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회를 올립니다.👍
쓰다보니 마음 울리는 대사가 많이 있어서 가슴에 남습니다. 우리 형식님이 이 드라마를 하고 싶은 이유를 새삼 공감합니다. 닥터슬럼프 덕분에 힐링되고 웃고 울면서 행복했습니다.
용량이 커서 풀버전에서 편집하는라 애를 좀 썼지만 그래도 즐겁게 만들었습니다~~
(💕SIKcret Time in ORIX - 9 Day)
(💕SIKcret Time in MAKUHARI MESSE - 10 Day)
[닥터슬럼프 16회]
하늘:(N) 삼촌은 20년째 밀면을 만들고 있다. 제대 후 아빠의 어묵 공장에서 일하기로 해 놓고 돌연 마음을 바꾼 이유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바다는 요즘 제법 끈기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끈기가 언제까지 갈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늘:(N) 엄마는 요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고,
하늘:(N) 내 친구는 연애를 시작하며 다시금 깨달았다고 한다. 사랑받는 건 매실주가 익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근사한 일이란 것을. 그렇게 모두들 저마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고, 나 역시 나만의 시간 위를 차분히 걷고 있었다. 이번 모퉁이를 돌면 어떤 풍경이 있을지, 나는 온전히 괜찮아진 건지, 누구도 아닌 나에게 안부를 물어보며.
(밀면집)
바다: 으샤! 시식해 봐. 내가 처음으로 만든 밀면이다.
엄마: 옴마야... 아이, 이 오이도 니가 썰고 양념도 니가 다 한 거가?
바다: 당연하지. 그 육수도 내가 만들고 반죽도 내가 했다.
엄마: 아하.... 사진 찍어야지! 우리 바다가 처음으로 만든 밀면!!
삼촌: 아, 고마하고 묵어 봐라, 밀면 뿐다.
엄마: 어, 어. 얼추 니가 한 거랑 비슷하다.
삼촌: 그제?
엄마: 응. 맛이 괘안타. 응!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아이고야, 세상에, 세상에.
삼촌: 아, 뭐고, 왜 우노? 울 만큼 막 소름끼치는 맛은 아닐낀데.
하늘: 그냥, 남바다가 대견해서.
바다: 뭐고, 그, 밀면 좀 만든 거 가지고 와 오바고? 우리 누나 우울증 더 심해진 거 아니제?
하늘: 이 자식이! 이거 만드느라, 하루도 빠짐없이 내려와서 삼촌 돕고 그랬다며. 니가 그동안 이렇게, 어? 뭘 진득하게 해 본 적이나 있었냐?
엄마: 없었지. 태권도 보내도 3일 만에 그만둬삐고, 미술 학원 끊어 줘도 3일 만에 그만둬삐고, 공무원 시험 친다 카드마는 문제집 배송되기도 전에 그만둬삐고.
하늘: 그니까. 작심삼일이란 말이 인간으로 태어나면 딱 남바다인가 싶었는데, 그런 니가... 인내와 끈기로 음식을 만들어 내다니... 흐흑...
삼촌: 헤헤헤. 바다야, 뭐라도 진득하게 배우고 끝까지 이래 해내는 거 경험했으니 그걸로 됐다. 우리가 바라는 것도 그거였고, 여서 일하는 동안 니가 앞으로 진짜 하고 싶은 게 뭔가 잘 한번 생각해 봐라이.
엄마: 그래, 엄마도 뭐든 도와줄게. 컥.... 맛이 괘안타! 응.
정우: 다녀왔습니다.
삼촌: 어, 어서 와, 어서 와.
정우: 제가 좀 늦었죠?
엄마: 언능, 언능, 괜찮다.
하늘: 얼른 먹어.
정우: 응. 으! 맛있겠다. 후루룩.
하늘: 어때? 솔직하게 말해봐.
정우: 응? 왜? 신메뉴야? 음... 그러고 보니까, 살짝 맛이 다르네.
하늘: 어떻게 다른데?
정우: 음... 간이 조금 싱거운 거 같기도 하고, 아, 면은 내가 늦게 와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 덜 쫄깃한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엄마: (으르렁...)
삼촌: (으르렁...)
바다: (깨앵...)
하늘: (꺄옹...)
정우: 왜 그러세요?
엄마: 먹지마!!
정우: 네? 어? 어, 삼촌, 어? 어, 어, 어디 가세요?
하늘: 나가!!
