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신외숙
이용규 선교사의 '내려놓음'은 문제해결이나 성공을 위한 책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독교 서적이 성경에 초점을 맞춰 주제를 이끌어 나감으로 다소 딱딱하고 더디게 읽혀지는데 반해 '내려놓음'은 문맥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전해진다.
처음에는 작가의 약력(서울대, 하버드 대 졸업)을 들어 성공한 사람들의 뻔한 이야기려니 했는데
읽어갈수록 삶과 밀접한 이야김을 알 수 있었다. 기독교 서적 중, 특히 개인의 신앙체험을 위주로한 간증류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 첫번째는 비교적 평안한 환경 속에 태어나 뛰어난 두뇌와 능력을 갖춘, 소위 세상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대부분 세상적으로 잘 나가다가 갑자기 극심한 고난에 봉착한다. 죽음과 같은 풍랑속에서 회개와 연단을 통해 성령님의 음성을 듣고 기적적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그로 인해 신앙적인 결단과 함께 끝내 성공의 고지에 이르는 이야기다. 그들 대부분은 모태 신앙인으로 평탄대로의 인생길을 살다가 고난이 유익이 되어 성공한 케이스다.
소위, 성공한 기독여성들의 이야기가 이에 속한다.
한때 그런 류의 간증집이 기독교 서점을 휩쓴 적이 있었다. 기독 여성으로 뛰어난 외모와 학력, 경제적 능력과 잘 나가는 남편을 둔 그들은 고난과 형통을 불가분의 관계로 설명하면서 자신의 결단을 은근히 자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성공담을 유명 출판사의 책 표지에 얹어 거듭 영광을 받고 있다. 세상의 성공과 신앙의 축복을 연결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한때 그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당신들이 과연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슬픔을 아는가.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당한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를 아는가.
그런가 하면 극한 환경속에서 온갖 핍박과 역경을 이기고 영적 쾌거를 이루어 낸 이야기도 있다.
초인적인 인내와 의지로 복음의 열매를 거두고 신앙의 모범을 보인 사례들이다. 그런 이야기에 비하면 '내려놓음'은 어쩌면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바로 그 점이 독자의 귀와 마음을 당기게 한다.
모두가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이 고학력 시대에 그의 이야기는 설득력 있게 전해온다.
환경과 처지에 상관없이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터치하는 하나님을 향한 신뢰감이 곳곳에 흐르고 있다. 또한 우리의 모든 필요를 공급하시는 하나님의 능력과 사랑이 매 순간 이어진다.
우리는 아무도 자신의 미래를 모른다,
그래서 두려움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안전장치를 강구하며 고군분투하는 것이다. 시간과 물질을 온통 미래에 투자하며
하나님보다 더 의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데 미래는 우리의 소관이 아닌 전적인 하나님 몫이다. 누구도 그 분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 그분의 뜻에 동참하기 위해 내 뜻과 의지를 내려 놓아야 한다. 그리고 삶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마디로 '내려놓음'은 철저히 내 생각과 감정, 의지를 하나님 뜻에 맞추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감정조차 내려놓고 하나님께 나의 미래를 온통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내 인생의 전반적인 계획과 안전, 건강과 사역, 명예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와 사역의 열매까지 다 내려놓을 때 성령님의 역사하심으로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어 가는 것이다.
욕구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C.S 루이스의 말을 빌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악(惡)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이 교만이다. 그 교만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속에 가장 많이 존재한다.
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서서 우월감을 느끼며 남을 내려다보려 하기 때문이다.
그 인정받고자 원하는 마음을 내려놓았을 때 성령님은 본격적으로 우리 안에서 당신의 뜻을 펼쳐가신다.
실제로 이용규 선교사는 그 마음을 내려놓기까지 무척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에게는 누구보다 높은 학력과 미래가 보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인간적인 모든 조건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의 뜻에 따라 몽골 선교사로 파송되었다.
거기에서 나는 사도바울을 떠올렸다. 복음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학문과 지식을 배설물처럼 여겼다는…….
바로 그 부분이 여타 간증서적과 구분되는 점이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간증이 세상에서의 명예와 성공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신앙의 맹장이 될 수는 없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과 인생 역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모든 신앙이야기에 공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려놓음'은 다르다.
'내려놓음'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공통적인 주제가 각 개인에게 새롭게 적용되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성공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처세술과 노하우에는 적극적으로 동의하지만 자기의 욕망이나 의지를 내려놓는데는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신앙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내려놓음"은 의지보다는 포기를 가르치고 있다.
내 인생의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존하며 그분 뜻에 철저히 순종하기 위하여 목적과 방법, 결과를 철저하게 하나님께 의탁하는 것이다.
즉, 나는 없고 하나님만 드러나게 하는 삶의 방식이다.
"나의 나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사도바울의 고백처럼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길을 오직 성령님의 인도하심 따라 나아가며 그분의 사역에 동참하며 결과에
순응하는 것이다.
내 삶이 아닌 하나님 삶을 성공적으로 사는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진짜 성공인 것이다.
end
첫댓글 내려놓음이라는 제목이 참 잘된 표현의 말입니다. 내려놓기가 올려놓기보다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느낍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