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매화,산수유 피는 섬진강 변서 시작한다.
그럼 가을은 어디서 오는 걸까?
갈꽃 피는 순천만에서 시작한다.
차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10키로' 라는 이정비(里程碑)를 보았다.
그것은 옛날과 똑 같은 모습으로 길가의 잡초 속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64년,<사상계>에 한편의 단편이 발표된다.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받았다.현대소설의 이정표 같은 작품이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이렇게 시작한다.
김승옥은 1960년 초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홀로 추억의 <무진>을 찾았다.
나는 아내와 함께다.
무진기행의 배경이 바로 순천만이다.
소설선 순천만 '어디'라며 가상의 공간으로 나온다.
무진(霧津),안개낀 포구이다.
순천만은 안개비 등으로 霧津 분위기가 자주 재현된다.
늦여름,놀랍게도 나의 무진행도 안개비가 포구를 적시고 있었다.
순천은 전라남도 동남쪽 해안 끄트머리지만 가는 길은 쉽다.
어디든 호남,남해 고속도로를 타면 된다.
직선이,빠름이 주는 편리는 간혹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 옛길을 밟곤 한다.
경부 타고,천안~논산 타고,전주서 17번 국도 들어서니 순천 까진 일사천리다.
지리산 자락에선 이슬비가 차창에 맺친다.
남원에선 춘양이 반긴다.
왼쪽 멀리선 지리산 자락이 포근하다.
틈틈이 섬진강 줄기가 상쾌하다.
장거리,차창의 풍광으로 기분이 업일 때 습관적으로 듣는 게있다.
모짤트,베토벤 피아노 협주곡들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이 으르렁거린다.모짤트 2ㅇ번 1악장이다.
모짜르트 음악의 특성은 간결성과 긴박미란다.
그 전형이 2ㅇ번 1악장이 아닐런지.
순천(順天),,,
"順天者는 興하고.逆天者는 亡한다"는 그 순천이다.
한때,'여수 가서 돈 자랑 말고 순천서 인물 자랑 말라'했다.
순천시 초입,뜬금없는 생각이 인다.
10,26 그날,궁정동엔 순천여고 졸업생을 아내를 둔 두명의 인물이 있었다.
차지철과 김재규이다.그러고 보니 차범근의 아내도.
나의 상사의 부인도 순천여고를 나왔는데 한눈에 들어오는 미인이였다.
<낙안읍성,3대 읍성 중 유일하게 사람들이 살고 있다.사극의 단골 장소다>
순천! 하면 떠오른 게 뭘까?
사극 좋아하는 사람은 <낙안 읍성>이 먼저 일게다.
우리나라는 읍성의 나라이다.우리만의 독특한 역사 산물이다.
주로 서남 해안가에 많았다.왜구들 때문이다.
현존 3대 읍성인 서산 해미읍성,고창 모양읍성,순천 낙안읍성도 해안가에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당시 부,목,군,현 330개 중 179곳에 읍성이 있다 했다.
일제 때 신작로 구실로 거의 다 헐렸다.
낙안읍성은 성내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유일한 곳이다.
순천만으로 들어오는 왜구를 막기 위해서다.그래서 남쪽 성이 견고하다.
사극 촬영의 1번지이다.취화선,대장금 등등,,,
장장 3키로 성벽 위를 가을날,해질녁에 걸어 보셨는지,,,?
갈길 먼 나그네,중첩하는 초가 지붕들의 곡선에 취한다.
지붕 위,누런 박이며 호박이며 붉은 고추들이 정겹다.
굴뚝엔 밥짓는 연기가 오르고,고샅서는 개짓는 소리로 아련하다.
귓가엔 나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한국 불교의 2대 종파는 조계종,천태종이다.
두 종단의 종가는 어딜까?
조계산 자락 앞뒤로 자리잡은 송광사와 선암사이다.
한국 불교의 물줄기를 타고 역류하면 반드시 만나는 곳이 송광사이다.
조계종은 바로 송광사의 조계산서 유래한다.
고려 중기 불교가 타락의 정점으로 치닫을 때 일단의 수선결사(修禪結社)가 결성된다.