정우: 하늘아, 왜 그래?
하늘: 나오라니까.
정우: 저, 바다야...
하늘: 나와!
정우: 아니, 저, 제가... 지금 이게 무슨... 아, 제가.
하늘: 나오라니까!
정우: 뭘 잘못했나요? 저는...
삼촌: <영업 종료> 쾅!!
(정우네 옥상)
정우: 아이, 진짜? 아, 진짜 그 밀면을 바, 바다가 만든 거였어? 내가 아는 그 바다? 너의 동생 그 바다?
하늘: 어, 그동안 진짜 완전 열심히 배웠나 보더라고. 아, 완성된 밀면 보는데, 주책맞게 눈물나는거 있지? 걔 철들었다 싶어서.
정우: 이야, 내가 그 귀한 음식을 그렇게 평가했으니, 아휴, 쫓겨날 만했네.
하늘: 사실 그동안 팽팽 노는 모습 보면서 속 터졌는데, 책임감있게 뭔가 해내는 모습 보니까 기특하더라고. 고민 하나 덜었지, 뭐.
정우: 그래, 그럼 내 고민은 언제 덜어 줄거야?
하늘: 응?
정우: 아이, 내가 내 가족 돼 달라 그랬는데, 너 아직 아무 대답도 안 했잖아.
하늘: 그땐 말할 틈이 없었잖아. 너도 알다시피...
정우: 오!!
하늘: 흠흠...
정우: 나 까인 거 아니겠지? 프로포즈를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대답도 없고, 그 어떤 리액션조차 없어.
대영: 그러게 내가 섣부르다고 했어, 안 했어?
정우: 휴...
대영: 너 이제 어떡하냐? 하늘씨 리액션이 고장날 만큼 답하기 애매했나 본데, 이야, 니가 연애하긴 괜찮아도 결혼하기엔 별로인 스타일인가 보다.
정우: 뭐라는 거야? 나 그런 스타일 아니거든?
대영: 야! 아니고 말고를 왜 니가 정해? 상대방이 정하는 거지. 야, 그리고 이 생각을 좀 해 봐라. 니가 결혼하기 괜찮은 사람이었으면 여태 답을 안 했을 리가 있겠냐?
정우: 학...
대영: 하, 참....
정우: 아, 뭐야?
대영: 도대체 너의 어떤 부분이 싫었던 걸까?
정우: 싸워 보자! 싸워! 오늘 둘 중 하나는 죽자.
대영: 결혼도 못 해 본 게.
정우: 어, 어, 여기서 한 번 무덤을 만들어 봐.
대영: 아, 좋아. (똑똑똑)
정우: 아...
실장: NI환자분 지금 도착하셨습니다.
대영: 아, 예, 뭐, 준비할게요. 아, 근데, 그, 뭐, 그냥 메신저로 보내지, 뭐, 이렇게 직접 와서 얘기를 또 이렇게 하는 거예요?
실장: 그게... 그 분 상담할 때부터 좀 이상하던데, 진짜 괜찮으신가 해서요.
정우: 이상하다니요? 왜요?
실장: 아니, 수술하겠다, 안 하겠다 몇 번을 번복하고 몰래 녹음도 하는 거 같더라고요. 상담할 때도 술 마시고 오신 건지, 술 냄새나는 거 같기도 하고.
대영: 그래도, 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만 보여주면 게임이 끝입니다. 그, 나 알지? 내가 메스만 잡으면은 혈관들이 막 알아서 피해 가고 또 손은 얼마나 정교하고 빠른지, 수술할 때 손이 보이질 않는 거.
정우: 어, 그건 몰랐네. 아무튼 준비 잘해.
대영: 이 자식이 이거...
정우:(문자) 수술 중이야? 밥 잘 챙겨 먹어.
(전화 통화)
정우: 음... (진동) 어!
하늘: 어, 정우야. 오늘 저녁 같이 먹을래?
정우: 좋지~ 먹고 싶은 거 생각해 놔.
하늘: 생각도 해 놓고 예약도 해 놓을게.
정우: 예약도?
하늘: 우리도 한강 보이는 그런 데서 스테이크 좀 썰어 보게.
정우: 갑자기?
하늘: 아, 그냥, 그... 할 말도 있고. 그럼 이따 봐.
정우: 하~ 아이 거봐. 나 연애만 하고 싶은 타입 아니잖아. 아, 참! 아, 피곤해.
