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바다, 미소. 그리고 강과 그리움(3조 애프터 대관령 모임)
- 2004년 5월 25일에 라파엘아빠가 쓴 후기
4월 17-18일 청태산 정모의 헤어짐은 또 다른 會者定離를 잉태하고 있었다. 청태산에서 숲 해설이후 우리 3조 만큼은 분명 누군가가 다시 일을 저지를 것 같은 예감. 나로서도 4월 1일 막연하게 지리산 바래봉과 연결시켜 지리산휴양림 5월 22일 써리봉 1,2와 영신봉 예약....... 정모 후 며칠되지 않아 상엽아버지로부터 이메일 연락이 왔다. 대관령 올 수 있느냐고? 일단 OK. 한편으로 지리산 방 예약 분 3개 있다고 함께 회신. 그러나 모두 서울 쪽이어서 그런지 남쪽은 다소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 대관령 휴양림으로 애프터 결정. 한편으로 언젠가 나진아빠께서 열어주신 채팅방에서 이 애프터가 굳이 3조만을 고집하지는 않기로 했다. 모든 분들에게 오픈하기로 했지만 다유네 정모 때 3조의 유별남이 오히려 다른 조나 참석하지 않으신 깍두기 조원 분들께는 부담을 드린 듯 했고....
지난 주 이메일로 상엽아빠께서 연락이 왔다. 각자 자기 집 먹을 만큼만 알아서 준비하기로, 그 이외에는 불판이 좀 필요하다는 전갈. 그냥 편안했다. 단지 우리 집 내에서는 4월부터 시작된 주말의 너무 잦은 출타로 특히 아내가 여행을 다소 부담스러워 했다. 우리 가족은 한 달에 2회 정도의 일상탈출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 봄 만큼은 이런 우리 가족만의 정기 여행 몫 이외에 다유네 정모, 5월 초 또다른 가족 모임, 나의 옹고집으로 이루어진 철쭉꽃 바래봉 여행, 그리고 15일 스승의날 겸 실험실 20주년 가족모임 등이 끼어 들어서 1층에 사시는 시어른의 눈치에 아내가 이만저만 불편해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로서는 내내 집에 퇴근 후 들어가는 시간이 밤 12시 전후인 터라 스트레스 탈출구이자 여행이 가족끼리의 대화창구, 아빠로서 초등학교 2학년 라파엘에게 아낌없이 나의 경험을 던져줄 수 있는 최적의 기회이자 또 다른 한편으로는 라파엘에게는 자연을 보여줄 수 있는 몇 년 남지 않은 기회임에 좀 절실했고.(짐작컨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같이 가족 여행에 따라 나서지 않을 듯 하고 나도 산행에 대해서는 체력이 점점 떨어져가고....).
언제나 사전 여행의 시나리오를 머리 속에 그리기. 여행 속에 마음속으로 또는 그 여행 속에 다른 여행을 그려보는 나만의 별난 취미. 그냥 예전에 열심히 돌아다닌 기억을 더듬어 1차적으로 3조팀 일정에 맞는 여행, 그 다음으로 우리 가족만의 여행, 그리고 아내와 라파엘에게도 미리 공개하지 않는 히든카드 여행준비를 머리 속에 그려보기. 시간이 항상 변수. 또한 여기에 덧붙여 나만의 여행을 덧붙이면 4개가 될 수 있지만 너무 무리라고 판단되어 마지막은 접어놓기로 했다. 특히 올해 5월에 여행을 많이 다니는 이유는 6월의 하지 때는 아니지만 계절 중 상대적으로 긴 낮시간과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조건과 올해 일요일의 쾌청 날씨 때문. 일단 3조의 대관령 휴양림 여행 그리기..... 저녁의 술 한 잔과 담소, 해후 그리고 이른 아침의 소나무 숲 산책과 아침 식사 후 숲 해설. 그리고 속사 운두령 점심 식사이후에는 헤어질 것으로 판단. 그 이후는 우리 가족만의 여행 프로그램 그리기. 오는 12월 이전하기 전 참소리 박물관 보여주기와 오대산 월정사-상원사-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 3시간 등산. 오대산에서 대구행 출발예정시간 오후 5시 30분 or 6시. 가족 여행의 또 다른 히든카드는 영동고속도로 막힘을 피한 평창강 드라이브와 주천, 신림으로 중앙고속도로 연결하기. 나만의 마음 속 여행은 평창 일대 좁은 국도 길, 금당계곡 가는 길 등을 운전하면서 확인해 두기. 대구 도착 예정시간 9시 or 9시 30분. 미사. 그리고 귀가... 이럴 계획이었다.
편안하게 출발하자는 아내와의 결의에 따라 마음먹고 일찍 퇴근해서 나 혼자 간단 짐 꾸리기. 아내는 라파엘의 매주 토요일 축구 클럽 모임과 오후의 미술 실기대회 참가에 학부모로 동반 참가한 터라 미리 준비해두고 간 옷가지 가방과 반찬 거리이외에는 모두 내 몫. 등산베낭과 오버트로우져, 간식, 랜턴, 압박붕대, 수통, 보온병 챙겨놓고 아이스박스에 밑반찬과 열무김치, 삼겹살 2근, 비빔면 3개, 산사춘 꼬마병 3병, 소주 3홉 1병, 삼겹살 불판, 그리고 원두커피와 국화차, 플라스틱 컵 챙겨넣기. 카메라와 필름챙겨 넣고 집안 정리 좀 해 놓으니 출발 준비완료. 좀 빨리 돌아왔으면 싶었는데 4시경에 귀가. 땀 뻘뻘 흘린 두 모자 샤워하고 집을 나서기.
