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0, 기상. 한방에서 잔 일본인들은 새벽 4시부터 부시럭 거리고, 방문 밖 에서는 지나 다니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수선스럽다. 우리방의 일본인들도 렌턴을 켜고 짐을 꾸리더니 5시가 되기 전에 떠났다.
05:30, 식당에 내려가 아침을 먹었다. 어제 저녁과는 달리 일본인들과 한 칸을 떨어져 앉아서 식사를 하게 했다. 무슨 의도 였을까?
식사는 역시 밥에 달큰한 된장국, 이름도 모를 반찬 몇 가지 그리고 차가 나왔다. 오늘의 일정을 위해서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지만 모두들 고추장에 밥을 비벼서 먹어 두었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산장의 로비에서 우리나라 광양에서 온 세 사람을 만났다. 나이는 우리보다 많아 50대 로 보였고, 그분들은 가이드와 같이 왔으나 가이드가 비자에 문제가 생겨서 공항에서 되돌아갔다고 했다. 그분들은 산고지로 바로 내려가려고 했었으나 우리를 만나서 우리와 함께 오꾸호다까다께로 가기로 했다. 우리가 방에 올라가서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에 광양팀은 아침을 해먹고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06:41, 산장 앞에서 기념 촬영 후 출발을 했다. 현재기온 18‘c 안개가 짙어서 몇 미터 앞이 잘 안 보인다. 아침에 출발할 때 일본인 들이 모두 우의로 갈아입고 출발 하길래 우리도 윗옷만 우의로 갈아입고 출발했다. 아무래도 일본인들이 기후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것 같고 우리도 어제 실시간 알려주는 기상TV를 보긴 했지만 잘못 본 것 같았다.
07:15, 휴식, 현재기온15‘도, 고도 3070m, 고도가 높고, 길은 가파른 돌길을 급하게 올라가거나, 급하게 내려가거나 하는 길이어서 아주 빨리 걷거나 오랫동안 걷기가 힘들다. 우리의 소백산 능선처럼 밋밋한 능선이 없다.
07:20. 출발, 광양팀의 속도에 맞추어서 조금 느리게 진행을 했다. 안개가 조금 벗겨져서 멀리 남악의 능선이 보인다. 광양팀의 한분은 잘 걷는데 다른 한분은 걸음이 느리고 안경이 뿌옇게 흐려서 잘 걷지를 못해 그 분의 페이스에 맞춰서 걸어 보려고 했다. 날씨는 잔뜩 흐려 점점 더 어두워지고 바람도 제법 불어서 오늘의 산행은 고전을 할 것 같다.
07:47, 나까다께(中岳)에 도착했다. 멀리 마나미다께(南岳)가 보인다. 광양팀이 따라오질 못해서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호영이는 제 컨디션을 찾아서 아주 활발하다.
08:10, 미나미다께(男岳)에 도착을 했다. 기념사진을 찍고 광양팀이 오는 것을 보고 산장으로 내려 갔다.
08:17, 미나미다께 산장에 도착했다. 바람이 쎄 지고 안개 속에 빗방울이 섞여 날리기 시작했다. 산장의 마당에는 풍력 발전기 3대가 바람에 씽씽 거리며 돌아가고 있다. 기온이 더 떨어지는 것 같다. 나의 온도계는 14‘c를 가리키는데 인달 형님이 고도계를 산장 밖에다가 걸어 놓았다가 잠시 후 가져오더니 5’c 밖에 안 된다고 했다. 우리는 우의를 완전하게 입고 광양팀도 산장 안에서 우의로 갈아입고 출발을 했다.
08:21, 출발. 찬 바람과 빗방울이 떨어지는 길은 발걸음이 자연히 빨라지고 그로인해 광양팀은 자꾸 쳐지기 시작했다. 제법 험한 코스를 지나서 30분정도 걷고 돌아보니 광양팀이 많이 떨어져 잘 보이지를 않아서 기다렸다.