하늘: 그래, 편하게 하자. 심플하게.
정우: 리버 뷰에 와인이라... 대답 듣기 딱 좋은 밤이네. 하하하.
하늘: 정우야.
정우: 어, 왔어? 어, 여기 되게 좋다. 와, 이런덴 언제 와 봤대?
하늘: 내가 이런데 와 봤겠어? 너랑 오려고 검색했지.
정우: 남하늘이 검색에 예약까지 했다? 어, 대체 무슨 얘길 하려 그래.
하늘: 아, 그게... 우선 밥 먹고 얘기할까?
정우: 하... 그, 아우, 나 도저히 떨려서 못 먹겠어. 그, 그, 그냥 하려는 얘기 빨리 해 주면 안 돼?
하늘: 어?
정우: 나 이대로 먹다가는 그냥 숨 막혀 죽을 거 같아서 그래.
하늘: 아, 그게... 사실은 반지에 대한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아니, 대답이랄 것도 없지. 당연히 나도 그러고 싶으니까. 근데, 변수가 생겨 버렸어.
정우: 변수?
하늘: 과장님이 해외 연수 6개월 다녀오래.
정우: 뭐?
하늘: 우리 병원 내년에 어린이 병원 개원하거든. 나더러 해외에 있는 병원들 둘러보면서 마취과 시스템 좀 보고 오라고...
정우: 어, 그래. 아이... 아, 아이 너는, 넌, 어쩌고 싶은데?
하늘: 아... 사실 재밌을 거 같긴 해. 궁금하기도 하고, 도움도 될 거 같고.
정우: 아이, 뭐, 그럼 더 고민할 것도 없는 거 아니야?
하늘: 그래도... 너한테 프로포즈 받은 타이밍에 6개월이나 떨어져 있자고 말하기가 좀...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너 혼자 두고 가려니 좀...
정우: 하늘아, 나는 니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봤으면 좋겠어. 니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그 선택에 있어서 내가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해. 아이, 말했잖아. 나 막 여자 앞길 막고 그런 남자 아니라고. 내 걱정하지 말고 잘 다녀와.
하늘: 정우야, 흑... 뭐해 ?
정우: 응? 음.. 스테이크가 여기 있네? 아유, 먹어, 먹어. 응. 식을라...
하늘: 어.
정우: 아, 그래서 언제 가는데?
하늘: 아, 그게 갑자기 결정된 거라, 좀 급하더라고, 다음 달?
정우: 다.. 음.. 달? 후... 목이 마르냐.
하늘: 아, 그, 화병...
정우: 아... 아, 컵이 너무 많아. (벌컥벌컥) 나 말고도 누가 마셨겠다, 그치? 흠. 정말 좋은 제안을 받았다. 아하하하...
하늘: 아...
정우: 축하해.
하늘: 어...
정우: 응. 좋은 제안을 받았어. 정말 축하할 일이야.
하늘: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정우: 와... 뭐? 6개월? 지금 나랑 장난해? 6개월을 어떻게 기다려! 3개월도 길어! 한 달도 모자랄 판에, 아니, 하루! 아! 그냥 가지 마!!!! 아, 왜.... 아이씨!!!!! 아, 힘든 일 다 지나가고 꽃길만 남았나 했더니 이게.... 아... 싫어..... 가지마, 왜!!!! 제발 가지마!!! 아, 제발 좀....!! 아흑....
대영: 야, 여정우! 야! 같이 가! 어! 어우 씨. 아휴, 간발의 차로 못 탈 뻔했네. 아, 뭐야, 안색이 왜 이래?
정우: 내 안색이 뭐?
대영: 아니, 요 며칠 근심이 가득해 보이던데, 왜? 하늘씨한테 결국 거절당했냐?
정우: 그런 거 아니야.
대영: 그런 거 아니면 뭐, 돌려받은 위약금으로 주식 했는데 폭락했어? 전셋집 구했는데 사기당했어?
정우: 아, 좀!! 나 좀 혼자 있게 나가 줘.
대영: 나가라고? 아, 여기서 어떻게 나가? 아, 여기요, 문 좀 열어 주세요!
정우: 어! 제발 좀 나가 줘!!!
대영: 근데 어떻게 나가냐고.
대영: 아휴....
정우: 괜찮아?
대영: 아니, 안 괜찮아. 컴플레인 들어왔지, 그 모습을 홍란씨가 봐 버렸지, 심지어 도쌤 그만둔대.