수선결사는 우리나라 최초 집단적,체계적인 사상 수양체이다.
보조국사 지눌이 중심이다.그 모태가 송광사이다.
정 혜 쌍 수(定慧雙修),,
교리 공부 와 수양을 동시에 행한다는 뜻이다.
"참선이 우선이다" "교리가 우선이다"로 선,교종이 싸울 때,
지눌은 “禪은 부처님의 마음이고,敎는 부처님의 말씀” 이라는 말로 정리한다.
선종을 기본으로 교종을 가미한 것이다.
이러한 수행 기풍은 현 조계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기,문종의 네째 아들 대각국사 의천은 교종 우위에 선종을 가미한다.
천태종이다.대각국사는 선암사에 머물렀다.선암사는 천태종 종단의 종가이다.
<송광사 임경당,흐르는 계류 따라 두 다리를 시원하게 담그고 있다.
위쪽 우화루와 함께 송광사 최고 풍광을 자랑한다>
이렇게 둘은 조계산 자락 앞 뒤서 같은 무개로 양립하고있다.
詩에서 수미상관(首尾相關)이라 한다.
앞 뒤가,강조를 위해 반복으로 연관 맺는 구조이다.두 사찰이 그렇다.
방문자는 송광사서 강렬함에 취하고 선암사서 평온을 찮는다.
송광사 들른 후,조계산을 넘어 선암사에 이른다면 최고 트래킹 코스를 밟는 거나 진배없다.
육산(肉山)이라 가족 단위로도 좋다.
태고종은 대처승 종단이다.
태백산맥의 조정래의 아버지가 선암사의 주지였다.
산사의 모범 답안 같은 사찰이 선암사이다.
송광사는 계곡변에서 웅혼하다.
선암사는 봄에 관한한 이땅 최고 산사이다.
온통 경내가 꽃대궐을 이룬다. 이른 봄,매화,산수유가 스타트를 끊는다.
벗꽃,목련,모란,앵두,철쭉,영산홍,동백,상사화,옥잠화,파초등이 잇는다.
500년 된 눈속 홍매화의 붉은 꽃 찾아,매니아들 한설에도 남으로 향한다.
600년의 영산홍,자산홍도 유명하다.
선암사는 외가집 같이 아늑하고 정갈하다.
외국인들도 가장 인상 깊어한다는 구례 화엄사를 거쳐 선암사로 이끌린다. 그 만큼 한국적이다.
해우소(解憂所)는 우리나라서 가장 멋들어진 곳이다.
영화 <동승>의 배경으로 나온 상탕,중탕,하탕의 물확도.
우리나라서 가장 아름다운 무지게 다리 <승선교>가 절 입구서 맞는다.
승선교를 만든 스님들이 <태백산맥>에도 나오는 보성 벌교의 홍교도 만들었다.
경내 뒤쪽의 차밭은 다도가들이 최고로 치는 차가 자란다.
<선암사 입구의 승선교,,,아치 사이로 보이는 게 강선루이다.
신이 오르고 신이 내리는,,,무지개 다리 중 최고 作이다>
총림(叢林)이라 한다.
승려들의 참선수행인 선원(禪院),경전 교육기관인 강원(講院),계율의 율원(律院)을 갖춘 사찰을 말한다.
사찰의 종합대학이다.
조계종엔 송광사,백양사,수덕사,해인사,통도사가 태고종은 선암사이다.
순천은 80년대 이후 또 하나의 흔적을 남겼으니 소설 <태백산맥>이다.
가장 인상 깊게 본 소설은 뭘까?청소년기엔 삼국지일 게다.
그럼 청년기에는?
십중팔구는 태백산맥이다.
저자 조정래는 나면서 선암사와 연을 맺었고,소설의 주 무대가 순천이다.
역사의 군상 파르티잔들,,,,
보성,벌교를 기점으로 순천 조계산 일대을 누볐다. 광양 백운산서 섬진강을 넘었다.
<토지>의 무대,하동 최참판댁 앞 악양 벌판을 가로질러 지리산에 들어갔다.
지금,순천의 떠오르는 루키는 순천만 갈대다.
