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집의 무수리 : 영화 "디아볼맄"을 보면서도 가영의 한 장면이 생각나.... [13] | ||||||||
1486 |
![]() |
2009-03-12 | 추천 : 8 / 신고 : 0 |
![]() |
조회 : 890 |
![]() |
스크랩 : 0 |
강호에 병이 깊은 게 아니라 가영에 병이 깊어 이 언저리를 맨날 서성입니다.
그제 점심나절 우연히 티비를 틀었는데 인디펜던트 영화를 주로 하는 방송입니다. 광고 하나 없이 볼 수 있는 채널이고 기성의 헐리웃 영화보다 질 높은 독립영화들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50년대 프랑스 영화의 우수성이 한창 세계적으로 빛을 발할 때 걸출한 한 감독이 있습니다. "앙리 죠르쥬 끌루조" 라고 영어로 하면 헨리 죠지 클루조 쯤 되겠죠.
그의 영화 딱 두편을 봤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Les Diaboliques'
그의 부인 베라 끌루조와 시몬느 시뇨레 주연의 스릴러물입니다. 후에 샤론 스톤과 이자벨 아자니가 주연으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만 짝퉁에 다름 아닌 범작이 되어버렸죠.
이 영화의 내용이 가영을 생각나게 한 것은 아니고 바로 그 감독의 또 다른 영화 "공포의 보수"라고 에디뜨 삐아프를 떠나 그녀 시몬느 시뇨레와 평생을 함께 한 "이브 몽땅"이 주연한 영화입니다. 여담이지만 요즘 프랑스 영화계는 시몬느와 같은 풍만한 성적매력을 풍기는 무게감의 배우를 찾을 수 없는 것 같더군요.
목소리와 노래와 중년남자의 성적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몽땅의 모습을 이제는 잘 찾아볼 수 없음이 많이 아쉽습니다. 그의 영화 중에 이 "공포의 보수"는 그의 바람기 많은 중년남자의 모습은 찾을 수 없는 마치 모로코로 몰리는 외인부대 용병들 같은 베네주엘라의 유전으로 몰리는 유럽의 인생 떨거지들의 집합소 카라카스가 배경입니다.
전 이영화를 보기 전까지 ..20여년도 더 전에... 베네주엘라가 산유국이었나 했습니다. 챠베스의 미국에 대한 큰 소리는 그냥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지리점수는 항상 100점을 육박했슴에도 아라비아의 선입견이 너무 강했었나 봅니다.
산꼭대기 유정에서 불이 납니다. 석유에 붙은 불을 끄는 유일한 해법은 석유보다 더 휘발성이 강한 니트로 글리세린으로 꺼야 한다네요. 그런데 이 니트로 글리세린의 운반이 목숨을 걸어야 한답니다. 이 액체는 극히 민감해서 약간의 진동에도 폭발을 한답니다.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살살 어루만져주며 달래며 운반을 해야합니다. 디스커버리 채널에 나올만한 세상에서 제일 터프한 일이겠죠.
목숨을 걸고 족보를 사는 게 아니라 목숨값만큼 엄청난 한 몫을 챙기려 이곳저곳에서 막장 인생군상들이 모입니다. 그 중에 아주 겁이 많은 샤를르 바넬이 있습니다. 그는 이 영화로 칸느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답니다. 여튼 몇 대의 트럭에 니트로 글리세린을 가득 싣고 산으로 올라가는 여정에 여러가지 일들이 있고..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웨이트리스 역할의 베라 끌루조와 이브 몽땅의 썸씽이 있고 살아 돌아오면 그들은 그곳을 떠나 새 인생을 살고자 합니다.
가영이 생각났던 장면 이야기를 하느라 서설이 길었습니다. 강석이 교통사고 나는 장면에서 두 잔의 커피가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에 디아볼릭을 보는 와중에 이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생각나 이리 주절거리고 있네요. 강석이가 직접 차에 부딪히는 장면 대신에 나오는 그런 기법은 우리에게 강석이 차에 받쳤구나를 보지 않고도 상상하게 만듭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많이 나오죠.
다시 공포의 보수로 돌아가서 이브 몽땅이 운전을 하는 차에 독일사람이 옆에 앉았던 것 같습니다. 전면에 100여미터 떨어져서 한 대가 가고 있고 그 뒤를 몽땅이 따릅니다. 옆에 앉은 독일인이 잎담배를 맙니다. 종이에 담배잎을 얹고 말려는 순간 갑자기 휙 하고 바람이 불더니 날아갑니다. 그리곤 다음 장면이 그 앞에 가던 트럭이 불에 휩싸여 있는 모습입니다.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는 지금의 나이대가 아닌 그 당시의 감성에서 그 장면이 준 임팩트가 강했나 봅니다.
바람에 날라가는 잎담배, 불에 휩싸여 타는 트럭, 우리네 삶의 순간순간이 그런 찰나에 삶과 죽음이 엇갈립니다. 누구는 단지 담배 한개비 입에 물고싶었을 뿐인데 누구는 그 순간 세상에 나온 자취나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타서 없어집니다.