정우: 어?
대영: 불행이 한꺼번에 몰려왔어. 그간 도쌤이 크고 작은 일들을 다 감당해 줘서, 이만큼 병원 끌고 온 건데, 많이 의지했던 직원이라 그런지, 마음이 좀 그러네.
정우: 많이 의지한 만큼 빈자리 크겠지. 그래도 한번 잡아 보기라도 해 봐.
대영: 잡는다고 잡히겠어? 잡힌다 한들 내 마음이 편하겠냐고. 꿈이라는데 보내 주는 게 맞지.
정우: 꿈?
대영: 여행 다니는 게 꿈이라고 더 늦기 전에 가고 싶대. 근데 그 말 들으니까 좀 멋있긴 하더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해. 막 그 얘기 하는데 눈이 번쩍번쩍하더라고. 지금이 아니면 못 하는 일들이 있는데, 내 욕심에 다음으로 미루게 하고 싶진 않더라고. 정말 위한다면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보내 주는 게 맞지.
(전화 통화)
하늘: 응, 퇴근했어?
정우: 응.
하늘: 난 차트 마저 보고 가려고.
정우: 아, 그래? 얼마나 더 걸려?
하늘: 음, 한 10분? 음.... 그럼 나 안에서 기다려도 돼?
하늘: 응? (똑똑) 뭐야?
정우: 같이 들어가려고 왔지. 나 신경 쓰지 말고 너 할 거 해. 나도 내 거 하면서 기다리고 있을게. 아니야, 내일 일찍 나와서 봐도 돼. 나가자! 가자!
정우: 가자!
정우: 과장님께 연수 간다고 말씀드렸어?
하늘: 아직. 더 생각해 본다고 고민할 시간 달라고 했어.
정우: 왜?
하늘: 그냥. 6개월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데, 내가 너무 쉽게 말했나 싶어서. 너도 내심 당황한 거 같아서 마음에 걸리더라고. 그리고 생각해 보니 이제 임용됐으니까 여기서도 할 게 많을 거 같고, 지금도 충분히 잘살고 있는데, 굳이 해외 연수 나가야 하나 싶어서. 너랑 떨어져 있는 것도 싫고.
정우: 맞아. 나도 너랑 떨어져 있기 싫어. 아, 이렇게 예쁜데 6개월 동안 못 보면 너무 손해잖아. 근데... 마음을 좀 고쳐먹었어.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들이 있잖아. 내가 너의 그 시간까지 뺏는 건 아닌 것 같아서. 6개월 금방이야. 통화도 자주 하고, 내가 시간 될 때마다 너 보러 갈게.
하늘: 진짜?
정우: 응.
하늘: 미국까지 온다고?
정우: 당연하지. 나 간 김에 너가 미국 병원도 좀 구경시켜 주고 그러면 되지. 아, 그날은...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해서 쿨한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는데, 지금은 진심이야. 잘 다녀와.
하늘: 정우야...
정우: 대신, 가기 전에 나랑 많이 놀아 줘야 돼. 내가 바라는 데이트도 다 해 주고, 알겠지?
하늘: 알겠어. 고마워.
정우: 나도 고마워. 근데, 그날 당황한 거 티 났어?
하늘: 티... 안 났어, 하나도... 진짜야, 진짜 안 났어.
정우: 치.
하늘:(전화 통화) 네, 과장님. 그렇지 않아도 고민해 봤는데요, 한번 해 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호...
정우: 잘 했어.
하늘: 아... 나 잘할 수 있겠지?
정우: 그럼! 남하늘 파이팅!
하늘: 화이팅!
하늘: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
정우: 뭐가?
하늘: 나 없이 너 혼자 이 길을 걸을 생각하니까.
정우: 아휴..
하늘: 6개월 금방 가겠지?
정우: 어유... 그럼!
하늘: 연락 자주 할 거지?
정우: 아, 당연하지!
하늘: 진짜 나 만나러 올 거지?
정우, 하늘: 으흐흐흑....
정우: 벌써 보고 싶어.
하늘: 엄청 보고싶을 거 같아. 흐흑...
정우: 아, 보고 싶어도 보고 싶은데, 흐흑..
하늘: 어떡해... 정우야,
정우: 벌써부터 그리워. 흐흑흐, 떨어지지마.
정우: 하늘아!
하늘: 어? 정우야. 뭐야, 너도 지금 퇴근하는 길이야?
