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굳이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있는 곳에서 가족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면 위의 아빠들처럼 시작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여유가 있고, 여행이 단순한 구경이 아니라 의미있는 시간이 되고, 아이들의 견문을 넓히길 원한다면, 몇몇 여행 전문가들이 쓴 책을 참조해 볼 수 있다.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기도 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백남천 씨는 <<교과서 속 베스트 여행지>>에서 문학, 역사, 지리 교과서 속의 유명 여행지를 잘 안내 해 두었다. 사진 작가이기도 한 박종철씨도 <<주말 가족 여행>>에서 가족들이 갈만한 명승지와 유명 역사 유적지를 잘 정리해 두었다. 특히 이 책의 말미에는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는 아빠들이 참조할 만한 시티 투어 가이드와 주말 체험 여행 가이드가 잘 정리되어 있다. 의지만 있다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족들뿐 아니라 나의 충전을 위해서라도 한번 여행을 떠나보자.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
(냉정과 열정 사이)
참고문헌
박종관, <<아빠와 아들 대한민국을 걷다>>, 지와수, 2012
백남천, <<교과서 속 베스트 여행지>>, 나무생각, 2010.
박종철, <<주말 가족 여행>>, 넥서스북 2012.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 여행>>, 그리고책, 2010.
백종수, 이상훈, <<우리아이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대한민국>>, 아침풍경, 2011.
김홍수, <<아빠와 함께하는 주말 나들이>>
김수정, <<대한민국 구석 구석 교과서 여행>>, 아주 좋은 날, 2010.
김수정, <<꼭 가봐야 할 교과서 테마여행: 서울, 경기>>, 문예춘추사, 2012.
<칼럼니스트 소개>
글쓴이 심정섭은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학사 편입 한 후, 한양대학교에서 영어 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IMF 1세대로 중소 무역회사, 컨설팅 회사, 현대 자동차 해외 영업 본부를 거치며, 바닥부터 살아가는 법을 배웠고, 이시기에 잠깐 했던 영어강사 생활을 통해 본인이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학사 편입 한 후 강남에서 대학생과 고등학생에게 15년 동안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이제는 영어라는 물고기 보다, 인생 경영이라는 물고기 잡는 법을 전하기 위해 공부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주로 고3과 대학생, 임용 고시 준비생을 지도했지만, 지금의 사교육과 가정의 해체로는 나라의 비전이 없다고 보고, 사교육비 경감과 가정의 회복, 자연출산 및 부모 교육, 유대인식 독서, 토론 교육의 확산을 위한 이론을 정비하고 실천에 이르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자연교육법의 실천적 모델인 안철수 가정의 교육을 분석한 <<안철수 공부법>>(황금부엉이, 2012) 와 유대인식 누적 암송을 통해 영어를 정복하는 방법을 제시한 <<20살 넘어 다시 하는 영어>>(명진출판, 2011)가 있습니다. 진정한 부모 교육은 태교와 출산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자연출산 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자연스러운 탄생이야기(T-store ebook)를 쓰고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샨티, 2012)를 번역하였습니다.
현재 강남 교대역 부근에 더나음연구소를 설립하여 예비 부모 교육을 하고 있고 매월 둘째 월요일 저녁에는 사교육비 경감과 부모력 향상을 위한 부모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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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만에 선생님글을 만나니 더 반갑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무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길~!
네 부족한 글 기다려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자꾸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글쓰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글을 쓰면서 저도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근거를 찾기 위해 다른 책도 보게 되고 저에게는 작은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가족과 아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나 소중한 정보를 주셨네요.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같이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글을 통해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다시 한번 즐거운 고민을 하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참고문헌까지 적어주시이 피가되고 살이 되네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써 좋은 글 잘 읽고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적금이 와 닿네요 전 애가3인데
둘은 컷구 막내랑 여행하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