고속도로 올리기 전, 소주 2병과 쌀 작은 1봉지 사서 추가 준비 품목으로 올리고 등산품 전문점에서 라파엘 등산화 사고 나오는 길에 과일이 없다 싶어서 수박 한 통 사서 차에 우겨 넣음으로써 본격적인 출발. 중앙고속도로는 완연한 여름이다. 봄의 초록 계열의 여러 현란한 색이 없어지고 모두 녹색으로 통일되어 가는 듯 하다. 휴게소 들림 없이 그대로 통과. 영동고속도로와 만나는 만종 분기점 정도에 이르는 6시 30분쯤 상엽 아버지의 직접 전화. 중요 물품 재고가 바닥이란다. “뭐 필요하세요?”라는 나의 말에 상엽아버지 “여자용 산사춘과 남자용 소주 조금, 돼지고기 삼겹살을 좀 사서 들어왔으면....” 휴대폰으로 듣는 순간, 그냥 웃었다. 왜냐하면 차 뒷 드렁크에 모두 있었으므로. 이심전심. 텔레파시 통과. 마지막 본인의 “수박도 한 덩이 샀다”는 말에는 별 반가운 소리가 없음. 짐작컨대 있다는 의미... 나로서는 재미 있었다.
둔내를 지나면서 땅거미가 들어서는 분위기에서 윤근 아빠의 전화. 술 보급 기다리는 눈치고. 횡계를 지나 대관령 휴게소 전에서는 상엽이가 우리 집 라파엘을 찾는 전화. 그러나 이 순간 라파엘은 차 안에서 zzz. 늦게 들어가는 만큼 모두 식사를 한 만큼 민폐를 끼치겠다는 생각에 10분만에 우리 가족은 우동 한 그릇씩 하기로. 휴게소 들어서자 다시 상엽이 전화. 라파엘과 통과 가능. 라파엘의 들뜸의 시작. 라파엘의 상엽 형에게 곧 간다는 보고 내용. 후루룩- 후다닥 한 그릇 끝. 나는 먼저 서둘러 나와서 3조네 꼬마 전체를 위해서 소시지 꼬지와 핫바를 포함해서 10개 구입. 다시 휴게소 출발. 2주만에 오는 강릉인데도 새삼스럽다. 옛 영동고속도로로 서둘러 진입. 대관령 휴양림 9시경 도착. 상엽이와 윤근이, 준스, 철호가 입구에서 고맙게도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다소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집 꼬마 라파엘을 기다린 아이들. 벌써 아이들은 한 이웃 사촌 형제가 되어 있었다.
주차하고 난 뒤 짐을 챙겨 종종 걸음으로 올라가기. 이상하게도 숲속의 집으로 가는 순간설레임 만큼은 다유네 청태산 들어설 때와 비슷했다. 설레임과 함께 첫 말은 무슨 말을 할까?의 어설픈 고민. 곰돌이 방 입구 50 m 전, 아이들과 얘기하며 올라가는 소리에 벌써 문이 확 열리고 상엽 아버지께서 나오시고.... 방안에서 모두 일어서시는 모습. 친척이 따로 없다. 1개월 여 만의 해후. 반가웠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악수+악수. 방안에 만들어져 있는 원형의 신문지를 깔판으로 한 술 자리. 우리가 준비해온 소주와 산사춘, 삼겹살 내어놓고 거침없이 일배에 거듭 일배..... 순식간에 소주 기운이 얼굴에 퍼진다. 잠시 얼굴을 가다듬어 모두의 모습을 보니 약간의 홍조와 미소를 머금고 있다. 염화미소.... 모두 정모 때는 행사 일정에 맞추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보다 많은 얘기를 하지 못했고 헤어질 때도 정신 없이 헤어짐으로 그 아쉬웠음을 회고하고. 남자들끼리는 서로의 직업을 얘기한 모양이고. 준스네의 이번 모임의 참가 과정 설명이 걸작이었다. 이 날 본시 준스 아빠께서는 회사 Workshop이 남쪽 지방으로 잡혀 있었지만 비밀리에 회사 행사 직원에게 압력을 행사(?)하여 행사 장소를 강릉으로 바꾸어 놓고, 준스 맘께서는 집 짓는 문제로 몸살나곤 해서 이번 모임 못 가나 했는데, 문득 금요일 나서야 되겠다는 결심과 함께 남편없이 홀로 텐트 짐 싣고, 두 어린 꼬마아이 태우고 강릉으로 출발해서 준스 아빠 픽업한 여행준비 무용담. 당당한 준스네, 편안하게 대관령 휴양림 입장. 지금은 전혀 몸살끼 없음. 즐거움. 준스 아빠의 다유네의 회사 내에서 자랑한 얘기. 삼겹살 좀 더 먹고 나자 준스맘의 히든 카드 1이 펼쳐진다. 강릉 중앙시장에서 샀다는 A4 크기 정도의 바닷가에서 조금 말린 왕 가자미 3마리가 등장하여 삼겹살 불판에 올려진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담백한 맛 그 자체였다. 모두들 감탄사 연발. “와~ 맛있다~” 소주와 산사춘 한 잔씩 더. 그런 가운데, 준스맘의 5천원에 3마리 샀다는 말에 여자들은 눈이 더 커지고. 만일 지금 바로 옆이 중앙 시장, 가자미 파는 곳이라면 우리 집은 10마리 정도는 충분히 샀다. 모두들 가자미 구이에 대만족이었다. 어느 듯 윤근 아빠와 철호 아빠는 한 잔이 되셔서 좀은 졸리신 듯 하고. 옆의 상엽 아빠께서 4시부터 술 한잔씩, 그리고 그저 반가운 기운에 두 젊은 아빠께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이제는 체력이 다 된 모양이라고 설명. 이 때부터 윤근맘께서 직접 가족대표로 우리와 대작을 시작하시고....철호 엄마는 내내 새색시 마냥 아무 말 없이 동건이를 안으면서 철호 아빠를 보고 계시고. 그런데 두 아빠는 아내에게는 철저 복종이었다. 바깥 찬바람 좀 쇠고 오라는 마나님들 지시에 바로 퇴장. 우리 남자들 입장에선 취한 것이 결코 아니었는데..... 잠시 후 다시 들어오시고 난 뒤, 여전히 피곤해 하는 두 아빠에게 우리는 청솔모 방을 권하고. 나로서는 좀 늦게 와서 두 아빠들에게 그냥 미안했다.