정우: 아니? 너 오늘 일찍 끝난다길래 나도 반차 쓰고 기다렸지. 내가 말했잖아, 미국 가기 전에 내가 원하는 데이트 다 해 달라고. 내가 다섯 개 정도 추려 봤는데, 그중에 하나가 퇴근길에 말없이 기다렸다가 손잡고 집에 같이 들어가기!
하늘: 아, 그게...
정우: 괜찮아. 많이 안 기다렸어. 한 17분 정도? 가자!
하늘: 어, 어, 어.
정우: 음... 퇴근 후에 이렇게 같이 소소하게 군것질하니까 너무 좋다. 그치?
하늘: 어, 뭐....
정우: 근데 이제 이럴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았네. 다음 달 3일에 출국이랬으니까.
하늘: 저기, 정우야.
정우: 아, 내가 괜한 말했다. 너무 부담 갖지마. 나는 그냥 아쉬워서 그런 거지, 가지 말라는 뜻 아니니까. 난 니가 더 큰 세상에서 나서서 역량을 펼치는 그런 멋진 현대 여성인게 너무 자랑스러워. 아, 뭐 떡볶이야 6개월 후에 너 돌아오면은 그때 매일매일 먹으면 되지.
하늘: 그게 아니라...
정우: 나도 그게 아니야! 너 절대 부담 주려는 게 아니라고! 알겠지! 아참, 우리 이다음에 뭐 할 거냐면...
정우: 왜 그렇게 봐?
하늘: 어?
정우: 하긴.... 궁금하겠지, 갑자기 웬 오락실인지. 내가 너 오락실에 처음 데리고 왔던 날, 저기서 잔돈 바꾸고 신나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귀엽다고 생각했거든.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다시 와 보고 싶었어.
하늘: 아...
정우: 하... 어유, 갑자기 눈물이 나려 하냐, 아... 아, 내 왜 이러지?
하늘: 정우야, 나 사실 할 말이 있어. 나 해외 연수 취소...
정우: 야! 취소라.. 그런 말 하지도 마! 아, 잠시 눈물이 나려 했을 뿐, 나 진짜 괜찮아.
하늘: 아, 저, 그게...
정우: 그리고 나 너 없는 동안 울고만 있지 않을 거야. 나도 너처럼 발전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러니까... (진동) 잠시만, 어, 어. 10분 뒤에 출발할게, 응. 아무튼 그러니까, 어? 그, 나 신경쓰지 말고, 어? 너 거에만 몰두해. 알겠지?
하늘: 어, 그... 어, 야, 이거 죽는다!
하늘: 하....
엄마: 콩그레츄레이션~~
하늘: 이게 다 뭐야?
정우: 짜짠!!
엄마: 빰빠라밤!!
엄마: 짜짠!
바다: 정우형이 누나 송별회 해 주자고 해서 미국식으로 굿바이 파티를 준비해 봤다.
하늘: 뭐?
엄마: 아이고, 야, 야, 얼른 앉아라. 다리 아프다.
정우: 빨리 와.
엄마: 일로 온나, 온나, 온나. 가자, 가자.
정우: 얼른 와.
엄마: 가자, 자가, 가자, 가자.
정우: 자!
모두: 짝짝짝!!
삼촌: 자, 받아라.
하늘: 어?
삼촌: 가, 가지고 또 쌔빠지게 일만 하지 말고, 어, 틈틈이 관광도 좀 하고 이걸로 좋은 것도 보도, 맛있는 것도 사 묵고 그래라이.
정우: 이야~
엄마: 자, 이거는 엄마 선물이다. 메밀로 만든 베개다. 은근히 외국 나가면은 베개가 불편해 갖고 힘들다 하더라고. 엄마가 밤새 만들었으니까 이거 베고, 좋은 꿈만 꿔라이.
삼촌: 또 운다, 또.
바다: ♪안녕은 영원한
모두: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 ♪함께 했던 시간은 ♪이제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과장:(문자) 남선생, 연수 불발된 건 정말 미안하네. 또 기회가 있으리라 믿네.
삼촌: 한류 의사 남하늘이 해외 진출 축하한데이!
엄마: 축하한다!
하늘: 엄마, 잠깐만! 나... 사실은...
정우: 가지마, 하늘아!
하늘: 아, 깜짝이야!
정우: 나, 도저히 안 되겠어!
하늘: 뭐, 뭐가?
정우: 나 너, 못 보내!
