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지명(국명을 포함해)이 바뀐 곳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던 터키는 칠면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2022년 6월 유엔으로부터 튀르키예로 변경 승인을 받았다.
튀르키예는 튀르크인의 땅이란 의미이고 '튀르크'는 용감하다는 뜻이란다.
오랜 기간 독재 정권이 지배하는 아시아의 유서 깊은 나라 미얀마는
아직도 버마로 기억하는 이가 더 많다.
버마란 국명은 1885년부터 약 60년간 계속된 영국 식민지 시대에 붙여진
명칭이었는데, 1989년 들어 오늘날까지도 악명 높은 군사정권이 치욕스런
국명을 버리고 미얀마란 이름으로 바꿨다.
사실 개칭이라기보다는 옛 이름을 되찾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데, 그 땅에
정착한 초기 인류가 스스로를 미얀마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미얀마란 그 나라 말로 ‘깨끗한 땅’이란 뜻이다.
지금은 스리랑카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인도양 동쪽의 섬나라도 나이 드신
독자들은 실론이라고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나라 이름이 바뀐 것이 1972년으로 실론이란 ‘실론티’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어식 표현이다. 반면에 스리랑카는 스리랑카의 공식어인 싱할라어로
‘크고 밝게 빛난다’는 뜻이다.
또 아직 혼란스러운 곳이 있는데, 바로 인도의 대도시 봄베이다.
분명 봄베이란 도시가 유명한데 최근 들어 뭄바이라는 이상한 명칭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뭄바이 전에 우리가 배웠던 바로 봄베이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국명과는 달리 봄베이는 아직도 사전이나 언론 지상에서
살아 있다. 그러니까 뭄바이와 봄베이가 혼용되고 있는 셈이다.
뭄바이란 마라티어로 봄베이를 칭한다.
그렇다면 봄베이란 명칭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뭄바이를 정복한 포르투갈인들이 뭄바이와 유사한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해 ‘봄바이아’라고 부른 것이 그 시초다.
봄바이아가 포르투갈어로 ‘멋진 항구’라니 자신들에게는 멋질지 모르지만
피식민지인들에게는 괴로운 항구가 아니었을까?
여하튼 봄베이를 1995년부터는 뭄바이로 부르기로 뭄바이 시의회가 선언했다니
우리도 그렇게 부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하나 더! 봄베이와 더불어 인도를 대표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인 캘커타는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 당시 수도였다.
그러니 인도인들이 캘커타란 지명을 그대로 둘 리 있겠는가.
결국 2000년, 캘커타는 콜카타란 벵골어 지명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 콜카타란 명칭은 우리에게 뭄바이보다 훨씬 낯설다.
또 나라 이름 가운데 최근 들어 우리 귀에 익숙해진 ‘-스탄’에 대해 알아보자.
몇 년 전만 해도 국명 가운데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는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정도였다. 그런데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같은 나라들이 등장했다.
‘스탄(stan)’은 페르시아어로 ‘나라, 지역’을 뜻한다.
따라서 페르시아 문화권에 속했던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에 ‘-스탄’이란
명칭이 붙는 나라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이는 독일어로 ‘성, 도시’를 뜻하는 부르크(burg)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초지가 있는 성’이란 뜻의 함부르크, ‘소금의 성’이란 뜻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자유의 성’이란 뜻의 프라이부르크, ‘민중의 성’이란 뜻의 뒤스부르크···.
이 외에도 수많은 부르크가 독일 지역에 존재한다.
독일 외에도 이와 같은 의미의 지명이 있으니 베네룩스 3국 가운데 하나인
룩셈부르크(Luxembourg)도 ‘작은 성의 도시’란 의미다.
룩셈부르크가 면적 2500여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작은 나라임을 감안한다면
썩 어울리는 국명 아닌가?
이런 경우는 또 있다.
유럽에 흔한 ‘-란드’도 그렇다.
란드(land)는 ‘땅, 지역’을 뜻하니까 말이다.
우리에게 바다보다 낮은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네덜란드(Netherlands)는
‘낮은 땅’이란 의미이다. 네덜란드의 다른 이름인 홀란드(Holland)는
'숲이 우거진 땅'이라는 의미를 그래서 갖는다.
아이슬란드는 ‘빙하의 땅’이고, 핀란드는 ‘핀 족의 땅’(핀란드어로 핀란드의 국가명은
‘수오미’로, ‘호수의 땅’을 의미)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