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소프트웨어 업체인 썬은 지난해 12월 울트라스팍 T1 ‘나이아가라’ 칩 기반 서버 제품군을 선보였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재정 상황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당시 대대적으로 발표된 제품은 하드웨어였지만 그 이면에는 더 많은 종류의 소프트웨어가 자리하고 있다. 스팍 기반 컴퓨터 구매자들이 리눅스와 BSD 유닉스 오픈 소스 운영시스템을 중요한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기술 결합 프로모션을 확대하기 위해 하드웨어에 수반되는 소프트웨어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이다.
썬의 이런 소프트웨어 ‘생태시스템’ 구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MD 옵테론 등 x86 프로세서가 탑재된 컴퓨터용 솔라리스 운영시스템 버전을 부활시킨 것이 한 가지 사례다. 그러나 몇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썬의 리눅스와 BSD 강화 노력은 현재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루미네이터(Illuminata) 애널리스트 조나단 유니체는 “스팍용 리눅스가 주류를 이루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아마도 5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며, “이 시스템은 지금은 이용가능한 개발 리소스를 분리하는데 사용된다”고 밝혔다.
리눅스와 일부 BSD 변형은 울트라 리눅스와 오로라 리눅스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스팍 프로세서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제품은 대부분의 잠재고객들이 필요로 할 정도로 충분한 수요가 존재하지 않는다. 양대 리눅스 업체인 레드햇과 노벨은 이 부분을 이미 철회한 지 오래다. 레드햇은 지난 2000년 스팍 지원을 포기했으며, 노벨의 수세리눅스도 2002년 버전 이후 스팍 지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썬의 적극성은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썬 사장 조나단 슈왈츠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스팍용 리눅스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커뮤니티 리더들에게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얘기한다. BSD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썬의 이런 노력은 기존의 시장 입지와 흔들리고 있는 사유 기술 기업으로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이같은 위기는 지난 1990년대부터 시작됐다. 썬이 서버 업계의 다른 부분으로 확장됐던 두 가지 주요 성장 트렌드, 즉 옵테론과 인텔 제온 등 x86 프로세서 기반 시스템과 오픈소스 리눅스 운영시스템를 간과하면서부터다.
썬은 나중에야 180도 전환을 꾀하면서 솔라리스를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변화시켰으며, 울트라스팍 프로세서에 대해서도 솔라리스와 동일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썬 스팍 서버 그룹 부사장 데이비드 옌은 “썬이 성공하려면 솔라리스가 스팍 이상으로 올라서야 한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스팍이 솔라리스를 뛰어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썬의 스팍 서버 그룹은 칩 제품군을 ‘새로운 업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추진 중이다.
썬의 노력, 무모한 도전인가?
썬은 스팍용 리눅스나 BSD를 실질적인 옵션으로 만들기 위해 외부 오픈소스 프로그래머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소 위험한 모험이기는 하지만 오라클 등 대규모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도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오라클 등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운영시스템 칩 결합을 지원하면서도 자사 제품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다.
특정 칩 운영시스템 결합을 둘러싼 새로운 소프트웨어 생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기업은 바로 IBM이다. IBM은 파워 칩을 기반으로 컴퓨터에서 리눅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수많은 프로그래머를 고용했다. 이들은 물론 IBM의 소프트웨어 그룹에서도 함께 일하고 있다.
IBM의 파워칩 기반 리눅스 확산 노력은 수년간의 시도 끝에 일부 고객들뿐 아니라 몇몇 주요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파트너십까지 맺는 등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에 따르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IBM 피시리즈(pSeries) 유닉스 시스템 부사장 칼 프렌드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부가적인 비즈니스를 추진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고객들이 해당 솔루션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이런 생태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며, “실제 시장에서 원치 않는 것이라면 솔루션의 가격은 연간 5천만~1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자체 생태시스템 구축 경험을 통해 이미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또 다른 썬의 경쟁업체 HP가 더 회의적이다. 인텔의 스팍 경쟁제품인 이태니엄과의 경쟁에 직면했던 HP는 자사 칩 제품군을 활성화하기 위해 5년간 100억 달러를 투자했다.