09:15, 휴식을 취하며 광양팀을 기다렸다. 비는 오고 날씨는 많이 흐려서 시야가 10m정도 밖에 되지를 않는다. 광양팀의 맨 마지막에 오는 분에게 “제일 앞서서 가시라”고 하니 싫다고 한다. 광양팀은 우리에게 먼저 가라고 한다. 다시 광양팀이 앞서기를 권 했으나 굳이 우리에게 먼저 가라고 해서 앞서 출발 하는데 우리는 체력이 약한 사람을 앞세워 같이 가려고 했으나 굳이 앞서 가면 뒤 따라 온다고 해서 먼저 출발을 했다. 인달 형님은 “갈 길이 험하니 쉬운 길로 되돌아 내려가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정중히 권하기도 했지만 되돌아서 갈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는 발길을 재촉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서 날카롭고 미끄러운 칼날능선을 만나서 혹, 광양팀이 쫓아오면 같이 가려고 기다리기로 했다. 이 멀리 까지 와서 그리 쉽게 되돌아서 가지는 않았을 것 같고 이곳을 통과하기도 그 분들에게는 무리 일 것 같아서 동행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남의 나라에 온 같은 동포인데......
09:30, 광양팀의 고집스런 마음이 되돌아서 가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30분을 기다렸다. 앞 암봉에 올라보니 위험스런 칼날능선이 비에 젖어 반들 거리며 ‘니들이 나를 넘어 가려고?’하며 비웃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모두 촌스럽게 뒤돌아서서 “광양! 광양! 광양!”하며 소리를 쳐 불렀지만 돌아오는 답이 없다. 군중씨가 얼마간 되돌아가서 “광양! 광양!‘ 하며 불렀지만 대답이 없어서 다시 출발을 했다. 우리가 출발을 해서 15분을 왔으니 30분을 기다렸으면 충분한 시간이고 그들은 인달 형님의 권고를 받아 들여서 되돌아 간 것 같았다.
10:00, 출발! 날카롭고 미끄러운 암릉을 조심조심 타고 넘었다. 그런 길이 그렇게 쭉 이어져 있었다. 길은 풀과 흙이 전혀 없고, 모두 바위 돌 뿐이어서 바위에 “ㅇ“표시나 ””표시가 없다면 길의 흔적이 없어서 아무도 길 찾기 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가이드를 한데도 수십 번의 산행경력이 붙어야 가이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10:45, 휴식. 비는 그쳤지만 안개는 여전히 짙어서 10여m의 앞이 잘 안 보인다.
11:00. 출발. 등반도중에 등반을 해 오고 있는 몇 팀을 만났다. 그것도 우리는 절벽을 기어 올라가고, 그들은 기어 내려오면서 만났다. 안전벨트에 자일을 통과하고 절벽을 뒤로 기어서 내려간다. 길이 좋지를 않아서 한 팀은 길을 비켜서야 지나 갈 수가 있다.
11:20, 휴식. 이 흐린 날에 목이 말라서 물을 마셨다. 소변을 보는 일이 별로 없는데 물은 제법 많이 마신다.
11:25, 출발, 또, 비는 오고 길은 미끄럽고, 짐은 무겁고 숨은 차다. 오래걷기 힘들어 자주 쉬고, 또 걷고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정신을 모두 바윗길에 집중하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안개가 짙어서 계곡의 아래가 잘 보이지는 안지만 아마도 날이 맑았다면 고도감을 심히 느꼈으리라.