년 1백만명이 찾는다.
전엔 기껏해야 빗자루,땔깜 용이던 갈대들이 순천의 얼굴이 되고있다.
가을의 정취를 찾아 중년의 순례 행렬은 팔도에서 이어진다.
갈대밭 사이로 난 관찰 데크 위로 꼬리을 잇는 뒷모습을 보노라면,
탄호이저의 <순례자의 합창>이 들릴지도 모른다.
순천만은 우리나라 최대 갈대 군락지이다.
800 만평 광활한 갯벌에 70여 만평이 갈대 평원을 이룬다.
순천시 아랫도리에 위치한 순천만은 여수반도,고흥반도가 감싸고 있다.
해안선 따라 장장 40키로 미터다.
건강한 연안 습지로 순천만은 세계 5대 갯벌지이다.
건강미에 있어 한강 하류 강화도 갯벌과는 차원이 다르다.
금강 하구언 신성리 갈대,해남 고천암호의 갈대도 유명하지만 순천 갈대가 지존이다.
<타원은 갈대가 생성 중이여서 이다.5년전 모래 채취로 상류 갈대가
파해쳐졌고 그 뿌리가 흘러와 번식 중이란다.>
신성리 갈대도 좋긴하다.
금강 하구언서 금강 상류 따라 폭 2백 미터,1키로를 갈대군락이 펼쳐진다.
영화 공동경비구역서 인민군 송광호,이병헌이 야간 수색 중 조우하는 장면의 촬영지다.
왼쪽은 푸른 금강에 은빛 갈대 숲,오른쪽의 누런 황금 들녁이 펼쳐진다.
그 사이로 난 뚝방 길서 바라보는 서해 쪽의 황혼이란,,,,,,,,,,,,
람사(ramsar)를 아시는지?
테란로는 서울 상업 경제의 상징이다.
70년 오일 쇼크 때,우리에 호의를 배푼 나라가 이란이다.
철권의 팔레비 왕조와 유신의 동병상란 때문이였지만,어떻든 그랬다.
보답으로 테란로라 했다.이란의 수도 테란엔 서울로가 있다.
그 이란의 람사에서 습지의 훼손방지 조약을 체결했다.
창령 우포늪,양구 대왕산 용늪,흑산도 장도늪에 이어 올해 순천만 갯벌도 지정되었다.
갯벌로는 유일하다.
순천만 갈대는 3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영역이 확대되었다.
상류 오염시설들이 이전,수질이 개선되면서 부터다.
순천시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하는 지점 부터 갈대밭은 시작된다.
갯벌이 건강해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를 비롯해서 희귀조류 11종도 서식한다.
갈대밭을 따라 1,2키로 관찰 데크가 설치되 갈대숲 위를 거닐수있다.
순천만의 또 다른 매력은 갯벌 사이로 난 S자형 수로(水路)다.
수로 따라 운항하는 탐사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면 온통 갈대 세상이요,갯벌 세상이다.
갯벌에서는 짱둥어며,게며 다양한 갯벌 생물들이 놀라 요동을 친다.
괭이갈메기는 고양이 소리를 내며 비상한다.도요새,흑두루미도.
괭이 소리를 내기에 괭이갈메기이다.괭이는 고양이 방언이다.
<관람 데크의 행렬이 많아 지면,마치 순례자들의 모습으로 보인다.>
짱뚱어 회와 탕은 이곳 특산물로 포구서 맛볼수 있다.
텃밭서 따온 호박,풋고추 썰어 넣는다.추어탕 비슷한 맛이다.담백하다.
지질이도 못 생긴 짱뚱어다.개벌서 몸을 용수철 처럼 튀어 이동한다.
전엔 손바닥만 했는데 먹이 사슬이 깨지면서 15센티 정도로 작아졌단다.
점심은 현지産 장어다.
또 언제 일까 싶어,짱뚱어탕도 맛보려는데 1인분은 안된단다.
멀리서 온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니 흔쾌이시다.그러나 이미 과식이라 거의 남겼다.
세상사는 그렇다.
외부서 돌이 굴러오면 내부의 박힌돌은 저항한다.