이후 의외로 이 때부터 얘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준스아빠와 본인의 살벌한 회사의 살아남기 분위기와 직장생활 얘기. 나로서는 동병상련. 가족과 대화시간 부족. 아이와 아내에게 대접받지 못함...... 우리 집의 여행 다니면서 하는 아내와의 대화하는 방법. 준스맘의 양평에서 준스아빠 찾아 차 몰고 강남 사무실 찾아가서 되돌아오면서 같이 하는 부부 얘기. 부부간 대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자리. 이에 여자 분들 모두 사오정 얘기 등등 노후 얘기 등등 여러 얘기와 함께 같이 공감하고. 준스네의 히든 카드 2, 허브차 등장. 짐작컨대 페파민트가 곁들여진 맛있는 허브차. 봉평의 허브나라 얘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다유맘의 정성스런 휴대폰 메시지가 상엽아빠의 휴대폰을 통해 전달되면서 서로 보게 되고. 아직도 여전 바쁜 다유맘과 아빠께는 그냥 죄송스러우면서 관심과 배려에 감사. 이후, 문득 상엽 아빠의 다소 다른 분들보다 치열한 직장 분위기와는 달리 상엽 아빠 본인으로서는 직장 특성상 좀은 우리와는 달리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말씀에 바로 상엽 엄마께서 남편에게 평소 유감스러웠던 내용을 이 자리를 빌어 상엽 아빠에게 칼을 빼 드셨다. 바로 그 얘기는 ‘다유네 중독현상’ 유감. 어떤 때는 집에서 서로 얘기하고 싶은 데, 아들인 상엽이는 컴퓨터 게임하고, 아빠는 옆에서 노트북으로 다유네 보면서 웃으면 웬지 화가 나고 섭섭했다는 말씀. 여기에 우리 집 사람도 좀은 동참. 아내는 어떤 때, 밤 늦게 집에 들어와서 자신은 자고 있는데 남편의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 다소 유감이라고 얘기하고. 그런데 아내는 다소 나에게 이런 얘기가 미안했는지 평소 밤 늦게 돌아와서도 프로야구 결과 만큼은 꼭 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야구광 얘기와 가족여행의 다유네 얘기를 하면서 나의 글 올리는 습성을 아내가 훤히 알고 있는 점의 얘기와 함께 집 사람 자신도 잘 들어가는 교육사이트 얘기하면서 아내 자신의 글 올리는 체험 경험담을 엄마들에게 얘기하고. ‘교육사이트’라는 말에 얘기 주제가 전환되면서 모든 엄마들께서 궁금증과 함께 이런 저런 얘기와 의견 나누기. 그리고 나로서는 상엽아빠를 대신해서 상엽아빠의 사정을 좀 설명 해 드리고. 상엽아빠는 다유네에서 볼 때 분명 열심히 하시지만 지금도 스스로 컨트롤 하실 줄 안다는 설명.... 이에 대해 준스 아빠의 아는 지인의 컴퓨터 게임 중독과 채팅 중독에 비하면 일하는 가운데서 다유네를 드나드는 상엽아빠의 내용은 개인에게 활력소이자 심하게 되어 중독되어 있더라도 나중에는 원자리에 돌아온다는 주위 분들의 컴퓨터 경험을 덧붙여 설명하고. 상엽아빠께서도 그 만큼 다유네에 대한 애착과 사랑, 그리고 상엽엄마의 상엽아빠에 대한 사랑이 큼을 가늠해 보는 자리였다. 이와 함께 상엽 엄마께서 나의 글과 우리 가족 여행 얘기에 궁금해 하시기에 우리 가족만의 여행 모티브를 좀 얘기했다. 나의 예전부터 글쟁이 이력 조금. 그리고 맞벌이 부부인 우리 여행의 1차 목적인 라파엘에게 우선 역사를 배제시킨 자연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와 방법,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라파엘의 유치원 때부터의 ‘쉽게 찾는 우리나무’ 책자 소개와 알게된 과정과 이용하는 방법. 어른들도 이에 대한 공부로 재미있어 하는 우리 얘기. 방학 체험 학습 숙제와 연결된 사전 준비 여행. 그리고 테마여행 설정 방법. 아울러 나의 찌들어진 직장생활에서 탈출기와 대화시간 마련...등등 그냥 편하게 모두에게 우리의 치부를 얘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다른 엄마들께서 나의 이런 두서없는 내용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신 듯 했고 바로 이런 관심은 아이의 교육과 사랑은 바로 아이를 가진 우리 부모 모두의 공통 분모적인 관심사였기 때문에 그러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어느 듯 밤을 또 하루를 가로 질러 새벽 1시. 