11:30, 기다호다까다께(北穗高岳)산장에 도착했다. 들어가는 입구에 빗물을 받아두는 통이 10여개 놓여있고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웅하고 들렸다. 산장은 어디나 비슷한 모양의 목조구조와 함석으로 된 아담하게 생긴 건물이다. 여기가 점심을 먹기로 한 장소여서 얼른 배낭을 풀어서 쌀과 코펠을 꺼냈다. 쌀을 빨리 먹어야 내 짐의 무게가 줄어드는데...... 쌀은 전날, 내일 먹을 분량에 물을 부어서 미리 불려 놓아 밥을 하기에 좋았다. 산은 기압이 낮아서 물이 일찍 끓기 때문에 밥이 설익기 십상 인데 밥이 잘 되었다. 인달 형님의 생각인데 밥도 잘 되고 쌀을 씻는 시간도 절약을 해 주었다. 그리고 미역국을 끓여서 식사 준비를 했다. 산장 안 에서는 식사 준비를 못하므로 비 오는 밖의 탁자에서 준비했다. 기껏 그쳤던 비가 또 내리기 시작 한다. 여기 산장은 날카로운 능선의 한 면에 지어 놓아서 산장도 다른곳에 비해서 작고 산장 앞의 테이블이 놓인 공간도 협소한 편이다. 조금 후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서 등산객들이 5,6명 정도 올라왔다. 중년의 일본인들인데 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아무래도 우리보다 식사가 용이하니(도시락 문화) 이럴 땐 우리보다 편리한 것 같다. 산행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이고.....비는 또 그쳤다. 모두 모여 점심을 먹었다. 우중에 비옷 입고 먹는 밥맛은 좋을까? 안 좋을까?
그릇들을 깨끗이 비우고 배낭을 다시 꾸렸다. 내 배낭의 쌀이 자꾸 줄어드니 좋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배낭이 모쫄하다. 날씨도 제법 춥고.....
12:50, 오후 산행이 시작이 됐다. 힘들긴 해도 안개라도 걷히면 경치라도 좋을 텐데, 앞도 잘 안 보이는 돌길, 바윗길을 그냥 오르고 또내리고, 험한 길에 체인을 옆으로 쳐놓거나 늘여 Em려 놓아, 비에 젖어 미끄러운 체인을 잡고 스탠스를 확인하고 전진하고.....모든 신경이 체인과 발에 쏠려있다.
여기가 국립공원 인데 우리나라의 국립공원과는 너무도 다르다. 이 산에는 계단이라고는 없고 철근콘크리트, 나무다리 하나 놓여 있는 곳이 없다. 기껏해야 체인을 느려 뜨려 놓거나 깎아지른 절벽에 엉성한 쇠사다리 하나 놓여 있는 것이 전부다. 우리의 국립공원처럼 안전장치라고 찾아 볼 수가 없다. 그것이 왠지 '준비된 사람만이 오라’하는 것 같아 자연을 즐기는 기쁨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산에다가 쇠다리, 철 계단을 설치하는 것은 등산객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 관리요원들이 편하자고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3:25, 휴식, 인달 형님이 고어텍스 쟈켓을 벗었다. 비는 한참 전에 그쳤으나 날씨는 아직 조금 추운 편이고 안개속의 습도도 많은 편인데 덥다고 벗어 버린다. 하긴 몸에 열이 많은 체질이라서 남들보다 추위는 덜 타는 편인 것 같다.
13:35, 출발, 바람은 약한 바람이 부는데, 안개는 여전해도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떤 암봉을 기어서 오르는데 한사람의 등반객이 위에서 기어내려 온다. "오꾸호다까다께 어마 남았느냐"고 물으니 ‘one hour!' 라고 말을 해 준다.
13:45, 휴식, 조그만 암 봉에 올라서 휴식 하는데 인달 형님이 날씨가 밝아지는 것이 안개가 걷힐 것 같다고 10분만 기다려 보자고 하는데 오히려 빗방울이 떨어진다. 권 군중 씨 는 스톰파카에서 다시 우의로 갈아입었다.
13:55, 출발, 안개 속과 빗속을 해맨지 어느덧 8시간. 짙은 안개 속에 뾰쪽한 암봉을 오르고 내리기를 수차례, 절벽의 체인을 잡고 오르고 또, 내려가기를 수차례, 드디어 오늘의 기착지에 도착을 했다.