가영을 본 이후로는 무엇을 보건 듣건 늘 그 안에 일들과 말들과 행동들을 연결시켜보는 내 자신을 발견합니다. 단지 헛된 실루엣의 환상에 빠져 시간만 죽이는 한심한 아짐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이 방에 많은 이들처럼 삶의 긍정성과 성실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등을 떠올릴 수 잇는 약간이 시간이나마 가질 수 있다면 그 죽이는 시간이 결코 헛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아뭏든 병이 깊긴 깊습니다. 몸은 한약을 먹어야 하고 마음은 늘 이 자리를 맴도니 말입니다.
추) 영화의 마지막은 몽땅은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그녀는 그 소식을 듣고 천장에서 돌아가는 씰링팬 밑에서 하염없이 돌며 춤을 춥니다. 돌고 돌아가는 물레방아 인생? 우스갭니다.
| ||
꼬리말 쓰기
![]() |
![]() |
sooj | 하얀집의 무수리님... 말씀해주신 ㅁㅈㅂ 어제 가입하고 지금 막 전화인텁 했습니다. 정회원 까지는 며칠 더 걸릴 수도 있다는데... 거기서 뵈면 또 인사할게요. 아마도 저의 닉넴은 내배 우 박시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 [2009-03-12] | ||
![]() |
문스톤 | 하얀집의무수리님... 이 글을 읽으면서 삶의 긍정성과 성실성과 배려심을 떠올리게 되는 저로 서도 전혀 이 글 읽는 시간이 그저 죽이는 헛된 시간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영팬 들께선 글도 깊고 향이 납니다. 그래서... 저는 텔존이 자꾸 좋아지나봅니다^^ | [2009-03-12] | ||
![]() |
노을빛사랑 | 하얀집의 무수리님, 말씀하신 영화는 못 봤지만 언급하신 배우들로 인해 잠시 과거로 돌아가 봅니다.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보느라 잠도 안 자고 기다렸던 그 때가 그립네요. 님의 글에서 도 녹록치않은 연륜이 느껴져서 참 좋습니다. 향기로운 글에 댓글로 감사인사드리며 쾌차하시 길.. | [2009-03-12] | ||
![]() |
사고치지마 | 생각은 말을 낳고 말은 행동을 일으킨다지요....많이 배웁니다.....저 | [2009-03-12] | ||
![]() |
하얀집의 무수리 | sooj님, 나중에 원망일랑은 사양입니다. 그 방의 중독성 또한 이 방 못지 않거든요. 문스톤 님, 아이 유치원에 보내시는 나이대인데도 어찌 그리 통찰력 뛰어난 대사를 쓰실 수 있는지 경탄해 마지 않습니다. | [2009-03-12] | ||
![]() |
하얀집의 무수리 | 노을빛 사랑님, 주말의 명화와 명화극장 시간은 늘 아버지와의 채널권 다툼의 장이었습니다. 사고치지마님 그쪽 시간은 새벽인데 너무 무리마십시요. 한약 드시게 될지도 모릅니다. | [2009-03-12] | ||
![]() |
쥐방울 | 오늘은 아침부터 좋은글 가슴에새길말들이 많아서 좋네요..저두 디아볼릭이란 영화는 보지 못 했지만 기회가 되면 꼭볼께요~~!!^^ | [2009-03-12] | ||
![]() |
volley63 | 이곳에 들어와서 모든글을 다 읽은다음 제일 마지막으로 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뭐랄까 정신 을 가다듬고 읽고 싶었거든요,..제 생각은 대충 맞은 것 같습니다. 희미하지만 저도 이영화 를 본것같습니다. 늘 주말의 명화,..전 아버지와 같이 봤습니다. | [2009-03-12] | ||
![]() |
volley63 | 누구는 단지 담배 한개비 입에 물고싶었을 뿐인데 누구는 그 순간 세상에 나온 자취나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타서 없어집니다. 이말,..오늘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종종 부탁드 립니다 | [2009-03-12] | ||
![]() |
정향나무 | 이곳 필진의 수준이 조간신문 사설을 능가합니다. 불경기에 션찮은 신문부터 끊어야겠습니 다. 요즘 열일 제쳐놓고 출근부에 도장 찍는 것 보이죠. | [2009-03-12] | ||
![]() |
volley63 | 정향나무님~조간신문 같이 끊어요~~ㅋㅋㅋ정말 이곳 오시는 분들 존경합니다. 대단들 하십니 다. 신문사설 쓰시는 분들 반성해야 합니다. | [2009-03-12] | ||
![]() |
로라 | 무수리님의영화이야기는 이상하게 마음을 치는 그 무엇이있어요..감사... 강석교통사고와 연 결시킨 그 담배피우다죽는장면...절묘합니다. | [2009-03-12] | ||
![]() |
shine | 정향나무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우리 님들의 삶을 바라보는 눈과, 사람을 대하는 마 음.. 그리고 풍성한 지성과 감성을 우리에게 전달해주시지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댓글 다 는 삶을 살고 있다는 ㅋㅋ 어쩜 우리는 이렇게 수준높은 마음들을 나누고 있는지...ㅎㅎ | [2009-03-12] |
|
첫댓글 이것도 폐인된분들의 특징 아닌가 싶네여![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