정리하기로 했다. 내일을 위해서. 아이들은 여전히 작은 방에서 자기들끼리 상엽이 주도로 상엽아빠의 노트북을 통해 게임을 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들 DVD 몇 장을 가져올 걸이라고 생각했다. 여자들이 잘 곰돌이방 이불을 깔고 아이들 이부자리 정리해 주고... 준스네는 같이 자자는 우리의 의견을 뒤로 하고 미리 위쪽에 쳐둔 텐트로 준스를 데리고 올라가시고. 상엽아빠와 나는 남자들 방인 청솔모 방으로 갔다. 방안에 들어가니 두 남자가 상엽아빠께서 미리 펴 둔 자리를 2/3 차지하고 있다. 자리 좀 정리할려고 하니 자고 있던 철호 아빠와 윤근 아빠께서 의외로 깨는 분위기. 철호 아빠는 다시 상엽아빠와 한 궐연하기로 하고 밖으로. 나도 이불 좀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상엽엄마와 아내가 우리 방쪽으로 올라온다. 우리 여자 마나님의 왕언니 순찰이신가? 황급히 철호아빠 방으로 피신(이유 있음, 비밀). 상엽 엄마의 이불 한 채가 아랫방에 모자란다는 말씀. 이불 내어 드리고 난 뒤 남자들끼리 서늘한 대관령 밤 바람 쇠고 난 뒤 취침. 나로서는 정신없이 잤다.
이른 새벽, 누군가의 휴대폰 소리와 약간의 코골이 소리에 깼다. 옷을 갈아입자 윤근 아빠도 일어나고. 그냥 밖으로 나와서 휴양관 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춥지는 않았지만 다소 힘차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활엽수, 그러나 100년 가까이 되었을 법한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소나무들은 다소 거센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곳곳함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그 밑에는 운치 있는 휴양관과 계곡의 흘러가는 물 소리. 나무 다리. 아름다운 그야말로 대관령 휴양림 쉼터. 윤근 아빠와 이런 저런 얘기. 요즘도 아침마다 꾸준히 헬스와 운동을 1시간 정도 한다는 윤근 아빠. 별로 힘들어 하시지 않는 듯 해서 다시 이번에는 숲 속의 집으로 올라와서 출렁다리 쪽으로 올라가자고 했다. 준스네가 자고 있는 텐트를 지나 숲길을 따라 올라가기. 새벽 공기와 함께 산 속에서 걷는, 섞은 나뭇잎이 깔린 흙을 밟는 발의 운동화를 통해 전해지는 미세한 감촉. 그냥 이런 산길의 걸음이 언제나 좋다. 윤근 아빠와 윤근이 친구, 우리 집 라파엘 얘기 등등 출렁다리로 가는 가운데서 대관령 숲의 소나무 갈비가 양탄자로 깔린 산 길과 더불어 많은 얘기. 순수한 윤근 아빠의 진면목을 보아서 좋았다. 어느 듯 조그만 암봉우리에 올라서서 진행해 가면서 양 옆으로는 물 흐르는 계곡 길. 마치 치악산의 사다리병창 능선을 생각하게 했다. 그냥 대관령 휴양림의 작은 사다리병창 능선길이라고 내 나름대로 명명해 두었다.
내려오니 시간은 6시 30분. 모두들 아직도 편안하게 자고 있는 듯 했고 시간적 여유도 오늘은 좀 있는 듯 해서 윤근아빠와 우리는 다시 자기로 했다. 이 때의 단 잠. 아무도 모르지.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후후. 한 시간 여 지났나, 주위에서 부석부석 소리. 철호 아빠께서 일어나시고. 샤워 하시는 사이에 우리 남자들은 모두 일어나고. 철호 아빠의 산책 가자는 말씀. 윤근 아빠의 벌써 다녀왔다는 얘기에 철호 아빠는 다소 믿기지 않는 표정과 함께 윤근 아빠에게 좀은 배신감을 느끼는 표정. 두 사람은 상대적으로 젊은 터라 한 배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당신이 그럴 수 있냐는 표정~. 재미있음. 그 후 철호 아빠는 철호 엄마를 불러 내어서 위쪽으로 부부 산책. 방에 남은 우리들은 이불 개고 난 뒤 청솔모 방 나무 테라스에서 맨발로 나와서 어느듯 떠오른 햇빛을 푸르름 속에서 온 몸으로 맞는 즐거움. 상엽아빠께서 그냥 지나가는 듯한 얘기로 이제 집에서는 컴퓨터 켜는 것 좀 자제해야 되겠다고 말씀하시고...... 예전에는 영화를 같이 많이 같이 봤는데, 요즘은 다유네로 인해 같이 보지 못해서 좀은 섭섭했을 거라는 상엽아빠의 말씀 속에서 아내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나로서는 그냥 미소가 지어졌다.