14:40, 오쿠호다까다께(穗高岳)산장에 도착을 한 것이다. 여기 산장도 어른 팔뚝만한 나무와 함석으로 지어진 2층 구조의 집인데 산장으로 들어서니 산장 안에는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탁자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고, 개스 버너로 차를 끓여서 마시며 저녁을 해결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산장 앞의 넓은 뜰은 산에서 모은 평평한 돌을 깔아 놓았고, 실내도 돌을 깔아서 운치를 더해 놓았다. 또, 밖에는 자연석으로 돌 탁자를 만들어 놓았고 실내에는 나무 탁자를 가지런하게 해 놓았다. 우리도 오늘 저녁은 해서 먹기로 하고, 잠과 내일 아침만 산장에서 사서 먹기로 했다. 우리의 숙박료는 1인당 1泊 1朝食 7200엔이다.
숙박 안내표에는 1泊2食 8800엔. 1泊3食 9600엔. 素泊 6000엔. 夕食 1600엔. 朝食 1200엔. 中食 800엔. 個室 10,000엔. 이라고 되어있어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골라서 할 수가 있었다.
17;30, 저녁식사 준비를 했다. 개스 버너와 개솔린 버너를 사용했는데 산장사람이 와서는 “개스는 실내에서 사용이 가능 하지만 개솔린은 실내사용이 불가하다 하여서 밖에서 사용해야했다. 개스로 밥을 하고 뜸을 들이는 동안에, 다시 개스로 라면을 끓이는데 개스가 바닥나서 밖에서 개솔린으로 라면을 끓였다.
그리고 먹었다. 정말로 맛있게.....
19:00, 이 시간까지 식사하며 잡담과 내일의 산행 얘기로 시간을 보냈다. 산장의 벽에 상세한 지도가 걸려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도와 비교하며 내일의 산행을 꼼꼼히 살폈다. 내일은 상당히 어려운 코스가 여러 군데에 있고, 특히 오꾸호다까다께 바로 아래에 있는 말 등 타기 지역이 제일 어렵다고 되어있어서 마음속의 긴장이 일어났다. 날이 비가 오지 않으면 좋은데 비가 오면 못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는 창밖으로 자꾸 눈길이 돌려 졌다. 거기에다가 군중씨는 비가 오면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반복적으로 다짐을 하면서 공표를 계속하고, 우리의 대장님은 혹 못가면 어디로 빠져야 하는지 작전을 세우느라 지도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하긴 내가 봐도 어려워 보인다. 쿠사리(여기서는 체인을 말함)가 걸려있는 곳이 일곱 군데에 최대 난제라는 말 등이 있으니... 도대체 얼마나 어려운지 가봤어야지! 제발 내일 비가 오지를 말아야 되는데....마음속으로 빌고 또 빈다.
20:00, 설거지를 마치고 우리 방으로 올라갔다 설거지래야 코펠을 휴지로 깨끗이 닦는 것이 전부니 뭐 어려울 것도 없지만 물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으니 이 방법 밖에는 할 게 없다.
이곳 산장은 배낭과 모든 장비를 복도에 두어야 했다. 비록, 헌것들이지만 소중한 것 들 인데 모두 밖에 두고 잘려니 불안하기도 했다. 또 이곳 산장은 젖은 옷이나 신발을 말릴 수 있는 건조실이 있고, 화장실도 실내에 깨끗한 수세식으로 되어 있는데 좌식변기에는 앉으면 따뜻하게 전기로 데워져 있다. 수건을 세면장에서 적셔와 몸을 훔치고, 세면장에서 이도 닦고 남이 없을 때 발도 번개같이 물을 적셔서 남모르게 닦아냈다. 목욕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세수도 안하고 발도 안 닦는지 아무도 발 닦고 세수하는 사람이 없다.
우리도 젖은 옷과 신발, 모자, 장갑, 옷, 등을 건조실에서 말려서 가지고 올라 왔다.
첫댓글 아고~~내까정 가슴이 졸여지네요. 낼은 비가올까? 그리고 산행은? 궁굼해지네요.
배운것두 있구요~ 미지의 세상 같아요... 잘 보았습니다...고생 많으셨어요...
마음으로 같이 걸어갑니다. 고생하시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