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장은 천지창조에 관한 웅장한 신앙고백시다. 제목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고, 시는 6연 30행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째 날이니라’, ‘그 종류대로’ 등 비슷한 구절들이 계속 반복되면서 운율을 살려주고 있다.
창세기 1장은 혼돈, 공허, 흑암의 카오스 상태가 어떻게 질서, 충만, 광명의 코스모스 세계로 변화되는지를 노래한다. 특히 공허가 충만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성(性)이 큰 역할을 한다.
하나님은 식물의 성을 먼저 창조했다. 셋째 날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가 있는 열매를 맺는 과목을 내라’고 했다. ‘씨’라는 말에서 이미 암수를 구별했음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에 하나님은 물고기의 성을 창조했다. 다섯째 날 ‘물들은 생물로 번성케 하라’고 했다. 여기서 생물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물에서 움직이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같은 날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의 성도 창조했다. ‘새들도 땅에 번성하라’고 했는데 새들이 번성하려면 암수가 짝을 지어야 한다.
여섯째 날 하나님은 짐승들의 성을 창조했다. ‘땅의 짐승을 그 종류대로, 육축을 그 종류대로, 땅에 기는 모든 것을 그 종류대로 만드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했다. 같은 날 마지막으로 인간의 성을 창조했다. 하나님이 인간의 성을 창조할 때는 다른 경우와는 달리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하여금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면서 서로 의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나서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의 성적 결합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내 뼈 내 살과의 만남 가슴 벅찬 일
무엇보다 ‘복을 주시며’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인간에게 성은 원래 축복으로서 주어진 것이다.
창세기 2장은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는 좀더 구체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었는지라’고 했다. 하나님은 그 사람을 에덴동산으로 데리고 와 그곳을 다스리게 했다. 그런데 사람이 홀로 거처하는 것이 좋지 않다면서 그를 도와줄 배필을 지어주겠다고 했다. 하나님이 남자를 깊이 잠들게 하여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해 여자를 만들었다. 하나님이 그 여자를 남자에게 데리고 오자 남자가 여자를 보고 외쳤다.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남자에게서 취했다 하여 여자라 칭했다는 구절이 바로 뒤에 나온다. 남자는 히브리어로 ‘이쓰’고 여자는 ‘이싸’다. 글자로 봐도 남자와 여자는 갈빗대 하나와 같은 한 획의 차이밖에 없다.
그 남자의 이름은 아담이고 여자의 이름은 하와(이브)다. 아담은 흙이라는 뜻인 반면, 하와는 생명이라는 뜻이다. 흙은 인간이 창조된 근원인 동시에 인간이 돌아갈 처소, 즉 죽음을 암시한다. 다시 말해 남자는 죽음이고 여자는 생명이다. 남자는 흙으로 돌아가지만 여자를 통해 생명을 이어나간다. 여자는 남자의 부활이요 영생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여자와 한 몸을 이룰지로다.’
성경에 나오는 성교에 관한 최초의 표현이다. 남녀가 합쳐지는 과정을 글로 묘사한다든지 그림으로 자세히 그린다든지 하면 외설이라는 판정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한 몸을 이룰지로다’라는 구절이야말로 성적 결합에 관한 가장 강렬한 표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뼈 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과 한 몸을 이룬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한 몸을 이루고 싶은 욕망에 관해 그동안 수많은 논의와 연구와 분석들이 진행돼왔다. |
첫댓글 Enrico Caruso 님!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색깔을 지닌, 때때로 아슬아슬한 업데이트물까지 빠짐없이 흥미를 가지고 열어보고 있습니다.