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 시장 프리미엄 바람
유명 성인복 브랜드 속속 참여… 작년 매출 1조 돌파
개인사업을 하는 고영아(32)씨는 얼마 전 백화점에서 아들 이재윤(3)군에게 10만원이 넘는 ‘리바이스 키즈’ 바지를 사 줬다. 자신이 입고 있는 청바지와 함께 ‘모자(母子) 커플룩’을 연출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고씨는 “아이와 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으면 아이와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들고, 아이도 엄마와 비슷한 옷을 입어 즐거워한다”며 “요즘은 엄마가 선호하는 브랜드의 키즈 라인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어 커플룩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성인복 브랜드에서 어린이 브랜드 출시도
|
▲ 백화점 아동복 매장에서 어린이들이 새 옷을 입어보고 있다.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서 아동복 시장에 부는 명품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
아동복 시장이 프리미엄화(고급화)하고 있다. 백화점에는 ‘버버리 칠드런’ ‘폴로키즈’ ‘빈폴키즈’ ‘베이비 디올’ ‘앙드레김 키즈’ 등 명품 아동복이 팔리고 있으며 올해도 성인복 브랜드의 ‘키즈 브랜드판(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리바이스 키즈’가 국내 영업을 시작한 이후, 올 봄 ‘타미힐피거’의 키즈 브랜드인 ‘타미 칠드런’을 비롯, ‘에어워크 주니어’ ‘노튼 주니어’ 등이 출시됐다. 이 밖에도 여러 업체에서 아동복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유명 브랜드 옷은 남아용 재킷이 20만원대, 티셔츠 한 장에 10만원을 웃돌 정도로 어른 옷 못지않은 가격대다.
◆ “어차피 아이가 하나인데…”
이처럼 아동복 브랜드에 명품 바람이 부는 것은 저출산으로 자녀 수가 줄면서 한 아이에게 투자하는 금액이 커지고 있는 현상과 맞물린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4~13세를 위한 아동복 시장 규모는 약 1조299억원으로 전년도 대비 15.6%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아동복·용품 구매 고객의 1인당 구매 액수는 2000년 6만7000원에서 지난해 13만4000원으로 2배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6월 현재 ‘폴로 보이즈’ ‘게스 키즈’ 등 아동복 브랜드의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0~12% 성장했다. 성인복 업체에서 어린이 브랜드를 내놓는 것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효과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백화점 아동복 담당 오승현 바이어는 “유명 브랜드는 이미 엄마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성인복의 기획, 생산, 유통 노하우를 활용,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아이 옷을 내가 입어요”
어린이 체격이 커지고 여성의 경우 마른 체형이 늘어나는 추세로 인해 이들 아동 브랜드를 즐겨 입는 성인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키즈 브랜드’ 출시와 관련이 있다. 현대백화점 강효창 아동복 바이어는 “디자인, 사이즈 등에서 아동복 성인복의 경계가 갈수록 좁혀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해외유명 브랜드의 ‘키즈 브랜드’를 이용하는 젊은 여성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