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은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는 65세의 남성환자로 만성질환의 약물치료를 위해 주치의의 의뢰로 내 클리닉을 처음 방문했다. 그의 주치의가 작성한 의무기록을 보니 KL은 다음과 같은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었다:
고혈압: 암로디핀 (amlodipine)10 mg 하루 한 번, 올메사탄 (Olmesartan) 40 mg 하루 한 번
고지혈증: 아토바스타틴 (atorvastatin) 40 mg 하루 한 번
“약사님, 제가 지난 주에 받은 혈액검사 결과, 중성지방 수치가 320 mg/dL로 정상 수치인 150 mg/dL미만 보다 높았습니다.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약을 처방해 주실 수 있을까요?”
중성지방의 수치가 150 mg이상인 경우를 고중성지방혈증이라고 부른다. 고중성지방혈증은 중성지방이 얼마나 높으냐와 얼마나 오랜기간동안 높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건강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하나는 급성 췌장염이고 다른 하나는 심근경색과 뇌경색 같은 동맥경화증이 발생하여 생기는 심순환기 질환이다.
급성 췌장염은 중성지방의 수치가 500 mg/dL이상, 특히 1000 mg/dL이 넘는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KL의 중성지방 수치는 이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급성췌장염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KL처럼 중성지방의 수치가 150이상이고 500 미만인 환자들의 경우, 장기간 동안 중성지방 수치가 높음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동맥경화증에 의한 심순환기 질환이 가장 우려되는 건강문제이다. 그렇다면, 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떤 약을 써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환자의 심순환기 질환에 대한 위험도에 따라 다르다. 즉,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같은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의 치료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여기서 심순환기 질환이 발행할 위험이 높은 환자들이란 1)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을 이미 앓았던 분들과 2) 당뇨병 환자들 중 고혈압, 흡연 또는 고령 등을 함께 가지고 있는 분들을 말한다. 반면, 1)이나 2)에 해당하지 않은 분들은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높지 않다.
현재, 중성지방을 낮추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은 스타틴(특히, 아토바스타틴 40-80 mg이나 로수바스타틴 20-40 mg과 같은 고강도 스타틴), 페노피브레이트, 그리고 오메가-3 세 종류이다. 그런데, 중성지방을 낮추어 준다고 해서 이 약들을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중성지방의 수치를 낮추어 주지만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여주지 못하는 약도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중성지방의 수치를 낮추더라도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여주지 않으면 약을 복용하는 궁극적인 목적 –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 – 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상시험을 통해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 확인된 약을 사용해야 한다.
위의 세 종류의 약 중 임상시험을 통해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여 주는 것이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높거나 낮은 분들 모두에게 확인된 것은 스타틴 뿐이다. 따라서, 스타틴에 대한 금기사항이 없는 이상, 스타틴을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KL은 고강도 스타틴인 아토바스타틴 40 mg을 복용하고 있다).
만약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높은 분들이 고강도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성지방의 수치가 여전히 150에서 500 mg/dL 사이에 있다면 이코사펜트 에틸 (icosapent ethyl)이라는 오메가-3 상품을 추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 상품이 이런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위약군에 비해 심순환기 질환이 발생할 위험을 25% 낮추어 주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노피브레이트나 다른 종류의 오메가-3 상품들은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직 수행되지 않았거나 그동안 수행되었더라도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여 준다는 것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 고위험 환자들 중 중성지방의 수치가 150에서 500 mg/dL인 분들에게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약은 오직 이코사펜트 에틸뿐이다 (이 상품은 Vascepa라는 상품명으로 미국에서 팔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판매되고 있지 않다).
KL은 심순환기 질환의 병력이 없으며 당뇨병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KL은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이 낮은 환자로 볼 수 있다. 그리고, KL은 아토바스타틴 40 mg을 처방받았으므로 고강도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다. 그런데, KL처럼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도가 낮은 분들 중 고강도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중성지방 수치가 150에서 500 ml/dL인 분들의 경우,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어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더 추가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다. 그 이유는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는 저위험군을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나 오메가-3 상품을 검증한 임상시험이 아직 수행되지 않았거나 그동안 수행되었더라도 심순환기 질환의 위험을 줄인다는 결과가 일관성있게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KL에게 약을 더 이상 추가할 수 없다. 또, KL이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들 중 중성지방의 수치를 높이는 것도 없다. 따라서, KL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출 수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KL님, 지금까지 말씀드렸듯이, 약을 추가해 사용하기 보다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것을 권합니다. 생활습관 개선 방법은 1)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고 2) 지방과 술의 섭취를 제한하며 3)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4) 체중을 줄이는 것입니다.”
“제가 그동안 삼겹살과 소주를 자주 즐겼는데 이를 좀 줄여야 겠군요. 또,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네, 말씀하신 생활습관 개선 방법을 실천하면 중성지방의 수치가 지금보다 많이 낮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요! (6) - 중성지방 수치가 500미만인 경우|작성자 스코
첫댓글 저에게 필요한 글이라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