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 돈내코-어리목 코스

[언더최]

중국출장에서 돌아온 다음 날 제주도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로 떠났다. 제주에는 학회다 연수다 해서 매년 몇차례 가지만, 남는 시간에 주로 골프치고, 한라산은 5-6번 밖에 오르지 못했다.

제주에 온 김에 시간을 쪼개어 한라산 정상을 또 올라가 보기로 했는데, 얼마 전에 지인이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성판악이나 관음사 코스보다 돈내코 코스로 가는 것을 추천했다. 돈내코 코스는 15년 동안 휴식년으로 보호되다가 2009년 말에 다시 오픈되어 보존 상태가 양호하단다. 그 동안은 한라산을 오르면 정상을 가야한다는 생각에 영실이나 어리목 코스는 고려하지 않았는데, 이 번에 돈내코로 올라가서 어리목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시도하리라 생각했다.

짐을 보스톤백 하나 들고 와서 배낭이나 스틱, 등산화 등을 꾸려올 수 없었고 그냥 반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제주는 서울보다 오히려 덜 더워서 한낮에는 24도 정도이다. 그렇지만 새벽이나 저녁에는 제법 쌀쌀하다. 사람들도 자켓까지 갖추어 입고 다니는 것을 보니 반바지 입고 시작하기에 무리가 있을 듯하다. 그래서 호텔 옆에 있는 이마트에 가서 여름용 등산바지 하나를 19000원에 사고 수선집에 2000원 주고 바지단까지 줄였다. 등산바지에 인쇄된 로고가 얼핏 노스페이스를 연상시킨다. 이름도 노벨페이스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선다. 돈내코로 가기 위해서는 제주에서 성판악을 거쳐 서귀포로 5.16도로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야 한다.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가도 되지만, 기왕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세련된 방법이다. 버스노선을 보니 호텔 근처에서 버스를 타도 되었다. 제주도에서 후불교통카드가 5월21일엔가 통용되기 시작되었다고 해서 서울에서 쓰는 신용카드로 지불했다. 그 전에는 버스비가 얼마인지 몰라 잔돈을 넉넉히 준비했었는데 이젠 편해졌다. 여기서는 승차 때 한 번만 카드를 찍고 내릴 때는 그냥 내린다. 그래도 환승이 되는 듯한데, 내 것은 안되고 제주에서 구매한 티머니카드만 되는 것 같다.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 가서 서귀포산업정보고등학교에서 내린다. 돈내코 등산로 입구까지는 약간의 비탈길로 3킬로를 가야한다. 보통 걸음으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일반 포장도로라서 별로다. 차도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교외 분위기다. 2킬로 쯤 가다보니 버스 정거장이 있는데, 시간표를 보니 하루에 5대 운행한다. 있으나마나.

돈내코 등산로 입구에는 큰 공원묘지가 있고 상가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이라도 한 병 살 계획이었는데, 아무 상점도 없다. 등산로관리실에서 어디가냐, 다시 내려오냐 묻는다. 반대로 내려갈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경고문에 물이 부족한 코스라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라고 씌여있다. 이런 난감할 데가... 수도에서 컵 두 잔의 물을 마시고 등산로에 들어선다.

최근에 오픈된 코스라서 인지 교통이 불편해서인지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이 코스를 오르는 동안, 내려오는 사람 5명, 올라가는 사람 3명을 만난 것이 전부다. 오랜 휴식년 덕분일까. 나무가 울창해서 햇빛이 바닥까지 도달해지 않아 전체적으로 어둡다. 안경을 호텔에 놓고 선글라스를 쓰고 와서 침침하다.

숲이나 나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의미 있을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그저 한라산 등산로에 불과하다. 수도권에서는 졌을 철쭉이 활짝 피어있다. 수목한계선을 지나면서 시야가 트이고 멀리 한라산 남벽이 웅장한 모습을 보인다. 날은 화창한데 해무 때문에 멀리 서귀포 바다는 흐릿하게 보인다. 돈내코 입구에서 남벽분기점까지 7km, 소요시간 2시간.

남벽분기점에서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는 폐쇄된 상태다. 언젠가 열리면 꼭 가야할 등산로가 아닐까 싶다.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까지의 길이 절경이다. 한라산 남쪽을 돌아 가면서 한라산 정상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져 보이고, 탁 트인 시야에 여러 구릉들과 평지가 보인다. 마치 죽은 잔디처럼 보이는 들판도 자세히 보면 제주조릿대라고 불리는 작은 키의 대나무이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이르자 많은 사람들이 있다. 주로 영실에서 올라온 사람들인 듯하다. 학생들도 많은 것을 보니 수학여행 온 학생인 듯. 갈증은 남벽분기점 못미쳐서 샘물에서 풀었고 대피소에서는 육개장사발면에 음료를 샀다.

영실코스는 제일 짧은 편이라 어리목 코스를 택했다. 윗세오름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완만한 길이고 주로 나무 데크 길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 경치도 그런대로 괜찮다. 어리목 휴게소까지 내려오니 4시간 정도 경과. 제주가는 버스가 12분 후에 있는데 정거장까지는 10분 걸어야 한다고 해서 부지런히 차길을 내려왔다.  

등산거리 13.8km, 휴식포함 소요시간 4시간. 한 번 다녀올만한 코스라고 여겨진다.

식당 팁 한 가지:

제주에서 회로 저녁을 먹을 생각이라면 청해일이라는 식당을 추천한다. 허름하고 주변에 식당도 별로 없지만, 꽤 푸짐하게 사이드디시가 나온다. 각종 해산물, 전복, 갈치회 등이 스끼다시로 나오고 본 요리 회도 푸짐하고 자연산이라고 하는데 맞는지 모르겠지만 쫄깃거린다. 마지막에 나오는 꽃게 어죽도 별미인데, 배불러서 남겼다. 이런 아까울 데가... 인터넷으로 보니 제법 유명한 집인 것 같고, 일본인 아줌마들도 와있는 걸보니 일본에도 소개된 집이 아닌가 싶다. 전화로도 예약을 하는데, 우리는 예약없이 조금 일찍 식당에 가서 문 앞 자리에 앉았다. 식사 중에 식당종업원이 전화받는 것을 들으니 그날 예약이 마감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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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산업정보고에서 일반도로를 따라 3킬로 걸어야 등산로 입구에 도달한다.

탐방로 입구

아래로 보이는 것이 묘지.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돈내코 탐방로 초입 등산로

울창한 나무들로 어둡다.

평궤대피소 (무인 대피소)

돈내코 탐방로 이정표

철쭉이 군데군데 피어있다.

남벽을 배경으로 (마침 한 사람이 분기점에서 점심을 먹고 있어서 사진 부탁). 사진보다 실물이 웅장하다. 저길 올라가면 재미있겠다.

남벽분기점에서 윗세오름 가는 길

제주조릿대가 잔디처럼 보인다.

고사목

윗세오름 휴게소

휴게소에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다.

어리목 가는 이정표

[한병운]

이것 봐! 역시 난 우물안 올챙이 알이 맞다니깐... 한라산의 새로운 명소, 잘 보고 간다. 그리고 노벨페이스...도 좋아 보인다.

[언더최]

무슨 소리.. 온갖 산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왠 올챙이..

[노상욱 3-7]

옷을 사자마자 수선집에서 단을 줄였다고? 유연한 사고방식에 한표! ㅎㅎ

[언더최]

수선집이 마침 같은 층에 있어서.. 안 줄이면 너무 길지..

[박한승]

다음에 갈기회가 되면 나도 함 가봐야겠네.... 잘보고 가네...

[언더최]

한번 가볼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