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용량
(2021. 11. 3)
[국기동]
담양 시골 마을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시절, 대나무 울타리의 경계선
도 모호한 이웃집에 친구가 살았다. 초등 · 중학 9년을 같은 학교 같은
선생님에게 배운다. 그 친구는 시험만 보면 항상 1등이다. 한 번도 그
를 이긴 적이 없다.
학교가 파한 후 같이 놀고 저녁에 호롱불 밑에서 따로 공부한 것도 아닌
데 왜 그 친구만 항상 1등일까. 원인이야 뻔하다. 두뇌의 메모리 용량
이 다른 것이다. 고교부터 서로 길을 달리해 그는 학자로서 모 국립대
약대 학장으로 정년 퇴직하고 나는 엔지니어다.
30년 전 직장에서 마이콤을 설계할 당시 메모리 용량은 '64K byte · Me
ga byte' 를 거쳐 지금은 'Giga byte' 로 백만 배나 커진다. 5년 전 '이세
돌' 과 '알파고' 대결에서 불현듯 그 친구를 떠올린다. 내 용량이 친구와
버금갈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들기 시작한다.
지금은 그 친구와 동등하다고 믿고 싶다. 두뇌 좋은 사람의 궤변 · 곡학
아세로 가득찬 요즘 정치판을 보며, 메모리 용량이 크다고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니다고 느낀다. 메모리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다.
부족한 머리를 대신해 줄 수 있는 메모리 스틱에 감성이 뛰어난 '윤기수
이근홍' 이 400여 곡을 선곡해 다운로드한다. 'K23 Golden Music' 이란
이름이다. 메모리 스틱이 얼마짜리냐는 질문도 있다. 저장된 음악은
전체 메모리 공간의 10% 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0% 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빈 공간을 채우
고 나서 가격을 책정해야 되지 않을까. Golden Music 에 추억의 사진 ·
동영상 · 졸고로 채워 나가고자 한다. 먼 훗날 기억이 점점 사라질 때 손
주에게 Golden Music 을 자랑스럽게 들려 주고 싶다.
◇ 국기동
첫댓글
(2021. 11. 3) [임종식] 수원 화성 팔달산 산행, 수안
회 모임에 참석한 모두 'K23 Golden Music' USB
를 선물받았다.
[박병성] 70년 80년 90년 2000년대로 그 시대의 삶
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금방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 시대 '테이프 CD' 에 녹음해 듣고 다니던 기막힌
곡을 누가 선곡했는가 했더니, 역시 감성이 풍부한
기라성 같은 3사나이 작품이다. 작은 거인 기동의
하드 메모리 용량은 어느 정도일까.
[최인채] 지난번 선물받은 Golden Music 을 들어 보
니 너무 좋다. 오늘 글에 Happy 하다. 그의 글은 항
상 맛깔난다. 작품에 참여한 '기수 근홍 기동' 에 존
경과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