남자들 모두 세면하고 내려와서 우선 어제 곰돌이네 방앞의 다소 어지러진 병과 휴지 조각, 담배 꽁초 정리하고 나니 여자분들이 모두 일어났다. 아침 식사 준비. 밥은 어제 한 밭솥을 하고난 뒤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터라 그대로 두고 국물로서 어제 남은 돼지고기와 배추김치로 돼지 김치찌개 하기로 하고. 어느 듯 준스네도 내려오고. 어제 준스네의 첫 open 캠핑소감. 충분히 따뜻하게 잤는데 밤에 너무 더워 슬리핑을 제친 터라 새벽에는 술 기운도 함께 깨서 약간 추웠다는 말씀. 실제 새벽이 지나면 아침에는 햇볕을 동반하여 곤한 잠을 자는 것이 캠핑의 즐거움인데 같이 식사하자는 우리의 의견에 이 즐거움을 깨어버려서 좀 미안했다. 드디어 아침 준비 시작. 아내와 내가 우선 주방에서 돼지 삼겹살 볶기와 김치 볶기로 시작. 마무리로 윤근맘께서 라면 스프로 간을 함으로써 돼지 김치찌게 완성. 그 사이에 모두들 밑반찬을 내어 놓았다. 반찬이 적을 거라는 생각에 아이들을 위해 햄 굽고, 삼겹살 구워 내었는데, 아니 모두들 내어놓은 밑반찬 개수와 양이 적지 않음에 놀람. 쥐포 조림, 마른 오징어 조림, 열무김치, 오이 소배기, 오뎅 뽁음, 김..... 여자들은 철호네의 쥐포 조림에 대해 칭찬이 자자하고. 그리고 준스네의 히든카드 3 등장. 산나물을 미리 약간 데쳐온 것과 함께 이에 대한 산나물 무침 된장 양념을 미리 준비해온 준스맘의 꼼꼼함. 각 가족의 맘들의 정성이 모아져서 빛나는 성찬이 되었다. 모두들 밥 한 그릇씩 가볍게 하고 커피 한 잔씩. 이후 아이들은 윤근 아빠와 함께 휴양관 앞쪽으로 내려가서 계곡물 놀이하러 내려 가고 우리들은 모두 즐거운 어른들만의 재잘재잘. 수박 쪼개어 한 조각씩. 그리고 국화차 한 잔씩. 3차 모임은 텐트를 치자는 이런 저런 의견. 모두들 텐트 있느냐고 묻고. 준스네의 적극적인 텐트 예찬론. 우리들은 좋지요~ 긍정론 피력.
그 사이 상엽아빠께서 숲 해설 예약을 하셨는데, 10시 예정은 인원이 모두 채워져 있었고 그 이후 시간인 우리 가족들 대상은 숲 해설사 분이 이날 따라 많이 계시지 않아서 시간이 다소 연기되어 11시 30분경으로 결정. 휴양림 방 정리와 개인 짐을 미리 챙겨두기로 결정하고. 아이들은 밖에서 축구하기. 준스네는 청솔모 방에서 씻고 약간의 잠이 부족해서 눈을 붙이는 듯 했고. 텐트와 아이들이 어려서 준스네는 숲 해설에서 일단 빠져 쉬기로 결정. 나머지는 모두들 짐 정리하고 주차장으로 내려가기. 차 안에 짐을 싣고 나자 준스 두아이를 챙겨 데리다 주기로 한 아내가 내려오지 않아 다시 숲속의 집으로 올라가기. 준스맘께 아이들 인계하고 서둘러 휴양림 입구로 내려서기. 상엽아빠의 휴대폰을 통한 숲 해설팀 출발 소식. 수련관 쪽 도로로 올라오라는 말씀. 시작 입구에 도착하니 우리팀 이외에 3가족 정도가 더 있었다. 생명의 숲 가꾸기 국민운동 본부/산림청으로부터 제 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대관령 휴양림의 소나무 숲. 대관령 휴양림의 숲 해설의 주된 주제는 소나무였다. 1922년부터 일제치하 산림 관련 영림서에서 인공적으로 대관령 이곳 나대지에 솔씨앗을 심음으로써 조성된 소나무 숲. 간벌에 따라 소나무의 관리상태가 달라진다는 얘기. 이후 본격적인 오솔길로 접어들면서 주위 우뚝 솟은 소나무들에 둘러싸여 길을 따라 진행하면서 전두환/노태우 대통령 때 산림청 폐지론에 대해 맞섰던 이런 저런 얘기. 태풍과 홍수의 자연 재해에 대한 산림의 중요성. 소나무가 예전 조선시대 정조시대에도 다소 신성시 되었고 법으로 간벌이 금지된 사연, 솔잎 흑파리 해충으로로 인한 소나무 피해와 목포 유달산과 창경궁에 처음 미국 스기나무로부터 국내로 들어온 과정. 