저항은 주변에 굴곡을 일으킨다.
자연의 이치도 마찬가지다.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에서도 굴곡이 인다.
순천만의 S자 수로도 이렇게 형성되었다.
큰 바다서 웅비하려는 담수,이를 막아서는 해수로 연안 수로가 요동을 쳐서,,,,
결국,수로는 태극 모양으로 굽어지지만 보는 이는 멋진 시각 예술에 즐겁다.
<용산 전망대에서의 일몰,,,하늘 물들고,뻘 물들고,수로 물들고,나그네 맘도 물든다.
결국 시간 멈추고 나의 시름도 멈추고,,,돌이 굴러오면 내부 박힌돌은 저항한다.
저항은 주변에 굴곡을 일으킨다.자연의 이치도마찬 가지다.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에서도 굴곡이 인다.S자 수로도 이렇게 형성되었을까?>
순천만 갈대를 가장 멋들어지게 볼수있는 곳이 용산 전망대다.
여기서는 순천만 일대를 거시적으로 조망할수있다.
황혼빛의 일몰도,갈대의 장관도,유려하게 휜 S자 수로도,철새들의 군무도,,,
갈대,갯벌,철새,노을을 동시에 볼수있는 곳은 순천만이 유일하다.
일몰에 맞춰 전망대에 서면,
하늘 물들고,갯벌 물들고,물길도 물들고,여인네 볼도 물들고,나의 마음도 물든다.
결국 자연의 시계는 멈추고,나의 시름도 멈춘다.
눈 앞에 펼쳐지는 외이드 스크린은 대자연이 빚어내는 관현악의 시각적 표현이다.
<mistery circle?,,,신은 가끔 반신반인의 천재를 보내 신의 일부를 보여주듯,
자연도 비자연적인 모습으로 인간을 놀래키곤 한다.새로이 갈대가 서식하고
있어서이다.근데 왜 타원이란 말인가!>
가끔 자연은 비자연적인,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인간을 놀라게 한다.
'자연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부순다.
전망대서 보면,바다와 인접해 10~50 미터 직경의 타원들로 눈이 휘둥글해진다.
한참 형성되고 있는 갈대 군락들이다.
mistery circle 처럼 마치 외계인의 對지구 메시지 같다.
근데 정답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5년 전 모래 채취로 갈대가 훼손되었고,뿌리가 하류로 흘러가 번식하고 있는 거란다.
근데 왜 타원인지? 나로선 미스터리하다.
또 있다.
혹 칠면초(七面草)라고 들어보셨는지?
한해 동안 색깔이 일곱번 변해서 칠면초이다.
연두색에서 녹색우로 다시 붉은 빛 도는 자주색으로 변한다.
15~50센티 크기로 염생식물이다.소금을 흡수하기에 간척지에 심기도 한다.
봄~가을 사이,인천공항 가는 영종대교 밑 갯벌을 보시라!
붉게 보이는 식물이 있다.칠면초다.
옛날엔 보릿고개 때,보리와 섞어 죽을 쑤어 먹었단다.
프랑스선 소금 대신 사용한다.1년초 식물이라 10월 말이면 사라진다.
요즘 건강식품으로 인기란다.
칠면초 군락은 전망대서 보면 붉은 페르샨 양탄자를 깐듯 자체로 마티스 그림이다.
칠면초 군락 사이로 갈대 군락이 중첩하면서 비현실적인 경의를 만들어낸다.
우린 가끔 유명세에 기대 부풀다,현지서 실망하곤 한다.
근데 순천만은 아니다.
그날 아침엔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식전에 나는 우산을 받쳐들고 읍 근처 산에 있는 어머니 산소에 갔다.
돌아가는 길은,좀 멀긴하지만 잔디가 곱게 깔린 방죽길을 걷기로 했다.
이슬비가 바람에 뿌옇게 날리고 있었다.
비를 따라서 풍경이 흔들렸다.
나의 무진행도 비가 왔다.안개비에 간간이 빗줄기가 굵었다.
선인들은 흰 갈대꽃을 갈꽃이라 불렀다.
