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순 1일 ·
사진이 연상되는 시
대구광역시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에는 가창댐이 있다. 가창댐이 만들어기 전 한국전쟁기의 흑역사가 있었다. 6.25 당시 대한민국 군경에 의해 대구형무소 재소자와 경북지역 국민보도연맹원들이 학살된 사건 말이다. 다행히 가창댐 주변에 <10월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위령탑>이 있어 수몰된 땅의 역사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물밀듯이 남하하던 인민군이 낙동강에서 막히고 1950년 9월 말 UN군의 반격으로 후퇴할 때 대구 곳곳에서는 부역혐의자들이 죽임을 당했다. 일부 피해자의 가족들은 자기 가족들의 무덤을 삽으로 파야 했다. 미군의 사진이 이를 증명한다.
가창댐 주변의 위령탑과 학살 사진 2장을 연상케 하는 시가 있다. 이하석의 <구절초>와 <파문>이다.
구절초
제 누울 구덩이 파는 일은 총구의 외진 시선 앞
함께 판 너도 그중 하나. 총살로
함께, 묻혀버렸지.
그게 마지막 지점이 될 수 없기에,
맨땅의, 그
밀봉된 자리 뚫고 나와
대지 모신의 둥지에서, 새로이 호명되는
탁란들 깨어난다고 피어, 흔드는,
흰 피켓들.
파문
지우는 파도로 개펄처럼
남기는 파문의
각인刻印
가창댐의 광덕사 범종이
그렇게 내 눈을 달랜다.
저녁 일곱 시의 대나무와 소나무, 아카시아 숲의
어슴푸레한 흐느낌.
나도 연필심 뾰족하게 울음 길을 긋는다.
내가 긋는 소리의 여음은
서른세 번의 타종으로
댐 밑바닥의 핏자국을 게워 올려
내 목 어디쯤 가르릉댄다.
처형된 아비들 새삼 일깨워
산 잎들 무성히 파도치는 숲의 응시.
밤 문 우련하게 열어젖힌다.
범종 소리의 밀물과 썰물이
핥는 개펄의 역사.
김성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