HP 비즈니스 크리티컬 서버(Business Critical Server) 그룹 마케팅 부사장 돈 젠킨스는 “썬은 한 발 늦었다. 썬의 행보에는 가격 대비 성능 이점도 없고, 리눅스 시장이 썬의 의도대로 옮겨갈 수 있는 특별한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슈왈츠는 현재의 솔라리스 x86 시도뿐 아니라 2개의 새로운 소프트웨어 생태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투자 부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우려하고 있지 않다. 그는 썬의 나이아가라 칩이 톡톡한 공헌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썬이 스팍용 리눅스와 BSD 생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와 리소스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건 진부한 생각”이라며, “오픈 소스 커뮤니티는 생태시스템을 창출하는 벤더들보다 더 앞서나가 있다. 따라서 썬이 선두주자냐 아니면 그저 지지자냐 하는 질문은 ‘고객이 실제로 관심을 갖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 나이아가라 대 제온에서의 웹 로드를 운영하는 5-1 가격대비 성능 이점 때문에 이 시스템은 기존 리눅스-제온 구현을 나이아가라 시스템상의 리눅스나 BSD로 통합하려는 고객들로부터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잠재적인 파트너는 있다
현재 상용 리눅스로의 관문은 레드햇과 노벨이다. 그러나 두 시스템 모두 스팍의 이점에 대해 충분한 확신이 있어야 지원을 결정할 것이다.
레드햇은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나 페도라를 나이아가라에 탑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노벨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벨은 “현재로서는 수세 리눅스를 스팍에 탑재할 계획이 없다. 고객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버전 7.3 이후 스팍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고 언급했다.
슈왈츠는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편이다. 그는 “노벨과 레드햇은 기업이다. 그리고 가치 있는 상품에 나이아가라를 탑재하도록 하는 것은 썬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리눅스 유통업체들은 레드햇과 노벨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슈왈츠는 “현재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토론은 데비안과 센트OS 커뮤니티에 대해 한발 더 앞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썬의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는 오라클은 썬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객 수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었다.
오라클은 “우리는 리눅스, 윈도우뿐 아니라 유닉스 등 다양한 종류의 운영 시스템에서 썬의 제품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 기존 운영환경에 더해 새로운 운영환경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게 된다면 이는 고객의 수요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 씨앗을 뿌릴 것”
썬은 운영체제 자체를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씨를 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썬 스팍 서버 그룹 CTO 마이크 스플레인은 썬이 스팍용 리눅스 선두주자이자 레드햇 직원인 데이비드 밀러와 일부 사람들에게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플레인은 “리눅스 커뮤니티와 함께 앞으로 계속 전진하고 있다. BSD의 경우 리눅스보다 더 앞서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이아가라는 강력한 승부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이아가라는 코어라고 불리는 8개의 프로세싱 엔진을 갖고 있으며, 각각의 프로세싱 엔진은 쓰레드라고 불리는 4개의 동시 인스트럭션 시퀀스를 실행할 수 있다. 전체 32개 쓰레드는 현재 다른 프로세서에서는 최대 4개 정도면 되지만 다른 칩 디자이너들은 더 많은 쓰레드를 갖고 있는 칩 디자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스플레인은 “우리는 리눅스 커뮤니티가 나이아가라 스타일 트렌드에 편승함으로써 다양한 이점을 얻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프로세서 로드맵이 멀티코어, 멀티쓰레드 아키텍처를 채용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들이 만약 나이아가라를 지원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기업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썬이 어떤 운영체제를 선호하는지는 이미 알려져 있다. 스플레인은 스팍용 리눅스 시도는 “고객들에게 나이아가라의 이점을 알리는데 도움이 됐으며, 리눅스에서 솔라리스로 서서히 옮겨오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리눅스가 울트라스팍 T1과도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리눅스는 일반적인 인터넷과 소소한 웹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로우엔드 서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 분야는 썬이 새로 선보인 T1000과 T2000 시스템에서 겨냥하고 있는 시장이다. 스플레인은 이런 점이 파워칩 기반의 IBM 리눅스와 다른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T1은 파워칩보다 훨씬 고용량 프로세서라고 생각한다”며, “나의 바람은 리눅스의 투명성 향상과 리눅스가 더욱 신속하게 도입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회의론자들은 썬의 기존 실적을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솔라리스 x64는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준다. 이제 남은 문제는 시간뿐이다.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그래, 모든 사람들이 이쪽으로 움직일 거야’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