갈꽃은 초기에는 자주색을 띠다,은색으로 변한다.
지금 갈꽃은 자주색이다.줄기와 잎들은 녹색들이다.
내 눈에 비친 순천만 갈대는 줄기에 초록치마를 두른 자주색 갈꽃 세상이다.
늦여름에,비와서인지 행인도 소수이다.
방문객을,포구서 갈대밭으로 연결시켜 주는 다리가 있다.
무진교이다.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지을 알리려는 의도이다.
우산을 치켜들고 걷는다. 발 밑으로 싱그런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비에 젖어 들을 수 없지만 그 소리도 서걱! 서걱! 일까?
관찰 데크 위에선 새 세상을 즐기러 온 게들이 재빠르게 뻘로 하강한다.
밑을 골똘이 바라보니 갯벌에도 생물들의 움직임들이 확연하다.
갈길 멀어 서둘러 탐사선에 올라탔다. 비가 재법 내린다.
배가 나아가니 비도,바람도 새차게 느껴진다.물리적인 체감의 차이 때문이다.
마도로스는 자연해설사 까지 1인 2역으로 열심이다.시골 어르신 분위기다.
'마도로스 입에는 파이프'라는 선압견에 웃음이 인다.
설명이 얼마나 청산유수던지 '선입견은 금물'이구나 했다.
중간 중간 배가 갯벌서 머무르니 게,망두어 등 다양한 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요새도,괭이갈메기도,흑두루미도 보인다.
우리는 백사장을 걸어서 인가가 보이지 않는 바닷가에 앉았다.
파도가 거품을 숨겨 가지고 와서
우리가 앉아 있는 바의 밑에 그것을 뿜어 놓았다.
"선생님" 여자가 나를 불렀다.
나는 여자 쪽으로 고개를 돌렷다
"선생님,저 서울 가고 싶지 않아요"
나는 여자의 손을 달라고 하여 잡았다.
나는 그 손을 힘을 주어 쥐면서 말했다.
"우리 서로 거짓말은 하지 말기로 해."
"거짓말 아니여요."
여자는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어떤 개인날>을 불러 드릴께요."
"그렇지만 오늘은 흐린걸."
나는 <어떤 개인날>의 그 이별을 생각하며 말했다.
흐린날 엔 사람들은 헤어지지 말기로 하자.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가까이 가까이 좀더 가까이 끌어당겨주기로 하자.
나는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무진기행의 하일라이트다.
<어떤 개인날>은 소설의 결론을 암시한다.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나비부인이 3년 간 핑커빌을 그리다,어느날 부른 아리아이다.
소망을 실어 부르지만 결국 자살로 끝나니 복선을 드러낸 노래이다.
갈대 군락 초입에 있는 포구는,위쪽으로 하천 따라 긴 뚝방길이 나있다.
차는 안개비를 가르며 이길을 지난다.
뚝방길 갈대들이 미풍에도 허리를 숙였다 폈다를 반복한다.
<내 눈에 비친 순천만 갈대는,줄기에 초록 치마를 두른 자주색 갈꽃 세상이였다.>
갈대와 억새는 같은 벼과로 사촌 간이다.
갈대는 습지에,억새는 야산에서 자란다.
등산객들 봄에는 철쭉이요,가을엔 억새다.
억새는 보통 1~2 미터 까지 자란다.3 미터 정도의 갈대 보다 보름 정도 일찍 핀다.
창녕 화왕산,포천 명성산,정선 민둥산,고흥 천관산이 유명하다.
서울서는 가까운 난지도 공원도 괜찮다.
화왕산 억새는 특히 유명하다.해 마다 화왕산 갈대제가 열린다.
세상에나,억새밭에서 갈대제라니,,,,,,
원래 20년전만 해도 이곳은 작은 습지들이 많아 갈대가 자랐단다.
서서히 습지가 없어지면서 억새밭으로 변했다.
갈대는 습지서만 자란다는 반증이다.
유명 억새 군락지는 거의가 높은 산 등성이다.
제작년,뒷북으로 정선 민둥산 억새를 보러갔다.