하늘: 아니, 그...
정우: 가지마! 하늘아!
하늘: 어, 잠깐!
정우: 아, 나 너 없으면 안 돼! 안 간다고 나랑 약속해!
하늘: 어?
정우: 어? 흐흑.. 가지마! 제발!!
하늘: 놔봐.
정우: 아, 제발, 아, 가지마!
(축폭과 샴페인 터진다.)
모두: 아!!!
정우: 하늘아, 가지마, 가지마.
엄마: 우야카노, 야!
정우: 픽.. 아이, 생각보다 많이 묻었네.
하늘: 너 어떻게 알았어?
정우: 응? 뭐, 뭐가? 여자 앞길 막는 남자 아니라고 무조건 가라더니, 왜 갑자기 앞길 막아? 나 연수 못 가게 된 거 눈치챈 거 맞지?
정우: 아, 사실... 그게... 메시지 온 걸 봐 버렸어.
하늘: 메시지? 아...
정우: 아니, 불발이라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하늘: 그렇게 됐어. 다른 교수가 가게 됐대.
정우: 아, 야, 니네 병원 진짜 웃긴다. 뭐 사람 갖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이랬다 저랬다.
하늘: 하...
정우: 아, 야 속상했겠다, 씨! 억울하고 분한데, 한마디도 못 하고.
하늘: 나 말 한마디 못 하지 않았는데? 나 할 말 다 했어.
하늘: 잠시 속상하긴 했는데, 서운하다고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다 털었어. 더한 일도 있었는데 이게 뭐라고. 그리고 아까 나 민망할까봐 나서 준 건 고마운데, 가족들한테도 사실대로 말할거야. 못 할 말 아니잖아.
정우: 훗.
하늘: 왜 웃어?
정우: 아이, 뭔가 좀 달라진 거 같아서.
하늘: 내가?
정우: 응.
하늘: 호호. 그런 것도 같고. 아참, 미국 가기 전에 데이트 다 할 거라고 다섯 개 추렸잖아. 몇 개 했고 몇 개 남은 거야?
정우: 같이 퇴근하는 거 했고, 오락실도 갔고, 방금 굿바이 파티도 했으니까, 세 개 했으니까 두 개 남았네.
하늘: 그럼 그건 다 하자. 애써 생각해 온 건데 아깝잖아. 남은 두 갠 뭐야? 하나는 너 미국 가면 한국 음식 그리울 것 같아서 아, 뭐, 물론 미국도 한국 음식 파는 데는 있겠지만, 내가 해 주는 한국 음식은 없을 거 같아서 밥 한 끼 해 주려고 했지.
하늘: 진짜? 학! 완전 맛있겠다! 저번에 김밥 싸는 거 보니까 장난 아니던데. 나 기대해도 돼?
정우: 놀라지나 마.
하늘: 어, 완전 신나! 아, 남은 한 개는?
정우: 안 알려 줘!
하늘: 아, 깜짝이야! 아, 왜? 아, 뭔데?
히늘:(N) 예전의 나였다면 왜 내가 아니냐고, 무엇이 부족해서냐고, 자책하며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젠 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원하는 결과가 오지 않았을 땐 그저 아주 잠깐만 실망하고 다음번 행운을 기대하며 묵묵히 내일을 준비하면 된다는 것을.
하늘: 헉! 와~ 진짜 맛있겠다.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
정우: 이 비주얼만으로도 이미 너무 많은 힘이 되고 있어.
하늘: 에이~ 뭐야~
정우: 사실인걸~
하늘: 와~ 진짜 맛있겠다. 와~ 이건 한식이 아니라 수라상 아니야? 이걸 어떻게 다 만들었어?
정우: 쿠킹 클래스 일일 강좌 몇 번 나갔을 뿐인데, 얼른 먹어.
하늘: 잘 먹겠습니다.
정우: 어, 내가 줄게. 자! 이것도 먹어봐.
하늘: 음~
정우: 맛있어?
하늘: 와, 진짜 맛있어. 일일 강좌 몇 번 나간 그런 솜씨가 아닌데? 음!!
하늘:(N) 인생의 긴 여정에서 내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보물을 찾지 못한다 한들, 내 인생이 결코 초라한 게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바로 내일, 어쩌면 바로 다음 장소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행운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는 믿기로 했다.