천적인 먹좀벌레의 시도 실패 얘기. 현재 북한 및 금강산 일대의 솔잎 흑파리 피해상황과 우리나라의 공동대처 상황. 솔잎 흑파리 방제방법에 대한 수액 주사내용. 오직 청년기의 소나무 아래서만 자란다는 송이버섯. 몇 년전의 간성 산불에 따른 산림청의 소나무 포자 이식기. 휴양림 내 멧돼지가 무덤 주위 잠자는 양서류를 잡아먹기 위해 파헤친 흔적 설명. 뱀 조심 얘기. 우리나라 무덤으로 인해 많은 산림이 줄어드는 문제점 제기. 그리고 숯 가마터에서 목초액 얘기. 황토 초가집과 물레방아 설명. 이름이 표시되어 있지 않는 휴양림내 방. 그리고 야생화 단지앞의 수많은 올챙이와 물 속에서 나뭇잎에 끼여 움직이는 애벌레 얘기. 이후 수련관 쪽에 올라서서 거대한 뿌리에 대해 당신이 이 곳에 전시하게 된 숲 해설가님의 설명과 무용담. 마지막으로 잔디광장에서 대관령 숲의 전체광경을 바라보면서 숲 해설을 산림청에서 하는 이유와 그 의의를 설명함으로써 숲 해설 끝. 감사와 함께 소나무 숲에 대한 새로운 지식 재충전. 예전 대관령 휴양림 입구에만 왔다가 이번 기회에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왔는데, 대관령 휴양림의 소나무 숲 규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우리 가족들은 11시 30부터 1시 30분까지 장장 2시간에 걸쳐 피톤치트가 품어내는 삼림욕 절정기 속에서 기분 좋은 하루. 소기의 목적 달성. 아낌없이 우리 모두에게 건내주는 소나무들의 향연에 감사. 잔디광장에서 단체 사진 찰칵. 그리고 내려오는 넓은 소나무 길이 우리들에게 너무나 고마운 길이었다.
휴양림 입구 정자 쪽으로 내려오니 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대관령 휴양림에 대한 여러 자부심 섞인 얘기. 고마움. 이후 우리를 기다리던 준스네는 준스 아빠의 속초 친구 초청에 대해 속초를 가셔야 한다는 얘기에 아쉬운 작별. 다음에는 모두 텐트로 모이자는 준스맘 양평댁의 아쉬운 인사. 같이 바다와 운두령으로 갔으면 좋았을텐데.... 그러나 씩씩한 준스네 ! 이후 우리들은 남은 수박 한 덩이를 꺼내어 정자에서 시장끼와 함께 순식간에 해치우고 강릉 경포대를 향해 출발. 경포대 입구에 차를 세워놓고 바닷가로 갔다. 또 다르게 시원해지는 마음들. 탁 트인 동해바다와 푸른 물결이 우리어른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느듯 네 집 아이 엄마들은 한 마음으로 되어 움직이고 있는 듯 했고.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바로 푸른 파도와 어울리기. 포말들이 해변에서 부서지는 곳에 발을 담그고.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 걷어 올리고 난 뒤 우리집 라파엘부터 번쩍 들어서 파도에 빠뜨리기 시도. 질겁하는 네 집의 꼬마 아이들. 3학년인 윤근이가 나로서는 꽤나 무거웠다. 6학년 상엽이는 제법 힘으로 나를 바다로 떠밀려고 하고........ 즐거웠다. 그 사이 해변에 앉아 있던 네 여인네들은 땅콩 사서 까 먹고. 모두들 모여 단체사진 한 컷. 나의 욕심에 모두들 약간의 갈등 순간. 내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던 참소리 박물관. 경포대에서 5.2 km. 어른들 배고픔 좀 참고 아이들 쵸코파이로 좀 때우고 참소리 박물관 구경하자는 나의 제안에 모두들 조금씩 고민.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오후 3시경의 꼬르륵 하는 배꼽시계 소식에 대세는 다시 원 계획대로 운두령 송어회집으로 결정. 지나보니 미안했다.