얼마나 다녀들 갔는지,산등성이에 이르자 등산화가 푹푹 빠지더라.흙 먼지로.
낚시에서 포인트를 찾아야 월척이다.억새도 감상 포인트가 중요하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산등성에서 秋風에 하늘거리는 억새들을 봐야한다.
여기에 태양 빛을 역광으로 받을지라면 그야말로 은빛 찬란이다.
산등성이엔 때이른 하얀 서리가 앉는다.
확실히 우리 선대들은 실증적이질 못했다.
갈대와 억새를 구분치 않았다.그냥 두리뭉실하게.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전북 정읍 지나면 호남 터널이 나온다.너머는 전남 장성이다.
터널 위로 노령산맥이 지난다.호남정맥이 옳은 말이다.
터널 위가 노령(蘆嶺)이다.蘆자는 갈대 '노'이다.
억새가 많아 붙혀진 이름이다.
고복수의 <짝사랑>을 아실게다.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지나간 그 세월이 날 울립니다~"
으악새는 새가 아니다.억새의 방언이다.
갈대는 습지에 자라는 풀에 불과하지만,
동서고금,인간들은 갈대를 친근하게 그것도 사색의 대상으로 존대했다.
사대부들은 시조에서 갈꽃,갈매기가 짝을 이룬 평화스런 풍경을 노래했다.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에서는 달마존자가 갈대 잎을 타고 물을 건넜다.
모세도 갈잎 배에 실려 강에 띄워졌다.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 했다.
인간은 갈대 처럼 나약한 존재지만 사색하기에 어떤 존재 보다도 위대하다는,,,
"사나이 우는 마음을 그 누가 알랴.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
박일남의 <갈대의 순정>이다.남자를 갈대로 비유했다.
한 여자만 보고 사랑에 올인하는 갈대의 순정,남자의 순정이다.
여자들은 이걸 알까??
갈대는 바람을 많이 탄다.
외줄기에 잎파리가 유별나게 많고 넓다.그러니 바람에 휘둘릴 수 밖에.
갈대는 순종으로 자신을 보호한다.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따른다.
거역하면 끊어지니 순종이야 말로 갈대의 생존법이다.
장윤정은 스스로를 낮추었다.
"어머나 어머나,이러지 마세요.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여성=갈대'이다.자존하지 못하는 장윤정에,페미니스트로선 열받을 일이다.
갈대는 영어로 reed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호두가기 인형>에는 <갈잎피리의 춤>이 나온다.
뉴에이지 음악가 팀 맥 브라이언은 <Song Of The Reed>를 노래했다.
그는 "자연은 거대한 오케스트라"라 했다.
그도 순천만 용산전망대에 선다면 자신의 말에 확신을 할거다.
노을진 수평선 따라 海風에 새차게 굽이치는 갈대꽃들.
푸른 하늘 배경으로 秋風에 하늘거리는 산등성이의 억새꽃들.
둘 중 누가 대장일까?
시절 따라,감상자 따라 다를 거다.
그러나 10월 지금 순천만 갈대를 따를 자는 이 세상에 없다.
단풍이 젊음의 강렬한 유혹이라면,
갈대,억새는 중년의 관조요,추억이요,한자락 남긴 낭만일 게다.
그래서 청춘을 넘어섰다면,
설악산 오색 단풍 보다는 순천 갈대밭이 더 감흥으로 다가올거고.
지금 순천만은 가을의 전체 집합이다.
갈대,갯벌,유장한 수로,노을 까지,,,,,,,,,,,,,,,,,,,,,,
지금부턴 사족이다.
질풍노도 끊나고 다시 접하니 새로웠다.
그래서다.
무진기행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나는,남편이 사별한 여자와 재혼한 3년 차 소시민적 인텔리다.
장인 사업을 이어야 한다.
처가 덕으로 생활이 잡히자 10여년만에 고향 무진을 밟는다.
무진(霧津)은 순천만 어디로 가상의 공간이다.
세무서장인 친구를 만나는 자리서 하인숙이라는 처녀 음악선생을 대면한다.
벽지에 흘러왔으니 사연이야 있었겠지만 나름대로 순수녀다.