하늘:(N) 나는 기분이 좋다. 나는 마음이 놓인다. 나는 미래에 대해서 특별히 낙담하지 않는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실망하지 않는다. 내 인생을 뒤돌아볼 때, 난 항상 실패만 해 왔다.
의사: 이제 다 끝난 거 같습니다. 더 이상 오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하늘: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의사: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이미 남하늘씨 안에 있어요. 이때까지 애쓰고 노력한 모든 것이 이제부터 하늘씨를 지켜줄 겁니다.
하늘: 배웅 안 해 주셔도 되는데...
의사: 마지막 진료땐 문 앞까지 나와서 인사하는게 저도 좋아서요. 아프신 분들 참 많죠? 근데, 책이 읽고 싶으면 도서관에 가고, 그림이 보고 싶으면 미술관에 가듯이, 여기 오신 분들 다 건강해지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에요. 그러니까 다 좋아지실 겁니다.
하늘: 좋아진다는 건 뭘까요? 결국 행복해진다는 거?
의사: 아니요, 불행도 인정하는 거, ‘나는 또 불행해질 수 있지만 괜찮다’ ‘다시 또 불행이 찾아오더라도 내겐 견뎌 낼 힘이 있다’ 그렇게 믿는 거 아닐까요?
대영: 아무튼, 후... 어, 꿈 찾아간다는데, 난 기쁜 마음으로 보내 줄 생각이야. 도쌤도 보내주고, 그, 말 나온 김에 너도 좀 보내주고.
정우: 응? 나?
대영: 응.
정우: 나, 왜?
대영: 너도 이제 니 병원 개원해야지.
정우: 학, 아, 형, 나 여기 온 지 반년도 안됐어.
대영: 그게 뭐가 중요해? 니가 괜찮아진게 중요한 거지.
정우: 하... 아이, 그래도... 의사가 수술하다 메스 떨어트렸다고 소문나면 병원에 이미지 타격 큰데, 형은 나 다시 수술대에 설 수 있게 도와줬잖아. 보답은 해야지.
대영: 니가 그만둬 주는 게 보답이야. 나 니 페이가 감당이 안 돼서 그래요.
정우: 하...
대영: 지금이 니가 떠나야 될 때야.
홍란: 나는 진짜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아요. 호홓. 그래서 정우씨 개원은 준비 잘돼 간데요?
대영: 글쎄요... 돈도 많아졌으니 막 더 좋은 차도 사고,
예전보다 더 크게 개원하면서 막 화려하게 컴백하지 않을까요?
정우: 하.... “로그인 성형외과 병원”
하늘: 축하해, 고생했어. 드디어 개원이네?
정우: 흐흑...
하늘: 뭐야, 너 울어?
정우: 기분이 이상해. 예전에 개원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이 모든 게 감격스러워. 이 소파도 너무 대단하고, 이 테이블도 너무 소중해.
하늘: 헉.
정우: 나 이제, 진짜 기부도 많이 하고 진짜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진짜 열심히 살 거야. 아, 소중한 내 삶.
하늘: 아, 못 살아. 아, 근데 혼자서 힘들지 않겠어? 예전엔 원장님들 많았잖아.
정우: 어, 그냥, 작게 시작하고 싶어서. 환자도 많이 안 받고 환자분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너무 무리하면서 살진 않으려고.
하늘: 참, 이거.
정우: 어우~~ 그냥 와도 되는데~ 내가 마시고 싶어서 산 거야. 너랑 오붓하게 오픈 파티 하려고.
정우: 너랑 나랑 둘이서 오픈 파티? 일단 앉자.
하늘:(N) 그렇게 정우는 또 한 번 삶의 모퉁이를 지나고 있었고, 나의 사람들 역시, 저마다의 하루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 바다는 자그마한 꿈을 품게 되었다. 밀면을 발판삼아 셀럽이 되겠다는 그리고, 더 이상 가족들의 5만원을 가져가지 않았다.
하늘:(N) 그렇게 삼촌은 첫사랑과 재회했고, 묵묵하고 꾸준했던 삼촌의 앞날이 왕만두처럼 꽉 찬 행복이길 난 바랐다. 우리 때문에 가장 크게 웃고, 우리 때문에 가장 크게 울던 엄마는, 이제 더 이상 양배추를 심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하늘과 바다를 잘 키우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제도 오늘도 무던히 애쓰는 엄마가 나는 항상 애뜻했다.
하늘:(N) 그리고 누구보다 따뜻했던 그는, 그를 닮은 누군가와 앞으로도 내내 포근할 것이다.