속사 IC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자 출발. 이동과정에서 두 팀으로 헤어졌다. 상엽네와 철호네가 먼저 좌회전 가던 것이 보이고 우리는 빨간 신호등에서 멈춤. 순간 2주전에 강릉대를 거쳐 갔던 기억이 생각나 차선을 바꾸어 다른 길로 진행하여 영동고속도로 진입. 제법 차들이 많다. 밀리는 가운데서 속사 IC 빠져 나와서 뒤따라온 윤근네와 함께 대기. 한 15분 정도 흘렀는데도 오지 않는다. 윤근아빠가 상엽아빠에게 전화. 통화가 되지 않고. 한 순간 긴장과 걱정. 철호네와 통화함으로써 다행. 벌써 이승복 기념관 앞에 있다는 휴대폰 메시지 소식. 그제서야 집 사람이 헤어지면서 이승복 기념관 앞에서 만나자고 수정 얘기했다는 말...... 으- 나로서는 다른 길로 와서 우리가 더 빨리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둘러 좌회전하여 달리기. 오대산 줄기의 소나무 숲이 또 다른 경치로 다가왔다. 가는 가운데 온통 주위는 송어회집. 이승복 기념관에 다다르니 비상등 켜고 상엽네와 철호네가 대기중. 그대로 홍천쪽으로 진행. 가는 길에 우측에 운두령 마을 송어회집이 있어 지레 짐작으로 오른쪽 방향등을 켜니 아니 선두의 상엽아빠 그대로 통과. 순간 당황. 가짜 운두령 회집이었다. 다시 그대로 따라 진행. 계방산 등산로 입구를 지나 부대를 지나자 마자 바로 좌회전 그럴싸한 한옥이 있다. 아- 이곳이 상엽아빠께서 강력 추천하셨던 운두령 송어회집이구나- 주차 거의 만원 상태. 겨우 약간 끝머리를 빌려 주차하고 빠져 나오니 횟집 옆의 한옥집의 스피커에서 베토벤 교향곡 7번이 흘러나온다. 계방산 운두령 주위의 연두색 신록과 한옥. 그리고 포장도로. 내려가는 물소리....... 나도 모르게 지휘자 모습을 라파엘에게 하고... 그냥 7번의 힘찬 액센트에 나로서도 웬지 힘이 들어갔다. 회집 안으로 들어서니 방마다 사람들이 가득. 고민하는 가운데 횟집 밖의 테이블이 보인다. 약간 쌀쌀했지만 아이 포함 13명의 자리로는 그만이었다. 게다가 자리가 주방 바로 옆이어서 우리들은 내심 좀 더 확실하게 얻어먹을 수 있다고 그러고. 회 주문해놓고 난 뒤 아내와 송어회집 주위 둘러보기. 송어회집 옆의 한옥과 앞마당 구경. 어느 듯 6번 전원으로 음악이 바뀌어져 있고. 마냥 부러웠다. 이런 집에서 살아 봤으면..... 집 자체보다는 주위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게다가 경쾌한 전원 교향곡 1악장 목가 풍경까지...... 흥얼흥얼. 송어 구경하고 다시 자리 앉으니 드디어 송어 회 네 접시 등장. 콩가루와 오이, 당근, 깻잎, 상치의 채썰은 야채 4접시가 이어 들어오고. 대접에 초장과 함께 버무르기. 땅콩의 고소한 맛과 송어회의 어우러진 별미. 4시경에 다다른 점저. 시장이 반찬. 아이들도 상엽이를 비롯해 모두 정신없이 야채와 회들이 들어가고. 젓가락 손이 보이지 않는다. 맛있다는 한 마디 이외에 모두 말없음. 배에 송어회와 야채로 가득하여 포만감이 가득. 밥을 먹을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가운데 다시 매운탕과 고사리, 산나물, 콩나물의 나물 반찬, 그리고 밥이 등장. 매운탕 한 숟갈이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바로 이 맛이야~라고 하면서 모두들 감탄. 또다시 언제 배불렀느냐는 듯이 밥 한 그릇과 매운탕 한 뚝배기 뚝딱. 우리 남자들은 매운탕이 모자라서 한 뚝배기 더 주문하여 피우고서야 완료. 모두들 나와서 담배 한 대 피울려고 하는 사이 윤근맘께서 커피를 뽑을려고 나가선다. 남자들 바로 받아서 가져오고. 모두들 커피 한 잔씩. 아이들은 횟집 옆에 있는 토끼와 닭 구경. 러시아 사냥개 구경.
다시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5시 반. 우리 가족을 제외한 남자들은 서울 귀경 대책 세우기. 국도와 고속도로를 넘나들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협의. 우리 가족은 어느 듯 늦어진 시각에 나로서는 오대산 비로봉 계획은 거두어 들이고. 아쉬움 속에서 어느 듯 모두들 빠이빠이~ 우리 가족은 속사에서 고속도로로 들어가지 않고 국도로 장평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밀리는 분위기면 그대로 평창으로 빠져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고속도로로 올린다는 계획을 아내에게 설명. 나로서는 내심 이미 분명 전의 강릉-속초간 많았던 차들의 통행 분위기로 봐서 예상컨데 밀리는 만종분기점이 싫었고 석양의 평창강을 보여주고 싶은 여행 히든 카드를 오늘 오대산 비로봉 등산 계획대신 꺼내어 들었다. 장평의 주유소에 기름을 넣고 난 뒤 아내에게 결정권을 부여하면서 내심 평창으로 유도. 일방적인 나만의 의견제시에 불만이 없어야 하므로. 아내는 여전히 여행을 다니면서 집에 일찍 돌아가야 한다는 집 어른들에 대한 맏며느리로서의 부담감 내지 의무감. 이해할 수 있음. 