둘은 귀가 길 포구 둑방길서 사랑의 필에 빠진다.
한번의 에로스,근저는 플라톤스런 사랑이다.
둘은 행복 찾아 서울로 가기로 한다.
그러나 인숙은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도 결국 원점으로 회귀한다.
딱 1주일간만 사랑할 거라고 다짐하면서.
서울서 전보가 도착한다.회사 일로 급히 귀경하라는.
남자는 고민하다,조만간 서울로 부르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쓴다.
하지만 찢어 버린다.그리고 당일 떠난다.
말도 없이,무진을 떠나는 차속에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렇게,,,,,,,,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속에 앉아서 나는,
어디쯤에선가,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안녕히 가십시요'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운을 느꼈다.
김승옥은 무진을 떠나며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러나 난 설렘으로 떠난다.
차에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1악장이 흐른다.
오케스트레이션이 긴박하다.
슬픈 듯 희망찬 듯,,,,
음이 이렇게 다중으로 느껴온건 왜 일까?
분명,단조 곡의 특성 때문만은 아닐거다,,,,,,,,,,,,,,
첫댓글 ~~ㅎㅎ 또 날 잡아 읽어봐야 겠네요....
ㅋㅋ....무쟈게 부담이죵? 실은... 저두용~ㅎ
이번엔 무진기행소설과 갈대와 억새가 들어가간 가요를 모두 아우르고 있음다~~잘 감상 했습니다~~ㅎㅎ..으악새가 억새의 방언이군요.. ㅎ
지도 날 잡아서 읽어야겠어요. 아공 너무 졸려라~~
우하하하~!! 피치님요~큰일낫심더!! 모다들 회피병(피치글 피하기)에 걸렷당게롱~~ㅋㅋ
프레지에님,해인사 잘 다녀오셨다니 좋습니다,,갤러리방 좋은 자료들 잘 보고있습니다,,,깔바도스님,깔금한 멘트에 늘 기분이 업이였는데,,ㅎㅎ,,근데 왠일이당가요,,,졸리시다니,,,,,,,,,,,,^^*
ㅋㅋㅋㅋㅋ 지난 번 보다는 훨 준수함다요. 카토님은 왜 꼭 제가 배추를 절일 때만 글을 올리시나이까? 지난 번에 무슨 일이 있었는 줄 아쉼니까? ^^ 배추를 절여 놓고는 카토님의 글을 읽느라 진이 모두 빠져버려, 다 절여진 것을 씻어 놓지도 못한채 나몰라라 자버렸습지요. 다음날, 당근 소금 !! 도저히 그냥 담굴 수가 없어서 짠기를 빼기위해 물을 수시로 갈아 부어주어가며 정말 저녁까지 꼬박 기다렸습니다. 근데효, 이거이가 또 짠기를 너무 뺀거야요, 다시 맹탕, 다시 소금 추가, 하하.^^*그런 일이 있었지라. 그 김치가 다 떨어져서 오늘 또 한바구니 절여 놓았는데 제가 이 글을 대하니 또 웃음이요,,일단 수꾸렙 해 갑니다.^^
우하하하...그 김치 누가 다 먹엇다요? 그리 엉망이노 진창으로 담궜는데도 벌써 다 드시고 또 담군다꼬요?.도길서는 김치만 드시고 사시나 보넹~~/ 피치님 강동으로 까무러치것소~!
ㅎㅎ 이쁜 앙마님아,그런 기막힌 사연이 있었군하,,소금에 절이고 다시 빼고를 반복을,,,,이런 기막힌 사연에 어떤다지,,,?,,,,,,,,,김치 담그는 날을 예고하소,,그날은 피하리다,,,,,,근데 이번 글은 열받아 패스한거 아냐?
열은 무신요,,^^ 이번엔 그냥 눈으로만,,용서바람.^^
정연히 글 다듬으시어 올려주신 피치카토님께 감사 드리면서.......군데군데 익숙한 단어들에 의해, 정겹습니다...고맙습니다..
