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지
김복희
빛이 있는 곳에
그림자를 두라
빛이 시작되는 곳과
빛이 희미한 채로 도달하는 곳, 빛이 거의 없는 듯 보이는 곳에도
그림자를 두라
그림자가 통과하지 못하는 곳, 그림자가
절룩이는 듯 빛에 베인 듯
흐르는 곳에도
빛을 두라
끊이지 않는 것에
다가가
참여하라
참여하라
반쯤 물이 채워진
유리컵에
빛이 구부러지는 것을
그림자 휘는 것을
보라
일렁이라
—계간 《시와 반시》 2022년 겨울호 --------------------- 김복희 / 1986년 전남 진도 출생. 전남대 국어국문과 졸업.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