그러나 아내도, 나도, 라파엘도 나온 이상은 최대한 무조건 많이 본다는 의지는 항상 워낙 강한 터라 영동 고속도로를 버리고 평창의 국도를 거쳐 대구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나로서는 예전 휘닉스 파크와 봉평에서 소규모 학회 세미나가 열렸던 터라 중앙고속도로 완공전 제천을 거쳐 평창과 장평간 도로에 꽤 익숙한 편이었고 그 때마다 평창강의 도도한 흐름이 늘 좋았던 터라 즐거움과 설레임이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히든카드 내밀기 시작. 이미 약간의 평창의 감은 아내나 라파엘에게 있었다. 작년 어린이날 1박 2일로 평창 남산 등산과 쉬리 잡기 가족 체험행사 참여로 평창강의 분위기는 좀 알고 있던 터. 그러나 장평에서 평창까지의 길은 모르고. 차장을 내리고 내려가다가 드디어 평창강을 만나고.....해발 700m에 위치한 평창강과 평창읍 일대. 의외로 나로서는 많이 알려진 평창군의 휘닉스 파크나 용평보다는 평창읍과 평창강, 주천강 일대가 평창의 아름다움과 삶 고장의 본류라고 가늠해 본다. 맑은 공기 중에서도 더 청정하게 느껴지는 이 곳의 공기. 그리고 석양의 붉은 빛으로 물드는 평창강........ 미소. 드디어 평창 부근에 다다르니 이제부터는 아내와 라파엘이 이 곳의 작년 추억을 기억해낸다. 시간이 좀 더 허락되었다면 작년 반도로 물고기 잡아 보았던 곳으로 가볼 터이지만 대구로 돌아가서 미사에 참례해야 했던 만큼 그대로 통과하기로 결정. 그런데 주천으로 빠져나가기 전 평창강에서 서강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판운리에서 섶다리가 보인다. 섶다리를 다음 달 가리왕산 가는 길의 영월 동강이나 정선에서 라파엘로 보여 주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고양이가 생선을 지나칠 수는 없는 법. 돌아가는 바쁜 일정속에서 차를 바로 세우고 길 건너서 같이 다리 건너보기. 영월, 정선, 평창 일대에 예전에 있었던 섶다리, 버드나무를 버팀목으로 솔가지와 흙을 얹어서 만든 다리. 예전 검색에서 전체 모양이 지네처럼 생긴 다리이자 강원도 수구초심의 향수가 서린 다리라고 일컫던 기억이 난다. 그냥 정선아리랑을 아무 의미없이 머리 속에 그려보고. 라파엘과 우리 부부는 건너면서 석양에 물든 서강과 함께 섶다리의 솔가지 흙길을 건너는 기분이 바로 평창과 강원도 또다른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다시 돌아가는 길 재촉. 어둑어둑해지는 가운데 주천을 거쳐 신림 IC로 다시 중앙고속도로 진입. 북대구 IC에 9시 진입. 집에 짐 내림없이 바로 성당으로 가기로 했다. 상엽아빠에게 집 사람 손을 빌려 도착 메시지 날림과 함께 감사 인사. 미사 후 휴대폰을 켜니 상엽아빠 메시지의 반가운 회신 메시지가 와 있다. 수고하심과 여러 배려에 상엽아빠에게 감사하고 반가웠던 철호네, 윤근네, 준스네... 집에 돌아와서 짐 풀고 행복한 하루였음을 복기하고... 나는 라파엘에게 오늘 우리의 여행이 산, 계곡, 강, 바다를 모두 하루에 보았음을 의의로 설명하자, 라파엘은 상엽/윤근이 형들, 그리고 철호, 동건, 준스의 즐거운 어울림이었음을 얘기한다. 여행은 항상 또 다른 그리움을 낳는다. 모두에게 감사.
조장이셨던 상엽아빠의 꼼꼼한 일정 준비와 배려, 그리고 맛있었던 싱싱한 상추에 대해 고마움. 상엽엄마의 배려, 씩씩했던 상엽.... 아빠의 담배 피움을 눈치채고 순식간에 눈치채고 놀다가 뛰어오는 상엽. 아울러 상엽아빠의 순식간 담배꽁초 제거와 아무 일도 없었는 듯한 상엽 아빠 표정과 다그치는 상엽. 언젠가는 담배를 아들의 독촉과 애살에 끊게 될거라는 숙명적 예견. 상엽아빠, 각오하고 계셔야 할 듯.... 후후 수고하셨습니다. 아울러 같이 어울림을 가졌던 철호네, 윤근네, 준스네에게도 무한한 감사. 방콕하시면서 애간장 태우셨던 지연네와 달덩이네에게는 미안감과 죄송(긴 후기글이 두 집을 위한 우선 순위임을 가늠하시길). 지연 아빠와 허동호님, 언젠가 술 한 잔 할 날이 오겠지요. 아울러 뒤에 알았지만 미상님의 히든카드 준비에 감사함과 함께 안타까움. 언젠가 부군님을 뵐 날이 있겠지요. ■
첫댓글 오래전에 썻다가 잊고 있던 일기 다시 꺼내 읽고 있는 기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유네 초기에 이런 후기가 정말 정감있고 좋았습니다.
조금 더 일찍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던 것에 살짝 후회도 되고
지나간 날을 아쉬워하는 것보다 현재와 다가올 미래에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자는 생각도 들고...
다유네가 참 아름다운 추억을 우리에게 주었다는 생각이 많이 나는 후기입니다.
참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근 10년.. 세월도 변하고 아이들은 성장하고 우리들은 늙어가고....... 추억으로 남아있는 한편의 기억들...
한번 더 모이죠. 옛날 회상하면서.. 일단 대관령휴양림 8월 24일 대기 2건 해놓았습니다.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