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유도 첫 금메달은 하늘로 가신 아버지께”
도쿄올림픽 60kg 출전 김원진
1월 도하 마스터스 우승한 직후 감독에게 아버지 별세 소식 들어
“큰 대회 앞서 늘 아버지와 통화…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것”
24일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유도 60kg급에 출전하는 김원진(가운데)과 아버지 고 김기형 씨, 어머니 심은주 씨. 김원진 제공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건 지난해 11월 여동생의 결혼식에서였다. 두 달 뒤인 올 1월, 도하 유도 마스터스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원진(29)은 결승 직후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근 1년 만에 국제대회에 나선 아들을 위해 어머니는 그 사실을 숨겼다. 시상대에서 내려와 금호연 감독에게 소식을 들은 김원진은 2주간의 자가 격리 뒤에야 비로소 아버지께 인사를 올렸다.
2020 도쿄 올림픽에 나서는 남자 유도 60kg급 김원진의 마음은 각별하다. 생전 자신의 버팀목이 돼 줬던 아버지 김기형 씨에게 금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김원진에게 유도를 권유했던 아버지는 대진표가 나오면 아들보다 더 먼저 찾아볼 정도로 든든한 조력자였다.
지난달 강원 철원 선산에 모신 아버지를 뵙고 왔다는 김원진은 “큰 대회를 앞두고 늘 아버지와 통화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심은주 씨(50)도 “원진이는 잘못된 길을 가는 법이 없는 아들. 정말 노력 많이 한 만큼 좋은 결실 얻으리라 굳게 믿는다”고 응원했다.
신철원초 유도부 창단 멤버로 이른바 ‘철원 유도 1세대’인 김원진은 국제대회 때면 늘 대표팀 첫 주자로 매트에 오른다. 가장 낮은 체급인 그는 올림픽에서도 24일 첫 경기로 포문을 연다. 김원진은 “모두가 열심히 잘 준비한 만큼 내 경기가 (다른 선수에게) 영향을 미칠 일은 없겠지만 좋은 기운 내려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커피 애호가인 그는 국제대회 때마다 커피필터 등을 챙겨가 동료들에게 커피를 내려주는 훈훈한 형이다.
22, 23일 일본 도쿄 고도칸에서 막판 훈련을 한 김원진은 체중 감량을 위해 겨울 모자를 쓴 채 구슬땀을 흘렸다. 계체량을 앞두고 평소보다 6∼7kg 빼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동안의 고생에는 비할 바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노력의 땀방울을 환희의 눈물로 바꿀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도쿄=강홍구 기자
무서운 신예들 “금메달 따면 내가 최초다”
태권도 남 58kg엔 아직 은메달뿐… … 기량 급성장한 장준에 기대 커져
수영 황선우 출전한 자유형 200m… 박태환, 2008-2012 연속 銀 획득
한국이 여름올림픽에서 지금까지 획득한 금메달 수는 90개다. 양궁 등 효자 종목을 비롯해 16개 종목에서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하지만 아직 정복하지 못한 종목들도 있다. 한국 선수 최초의 미개척 종목 금메달은 첫 올림픽에 나서는 무서운 신인들의 어깨에 달렸다.
‘국기’ 태권도는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금메달 12개를 획득하며 양궁(14개) 못지않은 효자 종목이 됐다. 남녀 8개 체급 중 5개를 석권했지만 남자 최경량급인 58kg급은 아직 정복하지 못한 체급 중 하나다. 이대훈(29·대전시청)이 자신의 첫 올림픽이던 2012 런던 올림픽 58kg급에 도전했지만 은메달에 그쳤다.
이번은 다르다. 2019년을 자신의 해로 장식하며 58kg급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선 장준(21·한국체대)이 있기 때문이다. 분석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기술을 구사하고 경기 운영 능력이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영 남자 자유형 200m는 ‘마린보이’ 박태환(32)도 정복하지 못한 종목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는 금 맛을 못 봤다. 은메달 2개(2008년, 2012년)만 목에 걸었다. 박태환 이후 엄두를 못 낸 자유형 200m에 황선우(18·서울체고)가 도전장을 던졌다. 황선우는 지난해 10월 김천전국수영대회(1분46초31)를 시작으로 경기를 뛸 때마다 1초 가까이씩 기록을 앞당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탁구 대표팀 에이스 신유빈(17·대한항공)도 1990년 전후 세계무대를 호령했지만 올림픽 단식 종목을 제패하지 못한 현정화 레츠런 탁구단 감독(52)의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24일 1라운드가 시작된다.
도쿄=김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