하늘:(N) 비록 하루하루는 벅차고 힘들지라도,
정우:(문자) 선생님, 저와 함께 일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믿을 수 있는 분이 필요해서요.
하늘:(N) 다시 또 하루를 꿋꿋하게 살아내리라 나는 믿는다. 끝으로 우리는,
하늘: 그런데 이렇게 어두운 병원 보니까 갑자기 그때 생각나.
정우: 언제?
하늘: 너한테 논문 주러 법원 갔을 때, 넘어져서 나 여기 다쳤었잖아.
정우: 응.
하늘: 그래서 그날 진료가 중간된 너네 병원 가서 드레싱 했었는데, 그때 텅 빈 그곳 모습이, 마치 너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팠었는데, 이렇게 다시 시작하는 모습 보니까, 마음이 아플 만큼 감격스러워.
정우: 사실, 니가 내 옆에 있어 줘서 가능한 일이었어. 그거 기억나? 그때 우리 해 뜨는 거 보러 갔다가 결국에 못 보고 돌아온 거.
하늘: 당연하지. 멀리까지 갔었는데 못 봐서 너무 아쉬웠어.
정우: 그러니까. 그럼 우리 해 뜨는 거 보러 갈래?
하늘: 지금?
정우: 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데이트 마지막 하나 남았잖아. 그게 해 뜨는 거 보러 가는 거였는데, 그때 일출 못 본 게 내가 아직 너무 마음에 남는 거야. 어떻게... 출발할까?
하늘: 응, 가자.
정우: 가자! 좋았어!
하늘: 기차표가 있으려나?
정우:(N) 우리가 처음 절망을 마주했을 때, 삶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인생이 다 끝난 것만 같았던 그때, 우리는 슬럼프의 늪에서 오래도록 빠져나올 수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늪은 우리의 생각만큼 깊지 않았다.
하늘:(N) 그 밤 나와 같이 울어주던 사람과 함께 아픔을 견디고 함께 두려움을 다스리며,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고,
정우:(N) 아픔은 짧게 추억은 오래 기억하는 법을 배우며... 마침내, 슬럼프를 흩날려 보낼 수 있게 됐으니까.
하늘: 아, 좋다.
정우: 야, 뜬다, 뜬다!
하늘: 어? 어, 진짜! 우와~ 완전 똥그랗고 예뻐. 하하.
정우: 아... 그때는 못 봤는데, 오늘은 드디어 보네.
하늘: 그러게.
정우: 아~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 하늘아.
하늘: 응.
정우: 응. 아... 너 아직도 대답 제대로 안 해 준 거 알아?
하늘: 무슨?
정우: 아니, 내가 프로포즈를 했는데, 아직도 대답을 안 했잖아.
하늘: 아, 뭐야, 다음 주가 웨딩 촬영인데, 이제와서 대답이 뭐가 중요해?
정우: 아, 그래도 해 줘, 대답! 어?
하늘: 아, 알았어.
정우: 흠.
하늘: 이제 그만 결혼하자.
정우: ‘이제 그만 결혼하자’는... 학, 뭐, 그만 결혼하자는 거야, 뭐야, 아, 좀 제대로 해 줘, 제발!
하늘: 아, 몰라, 나, 그런 거 못 해.
정우: 뭘 못 해, 할 수 있어. 뭐야, 은근슬쩍 어디가?
하늘: 아이...
정우: 일로 와 봐, 아니..
하늘: 부끄러워서 도망가려고.
정우: 같이 가, 그럼, 같이 가.
하늘:(N) 오늘은 행복하지만 내일은 불현듯 슬퍼질 수도 있다.
정우:(N) 하지만 괜찮다. 슬픈 내가 있으면 행복한 나도 있을 테니까. 우리에겐 이제 슬픔도 불행도 견뎌 낼 힘이 있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
엔딩곡: '슬기' <기억속에 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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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진짜 정말 대단하십니다.
16부작 드뎌 탈고 하셨네요~
핑크아이리스님 정성에 닥슬팀들
감동하실것 같아요~
드디어 마지막회!핑크아이리스님 글 덕에 대본집 간접 체험(?)하는 거 같아서 행복했어요!감사합니다 😄
대본집으로 출판되는건가요?ㅎ 넘 멋있어요^^ 1회부터 잘 읽었습니다^^
와~ 와~ 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배우고 싶은 능력입니다.
참, 멋지시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