친숙하게 느껴졌다니 기쁩니다,,자주 글방서 뵈니 반갑구요,,,전처럼 좋은 詩 올려주시구요,,^^*
언제나 대단한 기행문을 보여주시는군요...이렇게 쓰기가 쉽잖을건데...아주 다양한 지식과 넓고 해박한 상식...음악에 대한 애정등..참 대단한 피치카토님이라고 여겨집니다..~! 캬~~~~!
늘 하해같은 마음에 감사 마음입니다,,,조은님의 이번 대사,잘 될거구요,,,^^*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부터 출발한 문화기행.....참으로 피치카토님의 생각의 깊이와 폭에 저절로 늘 감탄을 하며 읽고 있습니다. 건강 행복하시고, 건필을 기원합니다. 편안한 저녁 맞으시길....
애고~이렇게 어여삐 봐주시니 여로모로 감사할 따름입니다,,이상이하님의 좋은 글,자주 뵜으면 합니다,,^^*
피치님은 도대체 어떤분인가 생각해 봅니다 정체를 밝히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여간 이번도 정독하였습니다 시험공부하는 것 보다 더 어렵습니다 ㅎㅎ
순수의 뮤즈 같으신분,,,,,,테피님의 멘트엔 그런게 베어있습니다,,읽으면 그냥 기분이 좋은,,,,,,정체요?,,스파이는 아니니 염려 붙들어 메시구요,,,ㅎㅎ,,,,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고 그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지요...어느 곳을 가더라도 연결고리를 만들어 유추할 수 있는 순발력과 용량에 감탄합니다...그리고 고맙습니다!^^*
제가 야생화님에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짫은 글에 함축되어 있는 상징들,요즘 볼 때마다 절로 감탄입니다,,일상의 단어에도 얼마나 함축적이던지,,,생화님,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피치님~~ 2번에 나누어서 정독했어요.
초코 스타님,송구하군요,,노안을 피로케해서요,,ㅎㅎ,,,,,,,이 가을,열심히 뛰십시요,,,,감사합니다,,^^*
'두두두두두둑~~'피아노 솔로의 6음 스케일을 시작으로 내 맘에도 '후두두둑~' 빗방울이 마구 들치기 시작한다...글에 대한 감동이다...늘 그랬지만 이 분의 글을 읽노라면 나 자신이 역사가가 되고,미술가가 되고, 음악가도 되고,...그러다 시인도 되고...가지 가지의 경험을 독자들에게 안겨 준다....그래서 독자는 다른 어떤 글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알거리에 경이롭게되고, 몇단쯤가다 지루해진다 싶으면 얼른 또다른 주제가 전개되니 흥미롭고,그 박식함에 감동하게된다..오늘도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단숨에 그와 함께 역사가,음악가,시인이 되어본다...참 행복하다...
읔킄킄, 온니아찌 같어,ㅋㅋ.^^*
글지마러잉 지난번 합천기행때 노래님 글에 무임승차해서리 맴이 짠했는디그래서 오늘은 맘먹고 시인이 되어 써 본거라 말이여
나두 해서 그란겨^^*
물꽃쌤 참말로 영광입니다,,,너무 많은 걸 읽어주셨군요,,,, 저 멘트들.정말 쌤의 본심이 였으면 좋으련만,,,,,초지일관하심,존경입니다,,,,11월,행복하시구요,,^^*
지난 번은 부산에서의 여행중이라 늦게 친구집으로 들어와 읽을려고 하니 피곤이 몰려 비몽사몽중이었습니다. 하여 오늘은(어제 귀향했거든요.^^*) 마음을 잡고 읽었습니다. 매도 여러번 맞다보면 덜 아프듯이 카토님 글을 여러번 대하다보니 이제는 지루함마저 사라집니다. 그리고 A4용지 열장의 분량이 아니어서 또 가슴을 쓸어 봅니다. ^^* (빨리 끝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ㅎㅎ)
ㅎㅎㅎㅎ 그냥 웃고 싶습니다,,,,,송구ㅠㅠ^^&,,,,적어도 다음 글은 아담싸이즈이니 걱정 붇들어 매세요,,,그 담은 지도 모르겠습니다,,세월이 하 수상하니,,,,,,11월도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